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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를 삶의 가장 큰 가치로 여기며 즐기다 보니,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이 보이면 눈이 한 번 더 가고, 어떤 책인지 궁금해지곤 한다. 책을 읽고 있는 그 누군가가 막연히 근사해 보이는 것은 물론이다.

이렇다보니 '다른 사람들은 책을 어떻게 읽을까? 글에 녹여 쓰거나 누구를 위로할 때 들려주는 등, 읽는 책들을 어떻게 하면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 사람들은 어떤 기준으로 책을 선택할까?' 등, 책읽기 관련 이런저런 것들이 늘 궁금하기만 하다.

그런 까닭에 책읽기 관련 책이 보이면 우선 관심이 가곤 한다.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책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맛보기 정도로 목차에서 눈에 띄는 몇 부분을 읽는 것으로 선택하지 않은 책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말이다.

<책, 열권을 동시에 읽어라> 책표지.
 <책, 열권을 동시에 읽어라> 책표지.
ⓒ 뜨인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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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열권을 동시에 읽어라>(뜨인돌 펴냄)는 여하간 이런 관심과 호기심 때문에 선택한 책이다. 이 책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저자의 다른 책 <책장의 정석>(비전비엔피 펴냄)을 올 1월 중순에 읽으면서다(관련기사 : 책을 반드시 정리해야 하는 이유).

책을 계속 읽고 사는 한 어떤 방법으로든 책 정리는 필요하다. 내 집이 있다면 많은 책이 자랑거리가 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남의 집에 살거나, 나처럼 '어제의 정보가 오늘은 잘못된 정보로 바뀌기도 하는 현대에 책은 소장가치가 낮다'라고 생각해 아주 필요한 책만 빼고 어떻게든지 처분해야만 하는 사람들이라면 나름의 책 정리 기술도 필요할 것이다.

게다가 떠나 보내자 마음먹었다가 다시 읽고 싶어서, 기억에 없는 내용이 보여서, 언젠가 참고하거나 인용할 부분이 있을 것 같아서 등, 이런 저런 이유로 선뜻 책을 내보내지 못하는 사람들은 꼭 필요한 책과 그렇지 않은 책을 구분하는데 필요한 어떤 기준 같은 것도 필요할 것이다. 그래서 선택해 읽게 된 책이었다.

한 권의 책을 천천히 완독할 경우 처음의 기대와는 달리 내용이 떨어지고 지루한 부분이 많아도 끝까지 읽어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에 계속 읽게 된다. 그 결과 책 읽는 데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타성에 젖어 읽은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지도 기억하지도 못하고 마는 것이다. 하지만 여러 권의 책을 병행해서 읽으면 짧은 시간에 그 책의 취지와 세계관을 파악하려 하기 때문에 당연히 집중력이 높아진다. - <책, 열권을 동시에 읽어라>에서.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차례대로 고지식하게 읽을 필요는 없다. 소설이 아닌 한 앞부분을 안 읽었다고 뒷장이 이해되지 않는 일은 별로 없다. 그러니 속독하고 싶으면 목차를 보고 재미있을 것 같은 장부터 읽는 것이 좋다. 그 장이 재미있으면 다른 장도 읽어 본다. 반대로 처음 읽은 부분에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면 더는 읽지 않아도 된다. 읽어야 할 책은 그 책 말고도 무궁무진하다. 참고 계속해서 읽는 것은 시간낭비다. 일부러 중간부터 읽어야 하는 책도 있다. (…) 또, 독서(그 책읽기)에 싫증이 났다면 일단 책 읽기를 쉰다. 그리고 쉬는 동안에 다른 책을 읽는다. 한 권을 단번에 전부 읽으려고 하지 않는다. 전부 읽으려면 한꺼번에 일정량의 시간이 필요해진다. 책에 맞춰 당신의 시간을 빼앗겨서는 안 된다. 비어 있는 시간에, 읽고 싶은 책을, 읽을 수 있는 데까지 읽는다. 계속해서 그렇게 읽어나가면 되는 것이다. - <책장의 정석>에서.

그 책 뒷부분에 이 책 <책, 열권을 동시에 읽어라>를 언급했다. 책 제목처럼 열 권의 책을 동시에 읽어나가는 것을 '초병렬식 책읽기'라고 한다. 이 초병렬식 책읽기, 그 필요성과 방법에 대한 약간의 언급과 함께 "학생도 아닌데 흥미롭지 않은 부분까지 애써 밑줄 그어가며 읽을 필요가 있을까?"와 같은 물음을 던지면서 말이다.

사실 난 이 저자처럼 열 권까지는 아니지만 2005년부터 저마다 다른 내용, 다른 분야, 다른 형식의 책들을 의도적으로 5, 6권 정도 섞어 읽고 있다. 이를테면, 자연생태 관련 책과 사회 분야의 책, 소설, 역사, 동화나 만화. 이런 식으로 여러 분야의 책을 일정 페이지씩 동시에 읽어 나간다. 같은 분야의 책 서너 권을 비교해가며 읽을 때도 있다.

좀 무거운 내용의 책이나, 이런저런 잡다한 정보를 모아놓은 책이라 머리가 많은 것들을 기억해야 하는 그런 책을 읽는 틈틈이 만화나 동화처럼 좀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책이나, 사진이 많은 책을 읽으며 머리를 좀 쉬게 한다. 평소 관심이 있는 분야의 책과 전혀 몰랐던 분야의 책 또는 최근 흥미가 가는 분야의 책을 섞어 읽기도 한다.

저자가 권하는 초병렬식 책읽기도 이와 같다. 이런 식으로 읽으면 훨씬 재미있게 많은 책들을 읽을 수 있다. 전혀 몰랐던 분야나 무거운 내용의 책도 쉽게 읽을 수 있음은 물론이다. 와중에 어떤 책은 너무나 재미있어서 붙잡은 김에 끝까지 읽어버리기도 하고, 어떤 책은 작정하고 읽다가 몇 쪽 못 읽고 놓기 반복하면서 한 달 넘도록 붙들기를 숱하게 하다가 결국 다 떼지 못하고 잊고 마는 책도 있지만 말이다.

몇 년 전, "어떻게 하면 많은 책을 읽을 수 있을까?"묻는 누군가에게 이런 방법을 권한 적이 있다. 그랬더니 "내용이 헷갈리지 않는가?" 반문한다. 물론 더러 함께 읽고 있는 책을 가볍게 혼동할 때도 있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한 권을 붙잡고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은 후 또 다른 책을 그런 식으로 읽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베스트셀러만 따라 읽는 '원숭이독서법'에서 벗어나라!

<독서의 기술> 책표지. 출판사 확인 결과, 2016년 3월 21일 현재 시중에서 구매 가능하다.
 <독서의 기술> 책표지. 출판사 확인 결과, 2016년 3월 21일 현재 시중에서 구매 가능하다.
ⓒ 범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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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열 권이 버거우면 세 권을 섞어 읽는 것부터 시작해 보라"고 권한다. 아울러 베스트셀러를 읽지 말아야 하는 이유와 성공하려면 성공에 대한 책부터 버려야 하는 이유 등 책읽기 초보들이 알아야 할 다양한 책읽기 팁들을 알려준다. 이밖에 '연령별 책읽기', '비판적 책읽기의 함정' 등 책을 어지간히 읽는 사람들도 한번쯤 짚어 보아야 할 책읽기 등, 책읽기와 좋은 책 선택을 위해 알아야 할 것들을 다분한 경험을 녹여 들려준다. 

문득, 책읽기를 좀 더 적극적으로 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한 책이라 내게 특별한 책으로 남아 있는 <독서의 기술>(모티머 J. 애들러 외 씀. 범우사 1986년 12월 펴냄)을 우연히 만났던 이십대 중반의 책읽기가 떠오른다.

그 책을 만나기 직전까지는 별다른 목적 없이, 다만 책이 좋아 읽고 또 읽는 정도로만 책읽기를 즐겼다. 좋아하는 분야의 책 위주로 읽는 것이 고작이었다. 이런 내게 책 선택에 어떤 기준을 세우게 하고, 새로운 방법으로 밑줄을 긋거나 메모하는 등 훨씬 적극적인 책읽기를 하게 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돌아보건대 그 책을 그때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리하여 소극적인 방법으로 책읽기를 계속 했더라면 지금까지 책 읽는 즐거움은 이어지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청소년기나 이십대 초반에는 함께 책을 교환해 읽었으나 결혼과 함께 책을 놓아버린 내 친구들 대부분처럼 나도 일년이 가도록 책 한 권 읽지 못하는 그런 사람으로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문득 언젠가 어떤 책에서 읽은 글이 떠오른다. 우리나라 한 기자가 일본 기자에게 뻐겼단다. "봐라. 우리도 이젠 스포츠 선진국이다. 당신들보다 못살고 국제적 지지도가 낮은 우리가 우리 땅에서 올림픽을 치르게 되었잖냐. 그러니 우리가 당신들을 금방 따라잡고 올라서게 될 것이다"고. 그러자 그 일본 기자는 "우리는 걱정하지 않는다. 전혀 그러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당신들에 비해 책을 훨씬 많이 읽기 때문이다"고 답하더라나.

우리의 낮은 독서율을 걱정하는 말들이 많다. 도무지 책 읽을 여유도 시간도 없다는 사람들 중에 "학생 때는 그래도 많이 읽었는데 어른이 되면서 거의 읽지 못하고 산다"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요즘 학생들은 이처럼 말하는 사람들이 학생 때 당연하게 읽었던 책조차 점점 더 읽지 못하며 살고 있는 것 같다. 하기야 스마트 폰 등 유혹하는 것들이 좀 많은가.

"책을 읽긴 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는 말을 듣노라면 위에 언급한, 한 일본기자의 말이 어김없이 떠오르곤 한다. 아쉬움과 씁쓸함, 위기감과 함께 말이다. 이십대 중반에 운 좋게 만난 <독서의 기술> 덕분에 책 읽는 또 다른 즐거움을 얻었고,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것처럼, 책 읽는 기술을 현대인들의 생활에 맞게 들려주는 이 책 <책, 열권을 동시에 읽어라>가 많은 누군가들을 책 읽는 즐거움에 푹 빠지게 하는 계기의 책이 되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책, 열권을 동시에 읽어라>(나루케 마코토) | 홍성민 (옮긴이) | 뜨인돌 | 2009-09-15 | 10,000원



책, 열권을 동시에 읽어라

나루케 마코토 지음, 홍성민 옮김, 뜨인돌(2009)


태그:#책읽기, #독서의 기술, #책 장의 정석, #책정리, #인문교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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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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