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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2016 총선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3월 23일 더민주의 김종인 대표는 항간에 떠돌던 사퇴설을 거두고 대표직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더민주는 총선을 앞두고 당지도부 붕괴라는 예상치 못했던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당의 전열을 정비할 수 있게 되었다.

우선 더민주 입장에서 보면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필자는 김종인 대표의 23일 발언 내용을 본 후 앞으로 총선 이후 더민주의 앞 날이 순탄하지 않을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최근에 발생한 당내 불협화음이 또 다시 재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다소 비관적인 전망을 하게 되었다.

필자는 지금 예언가처럼 단정적인 결론을 내리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현 시점에서 비관적 전망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함께 살펴보고, 그에 따른 대책을 제대로 세워서 비관적 전망이 현실화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 글을 쓴다.

중도로 프레임화 되고 있는 김종인 대표

김종인 "당 정상화에 최선 다하겠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거취에 대해 입장을 밝히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이날 김 대표는 "나름대로 책임감을 느껴 고민 끝에 당에 남겠다 생각했다"며 "처음 약속 한 대로 모든 힘을 다해 당 정상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김종인 "당 정상화에 최선 다하겠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거취에 대해 입장을 밝히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이날 김 대표는 "나름대로 책임감을 느껴 고민 끝에 당에 남겠다 생각했다"며 "처음 약속 한 대로 모든 힘을 다해 당 정상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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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대표 사퇴설이 불거진 이후 주류 보수 언론에서는 친노운동권 대 김종인(중도 실용) 이라는 이항대립적 프레임을 통해서 더민주 내분을 보도했다. 이는 운동권 담론이 부정적으로 프레임화된 것을 이용한 것이다.

그리고 3월 23일 김종인 대표는 당내 일부 세력의 정체성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수권 정당으로 갈 수 없다고 말했다. 여기서 김종인 대표가 가리키는 대상은 운동권, 즉 광의의 친노세력으로 불리우는 친노운동권을 의미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만한 사실이다.

그런데 김종인 대표는 이 날 매우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나중에라도 당을 떠날 수도 있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비례대표 수용 여부에 대한 질문의 답을 하는 과정에서 그는 자신이 비례대표 의원을 하겠다고 하는 것은 단지 국회의원을 한 번 더하자는 차원이 아니라 더민주를 제대로 만들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필자는 김종인 대표의 말이 그의 진심이라고 판단한다. 실제로 그는 진짜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그의 행동을 단지 의원직이라는 사적 욕망으로만 해석하면 몇 가지 해명이 안 되는 점들이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와 같은 이유 때문에 필자는 앞으로의 상황이 매우 우려된다고 보는 것이다. 왜 그런가?

문재인 전 대표의 과오는 무엇인가

문재인 대표가 김종인을 영입한 것은 소위 중도화 전략의 일환이다. 사실 중도화 전략은 모든 정치세력이 지향하는 바다. 그것을 잘하는지 아닌지가 중요한 것이지, 중도화 전략을 시도한다고 해서 정치세력의 정체성을 훼손한다고 비판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못하다.

단적으로 김대중도 1992년 대선을 앞두고 정책적 차원에서 뉴DJ 플랜을 내세웠고, 97년 대선에서는 인물과 정치세력을 향해서도 중도화 전략을 펼쳐서 DJT(김대중+김종필+박태준) 연합 및 연대를 이뤄냈다. 2002년 대선에서도 노무현 후보가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정몽준과 단일화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재인 대표의 중도화 전략은 위와 비교해서 볼 때 매우 치명적인 한계가 있다. 그것은 중도를 대변할 수 있는 상징을 김종인에게 그냥 위임해버렸다는 사실과 관련이 있다. 그 결과 김종인 대표는 운동권 세력으로 포지션되는 기존 더민주 외연 확장에 있어 하나의 독립변수로써의 위상을 획득해버렸다.

김종인 대표가 이 같은 구도를 모를 리 없다. 비례대표 공천안 파행과정을 보면 김종인 대표와 기존 더민주 정치인 중심의 비대위가 모두 공동책임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그런데 김종인 대표는 여기에서 본인의 과오를 진솔하게 인정하기는 커녕 오히려 '일부 세력 정체성 문제 해결'을 언급하면서 이 사안을 노선 갈등으로 치환시키고 있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나? 결국 앞으로 김종인 대표는 더민주 중도화 전략의 키를 본인이 쥐겠다는 것이고, 그래서 만약 자기 뜻대로 되지 않거나 한다면 언제든지 이번처럼 벼랑끝 전술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다. 그것의 구체적인 형태는 '탈당과 함께 비례대표 의원직 사퇴'인데, 실제 김종인 대표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탈당과 비례대표 의원직 사퇴'를 언급했다.

김종인은 중도화 전략의 대표 주자로서는 부족한 인물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거취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거취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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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김종인 대표의 중도화 전략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인물이라면 상관없을 수 있다. 그런데 김종인 대표가 이번에 보여준 행태를 보면 그는 매우 독선적이며, 르네상스형 지식인처럼 행세하면서 기존 민주당이 구축해놓은 여러 가치에 대해서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낸 바 있다.

사실 지금은 선거를 목적에 두고 있고 그가 절대적 권한을 쥐고 있는 당 대표이기 때문에 그의 여러 문제점에 대한 당 내 논쟁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그는 몇 가지 부분에서 단순한 실언이라고 보기 힘든 매우 경직된 인식을 보여 준 바가 있으며, 이는 더민주 고유한 가치와 충돌되는 것이었다.

이러한 사안에 대해서 김종인 대표가 과연 열린 사고로 대응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을 보면 그는 '낡은 진보 세력의 고루한 관념과 태도'라고 대응할 가능성이 크고, 자신의 뜻대로 해야만 중도화 전략이 성공할 수 있다는 방식으로 밀고갈 가능성이 높다.

그것은 그가 당 대표를 물러나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왜냐하면 그는 총선이 끝나도 더민주 내의 뉴스메이커가 될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그가 운동권과 대립된 중도적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처럼 포지셔닝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약간 다른 차원에서 보면 김종인 대표는 1인자가 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기존의 다른 정치인처럼 1인자를 높이면서 자신을 낮추는 2인자의 역할을 할 생각도 없다. 체질적으로도 그런 것이 맞지 않는 인물인 것이 확실해 보인다. 그러한 그의 개인적 성격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다.

그는 더민주당 정신적 지주라고 할 수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 관련한 일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말을 할 뿐만 아니라 더민주 내의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인 문재인 대표에게도 마치 교사가 학생을 가르치듯이 훈계를 하고 있고,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에게는 매우 험한 말도 가리지 않고 있다.

그래서 그에게 김종필과 같은 정치적 2인자의 역할을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못하다. 따라서 더민주 중도화 전략을 위한 길목을 그가 독점적으로 차지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총선 이후 더민주 진로 설정 등에 있어서 매우 큰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 상황인 더민주에게 바람직한가?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야당의 중도화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먼저 야당의 전통적인 기반을 재구축한 뒤에 중도화 전략을 추진해야만 한다. 지금 민주당 계열 정당의 기본 기반은 호남 + 운동권 이다. 노무현 대통령 집권 이후 친노 세력이 새롭게 결합되었는데, 친노와 운동권 사이에는 공통 고리가 존재하기 때문에 요새는 친노운동권으로 포괄적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그런데 지금은 두 세력이 분리되어 있다. 길게 보면 2003년 민주당 분당 때부터 이어져온 과정인데, 그 당시에는 후자가 정당개혁과 지역주의 타파라는 몇 가지 명분을 갖고 무리한 행동을 하다가 결과적으로 호남에 대한 부정적 프레임화가 이뤄지도록 하였다. 결국 전통적 지지기반인 호남에 상처를 준 것이다.

그리고 그로 인해 형성된 반노 세력은 실용진보를 내세우는 안철수와 결합하면서 이제는 친노운동권을 낡은 진보라는 부정적 프레임화를 덧씌우고 있는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역편향의 오류이며 (친노)운동권을 왜소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런데 이처럼 전통적 지지층의 분화가 과연 야권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가? 필자는 이에 대해서 매우 비판적이다. 중도화 전략, 실용진보 모두 필자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렇지만 그것은 원래 야당의 기반이었던 호남 + 운동권의 결합을 통한 내적 역량의 공고화 위에서 이뤄져야만 하는 것이다.

그렇지 못하다 보니 무리수가 나오게 된다. 한 쪽이 비어있는 것에 대한 힘의 불균형과 초조함 때문에 무리수가 양 당 모두에게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김종인 파동도 그 연장선상에서 볼 수 있는 것이다. 김종인은 정치적 상품성이 있기 때문에 비례2번 정도로 영입하고 당 내 특별기구 정도를 맡아서 본인의 강점인 경제 분야에서 역할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했다.

그렇지만 친노운동권이 왜소화되어 있다는 현실을 단박에 만회하고자 하는 의도에 어떻게 보면 무리수를 두게 된 것이다. 이 글의 주된 분석 대상은 아니지만 국민의당 역시 동일한 매커니즘에 의한 무리수를 두고 있다. 이 모든 상황이 참으로 안타깝다.

민주당 계열 정당은 중도화 전략, 실용진보 등을 강조하기에 앞서 전통적 지지층을 복원시키는 것에 먼저 힘을 써야 한다.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 여러 전략을 구사해보았자, 제대로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호남과 운동권이 모두 부정적 프레임화가 덧씌워진 상황에서 우회로를 찾아보았자, 그 길은 낭떠러지로 이어지게 되어 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여러 인물을 영입해도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 단적으로 김종인의 경우만 보아도, 그는 야당이 활용하기에 따라서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는 정치적 상품성이 있는 인물이었다. 그럼에도 야당의 기반이 허약하다 보니 결국 그의 부정적 측면이 크게 노출되어 양 쪽 다 상처를 받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야권 지지층의 복원이 시급하다. 이것이 김종인 파동이 야권에게 주는 교훈이라고 생각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장신기 기자는 사회학 박사이며 김대중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한국 사회 보수화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하여 진보에서 보수로 정치적 정체성의 변화를 보인 일반인 32명을 심층인터뷰하여 <사람들은 왜 진보는 무능하고 보수는 유능하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제목의 책을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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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 박사입니다. 올 해 2월에 '진보 오리엔탈리즘을 넘어서-반노무현주의, 탈호남 그리고 김대중 노무현의 부활'을 냈습니다. 뉴라이트 세력에 의해서 형성된 진보 내부의 의식의 식민화 현상을 분석한 책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왜 진보는 무능하고 보수는 유능하다고 생각하는가'(2016),'이인제는 이회창을 이길 수 없다-노무현 필승론'(2002) 등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