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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두곳을 아예 할머니들이 좌판을 열고 장사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는 시장은 말바우시장이 유일할 것이다.
 골목 두곳을 아예 할머니들이 좌판을 열고 장사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는 시장은 말바우시장이 유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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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살을 쏜 다음 말을 달리면 화살보다 먼저 도착한다는 김덕령 장군 말(馬)에 얽힌 전설의 바위가 있었다. 하지만 도시 계획에 의한 도로확장으로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그 바위 주변으로 1960년대부터 광주 인근 장성·담양·화순 등지의 할머니들이 텃밭에서 키운 야채들을 주섬주섬 싸들고 모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말바우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전설의 바위는 시장 동문에 있었다고 한다.

좌판 할머니들과 흥정하면서 물건을 고르는 장면
 좌판 할머니들과 흥정하면서 물건을 고르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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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시장들은 5일에 한 번씩 장이 서기 때문에 오일장이라 부른다. 하지만 말바우시장은 열흘 중에 2일, 4일, 7일, 9일에 선다. 즉 한 달에 열두 번 장이 선다. 할머니들을 배려한 좌판 골목이 두 개나 있는 특이한 장터다. 장터가 형성되기 시작한 이래 골목골목 가게가 들어섰다. 먼저 장사를 시작한대로 도열돼 있다. 생선가게 옆에 옷가게 그리고 과일가게 또 그 옆에는 방앗간.

옷가게 바로 옆에 야채를 파는 좌판이 붙어 있는데 말바우시장의 큰 특징이기도 하다.
 옷가게 바로 옆에 야채를 파는 좌판이 붙어 있는데 말바우시장의 큰 특징이기도 하다.
ⓒ 임무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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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업종별로 구획되지 않고 자연발생적인 형태로 존재하고 있어 미로찾기 하는 것 같다. 조금 더 가면 무엇이 있을까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본래 전통적인 장터는 요란스럽게 뻑쩍지근해야 제맛. 이곳 말바우시장도 그런 맛이 있다. 가격을 흥정하며 실랑이 하는 장면은 매우 역동적인 느낌으로 다가온다.

방앗간에서 벌려 놓은 곡몰들
 방앗간에서 벌려 놓은 곡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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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시장들이 대형마트에 밀려 쇠락하는 반면, 말바우 시장은 전체 규모가 조금씩 확장된다. 그 이유가 뭘까. 정종록 상인회장에게 물어봤다. 첫째는 광주광역시의 동쪽 관문에 위치하고 있어 인근 장성·담양·화순·곡성 등지에서 접근하기가 용이하다는 점. 둘째는 산지에서 직송된 싱싱한 농산물을 소매하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높다는 것.

신발가게인데 가게 밖 길에까지 판을 벌려 놓아도 탓하는 사람은 없다.
 신발가게인데 가게 밖 길에까지 판을 벌려 놓아도 탓하는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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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는 싼 가격의 좋은 생산품들이 집결되다 보니 인근 오일장으로 나가는 장사꾼들이 이곳에서 필요한 상품을 구매하면서 선순환이 이뤄진다는 점이다. 시장이 활기차고 역동적일 수밖에 없어 보인다. 골목골목에 좌판이 펼쳐지면서 시장이 형성되다 보니 정부에서도 오일시장으로 인정하지 않다가 2005년에야 전통시장으로 등록돼 본격적으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중이란다.

명성방앗간을 운영하는 이오헌사장님의 안주인이신데 시장안에 분점이 두개나 더 있다.
 명성방앗간을 운영하는 이오헌사장님의 안주인이신데 시장안에 분점이 두개나 더 있다.
ⓒ 임무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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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박타박 나귀를 타고 장을 따라 사랑 따라서 떠다니던 시절의 낭만은 없지만, 장삿속으로는 천부적으로 타고난 장돌뱅이들이 이곳 말바우시장을 이용한다는 것은 그만큼 좋은 물건으로 잇속을 챙길 수 있고 다양한 종류의 물건들이 모여 들어 편리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의 기억 속에 메밀꽃이 필 무렵이면 청명한 달밤에 나귀 등허리에 봇짐을 가득 싣고 산 넘고 개울 건너면서 타박타박 발걸음을 옮기는 장돌뱅이들의 모습이 연상되는 것은 내가 <메밀꽃 필 무렵>이라는 영화에 너무 매료돼서 일까.

좌판 골목 안에 있는 팥죽집 고인석 사장님
 좌판 골목 안에 있는 팥죽집 고인석 사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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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장터 골목골목에 숨겨져 있는 먹걸이 가게를 하나하나 찾아다니며 음미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특히 팥죽과 족발맛은 가히 일품이다. 골목에 좌판을 펴놓은 할머니들과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물건을 흥정해보는 즐거움은 이곳 말바우시장에서만 만끽할 수 있다.

주인이 자리를 비우면 견공이 가게를 지킨다.
 주인이 자리를 비우면 견공이 가게를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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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말바우시장, #장돌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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