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새해가 밝자 마음이 앞선 사람들은 너도나도 작년 한 해 미디어를 휩쓴 '먹방'의 후속 주자 점치기에 바빴다. 이 이야기는 곧 '먹방'이나 '쿡방'이 더이상 매력적인 콘텐츠가 아니라는 것이다.

진부해진 먹방과 쿡방 홍수 속에 돌아온 시즌2

 집밥 백선생

집밥 백선생 ⓒ tvN


이에 각 먹방 프로그램은 여러 변화를 모색했다. 본의 아니게 MC를 교체해야 했던 JTBC <냉장고를 부탁해>는 몇 명의 인턴 MC를 거쳐 김성주와 축구 중계로 호흡을 맞춘 바 있는 안정환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고, 분위기 쇄신에 성공했다. 후발주자였던 <백종원의 3대 천왕>은 아이돌 하니를 합류시켜 젊은 층의 관심을 끌려고 애쓰는 중이다.

하지만 새로운 시도가 늘 성공적인 것은 아니다. JTBC는 <비정상회담>의 스핀오프 격이었던 <네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가 성공적으로 안착하자, <냉장고를 부탁해>의 세계 편으로 <쿡가대표>를 마련했지만, 그 반향은 기대보다 미미하다. 그런 가운데, 작년 '집밥' 열풍과 '백선생' 열풍의 주인공이었던 <집밥 백선생>이 시즌2를 선보인다.

올리브 <한식대첩>의 박학한 심사위원을 시작으로,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젼>을 거쳐 <집밥 백선생>의 열풍을 이끌었던 백종원. 그는 이런 프로그램의 성공을 기반으로 그의 이름을 건 요식업체들은 거침없이 매장을 확대하는 중이고, 역시나 그의 이름을 건 SBS <백종원의 3대 천왕>도 이끄는 중이었다. 그런 가운데 '만능 간장' 등 각종 비법을 충분히 전수한 듯 보였던 <집밥 백선생> 시즌2를 또다시 시작한다는 것은 '과유불급'처럼 보였다.

이미 대중이 피로도를 느끼기 시작한 먹방과 쿡방. <집밥 백선생> 제작진이 시즌 2에 던진 묘수는 제자 군단의 전격 교체다. 한 시즌동안 호흡을 맞추며 백종원만큼이나 집밥의 대명사가 된 이들을 교체하는 것으로 자칫 진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집밥 백선생>에 변주를 줬다.

시즌1 제자들은 그 면면에서 '집밥'의 필요성을 각인시켜주는 인물들이었다. '기러기 아빠' 윤상, '돌싱' 김구라, 거기에 젊은 싱글족 제자들까지. 요리 왕초보인 이들에게 쉽고 간편한 요리법을 안내하며 막연히 요리에 두려움을 느끼는 시청자들을 요리의 세계로 이끄는 데 일조했다. 그렇다면, 심기일전을 위해 새롭게 불러모은 제자들은 과연 시즌1의 열풍을 이어갈만 할까?

22일 첫 선을 보인 <집밥 백선생> 시즌2. 시즌1처럼 백선생보다 제자들의 면면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시즌2의 당위성을 설득해 낸 새 제자들 

 집밥 백선생

집밥 백선생 ⓒ 이정민


소개 동영상에서 제일 먼저 선을 보인 것은 배우 이종혁. 이미 육아 예능 프로그램에 아이들과 함께 출연해 친숙해진 그가 '달걀' 요리를 한다. 하지만 호언장담에도 불구하고, 결국 백선생이 닭의 잡내 때문에 시식 못 할 수준의 요리를 만들고 만다. 아내가 요리하는 것을 본 적은 있지만 스스로 해본 적이 없다는 그의 '대충대충 요리'는 '교정'이 절실해 보인다.

그의 뒤를 이어 등장한 장동민도 만만치 않다. 완벽주의자라며 제법 칼질을 해 보이는가 싶더니, '창조'를 운운하며 낙지 젓갈을 볶음밥에 퍼부어, 비린내 범벅으로 만들고 만다. 위기 상황이 닥치자 엄마를 부르고 마는 이 늙은 철부지 아들에게도 가르침은 필수적이다. 자칭 타칭 요리 블로거 정준영의 요란한 빈 수레도 마찬가지다.

이렇듯 세 제자의 면면에서, 이미 한 시즌을 끝낸 <집밥 백선생>의 가능성이 보인다. "어떻게 시즌2를 이끌어 가나 걱정했는데 제자들의 실력을 보니 마음이 놓인다"는 백선생의 웃음기 어린 고백이 빈말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그렇게 세 명의 제자를 통해 <집밥 백선생>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보인 방송은 "52년 동안 엄마 밥만 얻어먹었다"는 김국진에서 화룡점정을 찍는다.

눈앞에 프라이팬도 못 찾고, 가스 불 하나 켜지 못하는, 마치 생전 처음 부엌에 들어온 듯한 '요리 신생아' 김국진의 모습은 요리 가르침의 절실함을 보여줬다. 더구나 여든이 넘은 어머니가 "이제 너에게 음식을 해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전언에서 김국진의 요리 배우기는 간곡하기까지 한다. 기러기 아빠도 아니고 이혼한 지도 오래된 그의 존재가 새삼스레 '쿡방'의 새 가능성을 열어 보인다.

김국진을 비롯한 네 명의 제자들은 시즌1의 네 제자처럼 요리가 필요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묘하게 시즌1의 네 제자와 다르다. 시즌1의 네 제자가 '원론'이었다면, 이제 새로운 네 제자는 그 한 명, 한 명이 스핀오프로서의 '집밥'의 가능성을 열어 보인다. 진부한 소재, 뻔할지도 모르는 콘텐츠가 신선한 가능성으로 탄생하는 순간이다. <집밥 백선생> 시즌2의 기묘한 한 수는 결국 콘텐츠의 진부함을 불러오는 건, 콘텐츠의 기간이 아니라, 제작진의 관성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집밥 백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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