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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등 공동선대위원장들이 2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0대 총선 공천자대회에서 후보들과 함께 엄지손가락을 들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왼쪽부터 원유철, 강봉균, 김무성, 서청원, 이인제 공동선대위원장.
▲ 엄지손가락 치켜든 새누리당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등 공동선대위원장들이 2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0대 총선 공천자대회에서 후보들과 함께 엄지손가락을 들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왼쪽부터 원유철, 강봉균, 김무성, 서청원, 이인제 공동선대위원장.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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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본격적인 총선체제에 돌입했다. 각 정당은 선대위 체제를 조직하고 선거를 위해 모든 당력을 쏟아붓고 있는 중이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공천 파동을 극적으로 봉합하고 총선 필승을 위해 의기투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친박계와 비박계는 극심한 내홍과 갈등이 언제 있었냐는 듯 한 목소리로 총선 승리를 외치며 손을 맞잡았다.

전투를 앞두고 일사불란하게 전열을 정비하고 있는 새누리당의 모습은 이 정당이 원내 1당을 줄곧 유지하고 있는 이유를 여실히 보여준다. 새누리당이 극심한 당내 패권과 계파 싸움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비결은 어쩌면 이 같은 즉물적인 본능에 있는지도 모른다. 그들은 피아를 분명하게 구별하고 공동으로 전선을 구축해 전투에 임한다. 새누리당이 연전연승하는 까닭이 '기울어진 운동장' 때문만은 아닌 것이다.

반면 야권은 그와는 정반대의 양상을 보여왔다. 그들은 대규모 전투를 앞두고서도 늘 분열과 갈등에 휩싸이며 힘을 규합하지 못했다. 하나로 힘을 합치기는커녕 아군에게 칼을 겨누는 황당한 장면도 심심치 않게 연출되고는 했다.

거의 모든 선거 환경이 야권에 불리하게 설계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 모습을 상식적으로 이해할 방법이 없다. 사정이 이쯤되니 이제는 야권에게 선거에서 이기고 싶은 마음이 있기는 한 것인지조차 의심스럽다.

이번 총선에서도 야권은 야권연대 문제를 놓고 자중지란에 휩싸여 있다. 하나가 된 여당과 셋으로 나뉜 야당의 싸움이 누구에게 유리한지는 생각할 필요도 없는 문제다.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180석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힘을 합쳐도 승부를 예측하기 힘든 마당에 분열한다면 야권의 필패는 기정사실이나 마찬가지다.

안철수의 '야권연대 거부'가 비판받는 이유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가 2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최고위원회의를 마친후 공천탈락한 서정성, 김재원 예비후보 지지자들의 항의를 받으며 퇴장하고 있다.
▲ 공천 항의받은 안철수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가 2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최고위원회의를 마친후 공천탈락한 서정성, 김재원 예비후보 지지자들의 항의를 받으며 퇴장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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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세간의 모든 관심은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에게로 향하고 있다. 시종일관 야권연대를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는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시민사회와 재야 원로 등 각계각층에서 터져나오는 야권연대 요구에도 그는 미동조차 않고 있다. 게다가 중앙당 차원의 연대뿐만이 아니라 이제는 후보 개별 간의 연대마저 중앙당과 협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야권연대 없이 총선을 치르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다.

안철수 대표는 야권연대 거부의 명분으로 기존의 양비론과 함께 유권자의 정치 혐오를 부추기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거대 양당이 독점하고 있는 기성 정치체제로는 더 이상 희망이 없기 때문에 그들을 견제해야 할 제3당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 것이다. 기계적 중립과 기성 정치에 대한 불신과 혐오를 부추기는 이 전략은 그가 정치에 입문한 이후 계속되고 있는 일관된 흐름이다.

그러나 안철수 대표의 이 전략은 그 자신이 이미 기성 정치화되었다는 측면에서 유효하지 못하다. 그는 기성 정치를 비판하면 할수록 그 비판의 화살이 부메랑이 되어 국민의당과 자신에게 되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안철수 대표의 양비론과 정치 혐오 전술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국민의당이 거대 양당보다 우월한 '도덕적 권위'를 지니고 있어야만 했다. 그러나 국민의당은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오히려 국민의당은 창당 과정에서의 갖은 논란과 '도끼'까지 등장했던 공천 과정에서의 극심한 내분, 노선과 정체성 논란 등 크고 작은 파행의 과정을 국민에게 고스란히 드러내 보였다.

안철수 대표가 그토록 강조했던 기성정당과의 차별화에 실패한 것이다. 안철수 대표가 양비론을 제기할 때마다 거센 비판에 직면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남이 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인 자기합리화야말로 그동안 기성 정치가 신물나게 보여주었던 구태 중의 구태다.

그는 무엇을 위해, 누구와 싸우고 있나

21일 오전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가 열린 국회 의원회관 복도에서 공천탈락한 김재원 예비후보 지지자들이 박준영 전 전남지사의 공천에 항의하며 바닥에 드러누워있다.
▲ 바닥에 드러누운 국민의당 예비후보 지지자 21일 오전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가 열린 국회 의원회관 복도에서 공천탈락한 김재원 예비후보 지지자들이 박준영 전 전남지사의 공천에 항의하며 바닥에 드러누워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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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연대를 거부하는 안철수 대표에게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야권연대는 시대적 흐름이자 거부할 수 없는 국민의 요구다. 기울어질 대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야권이 취할 수 있는 최소한의 대안이자 무기인 셈이다.

그러나 안철수 대표는 야권연대보다 거대 양당체제를 깨뜨려야 한다는 자신의 신념을 더욱 중시하고 있다. 백번 양보해서 안철수 대표에게 거대 양당체제를 허물어야 하는 사명이 있다한들 그것이 야권의 총선 승리와 정권 교체보다 우선할 수는 없는 일이다.

안철수 대표는 이번 총선의 목표를 원내교섭단체 구성이라고 분명히 못을 박았다. 국민의당 창당 당시 제시했던 최소 100석과 비교하면 목표치가 두달여 만에 1/5로 쪼그라든 셈이다. 이와 함께 거대 양당체제를 허물겠다는 그의 원대한 포부도 궁색해졌다. 지금 상태로 총선이 치러진다면 거대 양당체제가 문제가 아니라 일당 독주체제의 출현을 막을 방법이 없어진다.

그럼에도 안철수 대표는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내세워 야권을 공멸시킬 수도 있는 극단적 선택을 굽히지 않고 있다. 자신의 신념에 매몰된 나머지 야권연대를 갈망하는 국민의 염원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적은 과연 누구인가. 그는 지금 무엇을 위해, 누구와 싸우고 있는 것인가. 안철수 대표에게 진심으로 묻지 않을 수가 없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국민뉴스에서 실렸습니다.



태그:#안철수 야권연대 거부, #안철수 새정치, #국민의당 야권연대 거부, #안철수 낙선 운동, #안철수 야권연대 거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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