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배우' 청춘에게 바치는 꿈과 희망 배우 이경영, 오달수, 윤제문이 21일 오후 서울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 열린 영화 <대배우> 시사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대배우>는 20년째 대학로에서 연극만 하던 가난한 무명 연극배우 장성필(오달수 분)이 영화계에 도전하며 겪는 이야기를 담은 휴먼 공감 코미디로 박찬욱 사단 석민우 감독의 작품이다. 30일 개봉.

▲ '대배우' 청춘에게 바치는 꿈과 희망 배우 이경영, 오달수, 윤제문이 21일 오후 서울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 열린 영화 <대배우> 시사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대배우>는 20년째 대학로에서 연극만 하던 가난한 무명 연극배우 장성필(오달수 분)이 영화계에 도전하며 겪는 이야기를 담은 휴먼 공감 코미디로 박찬욱 사단 석민우 감독의 작품이다. 30일 개봉. ⓒ 이정민


"대학로에 연극배우들이 자주 가는 술집이 몇 개 있어요. 거기서 다들 거나하게 취할 때쯤이면 그 선배가 쓱 하니 나타나서 조용히 계산하고 가시곤 했어요."

과거 한 인터뷰에서 어떤 연극배우가 전한 오달수의 일화다. 영화 전면에 나서는 톱스타는 아니지만, 어느새 그가 출연한 영화의 누적 관객 수는 1억 명. 작품마다 특유의 유머와 연기력을 선보이며 대중들에겐 호감형이자 영화계에선 흥행 보증수표처럼 자리매김한 그다.

21일 오후 서울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 공개된 영화 <대배우>에 오달수가 중심에 섰다. 1990년 극단 연희단 거리패 소속으로 연극 무대에 데뷔한 이후 26년의 경력을 가진 그의 첫 단독 주연 영화다. 영화는 실제 오달수, 그리고 꿈을 품고 열정을 잃지 않으며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재치있게 풀어냈다. 오달수는 20년째 연극 무대에 오르며 고군분투하는 가장 장성필 역을 맡았고, 윤제문과 이경영이 각각 톱배우 설강식과 스타 감독 깐느 박 역을 맡았다.

[상황 ①] "마냥 기분 좋지만은 않아요"

오달수, 일억 '대배우'의 미소  배우 오달수가 21일 오후 서울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 열린 영화 <대배우> 시사회에서 웃고 있다. <대배우>는 20년째 대학로에서 연극만 하던 가난한 무명 연극배우 장성필(오달수 분)이 영화계에 도전하며 겪는 이야기를 담은 휴먼 공감 코미디로 박찬욱 사단 석민우 감독의 작품이다. 30일 개봉.

▲ 오달수, 일억 '대배우'의 미소 배우 오달수가 21일 오후 서울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 열린 영화 <대배우> 시사회에서 웃고 있다. ⓒ 이정민


"저와 비슷해서 반갑기보단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부터 마음이 무거웠다고 할까요. 그렇게 썩 기쁘진 않았어요. 닮았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니까. 극 중 장성필처럼 독한 마음을 먹고 연기했으면 지금쯤 좋은 배우가 됐을텐데 전 그냥 연극이 좋아서 살았으니. 아, 장성필의 성격은 실제의 저완 많이 다릅니다." (오달수)

앞서 언급한 한 연극배우의 전언이 전부가 아니다. 대학로에서 오달수에 대한 일화는 화수분처럼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대부분, 아니 모두 미담이다. 본인 역시 극단 출신이고 어렵게 무명시절을 버텨온 만큼 영화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 만감이 교차했을 터. <대배우>를 지배하는 분위기는 제법 유쾌하지만, 오달수만큼은 속 편히 웃을 수만은 없었다. 시사 직후 오달수는 "영화를 보니 머리가 지끈거린다"며 두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2년 전 인터뷰에서 오달수에게 물었다. 그 생활고와 무명의 설움을 어떻게 버티고 지금에 이르렀는지 말이다. "(배우 생활을) 별로 권하고 싶진 않지만 관객에게 날 바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날 잡아 잡수시오! 하는 거죠. 그러면 연극이 은혜를 갚습니다. 깜짝 놀랐어요, 저도." 그리고 이어진 그의 희미한 웃음. <대배우>는 바로 인고의 세월을 보낸 한 자연인의 농밀한 내면 연기가 담긴 작품이었다. 오달수는 현재 극단 신기루만화경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상황 ②] 베테랑 배우를 향한 신인 감독의 헌사

'대배우' 석민우, 감독으로 첫 작품 석민우 감독이 21일 오후 서울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 열린 영화 <대배우> 시사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배우>는 20년째 대학로에서 연극만 하던 가난한 무명 연극배우 장성필(오달수 분)이 영화계에 도전하며 겪는 이야기를 담은 휴먼 공감 코미디로 박찬욱 사단 석민우 감독의 작품이다. 30일 개봉.

▲ '대배우' 석민우, 감독으로 첫 작품 석민우 감독이 21일 오후 서울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 열린 영화 <대배우> 시사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이정민


"연극배우들이 사실 어두운 현실 속에 있잖아요. 그렇다고 직접적으로 어둡게 그리고 싶진 않았어요. 슬픈 이야기를 더 슬프게 표현하기보단 유머 있게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었죠. 제가 그간 조감독을 하면서 많은 배우를 봤는데, 남들은 쉽게 연기한다고 생각하지만 내면적으로 엄청나게 치열하게 싸우는 분들이에요. 옆에서 볼 때 존경심이 안 생길 수 없습니다. 짧은 시간 동안 몇 번의 기회 안에서 자기를 증명해내야 하는 분들에 대한 존경심을 담았습니다." (석민우 감독)

오달수, 윤제문, 이경영 등 이들의 연기경력만 모두 70년이다. 이런 연륜을 패기 있는 신인 감독이 어루만졌다. 석민우 감독은 우선 영화에 깔린 유머를 강조했다. 슬픔을 재치 있게 바라보는 게 바로 고수의 자세 아닐까.

석 감독은 <올드보이> <박쥐> 등의 조감독을 거쳤다. 바로 박찬욱 감독의 작품들이다. <대배우>를 통해 석 감독은 대놓고 이 경력을 드러낸다. 이경영이 맡은 깐느박은 박찬욱 감독의 머리 스타일을 하고 있고, 윤제문이 맡은 설강식은 설경구-송강호-최민식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 차용해 조합한 결과물이다.

이처럼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금세 눈치챌 쉬운 유머 코드가 영화 곳곳에 숨어 있다. "촬영 내내 배우들의 연기를 보며 남몰래 웃고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는 석 감독의 진정성 또한 이 작품의 장점이다.

[상황 ③] 배우들이 생각하는 대배우란?

이경영, '대배우'의 연륜  배우 이경영이 21일 오후 서울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 열린 영화 <대배우> 시사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대배우>는 20년째 대학로에서 연극만 하던 가난한 무명 연극배우 장성필(오달수 분)이 영화계에 도전하며 겪는 이야기를 담은 휴먼 공감 코미디로 박찬욱 사단 석민우 감독의 작품이다. 30일 개봉.

▲ 이경영, '대배우'의 연륜 배우 이경영이 21일 오후 서울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 열린 영화 <대배우> 시사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 이정민


"제가 생각하는 대배우는요... 지구상에 사는 어떤 배우라도 대배우라는 수식어를 당당히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정의를 내리자면, 연기를 그만두는 순간까지 카메라 앞에서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연기를 사랑하는 사람이 대배우라고 생각하고요. 현재 제가 생각하는 대배우는 오달수?(웃음)" (이경영)

좋은 배우의 정의를 묻는 질문에 배우들의 십중팔구는 "신뢰감을 주는 배우"라고 답하곤 한다. 또한 "연기엔 정답이 없다"고도 한다. 이날 시사 현장에 참석한 윤제문, 오달수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들처럼 그 정답 없는 연기를 자기만의 공식으로 아름답게 푸는 존재가 바로 배우들 아닐까.

영화 <대배우>는 무조건적인 해피엔딩은 아니다. 관객에 따라 결말을 다소 서운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꿈을 꾸는 자들의 모습이 피폐하게 그려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개봉은 오는 30일이다.

<오마이스타>'s comment

성공만이 능사는 아니다. 때로 우리는 아름답게 실패하는 법도 배워야 한다. <대배우>가 바로 그런 영화다.


덧붙이는 글 영화 <대배우> 관련 정보

감독 : 석민우
주연 : 오달수, 윤제문, 이경영
제작 : 영화사 다
제공 : 대명문화공장
배급 : 대명문화공장, 리틀빅픽쳐스
러닝타임 : 108분
관람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개봉일 : 2016년 3월 30일
대배우 오달수 이경영 윤제문 석민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