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스필버그 <스파이 브릿지>, 토드 헤인즈 <캐롤>에 이어 5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한 또 한 편의 영화가 국내 관객을 찾는다. 에단, 조엔 코언 형제 신작 <헤일, 시저!>다.


<헤일, 시저!>는 미국 영화사의 황금기로 꼽히는 50년대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한다. 50년대는 영원한 첫사랑의 아이콘 오드리 햅번의 대표작 <로마의 휴일>을 비롯해 <이창>,  <수색자>,  <왕과 나>, <지상에서 영원으로>, <사랑은 비를 타고>, <쿼바디스> 등 수많은 명작이 만들어진 시대다. <에덴의 동쪽>, <이유 없는 반항>의 제임스 딘이 불안한 청춘의 상징으로 떠올랐던 시기도 이때다.

영화의 내용은 대략 이러하다. 예나 지금이나 할리우드는 자유분방하고 개성 강한 스타들이 벌이는 스캔들로 연일 몸살을 앓고 있었다. 50년대에도 스타들의 가십을 전문으로 다루는 매체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지금처럼 인터넷, 소셜네트워크가 발달하지 않았던 시대였기 때문에, 기자들 입단속만 제대로 하면 충분히 스캔들을 막을 수 있었다.

영화 <헤일, 시저!>의 에디 매닉스(조슈 브롤린 분)는 이러한 사건 사고를 신속하고 깔끔하게 처리하는 할리우드 최고 해결사로 정평 나 있다. 할리우드 유명 영화사 캐피탈 픽쳐스 대표이기도 한 에디는 툭하면 성당에 찾아가 신부에게 고해성사한다. 그는 언제나 영화사 소속 연예인들이 친 사고 뒤처리에 바람 잘 날 없는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고, 몸도 마음도 지쳐있었다. 그러던 중 영화사에서 가장 많은 공을 들이고 제작하는 영화 '헤일, 시저!'의 주인공 베어드 휘트록(조지 클루니 분)이 촬영 도중 납치되었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듣는다.


조슈 브롤린를 필두로 조지 클루니, 스칼렛 요한슨, 랄프 파인즈, 채닝 테이텀, 틸다 스윈튼, 프란시스 맥도맨드, 조나 힐 등 할리우드 내에서도 내로라 하는 유명 스타들이 총출동한 <헤일, 시저!>는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오락 영화다. 50년대 당시 할리우드 스튜디오 풍경을 그대로 재현한 세트를 배경으로 시종일관 유쾌한 분위기를 잃지 않으며, 적재적소에 터져나오는 유머 코드가 보는 이들의 배꼽을 잡게 한다. 하지만 낄낄 웃다가 막판에는 눈물을 찔끔 흘리게 하는 묘한 여운을 남긴다.

이 영화는 유명 배우들을 앞세워 50년대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한 가벼운 코미디 영화가 아니다. 동시대 주목받는 거장으로 불리는 코언 형제가 50년대 할리우드 고전 영화에 보내는 연서이자, 영화를 향한 뜨거운 애정이 묻어나는 영화다.

낄낄 웃다가 남는 묘한 여운


도무지 바람 잘 날 없는 사고뭉치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의 중심인물은 감독도, 배우도 아닌 영화사 월급 사장 에디다. 원활한 영화 제작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에디의 타들어가는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돌아가면서 대형 사고를 치는 배우들은 에디의 머리를 더욱 아프게 한다.

영화계 안팎에서 뛰어난 경영 능력을 인정받은 에디는 귀를 솔깃하게 하는 러브콜도 받지만, 그럼에도 영화 만들기를 놓지 않는다. 에디가 많은 돈을 버는 것도 아니요, 그것을 상쇄할 수 있는 명성을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할리우드, 영화를 향한 대중들의 환호와 열광은 언제나 감독과 배우들에게 쏠렸고, 영화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붓는 에디의 헌신을 기억하는 이는 많지 않다. 이쯤 되면 영화계에 환멸을 느끼고 떠날 법도 하다.

그럼에도 관객들에게 희망과 즐거움을 선사하는 영화에 대한 믿음이 있기에, 에디는 영화판을 떠나지 않는다. 오늘도 그는 힘찬 발걸음으로 촬영장이 있는 스튜디오로 향한다. 영화가 비록 그를 힘들게 할지라도 영화를 더욱 사랑하겠다는 에디의 다짐. 이 세상 모든 영화인을 향한 뜨거운 찬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