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올해 나이 여든. 힙합 가수로 데뷔하는 김영옥입니다."

평생을 여배우로, 소리꾼으로, 에어로빅 강사로 살아온 평균 나이 65세의 할머니 8인이 래퍼에 도전한다. JTBC <힙합의 민족>은 할머니들의 본격 '헬미넴(할머니+에미넴)' 변신 프로젝트다.

29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JTBC 사옥에서 열린 <힙합의 민족> 제작발표회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스웩(SWAG)' 느낌 물씬 나는 의상으로 무장한 김영옥, 이용녀, 김영임, 양희경 등 할머니 출연자들은 포토타임에서부터 예사롭지 않은 포즈로 취재진들의 시선을 붙들었다. 기 세기로는 어디 가도 꿇리지 않을 MC스나이퍼, 치타, 릴보이 등도 할머니들의 공세에 착하고 말 잘 듣는 손자 손녀가 됐다.


"우리 프로그램은 힙합 가수들이 어르신들의 프로듀서가 돼 경연을 펼쳐 다이아몬드를 획득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송광종 PD가 프로그램을 소개하며 웃음을 터트리자, 김영옥은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우습죠?"라며 마이크를 들었다.

"사람들이 무슨 프로그램이냐 물어도 '몰라, 랩이라는데, PD님이 그냥 놀다 가래, 몰라 그냥 봐' 이렇게 말고는 대답할 길이 없었어요. 그냥 편하게 놀다 가면 된다고 하더니, 어찌나 세게 훈련을 시키는지, 살이 쪽쪽 빠져요. 감언이설에 속아 시작했어요." (김영옥)

"재밌을 것 같아서 장난처럼 얘기했는데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는 송 PD와 "(장난처럼 시작했다가) 지금 지옥에 빠진 거다"는 김영옥. 쩔쩔매는 PD와 능수능란하게 좌중을 압도하는 '헬머니'의 포스는 앞으로 <힙합의 민족>이 보여줄 예측불허 일촉즉발 폭소만발의 기대감을 높였다.

PD "장난처럼 얘기했는데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


출연자들은 힙합이 뭔지, 랩이라고는 도통 무슨 소리 하는 건지 알아듣지도 못하던 이 땅의 평범한 할머니들. 하지만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힙합을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본 적도 없었다"는 양희경도, "길에서 힙합이 들리면 시끄러워서 짜증부터 냈다"던 이용녀도 뒤늦게 힙합의 매력에 푹 빠졌다.

"이제는 힙합 음악이 들리면 나도 모르게 리듬을 타고 있어요. 전에는 힙합이라는 음악이 매력 있다는 생각을 못했어요. 그냥 매력이 있으니 세계적으로 난리겠지, 그냥 한 번 해보자고 시작했는데 좋네요." (이용녀)

"모두가 생각보다 빠르게 랩을 배우고 있어요. 전에는 뭐라 그러는지 하나도 못 알아들어서 귀를 딱 닫고 있었죠. 출연 제안을 받고 '그럼 난 들리는 힙합을 해야겠다' 했어요. 힙합이 저항, 반항, 그런 자기 생각을 전하는 장르라는데, 젊은 사람들만 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겠어요? 우리도 하고 싶은 말 많거든요. 박자도 어렵고 여태껏 접해보지 못한 음악이라 너무 어렵지만, 하다 보니 왜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는지 매력을 알겠더라고요." (양희경)

"이번에 젊은 래퍼들 만나면서 너무 감동을 받았어요. 나이도 어리고 세상 경험도 없는데 어쩜 그렇게 순식간에 랩을 만들어 내는지.... 어린 친구들이 똑똑하고 파트너에 대한 배려, 아량도 깊고. 너무 대단한 것 같아요." (김영임)

"어렵죠. 고민하다 참가했는데, 사람이 참 신기한 게 불가능한 게 없어요. 하루 연습하니 다르고, 이틀 연습하니 또 달라요. 연습할수록 나아지는 걸 보니 불가능하다고 포기할 게 아니더라고요. 자신감을 많이 얻었어요. 앞으로 못할 게 뭐 있나. 나이가 무슨 상관있나. 스스로 긍정적으로 많이 변했어요." (문희경)

늦게 배운 힙합에 날 새는 줄 모른다는 할머니들. 이들을 가르치는 프로 래퍼들의 마음은 어떨까? 래퍼 키디비는 "할머니들이 너무 귀여우셔서 1회 촬영하면서 배가 찢어지는 줄 알았다,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이지만 너무 재밌게 참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힙합으로 소통하는 올드앤뉴


MC스나이퍼는 "힙합 음악 예능이기는 하지만 힙합보다 아름다운 도전이 있다"면서 "<힙합에 민족>은 음악보다 더 큰 것들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피타입도 "프로그램 콘셉트를 듣고 출연을 망설이기도 했지만, 선생님들도 도전하시는데 우리가 망설일 게 뭐 있나 싶었다"며 "도전에 도움을 드리고 싶었다"고 출연 이유를 설명했다.

힙합을 통해 젊은이들의 열정과 문화를 배우는 늦깎이 래퍼들과 그들의 지치지 않는 열정과 도전을 지켜보는 젊은 래퍼들. "<쇼미더머니>의 주 시청층은 1030이다. 우리 프로는 기존 힙합 음악을 좋아하는 1030에, 선생님들 덕분에 4080까지 전 연령을 커버할 수 있게 됐다"는 딘딘의 말처럼, <힙합의 민족>이 전 연령 시청자를 하나로 묶을 수 있을까?

JTBC <힙합의 민족>에는 배우 김영옥, 이용녀, 양희경, 이경진, 문희경, 소리꾼 김영옥, 에어로빅 강사 염정인, 할머니 래퍼 최병주가 출연하고, MC스나이퍼, 피타입, 한해, 키디비, 치타, 딘딘, 릴보이, 주헌 등이 할머니들을 도울 특급 프로듀서 군단으로 나선다. 진행은 신동엽과 산이가 맡았다. 4월 1일 금요일 오후 9시 40분 첫 방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