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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정부는 담뱃값을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인상하기 위해 국세인 개별소비세를 신설하고 건강증진부담금을 종전보다 2배 이상 올렸다. 담뱃값 인상의 표면적인 이유는 국민건강 정책에 따른 것이었다. 작년 초에는 담배 판매율이 줄어들어서 정부 정책이 효과를 보는가 했지만 이는 그 전 해에 담배를 사재기해 판매율이 잠시 하락한 착시효과에 기인한 것이라는 것이 수치로 입증이 되었다.

금연효과는 미미했지만 정부가 거둬들인 세수는 폭팔적으로 늘어나 지난해 담배를 통해 거둬들인 세금만 10조 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추정치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담배가격을 올린 만큼 금연효과를 보기 위해 정부는 전국의 모든 PC방과 일반 음식점에서 금연을 확대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이 정책은 효과적으로 실행되고 있지 않았다.

야간단속에 나가는 단속원들
▲ 야간단속 야간단속에 나가는 단속원들
ⓒ 최홍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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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에 대한 단속권한은 해당구 보건소의 건강증진과에 있다. 현장에서 직접 단속하는 분들은 해당 구청장이 위촉한 사람들에 한한다. 문제는 단속원들의 수가 그렇게 많지 않은 데다가 흡연이 금지된 건물이나 장소에서 흡연을 하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 때문에 발생하는 단속의 어려움이 있었다.

이날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과 현장에서 흡연단속 업무를 수행하는 네 분과 함께 동행해 보았다. 담당 공무원에 말에 의하면 "매번 단속을 나가도 업주는 흡연을 당연시 생각하기 때문에 단속이 쉽지 않다"며 단속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아무렇지 않게 흡연하는 사람들
▲ PC방 아무렇지 않게 흡연하는 사람들
ⓒ 최홍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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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된 곳이지만 여전히 흡연에 대해 관대한(?) 한 PC방의 단속현장을 찾아가 보았다. 안으로 들어오자 입구부터 매캐한 담배냄새가 코를 찔렀다. 이 PC방에서는 흡연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PC방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모두 흡연을 하는 것인지 흡연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PC방을 이용하는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대부분 담배를 피우고 있었고 앞에 있는 종이컵에는 담배꽁초가 가득했다.

종이컵에 가득담긴 꽁초들
▲ 담배꽁초 종이컵에 가득담긴 꽁초들
ⓒ 최홍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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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이용자에게 PC방에서 흡연은 금지되어 있는데 왜 피냐고 묻자 "지금 하는 게임이 무척 중요하기 때문에 이 중요한 시기에 흡연실에 가서 담배피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라며 이해하기 힘든 답변이 돌아왔다. 다시 흡연이 금지된 곳에서 담배를 피다 적발되면 1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는 것은 알고 있느냐라고 묻자 "그건 알고 있지만 안 걸리면 그만 아니냐"며 금연에 대한 자의적인 해석을 했다. 그럼 금연장소에서 비흡연자에 대한 예의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을 하자 "뭐 그건...좀 미안하긴 하지만..."며 대충 얼버무렸다.

텅빈 흡연실
▲ 흡연실 텅빈 흡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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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PC방도 흡연실을 갖추고는 있지만 단속을 나갔을 때 흡연실을 이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냥 앉은 자리에서 담배를 피우며 게임을 하는 사람들은 볼 수 있어도 흡연을 위해 흡연실을 찾는 사람은 없었던 것이다. 해당 업주에게 흡연실에 담배꽁초가 많지 않은데 어떻게 된일이냐고 물어보자 "고객의 편의를 위해 수시로 비우기 때문에 담배꽁초가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현장단속된 사람
▲ 단속된 남자 현장단속된 사람
ⓒ 최홍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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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단속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담배 피우는 현장을 적발해야 한다. 이날 PC방을 이용한 한 남성은 담배를 피우며 게임을 하다가 단속원에게 적발이 되었다. 그런데 신분증을 요구하는 단속원에게 오히려 당당하게 신분증이 없다면서 계속 시간을 끌었다. 이 남성에게서 과태료 처분을 하기 위해 제대로된 정보를 얻기까지 10여 분이 걸렸다.

금연건물
▲ 금연표지 금연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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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방이 위치한 건물이나 PC방 곳곳에서 금연이라는 스티커가 붙어 있지만 아무도 이 경고를 신경쓰고 있지 않았다. 흡연시 1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는 문구가 무색해졌다.

돌발상황이 발생된 곳
▲ 다른 PC방 돌발상황이 발생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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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에 있는 다른 PC방을 찾았을 때는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담배를 피우던 남성에게 단속원이 다가가자 허겁지겁 자신의 옷과 지갑을 들고 PC방을 벗어나려고 하는 것이었다. 단속원이 재빠르게 뒤를 쫓아갔지만 남성은 단속원의 손을 뿌리치면서 계단을 빠르게 내려갔다.

흡연단속을 하는 단속원은 경찰이 아니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고 한다.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세금도 많이 내는 담배를 사서 피우는데 왜 단속을 하냐며 단속원에게 위협을 가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며 현장단속의 어려움을 다시 한번 토로했다.

일반 음식점으로 허가난 술집
▲ 일반음식점 일반 음식점으로 허가난 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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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단속 장소를 옮겨 이번에는 대전 서구 월평동에 있는 한 술집을 찾았다. 세미 룸이 있는 이 술집은 1종 유흥주점처럼 보이지만 사실 일반음식점으로 허가가 난 술집이다. 즉, 일반음식점으로 허가가 나 있기 때문에 이곳에서 흡연은 금지되어 있다. 이 술집에서 흡연을 할 경우에 흡연자에게는 과태료가 10만 원 부과가 되고 업주가 금연구역 준수사항을 위반한 경우에는 1차 170만 원, 2차 330만 원, 3차 500만 원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금연에 대해 잘못된 인식
▲ 희박한 금연의식 금연에 대해 잘못된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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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일하는 종업원들도 흡연이 금지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흡연을 하는 손님에게 재떨이가 아닌 종이컵을 주면 문제가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특히 세미룸으로 되어 있는 공간에서는 흡연을 해도 된다는 그릇된 인식마저 박혀 있는 상태였다. 담뱃값을 올렸기 때문에 오히려 당당하게 흡연을 해도 된다는 이상한 논리를 펼치기도 했다. 

단속에 항의하는 업주
▲ 업주 단속에 항의하는 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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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집을 나오자 종업원의 연락을 받았는지 업주가 허겁지겁 달려와서 필자 앞을 막아섰다.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욕설과 인신공격을 하더니 오른손에 들고 있는 카메라를 강제로 빼앗으려는 시도를 했다. 누구의 허락을 받아 단속을 나왔느냐며 사진 찍은 것이 있으면 자신이 모두 지우고 가만히 보고 있지 않겠다는 협박까지 했다.

단속원 대부분의 연령대가 50대 이상인 것을 감안하면 심리적인 위축과 충분히 위협을 느낄 수도 있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상황이 악화되기 전에 경찰을 부르자고 제안하자 업주는 자신있다는 듯이 당당하게 경찰에게 전화를 걸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카메라에 찍힌 사진을 보더니 별 문제가 없다고 업주에게 전달하자. 그 말을 들은 업주는 생각이 180도 바뀌었는지 "종업원들에게 흡연에 대해 교육을 확실히 시킬 테니 잘 마무리 해달라"며 부탁을 해왔다.

1시간 남짓 보건소 직원을 포함한 단속원들과 현장단속을 나가본 결과, 아직도 금연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희박했다. '올린 담뱃값=흡연의 정당성'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부터 단속에 걸리지만 않으면 된다는 사람들까지 국민건강을 위해 담뱃값을 올렸지만 그 효과가 미미하다는 것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국민건강을 위해 올린 담뱃값에서 거둬들인 세금의 일부는 효과적인 금연정책을 위해 쓰여져야 한다. 직접적인 방법으로 단속원을 늘릴 수도 있고 금연에 대한 캠페인을 확대할 수도 있다.

한정된 예산으로 인해 현장에서의 단속은 제한적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흡연을 하는 일부 사람들의 의식 수준이 정부의 금연정책만큼이나 일정 수준에 다다르지 못한 것이 현장 단속원들의 업무고충을 배가시키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태그:#금연정책, #흡연단속, #단속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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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지 쓰는 남자입니다. 영화를 좋아하고 음식을 좋아하며, 역사이야기를 써내려갑니다. 다양한 관점과 균형적인 세상을 만들기 위해 조금은 열심이 사는 사람입니다. 소설 사형수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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