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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친모에게 가혹 행위를 당하다 숨져 암매장 된 안모 양이 의붓아버지 안모(36)씨와 함께 살게 된 것은 2011년 7월부터다.

아동보육시설에서 지내던 4살배기 안양을 친모인 한모(36)씨가 안씨와 결혼한 직후 집으로 데려온 것이다.

당시 안양은 대소변을 가리지 못했다. 부모와 함께 산 지 5개월 만인 2011년 12월 어느 날 안양은 엄마 한씨 손에 잡혀 물이 담긴 욕조로 끌려갔다.

화가 단단히 났던지 한씨는 딸의 머리를 물 속에 3∼4번 집어넣었다. 안양은 곧 의식을 잃었고 결국 숨을 거뒀다.

남편 안씨는 퇴근 후 귀가해 아내 한씨로부터 딸의 사망 소식을 들었다. 만삭인 아내가 경찰에 신고하지 말아 달라고 애원,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안씨는 의붓딸의 시신을 이틀 간 집 베란다에 놔뒀다가 자신의 고향인 충북 진천의 한 야산에 암매장했다.

장기 결석을 하는 학생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청주 4살배기 여야 시신 유기 사건'과 관련해 의붓아버지인 안씨가 경찰에 털어놓은 사건의 전모다.

이 진술이 사실이라면 비정한 친모에게는 살인 또는 과실치사죄가, 안씨에게는 시신 유기 혐의가 적용된다.

그러나 계부 안씨의 자백을 전적으로 '진실'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실정이다. '실체적 진실'을 알고 있는 또 한 사람인 친모 한씨가 지난 18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기 때문이다.

누리꾼들 역시 안양이 숨진 책임을 자살한 아내에게 모두 떠넘기는 안씨의 진술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계부의 말을 믿어야 하느냐"거나 "죽은 아내에게 모든 책임을 뒤집어 씌우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경찰도 "안씨가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은 모두 회피하고, 딸의 사망과 관련한 책임을 부인에게 떠넘기는 식으로 진술하고 있다"고 전했다.

안씨의 진술대로라면 야산에 묻혀 있을 안양의 시신이 수습되고, 부검을 해야 일부나마 진실을 규명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이 사건은 안씨의 주장대로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

경찰 조사를 받던 한씨는 막내딸이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집으로 돌아간 직후 목숨을 끊었다.

누리꾼들은 한씨의 죽음이 석연치 않다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부인 유서의 필적을 조사하고 타살 여부도 조사하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한씨의 죽음과 관련해 정황상 타살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8일 한씨 귀가 직후 계부 안씨를 경찰로 불러 조사했고, 같은 날 오후 9시 50분께 안씨와 함께 그의 집을 방문했을 때 숨진 한씨를 함께 발견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다만 한씨의 죽음과 관련해 명확한 사인을 규명하기 위해 오는 21일 시신을 부검할 계획이다.

경찰은 또 숨진 안양이 과연 친모의 가혹행위에 의해 숨졌는지에 대해서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계부 안씨의 개입 여부도 파헤치겠다는 얘기다.

그러나 5년 전 일이고, 현재로서는 계부 안씨의 진술 말고는 안양의 숨진 이유를 파악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 경찰의 고민이다.

그럼에도 누리꾼들은 경찰이 철저한 수사를 통해 진실을 밝혀내 가혹행위로 억울하게 숨져 싸늘한 야산에 암매장 된 안양의 넋을 위로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태그:#아동 학대, #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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