16.04.07 12:23최종 업데이트 16.04.08 17:04
정치자금은 '국민의 의혹을 사는 일이 없도록 공명정대하게 운용되어야 한다'(정치자금법 제2조). '정치활동 경비'로만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연 19대 국회의원들은 '의혹없이' '공명정대하게' 정치자금을 사용했을까?

<오마이뉴스>는 지난해 중앙선관위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약 3년치(2012년-2014년) 3만5000여 장, 36만여 건의 '정치자금 수입.지출보고서'를 받았다. 그리고 이를 데이터처리한 뒤 59개 항목으로 나누어 '1045억 원'에 이르는 19대 국회의원의 정치자금 사용내역을 집중분석했다. 20대 총선을 앞둔 지금, 이러한 분석내용이 유권자의 선택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편집자말]
[자료분석] 이종호 기자
[개발-디자인] 황장연, 고정미, 박종현, 박준규
[취재-글] 구영식 김도균 유성애 기자(탐사보도팀)

▶바로가기- '19대 정치자금 봉인해제' 특별면


[기사보강: 7일 오후 8시 45분]

국회의원들은 노래방을 사랑했다.


김태환(경북 구미시을)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2014년 11월 '직원 회식 및 단합대회' 명목으로 '짱노래광장'에서 약 26만 원을 썼고, 같은 당 박대출(경남 진주시갑) 의원도 지난 2012년 6월 킹노래연습장에서 23만 원을 정치자금으로 결제했다. 같은 당 민현주(비례대표) 의원 20만 원, 이만우(비례대표) 의원 5만 원 등도 모두 노래연습장에서 빠져나간 돈이다.

대부분 뒤늦게라도 반환 했지만, 의원들의 노래방 사랑은 여·야를 가리지 않았다. 박완주(충남 천안시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2013년과 2014년 벤2노래방에서 각각 30만 원과 38만 원을 썼다가 반환했다.

설훈(경기부천시 원미구을) 같은 당 의원은 쓰고서도 이를 반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설 의원은 2014년 6월 도레미노래연습장에서 약 48만 원을 쓰며 '결제 착오, 사유서 첨부'라고 했지만, 이후 반환 내역은 없었다.

이와 관련 부천시 선관위는 "당시 선관위 회계보고 책임자가 바뀌면서 후속 조치가 제대로 안 됐다, 확인해보니 추후 반환된 건 없었다"라며 "당시 사유서는 '결제 취소하려 했으나 결제한 지가 오래됐다'는 내용이다,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반환 조치를 하게 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청담동 노래방에서 경제전문가 간담회를?

<오마이뉴스>는 19대 국회의원들의 정치자금 사용 내역 중 사무실 유지에 드는 비용을 따로 분류해 정리했다. 소소한 사무용품 구입에서부터 정수기·공기청정기·복합기 대여비, 출장 숙박비, 각종 수리비 등 다양한 비용이 담겨 있다. 여기에는 따로 분류하기 모호한 항목, 즉 명목상 '간담회' 등으로 돼 있으나 사적 사용이 의심되는 것들도 포함됐다.

일례로 정성호(경기 양주·동두천시) 새정치연합 의원은 지난 2013년 3월 벤2노래방에서 '기자간담회'라며 40만 원을 정치자금으로 썼다가 반환했다.

그런데 이만우(비례대표)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2012년 12월 5일 '경제정책 관련 경제전문가 간담회'라며 청담동 노래방 '에스심포니'에서 15만 원을 정치자금으로 결제했으나 반환 내역은 없다. 에스심포니는 강남구 청담동 고급 노래방으로 이만우 의원의 자택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있는 곳이다. 당시 대선후보로 출마한 박근혜 의원이 '창조경제를 통한 일자리 확충'을 핵심 공약으로 내건 때였다.

이렇게 19대 국회의원들이 2012년~2014년 사무실 유지비용으로 사용한 액수는 총 47억6100만 여 원. 의석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새누리당이 약 27억200만 원, 새정치민주연합이 약 19억300만 원 정도였고, 그 뒤를 통합진보당(6500만 여 원), 진보정의당(4950만 여 원), 무소속(1420만 여 원)이 따랐다.

의원님의 간 큰 사용... 정치 자금으로 '명품 건강검진'

선거와 투표의 공정한 관리, 정치자금 등 사무를 감시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의원이 의정활동을 벌이다가 다치지 않은 이상 정치자금을 통한 병원비 지출은 불가하다. 하지만 약 380만 원을 건강검진 비용으로 쓴 '간 큰 의원'도 있었다.

김재원(경북 군위군의성군청송군) 새누리당 의원은 2014년 1월 '삼성서울병원 검진'에서 383만 원을 썼다가, 1년여가 흐른 같은 해 12월 31일에야 이를 반환했다. 이와 관련 경북 의성군 선관위는 "건강검진이 맞다, 근데 의원실에 알아보니 개인 카드와 의원실 카드를 헷갈려서 잘못 쓴 거더라"고 말했다. 반환 시일이 늦은 데 대해서는 "연말 회계보고 전 검토할 때 발견이 된 모양"이라고 답했다.

병원홈페이지 소개에 따르면 각종 암이나 성인병 및 심장, 뇌, 대장검사 등 질병 진단 검사와 함께 피부 진단 등이 포함되는 항노화 건강진단 프로그램인 '명품 건진' 비용이 320만 원(남성)이고, 여기에 CT가 추가되는 '명품정밀 건진' 비용은 390만 원 정도다.

같은 당 이철우(경북 김천시) 의원은 지난 2012년 11월 135만 원 가량의 '과태료'를 본인 정치자금을 통해 결제했다. 이를 집행한 김천시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정확히는 과태료가 아니라 선거보전금 반환이다"라며 "공직선거법 위반 관련 유죄 판결을 받고서 선거보전 비용 일부를 반환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2014년 4월에도 '불법 후원금 국고 귀속'이라며 600만 원을 김천시 선관위에 냈다.

이와 관련, 김천시 선관위 관계자는 "(해당 의원실에서) 받았던 후원금 중 불법성 사실을 인지한 뒤, 정치자금법 제18조에 따라 선관위를 통해 국고에 귀속시킨 것"이라며 "불법 후원금의 통상적 예로는 단체가 후원금을 기부했거나, 청탁 대가로 후원금을 기부하는 것 등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김성곤(전남 여수시갑) 새정치연합 의원은 지난 2012년 11월 16일 금요일, 전남 여수 '경도 골프리조트'에서 71만 원을 정치자금으로 결제했다가 반환했고, 이만우(비례) 새누리당 의원도 지난 2013년 연예인들이 자주 찾는 압구정 헬스클럽 '엠애슬레틱스퀘어'에서 54만 원을 결제했다가 반환했다.

정치자금법에서는 "정치자금은 사적 경비로 지출할 수 없다"면서, 사적 경비 중 하나로 '개인적인 여가 또는 취미활동에 소용되는 비용'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의원들은 개인 여가로 분류되는 골프비, 헬스비까지 정치자금으로 썼다가 토해낸 셈이다.

한편 심윤조(서울 강남구갑) 새누리당 의원은 화분 관리에 신경을 많이 썼다. 심 의원은 지난 2013년 11월부터 14개월 동안 화분 관리비로 33만 원씩 총 429만 원을 결제했다. 같은 당 정수성(경북 경주시) 의원은 몸이 매우 좋지 않은 듯했다. 지난 2013년 8월부터 거의 매달 빠지지 않고 여의도 성모병원, 약국 등에서 총 28회 386만 원을 '의료비'로 지출했다.

경대수(충북 증평군진천군괴산군음성) 새누리당 의원은 2013년 3월 '대봉투 제작'에 987만 원을 지출했다. 업계에 따르면 A4용지 서류봉투인 대봉투 제작은 보통 싸게는 10만 원부터 20만 원 정도다(1000부 제작 기준). 의원실 담당자는 "지역구 군이 4개(증평·진천·괴산·음성)다 보니 의정보고서가 많아 대봉투를 10만 부 제작했다"고 말했다. 이는 1000부당 9만8천 원 꼴로, 최대한 싸게 만든 셈이다. 


안철수 의원, 정치자금 '첫 구매'는 정품 소프트웨어

대선 주자로 꼽히던 의원들의 면면을 살펴보는 것도 흥미롭다. 안철수(서울 노원구갑, 현 국민의당) 새정치연합 의원이 지난 2014년 4월 재보궐선거로 당선된 후 정치자금으로 결제한 첫 지출은 '정품 소프트웨어 구매'였다. 안 의원은 이후에도 한글과 오피스, 포토샵 등 소프트웨어 구매에 연간 사용료 등 총 200만 원 넘게 지출했다.

문재인(부산 사상구) 새정치연합 의원은 대선을 코앞에 둔 지난 2012년 10월과 12월, 다음 해 1월 모두 '문서세단기 렌탈' 명목으로 약 50만 원을 썼다. 대선을 준비하며 생산된 비밀문서를 문서세단기로 처리하기 위한 비용 지출로 추정된다. 

박근혜(비례대표) 새누리당 의원은 사무실 임대 과정에서 나간 사무실 부동산 소개료도 정치 자금으로 썼다. 박 의원은 지난 2012년 4월 20일 정치자금 1110만 원 가량을 '부동산 중개 수수료'라며 결제했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이 기사는 프리미엄 국회의원 정치자금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독자의견


다시 보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