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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람의 '눈'으로 20대 총선을 기록하려고 합니다. 우리 동네 시민기자님들과 만나 의견을 나누고 취재도 함께 할 수 있다면 더욱 좋겠습니다. 물론 제보도 환영합니다. <오마이뉴스> 쪽지 또는 이메일(bangzza@ohmynews.com), 언제든 열어놓겠습니다. 우리 동네 지역구는 은평갑입니다. [편집자말]
 20대 총선 선거 운동이 공식적으로 시작됐다. 31일 자정이 되자마자 현수막을 설치하고 있는 노동당 당원들
 20대 총선 선거 운동이 공식적으로 시작됐다. 31일 자정이 되자마자 현수막을 설치하고 있는 노동당 당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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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밤 11시 40분, 응암역 앞 사거리. 집으로 향하는 걸음을 재촉하는 행인들 사이로 이 시간이 사뭇 남다른 청년 한 명이 서 있다. 그는 아직 그 모습을 다 드러내지 않은 현수막을 지키고 있었다. 지금 걸면 불법이고, 20분 후면 합법이다. 20대 총선 선거운동이 공식적으로 시작되는 그 순간을 기다리고 있는 청년.

노동당 당원 함동엽(22·남)씨는 "자리 쟁탈전이 심하다"며 "아마 다른 후보 선거운동원들도 비슷한 상황일 것"이라고 했다. 그의 말을 다른 지역에 현수막 자리를 '찜' 해놓고 돌아온 채훈병(51) 노동당 은평구당원협의회 공동위원장이 이어 받았다. 채 위원장은 "새누리당이 현수막에 집중하고 다른 당도 가세하면서 최근 1∼2년 사이 판도가 완전히 바뀌었다. 자리 싸움이 치열하다"고 했다.

내친 김에 현수막 거는 노하우를 설명하면서 채 위원장은 "가장 중요한 건 간판을 가리거나 교통 등 안전을 위협하면 안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도 선거 때는 이해해 주지만, 평소에는 현수막이 간판을 가리면 대번에 민원이 들어온다"는 말까지 이어지는 순간, 자정이 됐다. 사다리를 놓고 금방 설치가 완료되는 현수막, 그 색깔이 점점 빛을 잃어가는 거리에서 사뭇 도드라졌다.

그들에게는 아주 긴 밤이 될 것 같다. 사다리를 접고 그들은 바로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한다. 오늘 밤 "동네마다 하나씩, 여섯 곳에 현수막을 걸어야 한다"고 했다. 녹번동, 응암동, 신사동, 수색동, 증산동 그리고 우리 동네 역촌동에서 총선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우리 동네 후보들을 소개합니다

 은평갑 기호 5번 노동당 최승현 후보 선거 사무소 전경
 은평갑 기호 5번 노동당 최승현 후보 선거 사무소 전경
ⓒ 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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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평갑 기호 3번 국민의당 김신호 후보 선거 사무소 전경
 은평갑 기호 3번 국민의당 김신호 후보 선거 사무소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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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지역구는 은평갑, 이번에 모두 네 사람이 나왔다. 기호 1번 새누리당 최홍재 후보, 뉴라이트 운동을 주도한 것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MBC 방문진 최연소 이사로 이름을 본격적으로 알리기 시작했고, 박근혜 정부 출범 후에는 청와대 정무수석실 선임행정관, 대통령 직속 국민대통합위원 기획단장 등을 역임했다. 19대 총선에서는 이미경 의원에게 도전했다 고배를 마셨다.

기호 2번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후보, 그의 별명은 '거리의 변호사'다. 세월호 참사 피해자 유족들의 법률 대리인으로 잘 알려져 있는 그는 2012년부터 2년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차장으로 지내면서 밀양 송전탑 피해 주민, 제주 강정마을 주민, 쌍용차 해고 노동자 등을 대변하며 거리에 섰다. 이번에 5선의 이미경 의원 대신 은평갑에 전략 공천되면서 화제의 중심이 됐다.

기호 3번 국민의당 김신호 후보는 36년째 은평구에서만 살고 있는 은평 토박이로 알려져 있다. 현재 법무법인 동북아 대표 변호사로 특히 중국 IT기업 알리바바 마윈 회장과의 친분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에 그가 내건 캐치프레이즈도 "마윈의 자본을 은평으로", 은평구 국회의원에 도전하는 것은 이번으로 세 번째, 3전 4기를 노린다.

기호 5번 노동당 최승현 후보는 '노동 인권 노무사'다. 진폐증을 앓고 있는 탄광 노동자의 산업 재해 판정과 알바 노동자들의 체불 임금 해결 등에 앞장서 싸워온 노무사로 알려져 있다. "최저 임금 1만원, 노동시간 주 35시간 상한제, 월 30만원의 기본 소득 보장 및 상가 임차인 보호 강화" 등을 전면에 내걸고 있다. 은평당협 공동위원장으로 현재 노동당 부대표다.

길 하나 사이에 두고 '최전선'

 은평갑 기호 1번 새누리당 최홍재 후보 사무실과 기호 2번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후보 사무실 전경. 길 하나를 두고 마주보고 있다
 은평갑 기호 1번 새누리당 최홍재 후보 사무실과 기호 2번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후보 사무실 전경. 길 하나를 두고 마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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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총선의 '전략적 요충지'는 서부 병원 앞 사거리다. 은평로와 응암로가 만나는 이 곳은 말 그대로 '사통팔달'이다. 북쪽으로 자동차로 1분 거리에 역촌역, 남쪽으로 3분 거리에 응암역과 통한다. 2분 거리에 은평구청이 있으며 8분 거리에는 서대문구 주민과 은평구 주민들의 휴식처 백련산이 있다. 또 가까이에는 '매출 1위 대형 점포'로 소문 난 이마트 은평점이 있다.

그래서인지 후보자들의 선거 사무소도 이 지역에 집중돼 있다. 역촌동 우리 집에서 서부병원 앞까지는 도보로 채 10분이 안 걸리는 거리, 걸어가다 보면 가장 먼저 최승현 후보 선거 사무소가 나타난다.

건물 1층에 있는데 전반적으로 '소박한' 분위기다. "노동당 최승현과 함께 합니다", 이웃 지역구 은평을에 출사표를 던진 정의당 김제남 의원이 보낸 축하 화환이 눈에 띄었다. 30일 사무실에서 만난 이혜정 전 아르바이트 노동조합 사무국장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표시했다.

최승현 후보 선거 사무소에서 서부병원을 지나 5분 남짓 걸으면 김신호 후보 사무실에 도착한다. 건물 2층에 있는데 역시 소박한 편. 국정훈 사무장은 "처음보다 분위기가 많이 좋아졌다"면서 "아무래도 호남 분들이 많이 사는 지역이다 보니 예전 민주당 분들이 많이 (우리 후보 쪽으로) 오는 걸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비하면 최홍재 후보 사무실과 박주민 후보 사무실 위치는 자못 '살벌하다'. 길 하나를 두고 마주보고 있다. 각각 건물 3층에 있는데 앞선 후보 사무실들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규모도 크다. 다만 두 후보 선거 사무실에는 큰 차이가 하나 있다.

최홍재 후보 사무실, 343장의 사진

 최홍재 후보 선거 사무실 입구 모습
 최홍재 후보 선거 사무실 입구 모습
ⓒ 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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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재는 은평을 제2의 고향이라 말합니다. 95년 2월 은평을 삶의 터전으로 삼은 이래 20년 째 은평에 살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신혼의 단꿈을 꾸었고, 두 아이를 낳아 어느 덧 큰 아이는 성인이 되었습니다...(중략)...힘들 때마다 따뜻한 도움을 주셨던 소중한 분들을 홍재는 잊지 못합니다. 가난하지만 따뜻한 어르신들, 형님들, 누님들, 아우들이 살고 계신 은평!" (최홍재 후보 소개 자료 중에)

최홍재 후보 사무실이 있는 건물에 들어서면 방문자를 맞이하는 것은 위 글을 '인증'하는 사진들이다. 1층 입구부터 3층 사무실에 이르기까지 모두 343장의 사진이 벽에 붙어 있다. 그 대부분은 그동안 최 후보가 행한 다양한 지역 활동을 담고 있다.

"1992년 6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학내에서 수배생활을 하던 시절의 사진"에서부터 "2000년 2월 경 방과 후 열린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기타를 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사진, 그리고 "2012년 3월 31일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이 최홍재 후보 지지를 호소하기 위해 응암동 대림시장을 찾았던 모습"등을 두루 소개하고 있다. 그렇게 삶의 궤적을 눈으로 좇다보면 3층 사무실 입구에 도착한다.

사무실에서 만난 노영래 사무장은 "지난 번 총선에서 선전했고, 그 후 도와주는 분들이 많다"고 했다. 실제로 19대 총선에서 최 후보는 이미경 의원에게는 6천6백여 표 차이로 패하긴 했지만, 3만6천표 이상을 얻었다. 그 후 지역 기반을 다진 것을 감안하면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노 사무장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표현을 쓰면서 "전통적으로 야세가 강한 지역"이라고 했다. 일부 선거 전략 수정도 불가피해 보인다. 이미경 의원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젊은 일꾼 최홍재'. 하지만 상대는 갑작스레 최 후보보다 다섯 살이나 젊은 사람으로 바뀌었다.

동네 주민의 '눈'에는 낯설었던 박주민 후보 개소식

 30일 열린 박주민 후보 선거 사무소 개소식에는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세월호 유가족들도 눈에 띄었다
 30일 열린 박주민 후보 선거 사무소 개소식에는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세월호 유가족들도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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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주민 후보 선거 사무소 개소식 현장에는 <TV조선> 카메라도 '출동'했다
 박주민 후보 선거 사무소 개소식 현장에는 <TV조선> 카메라도 '출동'했다
ⓒ 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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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최홍재 후보 사무실 맞은편에서는 마침 박주민 후보 선거 사무소 개소식이 열렸다. 며칠 전만 해도 최홍재 후보 경우와 비슷하게 건물 입구부터 계단 벽면을 빼곡하게 장식했던 사진들은 모두 사라졌다. 이날 개소식을 계기로 사무실 주인공이 '공식적으로' 이미경 의원에서 박주민 후보로 바뀌어서다. 참 드문 경우다. 이미경 의원의 공천 탈락 소식을 듣고 "지역 당원들과 함께 참 많이 울었다"는 장창익 은평구의회 의장도 개소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 박주민 후보 처음 봤을 때 의아했습니다. 이 지역에서 한 번도 살아보지 않았고, 이 곳에서 학교도 다니지 않았고, 선거를 불과 20일 밖에 남기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 지역위원회를 찾아왔습니다. 과연 박주민 후보란 사람이 은평갑 지역이란 옥토를 더 잘 가꿀 수 있을까. 걱정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3∼4일 동안 박주민 후보와 같이 거리를 누비면서 지금까지 살아 온 모습들, 이름 그대로 주민을 위해서 일할 수 있는 후보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개소식 풍경 또한 일반적인 그것과는 많이 달랐다. '세월호 배지'를 달고 있는 참석자들이 눈에 띄었다. 정몽준 전 새누리당 의원을 비난하는 글을 SNS에 올렸다가 기소됐던 대학생,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사찰을 폭로했던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 등 박주민 변호사가 변론을 맡았던 이들이 차례차례 박 후보를 응원하는 소감을 밝혔고 이어 유경근 4·16 세월호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국회에 가서 높으신 분들 많이 만나봤습니다. 국회에서 먹고 자면서 싸우기도 했고 호통도 쳐봤고 빌기도 해 봤습니다. 딱 한 가지 느낀 것 있습니다. 말로만 국민을 위하는, 국민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를 위해, 그 자리를 위하는 국회의원들 많았습니다. 국민의 목소리를 진심으로 듣고 싶어하는 분들, 몇 분 못 봤습니다. 적어도 이 분 만큼은 우리 이미경 의원님처럼 국회에 들어가서 절대 변하지 않을 사람이고, 어떤 자리에서 무슨 일을 하건 억울한 사람, 피해 받은 사람, 서민, 약자, 이 사람들과 끝까지 함께 할 사람인 것을 확신하기 때문에..."

'거리의 변호사'와 우리 동네의 상관 관계는?

 30일 박주민 후보 선거 사무소 개소식이 열렸다. 이미경 의원이 박주민 의원을 포옹하며 격려하고 있다
 30일 박주민 후보 선거 사무소 개소식이 열렸다. 이미경 의원이 박주민 의원을 포옹하며 격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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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확신에 얼마나 많은 '우리 동네' 유권자들이 공감할지는 미지수다. 동네 주민의 한 사람으로서 박주민 후보는 낯선 사람임이 분명하다. 또한 다른 지역구 유권자들이 남의 동네 와서 이렇게 대놓고 지지 의사를 밝힌 경우 역시 내 기억으로는 이 동네 와서 처음이다.

덕분에 원초적인 질문과 마주하게 됐다. 우리 동네 국회의원이란 무엇인가, 지역 대표인가, 나라 대표인가. 그리고 이제까지 너무 쉽게 한 표를 행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기호에 따라 누구를 찍고 말았지, 정작 우리 동네 문제에는 무지했고 공약을 꼼꼼하게 따져보지도 않았었다. 무관심했고 게을렀다. 나의 한 표를 올바르게 행사한다는 의미에 대해.

적어도 이번 총선에서는 철저히 동네 주민의 '눈'으로 후보자들을 살펴봐야겠다. 어느 공약이 실현 가능한지, 또 실현이 가능하다 해도 그것이 정작 내 삶이나 미래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따져볼 것이다. 그리고 후보자들의 정치적 활동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지에 대해서도 답을 구해보려 한다. 나의 총선, 우리 동네 총선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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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15년이 넘었는데도 매일매일 냉탕과 온탕을 오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