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호는 KBL에서 최고의 수비력을 자랑하는 선수 중 한 명이다. 그는 2007년 황금 드래프트에서 이광재, 김영환, 함지훈 등보다 빠른 1라운드 6순위로 KCC에 입단했다. 뛰어난 수비력을 인상 깊게 본 허재 감독이 일찌감치 신명호를 선택한 것이다. 신명호는 데뷔 이후 2015-2016 정규시즌까지 정규시즌 우승 한 차례, 챔피언결정전 우승 두 차례를 차지했다. 함께 활약한 강병현, 전태풍, 추승균, 하승진 등에 비해 저평가되고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신명호는 늘 KCC의 주전과 백업 사이를 오가며 수비에서 큰 몫을 해냈다.

하지만 신명호가 코트에서 오랜 시간 뛸 경우 KCC는 공격의 한 축에서 구멍이 생기는 치명적 단점이 있다. 장기레이스인 정규시즌에서는 그 단점이 어느 정도 커버되곤 한다. 그러나 단기전인 플레이오프에서는 신명호의 단점이 더욱 도드라지는 것이 사실이다. 공격 지향적 선수들 위주로 구성된 KCC를 상대하는 팀들이 신명호가 코트에 나설 경우 극단적으로 신명호를 수비하지 않기 때문이다.

신명호를 방치하는 오리온의 전략, 또 먹힐까?

이번 챔피언결정전에서도 오리온 추일승 감독은 신명호에 대한 수비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3점슛 성공률이 매우 저조하며 슛 시도를 주저하는 신명호를 비워놓는 것이다. 챔피언결정전 3차전까지 슛 시도를 극도로 자제하던 신명호는 지난 25일 4차전에서 무려 8개의 3점슛을 시도해 4개를 성공시키며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신명호의 예상치 못한 3점포 4방은 2, 3차전에서 연거푸 대패를 당한 KCC에 큰 힘이 됐다.

그러나 추일승 감독은 5차전에서도 신명호에 대한 수비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4차전 맹활약에도 불구하고 굴욕을 당한 것이다. 그렇다면 신명호의 통산 정규시즌 3점슛 성공률은 어느 정도일까? 신명호는 데뷔 이후 정규시즌에서 가장 높은 3점 슛 성공률을 기록한 것이 2011-2012시즌의 27.9%에 불과하다. 또한 신명호의 통산 정규시즌 3점 슛 성공률은 23.8%(479개 시도 114개 성공)에 불과하다. 10개 중에 2개가 들어갈까 말까한 것이다.

그러나 의외로 신명호는 플레이오프 무대에서 높은 3점 슛 성공률을 기록하고 있다. 신명호는 2015-2016 챔피언결정전 4차전까지 통산 플레이오프 33경기에 출장해 3점 슛 성공률 36.1%(83개 시도 30개 성공)를 기록하고 있다. 오히려 큰 무대에서 여느 수준급 슈터에 버금가는 3점 슛 성공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신명호는 이번 챔피언결정전에서 3점슛 성공률 46.2%(13개 시도 6개 성공)를 기록하며 팀내 주전급 선수들 중 전태풍에 이어 가장 높은 성공률을 기록하고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신명호를 완전히 방치하는 수비가 지난 2008-2009 챔피언결정전에서도 동일하게 행해진 적이 있다는 점이다. 당시 KCC의 주축 멤버는 강병현, 임재현, 추승균, 하승진, 미첼, 브랜드 등이었다. 그리고 KCC와 챔피언결정전에서 맞붙은 팀은 강혁과 이정석, 이상민, 이규섭, 김동욱, 헤인즈, 레더 등이 버틴 삼성이었다. 삼성은 KCC에 비해 높이에서 확실히 열세에 있었다.

당시 삼성은 이끈 안준호 감독은 브랜드와 하승진의 골밑을 막기 위해 신명호를 완전히 방치하는 전술을 택했다. 반대로 KCC 허재 감독은 신명호에게 적극적인 3점 시도를 지시했다. 신명호는 챔피언결정전 7경기에서 3점 슛 성공률 37.0%(27개 시도 10개 성공)를 기록하며 KCC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에 힘을 보탰다.

특히 신명호는 마지막 7차전에서 3점 슛 2개 포함 13득점을 올리며 자신에게 굴욕적인 멘트를 남긴 안준호 감독과 삼성을 패배로 몰아넣었다. 당시 챔피언결정전에서 신명호는 KCC 선수들 중 미첼 다음으로 많은 3점 슛을 시도했고 주전급 선수들 중 추승균(41.7%)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적중률을 기록했다.

기사회생 KCC, 반격 이어갈 찬스?

2015-2016 챔피언결정전 6차전에서 KCC가 반격을 이어갈 수 있을지, 아니면 오리온이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달성할지 아직은 알 수 없다. 하지만 확실한 것 한 가지는 있다. 오리온이 1~5차전과 마찬가지로 신명호의 3점 슛을 방치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신명호는 5차전에서도 자유로운 환경에서 수차례의 3점 슛 기회를 얻었다. 벼랑 끝에 몰린 KCC가 반격을 꾀하기 위해서는 큰 무대에서 뛰어난 적중률을 기록 중인 신명호의 과감한 3점 슛 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

신명호가 4차전과 마찬가지로 공격에서 어느 정도의 활약을 보여준다면, 오리온 입장에서는 난감한 것이 사실이다. KCC 선수들 중 오리온의 주전 포인트가드 잭슨에 대한 수비가 '그나마' 가능한 선수가 신명호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4차전 4쿼터에 신명호가 5반칙 퇴장 당하자, KCC 가드진은 그 누구도 잭슨을 제어하지 못했다. 신명호가 공격적인 부문에서 적극성을 과시한다면 그를 방치하는 오리온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타격을 받게 되는 것이다.

맹활약에도 불구하고 상대 감독으로부터 굴욕을 당했던 신명호. 과연 그는 2008-2009시즌 때와 마찬가지로 적극적인 3점 슛 시도를 통해 벼랑 끝에 몰린 KCC를 구할 수 있을까? 오늘(27일) 경기에서 KCC는 94-88로 오리온을 꺾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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