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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떨리는 분노로 더불어민주당을 떠납니다.

평당원 하나가 당을 떠난다고,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만은, 1985년 2.12 총선 이래 30여년간 당을 지지해온 지지자로서 그리고 한때는 당에 몸을 담았던 당직자로서, 도저히 분노를 삭힐 길이 없어 한마디라도 해보고 떠나려 합니다.

김대중, 노무현으로 상징되는 (더불어)민주당은 폭압적 군부독재에 맞서 이 나라 민주화를 이끌어낸 자랑스런 당이고, 분단된 조국을 하나로 이어보려고 남북화해와 협력을 성취해낸 당입니다.

그런데 선거를 앞두고 당이 어려움에 처하자, 당에서는 김종인이라는 분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이하 김종인 대표)로 모셔왔습니다. 궁금해서 위키백과를 찾아보니 김종인 대표에 대해 자세하게 나와 있습니다.

정당 경력만 보면

- 1981년부터 여야를 넘나들며 비례대표로만 4선 국회의원을 지냈다

라는 의미심장한 구절이 있고,

- 81년과 85년, 전두환 정권에서 2번 비례대표를 하고,

- 92년에는 민자당에서 비례대표를 하다가, 동화은행에서 2억여원을 뇌물로 받아 구속되어 2년간 수감생활.

- 2004년 당적을 바꿔 새천년민주당에서 비례대표(순번 2번).

- 2011년 한나라당비상대책위원

이렇게 나오네요.(묘하게 2라는 숫자와 연관이 많으시네요...이번 비례대표 파동도 2번 때문인데요).

나는 이러한 당혹스런 경력을 지닌 분이 오셔서, 김 대표님은 범인이 알 수 없는 심모원려(深謀遠慮)가 있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더민주 공천 과정을 보면서, 특히 비례대표 공천과정을 보면서, 심모원려보다는 당혹스런 쪽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드네요.

게다가 우리 같은 평당원을 더 분노케 만드는 것은, 당의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분들이 아무런 말도 못하는 점입니다. 자신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어서 그랬나요?

내 자신의 단견인지는 모르지만 이해찬, 전병헌 의원은 분명 우리 당의 자산입니다. 이런 분들을 아무런 합당한 논리도 없이 그냥 친노니까, 또는 보좌관 비리가 있으니 잘라버린다?

특히 이해찬 의원이 누굽니까? 박정희, 전두환의 폭정에 맞서 싸운 민주투사이자, 5선의원이고 김대중 노무현 정권을 거치면서 행정을 경험한 그야말로 당의 소중한 자산이 아니던가요? 전두환 밑에서 두 번이나 비례대표를 지낸 사람이, 지역구에서 가장 경쟁력이 있고, 전두환과 맞서 민주화를 쟁취해온 사람을 "정무적 판단"이라는 말 한마디로 잘라버리나요?

김종인 대표가 작성한 비례대표 명단을 봅시다. 정당의 비례대표란 그 당을 위해 헌신했거나, 아니면 앞으로 당을 위해 헌신할 사람들 또는 당의 정체성을 잘 구현할 분들을 모셔오는 자리 아닌가요?

기초과학이 중요하다고 해서, 여성 수학교수를 1번에 올리셨더군요. 표절 의혹이 있는 분인데요. 왜 하필 더불어민주당의 정체성을 구현하고, 국가기초과학을 발전시킬 수학자로 표절 의혹이 있는 분을 모셔오시나요?

게다가 더 문제는 처음 비례대표 명단을 보면, 더불어민주당을 위해 헌신한 적이 없고, 앞으로 어떻게 헌신할지도 모를 분들이 한두 분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정당에서 얘기하는 표의 확장성이 있는 분들도 아닌 것 같고요..

그동안 당에서 친노 패권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목소리 높이던 분들, 다 어디 가셨나요? (더불어)민주당 간판으로 편하게 선수를 쌓아온 의원들은 왜 꿀먹은 벙어리인가요? 배지 한번 더 달아서 무엇에 쓰시려고요? 노무현 대통령이 대선에 승리한 것은 참다운 패배를 했기 때문이라는 역사적 교훈을 망각하셨나요. 그저 오늘만 편하면 되는 건가요?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이 더불어민주당 보고 "곱게 미치라"고 일갈하셨더군요. "당을 통째로 내주고 싶냐? 영혼을 팔아먹은 인간들" 하시면서요. 참으로 동감입니다.

저는 당직 생활을 10여 년 했습니다. 그 사이에 국회의원 한번 해보려고 당에서 수십 년간 헌신하다가 결국은 쓸쓸히 퇴장하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매우 많이 보았습니다. 김종인 대표님은 4번이나 비례대표를 하셔서, 국회의원 되는 것이  쉽다고 생각하시는 모양입니다. 절대 그렇지가 않습니다. 지역구에서 출마하는 분들은 그야말로 사력을 다해야만 금배지를 달 수 있습니다.

참 사족같은 이야기입니다만, 김 대표님이 딱 한번 지역구에 출마해서 낙방하셨더군요. 그것도 당시 야당인 이해찬 의원님에게요. 아무튼, 이리저리 말을 바꾸시면서 본인이 셀프로 비례대표 2번을 제출해서, 결국 사단이 벌어지고 말았지요. 그리고 나서는 당무 거부 하시면서 더불어민주당에 대해 갖은 험한 말씀을 하시네요. 몇가지만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 인격적으로 그 따위로 대접하는 그런 정당에 가서 일을 해주고 싶은 생각이 추호도 없다.

- 내가 여태까지 스스로 명예를 지키려고 산 사람인데 그런 식으로 말을 그렇게, 아주 욕보이게 하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저는 이런 보도를 접하면서 너무 화가 났습니다. 도대체 김 대표님이 어느 정도의 도덕성을 갖추셨고, 얼마큼 민주주의에 헌신을 하셨길래, 공당이자 제1야당이고 이 나라 의회민주주의를 수호해온 더불어민주당에게 거의 막말에 가까운 소리를 퍼부을까요? 게다가 명예를 흠집내는 것은 도저히 못참겠다고 막 꾸짖네요. 김 대표님의 어떤 명예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민자당 국회의원 시절, 동화은행에서 2억여 원을 뇌물로 받아서, 2년간 복역한 경력이 있는 분이 말씀하시는 명예는 무엇인가요? 혹시 전 국민이 알고 있는, 김 대표님을 지켜줄 명예가 있는데, 저만 모르고 있는 건가요?

또 이런 보도도 있네요.

[김 대표는 21일 서울 광화문 인근의 자신의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13대 총선 당시 김 전 대통령이 '돈이 없어서 앞 번호를 못 받고 12번을 받았기 때문에 평민당 여러분이 안 찍어주면 김대중이 국회도 못 가니 표를 달라'고 발언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나는 그런 식으로 정치 안 한다. 솔직하게 하면 하는 것이고 안 하면 안 하는 것이지, 2번 달고 국회의원을 하나, 12번 달고 국회의원을 하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한국일보 3월 21일자]

김대중 대통령은 한국민주주의와 남북화해협력의 상징과도 같은 분입니다. 그래서 (더불어)민주당이 김대중 대통령의 유지를 따라 당을 이어가고 있고, 많은 지지층을 갖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 당에 오셔서, 어떻게 위와 같이 말씀하실 수 있나요?

한 가지 여쭈어 볼게요. 수권 정당을 만들어 주려고 오셨다는데, 왜 하필 더불어민주당을 택하셨어요? 자신 있으면 직접 창당을 하셔서 수권정당을 만들어 가시든지, 아니면 지지기반이 약한 마이너 당으로 가셔서 수권정당을 만들어야 보람찬 일이 아닐까요?

김 대표님. 더불어민주당은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님과 같은 분들의 노력으로, 기본지지층이 확보되어 있는 당입니다. 김 대표님이 아니어도 어느 정도 인품이 있으시고, 정책적 대안을 지닌 분이 오시면, 시쳇말로 반타작은 하는 당입니다. 그런 당에 오셔서, 마치 다 죽어가는 환자 살린다는 듯이 말씀하시는데, 어이가 없습니다.

그런데 제가 더 분노하는 것은 이런 막말을 듣고도 꿀먹은 벙어리인양 말도 못하는 더불어민주당 당직자들의 행태입니다. 더욱이 이런 분의 노기를 달래려고, 집을 찾아가고, 비례대표 명단을 들고 가서 번호를 정해주십사 하는 더불어민주당을 보면, 차라리 슬프네요. 오히려 코미디입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님이 더불어민주당 보고 "곱게 미치라"고 일갈하신 것입니다.

선거는 질 수도 있고 이길 수도 있습니다. 새누리당도 집권당으로 영화를 누리다가, 두 번의 대선에서 패해 10년간 야당생활을 한 경험이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수권정당이 되는 것은, 남북화해정책, 서민과 중산층의 당이라는 정체성을 확고히 해나갈 때 되는 것이지, 어떤 개인이 갑자기 나와서 당을 지도한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당직자 여러분! 김대중 노무현 두 분의 유지를 따라, 어두운 곳을 밝히고 굽은 것을 펴면서, 당당하게 국민에게 호소하세요. 국민이 바보가 아닙니다. 눈앞의 총선에 연연해 하지 마세요.

앞서의 여러 차례 선거를 보면 결국 시대정신을 담은 당들이 승리해 왔습니다. 1985년 2.12 총선에서의 신한민주당이 그랬고, 1988년 13대 총선에서의 여소야대 국면이 그러했습니다.

얼마 전 이세돌 9단과 알파고 바둑 대결로 온나라가 흥분했습니다. 바둑에서는 9단을 입신(入神)이라고 부릅니다. 신의 경지라는 뜻이겠지요. 사족입니다만, 천정배 의원님 말씀처럼, 비례대표 4선이면 아마 세계정당사 기네스 신기록일 듯 합니다. 5선은 입신의 경지이고요. 아무튼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한 분야에서 입신의 경지에 오른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입니다. 컷오프 당하신 의원님들도 분노를 참으시면서 백의종군하시는데... 평당원이라 그런지 참을성이 없네요. 어쩌면 오랜만에 기호 2번을 찍지 않아도 된다는 해방감도 들고요.

아무튼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요. 당 대표께서는 저 길로 가자 하시고, 나는 가기 싫고...그래서 사랑하는 더불어민주당을 떠납니다. 가슴 속에 분노를 안...

전 더불어민주당 당직자 이재선

덧붙이는 글 | History repeats it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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