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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20~30대'라고 해서 반드시 청년 정치인은 아니다. 새누리당 비례대표 신보라 후보에 관한 이야기다. 그는 새누리당 비례대표 후보 중 7번에 배정됐는데, 이는 사실상 당선권이다. 언론은 새누리당이 청년을 비례 7번에 배치한 사실을 부각한다.

하지만 신보라 후보가 비례 7번에 포함되었건 17번에 포함되었건, 혹은 당선 여부를 떠나서 언론이 신보라 후보에게 '청년 대표'라는 수식어가 붙이는 게 더 눈에 띈다. 의아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방송 당시 신보라 '청년이 여는 미래' 대표는 '청년수당' 정책에 반대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그의 의견에 어느 누리꾼은 "물에 빠진 사람에게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려 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 연합뉴스TV에 출연한 신보라 후보 방송 당시 신보라 '청년이 여는 미래' 대표는 '청년수당' 정책에 반대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그의 의견에 어느 누리꾼은 "물에 빠진 사람에게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려 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 연합뉴스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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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의제에 관해서 발언하면 청년 정치인일까. 그렇다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어떤 지점에서는 청년 정치인이다. "청년 눈높이가 높기 때문"이라고 청년의 책임이라는 듯이 말해서 비판받았지만, 과거 청년 일자리 문제를 거론한 적이 있다. 하지만 김무성을 청년 정치인이라고 말하지 않는 이유는 그의 '나이' 때문이다. 청년 정치인은 청년 의제에 대해서 말함과 동시에 '청년 나이'인 정치인을 뜻한다.

정치에서 나이는 퍽 중요하게 여겨졌다. 정치적 수를 비롯해 인맥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나이'였고, 그래서 나이가 많을수록 발언권도 남다르다.

그런데 청년 정치인은 오히려 어릴수록 '청년 정치인'임을 인정받는다. 청년 정치인에게 중요한 덕목은 청년의 입장에서 말할 수 있는 청년으로서 '당사자성'이기 때문이다.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다. '여성 대표', '이주민 대표', '장애인 대표' 등과 마찬가지로 소수자를 가장 잘 대변할 수 있는 건 소수자 내부에 있는 당사자라는 인식이다.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선거에서 비례대표 명단이 작성되곤 한다.

과연 신보라 후보는 '청년 정치인'인가?

당사자성은 청년을 대표할 수 있는 조건이 되지만 역으로 청년을 온전히 대표할 수 없는 한계가 되기도 한다. 청년 집단은 사실상 '청년'이라는 한 단어로 묶을 수 없을 정도로 내부가 이질적인 집단이다. 1400만 명이 넘는 청년'들'은 나이 말고는 하나로 묶을 공통점이 없다. 지역, 성별, 학력, 학벌에 따라 수없이 나뉜다.

누가 어떤 세대론을 꺼내더라도, 그에 걸맞는 청년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이들을 '청년'이라는 하나의 틀로 규정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고 대부분 무의미하다. 그렇다면 당사자성을 내세우는 정치인은 수많은 청년의 특징, 수많은 당사자성을 모두 가진 '슈퍼 청년'일 수 있을까?

세대론이 많다는 것은 청년을 규정하기 힘들다는 반증이다.
▲ 세대론 세대론이 많다는 것은 청년을 규정하기 힘들다는 반증이다.
ⓒ 고함20 / 페르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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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그럴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당사자성의 함정'에 빠진 청년 정치인이 취할 수 있는 태도는 크게 3가지다.

1) 좌절한다.
2) 청년 집단 내 이질성을 무시하고 청년을 N포세대, 88만원 세대로 후려친다.
3) 청년 집단 내 이질성을 인정하고 수많은 청년을 최대한 가시화한다.

이중 신보라 후보가 선택한 방법은 2번으로 보인다. 신보라 후보는 노동개혁법 및 임금피크제와 관련한 이슈에서 끊임없이 '기성세대' 기득권 타파를 주장했다. 마치 청년 세대와 기성 세대의 대결구도를 설정해 청년 실업이 '기성 세대의 기득권 때문'이라고 보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노동개혁 입법'을 촉구하는 '릴레이 단식'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은 '세대'가 동일한 속성을 가졌고 동일한 경험을 하고 있으며 '다른 세대와 경쟁하고 있다'는 세대론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하지만 실업 문제는 소수 대기업 중심의 경제 구조와 노동 유연성의 증가, 경제 침체 등이 더 큰 원인이다. 또한 이는 세대를 막론하고 대다수 '사회구성원'이 처해 있는 문제다. 20~30대와 40~50대가 서로 대체 인력이 아니라는 점도 이미 여러 연구가 증명한 바 있다(관련 기사 : OECD도 청년층-고령층 일자리 대체효과 없다는데).

신보라 후보는 청년 당사자임을 내세우면서 청년(무려 1400만 명이 넘는) 내부의 다양성을 무시하고 하나의 속성으로 '청년'을 상정하고 이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기성'을 구성했다. 자연스럽게 청년과 기성은 '한정된 자원을 두고 싸우며 대립하는 한 쌍'이 된다. 이 프레임은 계급, 성별과 같이 일자리 문제의 '실제 원인'은 감추는 '마취제'가 된다.

청년 실업의 진짜 원인은 수면에서 사라진다. 신보라 후보는 '청년'을 내세우고 있지만, 청년과 기성의 대립 구도에서 기성 세대와 싸우는 '청년 행동 대장' 지위를 얻기 위해서만 청년을 내세우는 것으로 보인다. 세대 동질성을 강조하는 세대론을 전제하는 이상, 신보라 후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청년 vs. 기성'의 구도 외에는 다른 것이 없다.

그렇다면 청년 정치인은 무엇을 말해야 하나

물론, 청년 집단 내부가 '나이'라는 공통점만 있을 뿐 하나로 엮을 수 있는 공통된 틀이 없으므로 청년을 대표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표하기 어렵다'는 부분은 청년 내부의 여러 층을 더 세심하게 살피고, 다양한 특징의 청년을 대표할 방향으로 나아가는 문제의식의 출발점이 되어야 마땅하다. 청년을 '나약한 N포세대'로 포장하고, '노력하지 않는 니트족'으로 후려칠 근거가 되어서는 안 된다.

신보라 후보가 출연한 영상. 패러디 영상에서도 'N포세대론'은 죽지 않고 반복된다. 영상에서는 청년 세대가 취업하지 못하는 이유라며 "노동개혁 입법 안돼 못 한다고 전해라"라는 노랫말도 나온다.
▲ 국민의힘 동영상 신보라 후보가 출연한 영상. 패러디 영상에서도 'N포세대론'은 죽지 않고 반복된다. 영상에서는 청년 세대가 취업하지 못하는 이유라며 "노동개혁 입법 안돼 못 한다고 전해라"라는 노랫말도 나온다.
ⓒ 국민의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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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청년 정치인'이라고 하면 단지 나이가 청년인 사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청년 정치인은 청년 '밖'에 있는 사람이 미처 보지 못하고 지나치는 것, 편견이나 고정관념으로 해당 집단을 후려치는 것에 반대해야 한다. 청년이라는 울타리 '안'의 결을 섬세하게 살려 '밖'에서 보는 사람의 공감을 얻기 위해 당사자성을 발휘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끝은 결국 청년도(그리고 청년뿐만 아니라 다른 세대도) 사실은 '동등한 사회구성원'이라는 사실로 향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고 '밖'의 청년 담론과 논리를 청년 세대 '안'으로 끌고 와 그 안에 속한 사람들을 '마취'시키거나 설득하는 것은 어떠한가. 안팎이 서로 대등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는 '소통의 탈을 쓴 권위주의'일 뿐이다.

이 점에서 새누리당의 '기성 vs. 청년 세대' 프레임을 그대로 답습하고, 청년에게 N포세대론과 순응을 강요하는 신보라 후보는 청년 대표로서 부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청년에게는 신보라 후보 같은 '정치인'이 아니라, 세대 프레임을 극복하고 청년을 사회구성원으로 인정하는 '청년 정치인'이 필요하다.


태그:#신보라, #새누리, #청년, #비례, #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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