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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2016 총선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최근 비례대표 공천안을 통해서 불거진 것처럼 더민주의 공천과정은 매우 문제가 많다. 그래서 언론에서는 이와 관련된 뉴스를 상세히 보도하고 있으며, 논객과 평론가들도 이 주제에 초점을 맞춰 다양한 칼럼을 쓰고 있다.

그런데 수 많은 뉴스와 칼럼이 놓치고 있는 한 가지 주제가 있다. 그것은 더민주가 전략공천과 단수공천을 해 경선 참여의 기회조차 원천적으로 박탈당한 정치인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갖는 정치적 의미가 작기 때문에 여론화가 안되는 것은 아니다. 이유는 단 하나. 이들이 대중적으로 유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언론을 포함해서 야권 지지층 대부분은 이해찬, 정청래 컷오프처럼 대중적으로 유명한 사람들의 공천 탈락에 관심을 갖고 있다. 사실 정무적 판단에 의해 컷오프된 이해찬, 정청래 의원은 억울하다. 그래도 두 의원은 컷오프된 이후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억울함에 공감했으며 두 의원을 성원했기 때문에 그나마 심리적 위안을 받았을 수는 있다.

그런데 경선 참여 기회조차 부여 받지 못해 사실상 컷오프된 정치인들은 단지 대중적으로 유명하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이 문제점이 제대로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 더군다나 더민주가 이들에게 경선 참여 기회조차 주지 않으면서 전략공천·단수공천을 한 사람들이 당 지도부 인사들이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은 더한다.

필자는 언론 보도와 SNS 등에서는 잘 다뤄지지 않고 있지만 이 사안은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그리고 이는 김종인 대표의 무리한 행동을 더민주 지도부가 적절히 제어하지 못한 것의 원인이 된다고 판단한다. 그래서 이 사안의 중요성과 문제점에 대해서 살펴보려고 한다.

더민주 전략·단수 공천, 무엇이 문제인가?

비례대표 선정을 놓고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당무를 거부하는 등 더불어민주당의 내홍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중앙위원회에 당원들이 청년, 노동자, 농민 후보자들을 우선순위에 배치해 줄 것 요구하며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 더불어민주당 당원 "청년, 노동자, 농민 비례대표 후보자 우선순위에 배치하라" 비례대표 선정을 놓고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당무를 거부하는 등 더불어민주당의 내홍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중앙위원회에 당원들이 청년, 노동자, 농민 후보자들을 우선순위에 배치해 줄 것 요구하며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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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전략공천과 단수공천을 남발한 더민주의 이번 공천은 당내 민주주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했다. 더민주가 새누리에 비해 비교 우위로 내세울 수 있는 근거 중의 하나가 바로 '정당 민주주의'였다. 그런데 현재 두 당의 공천 과정은 사람들의 눈을 찌푸리게 하는 정도를 넘어서 정신을 혼미하게 한다는 점에서 놀랍도록 유사하다. 그래서 더민주는 새누리당과 차별화하여 자신의 장점을 내세울 수 있는 근거 하나를 상실한 것이다.

더군다나 더민주는 지금 '민주주의 위기'를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당내 민주주의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정당의 말에 과연 힘이 실릴 수 있을까? 이 번 공천과정을 통해서 '정당 민주주의', '민주주의' 라는 더민주 고유한 가치의 내적 정당성은 상당한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둘째, 더민주당는 사실상 퇴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그 동안 더민주당는 대중의 정치참여를 이끌어낸 역동적인 정당이었다. 2002년 노풍을 가능하게 했던 국민참여경선부터 해서 최근에 온라인을 통한 정당 가입의 실현 등 더민주당는 대중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정치사적으로 의미있는 성과를 냈다.

그런데 총선 공천 때마다 반복되는 전략·단수 공천의 구태를 이번에도 반복했다. 20대 총선은 달랐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 문제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우려를 했었지만, 결국 과거의 구태가 반복되었다. 당지도부의 자의적 판단에 의한 내려꽂기 식 공천을 좋게 판단할 국민들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더민주당는 이부분에 대해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이것은 사실상 퇴보다.

정치적 금수저들의 셀프 공천, 무엇이 문제인가?

셋째, 당지도부 인사들이 집단적으로 도덕적 해이 현상을 보였다는 점이다. 필자는 이 3번째 요인이 질적으로 가장 좋지 못하다고 판단한다. 이 번 전략·단수 공천은 정치적 금수저들을 위한 밀실 잔치라는 비판을 면할 길이 없다.

우선 더민주 지도부 인사들은 대부분 단수공천을 받았다. 변재일, 표창원 등 비대위원 전원과 이종걸 원내대표, 손혜원 홍보위원장 등 당 지도부 인사들은 전략공천, 단수공천 등의 방식으로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물론 해당 지역에 당 내 경쟁자가 없거나 혹은 있다고 해도 경쟁 후보가 공직후보자로 추천받기 힘든 부자격자였다고 한다면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부자격자가 아니지만 경쟁력 차이가 현저히 나기 때문에 경선을 할 이유가 사실상 없는 경우라면 찬반 논란이 있겠지만 최소한 전략·단수 공천의 근거를 제시할 수는 있다.

그런데 지금 전략·단수 공천이 이뤄진 지역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이미 더민주에서 오랜 기간 활동하여 다른 선출직에 당선된 경력을 갖고 있거나 혹은 해당 지역에서 상당 기간 활동하였고 이미 먼저 국회에 진출한 다른 의원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후보들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자. 이종걸 원내 대표 지역구인 안양 만안 지역에서 경선을 준비하던 강득구씨는 경기도의회 의장 출신이다. 그리고 비대위원인 변재일 의원의 지역구인 충북 청원은 이종윤 전 청원군수가 경선을 준비했었다.

표창원 비대위원이 공천을 받은 용인 정 지역은 분구로 인해 신설된 지역인데, 전과 달리 야당이 해볼만한 지역으로 재편되었다. 이 지역에는 12년 동안 활동한 김종희 지역위원장이 있었다. 그리고 손혜원 홍보위원장이 공천을 받은 마포 을 지역에는 지난 19대 총선에서 정청래 의원과 경선을 했던 정명수 후보가 있었다. 김종희, 정명수 두 후보자는 86세대 정치인으로서 이미 정치적 성공을 거둬 대중적으로 알려진 다른 86 정치인들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능력과 경력을 갖춘 인물들이다.

이들이 경선 참여의 기회조차 받지 못하는 이유를 더민주 지도부는 설명할 수 있을까? 지금 당지도부는 사실상 셀프 공천을 한 것 아닌가? 김종인에 앞서 이미 셀프 공천을 시연한 더민주 지도부. 그러니 그들이 김종인의 무리한 행동을 제어하기 위한 정치력을 발휘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최근 확인된대로 김종인의 중도화 전략은 한 쪽만 바라보는 편향성이 있기 때문에 더민주 집토끼의 정서와 논리를 대변할 수 있는 기존 정치인들의 역할이 중요했다. 그러나 이들이 공천권을 쥔 김종인 대표로부터 특혜를 받았으니, 그 상황에서 김종인을 제대로 제어하는 것은 어려웠을 것이다.

당지도부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자기 기득권을 포기하는 결단을 보여야 하는데, 지금 더민주 지도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국가가 위기고 비상상황에 있다고 강조하면서 야당의 총선 승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도대체 그 위기와 비상상황이라는 것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심히 의문이 든다. 결국 그런 위기를 조장하여 자신들의 셀프 공천을 합리화하려고 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다.

더군다나 지금 더민주는 '흑수저' 들을 위한 정당이 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당지도부 인사들이 정치적 흑수저들의 기회를 박탈한 채 밀실에서 셀프 공천이나 하고 있으니, 과연 그 말에 힘이 실릴 수 있을까? 출발부터 불공정한 방법을 통해 정치적 기득권을 유지한 정치인들이 사회 정의를 운운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이대로 가면 제2 김대중, 노무현 탄생은 어려워진다

지금 더민주는 정치적 금수저들을 위한 정당으로 전락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김종인 비례대표 공천안을 비판한 사람들이 자주 쓴 표현 중의 하나가 바로 '듣보잡 금수저'였다. 이는 소위 '끼리끼리 해먹는다'는 자조적 한탄과 분노가 섞여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처음이 아니었다. 이미 현역의원이거나 그에 준하는 대중적 지명도를 갖는 금수저들이 정치적 흑수저의 기회를 박탈한 바가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사실, 그리고 이 문제점이 제대로 공론화되지 않는 현실이 범 진보 진영의 진짜 '위기'이며 '비상상황'이다.

이렇게 정치적 금수저당으로 전략하고 있는 더민주에서는 제2의 김대중과 노무현을 기대하는 것은 점 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김대중과 노무현은 정치적 흑수저 출신이며 모두 경선을 통해서 승리하여 국민적 희망이 되었다는 공통점이 있는 인물이다.

비주류였던 김대중은 1970년 신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예상을 깨고 주류의 지원을 받은 김영삼을 이겼다.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그 결과 신민당은 국민적 지지를 얻을 수 있었고 1971년 대선과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킬 수 있었다.

2002년 노무현 역시 마찬가지다. 주류의 지원을 받은 이인제 후보를 이기는 저력을 발휘했다. 이는 노풍으로 발전했고 결국 강력해보였던 이회창 대세론도 노풍 앞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16대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당선될 수 있었다.

이렇듯 정치적 흑수저가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어야 정당이 건강해지고 지지층도 강해질 수 있다. 그런데 지금 더민주는 정치적 금수저들이 정치적 흑수저들의 도전 기회 자체를 박탈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김대중-노무현 정신 계승을 외치고 있다. 그럼 묻겠다. 도대체 당신들이 말하는 김대중-노무현 정신 계승은 과연 무엇인가?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장신기 기자는 사회학 박사이며 김대중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한국 사회 보수화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하여 진보에서 보수로 정치적 정체성의 변화를 보인 일반인 32명을 심층인터뷰하여 <사람들은 왜 진보는 무능하고 보수는 유능하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제목의 책을 냈습니다.



태그:#더민주당, #단수공천, #전략공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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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 박사이며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에서 사료연구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김대중에 대한 재평가를 목적으로 한 김대중연구서인 '성공한 대통령 김대중과 현대사'(시대의창, 2021)를 썼습니다.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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