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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희생자 사진을 '주문하신 특대 어묵이요'라는 문구와 함께 누군가가 공개된 장소에 게시하였다. 제대로 된 사고 진상 규명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 게시글에 많은 이들의 분노가 쏟아졌다.

이 밖에도 '똥꼬충'(성소수자를 비하하기 위해 쓰이는 인터넷 속어), '홍어 무침'(5·18 민주화운동 희생자를 비하하는 표현) 등 여러 경로를 통해 듣기 거북한 표현들이 한국사회를 떠돌고 있다.  

'혐오'는 '싫어하고 미워함'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다. 이러한 혐오 표현이란 일반적으로 인종·성별·연령·민족·국적·종교·성 정체성 등 특정한 대상에 대한 편견과 폭력을 부추길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의도적인 폄하·위협·선동 등의 표현을 말한다. 

인터넷의 발달로 확산된 혐오 표현

 혐오
 "오늘날, 더 이상 혐오표현이 개인 대 개인의 사적인 문제로 치부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 flick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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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성별 등을 이유로 비하하는 등 혐오표현은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무슬림 등 종교인, 성소수자 등 그 혐오 대상 영역이 급속하게 확대되고 있다. 인터넷의 발달과 사이버 세계의 확대로 같은 표현의 빠른 재사용이 촉진되면서 혐오표현은 쉽게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수 있게 되었다.

사회적으로 금기시 되던 것을 익숙하지 않은 표현으로 깨면서 자신을 영웅시 하는 것. 또 그러한 용어를 쓰면서 느끼는 집단적 유희, 이를 생산하고 퍼트리는 그룹의 등장이 혐오표현이 발생하고 확대 재생산되는 메커니즘이다. 

혐오표현은 단순한 표현의 수준에서 차별 선동, 나아가 혐오 범죄에 이르기까지 그 수준이 다양하다. 그렇기에 단순히 개인의 명예가 훼손되거나 모멸감을 느끼게 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성소수자·이주민·여성 등 특정 인물이 그 집단에 속해있다는 사실만으로 합리적 이유 없이 비하될 때 자존감이 한없이 낮아질 수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사회적 소수자의 사회적 발언과 활동을 위축시켜 그들의 권리가 체계적으로 배제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지속적인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다.

오늘날, 더 이상 혐오표현이 개인 대 개인의 사적인 문제로 치부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현재 김형완 인권정책연구소장은 혐오의 배후에 있는 권력관계나 차별구조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나영 팀장은 '신자유주의가 초래한 삶의 불안정과 미래의 불확실에 대한 부담이 사회적 소수자를 대상으로 격한 혐오표현으로 나타났다'고 본다. 사회적 소수자가 한국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한 정책들이 자신들의 불안을 부추기는 '역차별'이라고 비판하는 것이 이런 맥락일 수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법에 예시된 차별사유 19가지를 나타내는 이모티콘. 여기에 명시된 사유는 예시적인 조항으로, 예시된 사유 외의 임의적 차별도 당연히 하여서는 안될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법에 예시된 차별사유 19가지를 나타내는 이모티콘. 여기에 명시된 사유는 예시적인 조항으로, 예시된 사유 외의 임의적 차별도 당연히 하여서는 안될 것이다.
ⓒ 국가인권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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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표현을 사용하지 말자고 하면 '당신이 뭔데 내가 표현할 권리를 침해하는 거냐'고 반발하는 사람도 있다. 혹은 '사회적 약자라는 이유만으로 내 표현의 자유를 막을 수 있느냐'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어떤 표현이 혐오 표현인지 아닌지는 분명히 자의적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자의적인 판단이 또 다른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개인의 인격 형성과 발전, 국민의 정치참여와 국가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칠 헌법상의 권리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표현의 자유가 '모든 권리보다 상위에 있어 다른 권리를 임의적으로 침해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혐오표현을 규제하려는 목적이 명확해야 한다.

즉 규제의 이유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려는 것이나 대상이 사회적 약자라서 무조건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 아니다. 사람이라면 당연히 합리적 이유 없이 상처받을 표현을 들어서는 안 되고 그 집단에 속한다는 이유만으로 매도되어서는 안 된다는 '인권적 원칙' 때문이다.  

내면화된 혐오를 극복할 키워드 '인권'

혐오표현을 규제하려는 노력은 사법적 개입 등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외부로 표현된 혐오표현 자체에 대한 법적인 개입만으로는 명백한 한계가 있다. 지금도 명예훼손이나 모욕죄로 처벌할 수 있지만 이는 혐오표현에 대한 사전적 예방이 아닌 사후적 처벌 수준으로 결코 '혐오 자체'를 없앨 수는 없기 때문이다.

혐오가 겉으로는 표현의 자유 문제처럼 보이지만 그 발생과 확대 배경에는 차별적 권력관계가 행위자에 내재되어 있다. 이에 대한 행위자의 인식과 구조가 변하지 않으면 혐오문제의 해결이 요원하다 할 수 있다.

결국은 혐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파편화된 관계를 회복하고 인권 감수성이 풍부한 인권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인권 존중의 사회는 사람이 사회적 관계 속에서 사람답게 살 수 있게 해주고, 다양한 차이가 차별로 이어지지 않으며, 서로를 배려하고 상호 존중하며 살아가는 사회이다. 

1948년 발표된 세계인권선언 제29조에 따르면, '모든 사람은 자신의 권리와 자유를 행사함에 있어서 타인의 권리와 자유에 대한 적절한 인정과 존중을 보장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혐오표현으로 분열되고 파편화된 한국 사회가 68년 전에 발표된 세계인권선언 제29조의 의미에 대한 깊은 성찰로 더욱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김종길 시민기자는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에서 일하고 있으며, 인권필진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대구인권시민기자단이 꾸려가는 '별별인권이야기'는 일상생활 속 인권이야기로 소통하고 연대하기 위한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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