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공사창립특별기획 <태양의 후예>에서 특전사 선임상사 서대영 역의 배우 진구가 22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진구는 KBS 2TV <태양의 후예>에서 특전사 부사관 서대영 역을 맡아 데뷔 14년 만에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 이정민


물론 모든 배우의 목표가 '스타'는 아니다. 하지만 스타가 될 요소를 충분히 갖췄음에도 기대만큼 뜨지 못하는 이들을 지켜볼 때면 왠지 모를 안타까운 감정에 그의 성공을 빌게 된다. 그러다 그가 좋은 작품을 만나 스타로 거듭나는 모습을 지켜볼 때면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의 최종장을 맞이한 듯, 벅찬 감동이 밀려든다.

진구는 꽤 많은 사람에게 그런 배우였다. 데뷔작의 임팩트가 워낙 컸던 탓일까? 2003년 SBS 드라마 <올인> 이병헌 아역으로 혜성처럼 데뷔한 진구는 이후 영화 <식객:김치전쟁> <26년> <쎄시봉> 등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음에도 대중의 뇌리에 깊게 남지는 못했다. 데뷔 13년만인 2016년. 진구는 KBS 2TV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상남자 서대영 역을 맡았고, 드디어 빵 떴다.

22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진구는 "기분은 좋지만 실감 나진 않는다"며 웃었다.

"최근 SNS를 시작했는데 팔로워 숫자와 댓글들 보면서 조금씩 느끼고 있어요. 제가 잘 됐다는 느낌보다는 드라마가 어마어마하게 이슈가 되고 있구나 싶죠. 제가 정말 잘 됐는지는 다음 작품 들어오는 걸 봐야 알 것 같아요. 아직은 모르겠어요."

 KBS 2TV 공사창립특별기획 <태양의 후예>에서 특전사 선임상사 서대영 역의 배우 진구가 22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진구는 '시청률 보증수표'라 불리는 김은숙 작가의 작품에 출연하며, 기대 보다 걱정이 더 됐다고 말했다. ⓒ 이정민

연륜이 쌓인 탓일까? 갑작스러운 인기에도 진구는 의연한 모습이었다. 그는 이미 13년 전 데뷔작으로 인기 거품이 꺼지는 과정을 겪어봤다. 진구는 "그때 받은 충격으로 내공이 생겼"다며 "사실 지금의 인기도 반신반의하고 있다"며 웃었다.

"어차피 빠질 거품이라는 거, 겪어봤으니 알죠. 하지만 '안돼 안돼' 하면서 전전긍긍하기보다 그냥 이대로 멋지게 즐기고 싶어요. 이렇게 뜨거운 관심 다신 못 받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받고 있잖아요. 이 인기가 사라지더라도 꾸준히 연기하다 보면 또 기회가 있지 않겠어요? 지금 거품이 꺼지더라도 다음 거품 기다리면서...." (웃음)

연관 검색어 : 진구 결혼

현재 포털 사이트에서 '진구'를 검색하면 연관검색어로 '진구 결혼'이 뜬다.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뒤늦게 진구에게 빠진 이들이 이제야 그가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충격이다', '슬프다'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결혼 사실을 숨긴 적은 없는데 모르셨던 분들이 의외로 많더라고요. 그만큼 제가 급하게 핫해진 거겠죠. 전에는 제게 관심이 없으니 제가 결혼을 했는지, 아이가 있는지, 모르셨던 거고요."

그를 '늦깎이 스타'로 만들어준 <태양의 후예>는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의 여왕이라 불리는 김은숙 작가의 작품. 하지만 정작 진구는 김은숙 작가 드라마는 <파리의 연인> 말고는 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 역할이 탐나기도 하고, 드라마로 뜨거운 사랑을 받는 배우들이 부러워서 한국 드라마 자체를 잘 보지 않았다고. 김은숙 작가의 작품에 처음 출연한 그는 "왜 작가님 드라마가 신드롬급 인기가 있었는지 알겠"더라면서 "요즘 시청자 입장에서 너무 재미있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은숙 작가 시나리오에 송중기-송혜교 커플의 출연까지, 어찌 보면 <태양의 후예> 신드롬은 예고된 일이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진구는 기대보다 걱정이 더 됐다고 한다.

"물론 작가님이나 송중기 송혜교의 인기, 위상 잘 알죠. 하지만 그분들이라고 모든 작품이 100% 잘 될 순 없는 거잖아요. 그들도 한 번 삐끗할 수 있는데, 그게 나 때문이면 어쩌나 하는 우려가 더 컸어요."

이런 걱정을 비웃기라도 하듯 <태양의 후예>는 한국을 너머 중국, 태국 등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진구가 맡은 늠름하고 올곧은 상사 서대영은 검정고시 출신 특전사 부사관으로 육사 출신 중위이자 특전사 사령관의 딸인 윤명주(김지원 분)와 계급과 조건을 뛰어넘는 절절한 러브스토리로 국내외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 한장면. 서대영 상사(진구 분)와의 교제를 반대하는 아버지로 인해 윤명주 중위(김지원 분)는 본국으로 발령이 나고, 두 사람은 이렇게 헤어진다. 드라마에서 늠름하고 올곧은 상사 서대영은 특전사 사령관의 딸인 윤명주 중위와 계급과 조건을 뛰어넘는 절절한 러브스토리로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 한장면. 서대영 상사(진구 분)와의 교제를 반대하는 아버지로 인해 윤명주 중위(김지원 분)는 본국으로 발령이 나고, 두 사람은 이렇게 헤어진다. 드라마에서 늠름하고 올곧은 상사 서대영은 특전사 사령관의 딸인 윤명주 중위와 계급과 조건을 뛰어넘는 절절한 러브스토리로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 KBS

그의 결혼 사실을 모르는 몇몇 해외 팬들은 그의 SNS에 '제발 윤명주(김지원 분)와 진짜 사귀어 달라'는 청원 아닌 청원 댓글을 쏟아내고 있을 정도. 진구는 "넓게 해석하자면 연기가 제대로 전달됐다는 뜻이니 기분 좋다"며 밝게 웃었다. 질투는커녕 '구원 커플(진구-김지원 커플 별칭)'을 응원하고 있다는 쿨한 아내의 반응도 함께 전하며.

진구는 '구원 커플'의 인기요인에 대해 "시청자분들이 제가 누군지 잘 몰라서"라는 다소 뜬금없는 분석을 내놨다. 아무래도 많은 이들에게 자신이 낯선 얼굴이라 더 감정이입하고 공감하기 좋지 않았겠냐는 것이다. 이어 "시청자분들이 이른바 진부한 멜로를 좋아하시는 것 같더라, '구원 커플'이 시청자분들의 그런 욕구를 긁어주지 않았나 싶다"고 덧붙였다.

"김지원은 내 14년 연기인생 역대급 여배우"

그는 상대역인 김지원을 "내 14년 연기인생의 역대급 여배우"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명주(김지원)랑은 정말 대화를 많이 했어요. 주로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는데, 명주가 막내에다 큰 작품에 들어가는 부담까지 있었는지 매 신마다 고민이 많았거든요. 제가 원래 여배우들과 이야기하는 걸 불편해해서 같이 작품 해도 대화가 그렇게 많지 않았는데, 명주랑은 다음 작품에서 만나도 어색하지 않을 느낌이에요. 제가 결혼했으니 둘 다 부담 없이 더 친해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김지원은 지난 16일 있었던 기자간담회에서 "진구씨가 처음에 대본만 읽고 윤명주 역으로 메간 폭스 느낌의 여배우를 상상했다더라"며 서운함을 토로한 바 있다. 이를 언급하자 진구는 "술자리에서 농담처럼 한 이야기였는데 상처였나보다"라고 웃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실제 제가 군대에 있을 때, 섹시하고 멋있는 전사 느낌의 여군들을 많이 봤어요. 그래서 그런지 대본을 봤을 때 윤명주가 카리스마도 있고 하니까 자연스레 그런 느낌의 여배우를 떠올렸죠. 그런데 귀엽고, 귀엽고, 귀여운 김지원이 나타난 거죠. 처음엔 귀여운 동생 같은 느낌이라 '쟤가 남자들의 가슴을 뛰게 만들 수 있을까?' 싶기도 했는데, 방송으로 보니 제가 상상했던 느낌이랑 비슷하더라고요. 적격이었어요."

그는 '구원 커플' 명장면으로 공항에서 엇갈리며 끌어안던 장면과 우르크 지진 이후 재회한 두 사람이 수돗가에서 나누던 대화 장면을 꼽았다. 특히 수돗가 재회신은 "대본만 봤을 때도 이 장면은 잘 나올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래서 굉장히 공들여 찍었는데 기대만큼 잘 나와 다행"이라고 말했다.

 KBS 2TV 공사창립특별기획 <태양의 후예>에서 특전사 선임상사 서대영 역의 배우 진구가 22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데뷔 14년 동안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온 진구. 그는 "한 번도 연기를 포기하고 싶다거나 좌절했던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 이정민

"아직 서대영은 오글거린다고들 말씀하시는 대사 얼마 안 했는데, 앞으로 많이 나옵니다. 기대하셔도 좋아요. 확실한 건 전반부보다 후반부가 훨씬 재밌다는 거예요. 네 배우의 감정이 급하게 깊어지고, 전개도 스피디해요. 큰 반전은 없지만 작은 반전들이 많아 놓치시면 아까울 겁니다. 저 이런 말 정말 잘 안 해요. 제가 찍은 영화라도 재미없으면 에둘러서 말하고 말지 꼭 봐달라고 절대 안 해요. 하지만 <태양의 후예>는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어요."

특전사 다음은 사기꾼

<태양의 후예>는 100% 사전 제작돼 모든 촬영이 종료된 상태다. 진구는 현재 임시완과 함께 영화 <원라인>을 촬영 중이다.

"서대영과 완전 다른 캐릭터에요. 연기하는 진구를 좋아하셨다면 환호하실 것 같고, 서대영을 좋아하신 분이라면 싫어하실지도 모르겠어요. <태양의 후예>에서 각 잡힌 멋진 남자를 연기했다면, <원라인>에서는 내공이 장난 아닌, 초고수의 이미지예요. 사기꾼이거든요."

진구는 인터뷰 내내 지금의 관심을 "금세 꺼질 거품"이라고, "<태양의 후예>에 대한 관심이지, 배우 진구에 관한 관심은 아직 아니"라고 말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지금까지의 진구는 이제 더는 없다. <태양의 후예>로 한국뿐 아니라 해외 시청자들의 뇌리에 이미 깊게 각인이 됐기 때문이다. 진구는 이제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을까?

"제가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하나예요. 내가 관객이 지불하는 티켓값 7000원 값어치를 할 수 있는 작품인가. 드라마는 시청자의 60분을 뺏어도 되는 작품인가. 이게 아니라면 수천억을 준다 해도 못할 것 같아요. 실망을 드리면, 다음 작품이 없을 테니까요."

흥보다 망이 많았고 성보다 쇠가 많았던 연기인생이었지만 그는 "한 번도 포기하고 싶다거나 좌절했던 적은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그 과정에서 이런저런 것들을 느끼며 성장했다고 자평했다.

"제가 끊임없이 작품을 하고 있다는 게 방증인 것 같아요. 연기 시작한 이후로 한 번도 (일이 없어서) 생계에 문제가 생겼던 적은 없거든요. 많은 분들은 몇 년에 한 번씩 제 작품을 기억하시고 몇 년에 한 번만 일 한다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요. (웃음)

전 14년 동안 나름 베테랑이 됐다고 생각해요. 더 오래 일하신 선배님들 뵈면 부럽고, 존경스럽고, 선배님들처럼 될 날이 기다려지기도 하고 그래요. 전 제가 많이 성장했다는 걸 느끼거든요. 늘 제자리에 있다고 생각했지만, 지나고 보니 엄청 많이 올라와 있더라고요. 만약 타임머신이라는 게 있다면 전 제가 마지막으로 연기하는 날로 가보고 싶어요. 잘하고 있을 것 같거든요. 더 능숙하고 연기 잘하는 제 모습을 보고나면 빨리 늙고 싶을 것 같아요."

미래에 자신은 분명 더 능숙하게 연기를 잘하고 있을 거라 확신하는 낙관성, 그런 모습을 보기 위해 심지어 빨리 늙고 싶다 말하는 열정 - 진구, 그는 천상 배우다.

 KBS 2TV 공사창립특별기획 <태양의 후예>에서 특전사 선임상사 서대영 역의 배우 진구가 22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진구는 인터뷰 내내 지금의 관심을 "금세 꺼질 거품"이라고, "<태양의 후예>에 대한 관심이지, 배우 진구에 관한 관심은 아직 아니"라고 말했다. ⓒ 이정민



진구 태양의 후예 서대영 구원커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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