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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졸업에서 탈락한 후 휴학을 결심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당신은 복학을 앞두고 있다. 졸업에 필요한 학점을 모두 이수한 당신은 더 이상 수업을 들을 필요가 없다. 당신이 해야 하는 일은 졸업 탈락 사유가 되었던 영어 성적을 제출하는 것뿐.

이런 '0학점 등록자'에게 적절한 등록금은 얼마일까? 10만 원? 20만 원? 하지만 '55만 원'이라는 금액을 떠올리는 사람은 잘 없을 것이다. 나 또한 그런 한 사람이었다. 물론 0학점 등록자인 내가, 55만 원이라는 금액이 찍힌 등록금 고지서를 직접 받아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학점 구간에 따라 등록금 책정, 0학점 듣는데 55만 원

정말 55만 원이 청구되었다.
▲ 믿기지 않겠지만... 정말 55만 원이 청구되었다.
ⓒ 신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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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왜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까? 이는 '수업연한 초과자에 대한 등록금 책정기준'이 변화하면서 발생한 일이다. 내가 재학 중인 국민대학교는 2015년 8월까지 수강학점에 비례하여 초과학기 등록금을 책정했다. 즉 수업을 듣는 만큼 등록금을 책정한 셈이다. 가령 4학점을 듣는 학생의 경우, 해당 학기 등록금의 18(수강신청 가능 학점)분의 4만큼만 등록금을 내면 됐다.

하지만 올해, 학교는 초과학기 등록금 책정방식을 '구간식'으로 변경했다. 수강 신청 학점별로 구간을 설정하고, 그 구간에 해당하는 학생들에게 일률적으로 등록금을 책정한 것이다.

예를 들어 4~6학점을 듣는 학생들은 일괄적으로 등록금의 3분의 1을 내도록 했다. 문제는 각 구간별 책정 등록금이, 그 구간 최고 학점을 기준으로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실상 초과학기 등록금이 상승하는 결과가 초래되었다. 가령 해당 학기 등록금의 18분의 4를 내면 되던 4학점 등록생들이, 이제는 18분의 6(3분의 1)만큼의 등록금을 납부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바로 수업을 아예 듣지 않는 '0학점 등록 학생'에 대한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존의 규정은 0학점 등록 학생들이 해당 학기 등록금의 18분의 1을 내도록 별도 규정했다. 하지만 현행 책정기준에는 0학점 등록자에 대한 별다른 규정이 없다. 이 때문에 수업을 듣지 않거나 학교에 가지 않고 간단한 졸업 절차만을 밟는 사람도 해당 학기 등록금의 6분의 1(3학점 이하 수강신청할 경우 내야할 등록금)을 내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나는 학교 측에 이런 사정을 설명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내 전화를 받은 담당 직원은 '우리가 학교에 다니지 않는 학생에게 돈을 받지는 않는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나는 정말 이번 학기에 학교를 다니지 않는다.

수료제도 있지만, 휴학생은 해당 안 돼

0학점도 3학점 이하이기 때문에 6분의 1을 납부해야 한다
 0학점도 3학점 이하이기 때문에 6분의 1을 납부해야 한다
ⓒ 신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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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런 상황에 대해 학교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국민대학교는 현재 졸업 이수 학점은 모두 수강했으나 다른 졸업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학생을 대상으로 '수료제도'를 운영 중이다. 그리고 수료가 인정되는 학생은 졸업 절차를 밟기 위해 등록금을 납부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 '수료제도'가 생긴 시점과 수료 조건이다. 수료심사의 대상이 되는 학생은 해당 학기 '졸업심사대상자'로 제한된다. 그리고 졸업심사는 그 학기에 재학 중인 학생을 대상으로 한다. 즉 수료의 요건을 모두 충족했다고 해도, 휴학 중인 학생이라면 수료심사의 대상자조차 될 수 없다.

이 같은 규정은 수료제도가 생기기 전에 학교를 휴학한 학생에게 문제가 된다. 나의 경우 졸업에 필요한 학점을 모두 이수하고 졸업에서 탈락한 후 휴학을 결심했다. 하지만 내가 휴학을 하는 동안 수료제도가 생기고 이와 동시에 초과 학기 등록금이 올랐다. 그래서 수료생이 아닌 나는 고스란히 오른 등록금을 모두 부담해야 한다. 모든 조건이 충족됨에도 재학생이 아니기 때문에 수료심사도 받을 수 없다.

이 같은 고충을 교내 불편·부당 사항을 접수하는 '옴부즈오피스'에 토로하자 학교는 이에 관하여 공지를 해왔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휴학생이던 당시, 나는 학교로부터 관련 문자를 받은 기억이 없다. 설마 이 사람들은 휴학생들이 정기적으로 학교 홈페이지에 들러 공지사항을 확인해왔으리라 생각한 것일까?

학교는 '공지 했다'지만...

수료요건 설명 페이지 캡쳐
 수료요건 설명 페이지 캡쳐
ⓒ 신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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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다니는 동안 나는 꼬박꼬박 계절 학기를 듣고, 학교를 한 학기 더 다니며 졸업에 필요한 학점보다 훨씬 많은 학점을 이수했다. 이렇다 보니 학위 따윈 필요 없다고 돌아서기도 힘든 상황이다.

극심한 취업 한파가 몰아치는 현재, 나와 비슷한 시기에 휴학하고 아직 학교로 돌아가지 않은 친구들이 남아있다. 아마 그 친구들도 내가 받은 것과 같은 등록금 고지서를 손에 쥐게 될까?

이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 학교 학사상담 게시판에 새로운 글이 올라왔다. '초과 학기로 7학점을 듣는데 165만 원을 내게 되었다'는 하소연이었다. 학점은 반도 듣지 않는데 왜 등록금은 2분의 1이냐는 질문에, 담당 교직원은 바뀐 초과학기 등록금 기준만을 답변으로 남겨두었다.



태그:#등록금, #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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