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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방송된 JTBC <썰전>의 한 장면.
 지난 17일 방송된 JTBC <썰전>의 한 장면.
ⓒ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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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책 : "정청래 의원은 막말 때문에 (컷오프 관련해서) 그랬는데, 사실은 친노의 행동대장 비슷하게 했잖아요."
유시민 : "친노의 행동대장 아니에요. 제가 친노인데. 친노의 행동대장이라는…." 
전원책 : "(유시민 작가는)친노에요?"
유시민 : "친노죠. 저는 뼛속까지 친노죠. 노무현 대통령 좋아하니까."

박근혜 대통령에 관한 언급이나 비판은 최대한 자제하는 전원책 변호사가 '조중동 프레임'의 일부인 '친노'와 '친노 패권주의'를 언급했다. 이에 대해 유시민 작가는 "저는 뼛속까지 친노"라며 거칠 것이 없었다. "노무현 대통령을 좋아한다"는 단순한 이유였다.

지난 17일 방송에서 4.13 총선에 임하는 여야의 현안과 전망에 대해 장시간 토론한 JTBC <썰전>. 이날 방송은 '윤상현 막말 파동'을 필두로 박근혜 대통령의 대구·부산 방문과 여야 공천 잡음, 김종인·문재인 대표의 리더십 등 정치 현안들에 대한 종합선물세트와도 같았다. 

위 대화는 정청래 의원의 컷오프와 관련된 설명 중 나온 짧은 '돌발 대화'였으나 꽤나 유의미한 대목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기존 언론이나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이 공히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친노'와 '친노 패권주의' 프레임. 그간 제1야당을 옥죄었던 이 프레임에 대해 유 작가는 일종의 시위를 벌이는 것으로 보였다. 친노 프레임이 실체는 있느냐고, 그 프레임에 과연 움츠러들 필요가 있느냐고.  

이후 유 작가는 총선 이후의 행보에 관해 다소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아래 더민주) 전 대표에 관한 질문에도 같은 '스탠스'를 취했다. 유 작가와 문 전 대표가 참여정부에서 복지부 장관과 비서실장으로 함께 일한 전력이나 유 작가의 진보정당 활동과는 다른 맥락에서 충분히 의견을 피력할 수 있다는 투였다.  

"지금도 친문이에요. 저는 친문이죠. 저는 문재인 대표를 인간적으로 좋아하죠. 그게 무슨 상관이 있어요, 사람 좋아하는 거."

'친노 패권주의' 프레임, 유시민처럼 깨부쉈어야

지난 17일 방송된 JTBC <썰전>의 한 장면.
 지난 17일 방송된 JTBC <썰전>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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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노 패권주의라는데, 어떤 세력이 저렇게 힘없이 당해요?"

유시민 작가는 어이없어했다. 사실 핵심은 여기에 있다. 정청래 의원은 '친노 행동파'와 '막말', 이해찬 의원은 '친노 좌장'이기 때문에 컷오프를 당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유 작가는 실체가 불분명한 '친노'와 '친노 패권주의' 프레임에 결국 더민주 지도부와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항복한 꼴'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이미 정청래 의원은 "사실 정동영계 아니었느냐"는 반박이 오래전부터 제기된 상태였고 이해찬 의원의 컷오프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종인 대표의 '정무적 판단'이란 성의 없는 표현에 대해 비판이 일었던 것도 사실이다. 유 작가는 '친노' 프레임에 대해 이렇게 부연했다.  

"그건 다 편견이에요. 친노 강경파가 어디 있어요. 친노 강경파는 실체가 없는 건데. 이해찬, 정청래(컷오프) 이 건은 위험한 일을 한 거예요. 지금 더민주가 창당 60년이라고 주장하지만, 사실 1988년에 시작된 당이라고 보면 돼요. 호남과 6월 항쟁을 함께 치른 시민사회, 운동권, 진보 세력, 그리고 최근 들어 결집한 개별 네티즌들. 이게 당의 3대 축인데, 정청래를 쳐내면서 더민주 지지율이 한 5% 빠졌어요.

이해찬은 친노 좌장이 아니고, 1970~80년대 민주화 운동 흐름을 타고 정치에 입문한 비호남 개혁 세력의 좌장 비슷한 사람이거든요. 이 둘을 쳤기 때문에 더민주의 지지율이 한참 내려갈 거로 봐요. 역사적으로 형성됐던 정체성이 붕괴하는 중이고. 완전히 새로운 당을 만들어서 안착시키면 인정해줄 수 있겠죠. 세 축 중 호남은 국민의당이 반절을 가져가고, 나머지 두 개는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는 형국이고."

이 분석 말미에 "이 형국을 타고 정의당 지지율이 올라가고 있다"라는 여론조사 결과를 유 작가가 덧붙인 것에 대해 더민주 지지자들은 비판하고 있다. 유 작가가 더민주를 비판하면서 '진보정당' 정의당으로 '이탈하는 유권자'를 챙기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만약 그렇다고 하더라도, 유 작가의 분석이 "틀렸다"고 단언할 수 있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특히나 '친노' 프레임 관련해서는 더더욱. 그리고 유 작가는 이어 김종인 대표에 대한 비판을 이어 나갔다. 여당과 언론이 끊임없이 물고 늘어진 친노 프레임에 '자승자박' 당한 꼴이 아니냐는 것이다.  

유시민 "더민주는 정치적 붕괴 과정"

지난 17일 방송된 JTBC <썰전>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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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작가는 팟캐스트 <노유진의 정치카페>를 통해 "정청래 컷오프는 박영선과 이철희 작품"이라고 말했다. 유 작가의 발언은 다수의 매체를 통해 기사화되면서 이미 파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이날 방송에서도 "지금 더민주에서 제일 센 사람이 박영선 의원이고, 그 쪽이 문전성시라더라"며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그 칼끝은 역시나 김종인 대표를 향해 있었다. 유 작가는 김 대표에 대해 "객원 독재자", "객원 군주", "선무당 사람 잡는 초빙군주"라는 직설적인 표현을 아끼지 않았다. 공천 과정에 대해서도 "보수진영과 보수언론을 받아들인 OEM 공천, 주문자 생산 공천"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유 작가의 논리를 좀 더 들여다보자.

"정권교체를 바라는 유권자가 절반, 이 정부를 지지하는 유권자가 절반인데. 저쪽 절반 요구를 들어준 OEM 공천 배제예요. 저쪽 표를 가져오면 괜찮아요. 정청래 자르고 이해찬 잘라서 강성 이미지를 가진 의원을 다 내보냈다, 우리 더민주는 현대적이고 경제 중심으로 유권자에게 친밀하게 다가가겠다는 게 '정무적' 판단인데. 저쪽은 안 오고 이쪽만 떨어져 나가는 거에요. 더민주는 정치적 붕괴의 경우에 들어섰다고 봐요.

김종인 대표는 그걸 믿는 거예요. 어떻게 얘기했느냐면, 야권 연대도 선거가 시작되면 (지지층이) 쏠려서 다 정리된다. 새누리당이 개헌선 확보하고 180석 확보하면 국회가 무력화되고 정치가 엉망이 되니까, 제1야당으로 모여야 됩니다, 새누리당 무서우면 더민주 찍으세요. 이게 김종인 대표 생각 같아요. 더민주 안에서 '좀 이상해'라고 의심하면서도 당이 안정되고 경제공약 나오면서 노선을 잘 잡아가니까 인내하고 봤던 거예요. 근데 특히 정청래, 이해찬 두 사람의 공천 배제는 특정한 사유가 없기 때문에…." 

"더민주가 잘 되길 바라요, 같은 야권이기 때문에"라는 유 작가의 말은 허언은 아닐 것이다. "정의당은 그릇이 작다"며 더민주의 지지층을 다 가져올 수 없다는 솔직한 발언도 곁들였다. 하지만, 120석은 가져갈 거란 전원책 변호사와 달리 유 작가는 107석도 힘들 거라는 전망을 내놨다.

"더민주가 성공하기 어렵게 됐어요. 최소한 지금 의석은 107석은 유지해야죠. (근데) 못할 거라고 봐요. 어림없다고 보고요. 더민주의 사회적 기반 붕괴로 선거 결과가 아주 안 좋을 거고. 김종인 대표에게 맡긴 게 문재인 전 대표고, 그래서 책임을 같이 져야 해요. 대선후보 지지율이 많이 나오든 상관없이 이번 사태로 치명상을 입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죠."

유시민의 '비관적 전망' 현실화하는 김종인의 정치공학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 초청 관훈토론회가 지난 1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다.
▲ 김종인 대표 초청 관훈토론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 초청 관훈토론회가 지난 1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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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의석 107석. 공천 탈락자의 탈당 등으로 변동이 생기긴 했지만, 김종인 대표가 제시한 숫자와 일치한다. 공히 더민주의 목표가 됐다. 김종인 대표 역시 "107석 못 얻으면 당을 떠날 것"이라며 못을 박은 상태다.

유 작가는 여기에 더해 문재인 전 대표가 지펴 놓은 야권연대의 불씨를 김종인 대표가 꺼뜨렸다는 뜻의 해석을 덧붙였다. 반면, 전원책 변호사는 새누리당의 헛발질을 이유로 여당이 더민주가 120석은 차지할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호남과 민주세력, 젊은 지지층이 결합한 '더민주호'가 한껏 흔들렸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필리버스터 정국을 어이없게 마무리한 뒤, 이번 컷오프 사태를 통해 '윤상현 막말'과 '이한구식 공천학살', '박근혜 대통령의 총선 개입' 등 줄줄이 이어진 호재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야권연대가 공고했던 19대 총선. 여야가 팽팽한 대립구도를 보였고, 실제 표심도 막상막하였다. 그러나 결국 소선거구제의 한계와 지역구가 월등한 영남의 벽을 넘지 못하고 여소야대 국회를 헌납했다. 그 결과의 흔한 예가 필리버스터와 테러방지법 가결 아니던가.

더민주 107석과 개헌 가능한 새누리당 200석 사이. 더민주는 컷오프 파동과 청년비례대표 중단 등 한때 '갓종인'이라 칭하던 '집토끼'들이 김종인 대표의 지도력을 재고할 만한 내부 악재들도 그치지 않고 있다. 

그리고 18일 더민주는 정청래 의원의 지역구인 마포을에 손혜원 홍보위원장을 전략공천했다. 반면 당원들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는 홍창선 공천관리위원장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청년비례대표 예비후보들을 겨냥해 "사회경험이라도 쌓고 나서 들어와야지, (국회가) 청년 일자리 하나 구해주는 곳은 아니다"라고 말해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앞서 홍창선 위원장은 최근 후보자 자격을 박탈당한 청년비례대표 김규완 예비후보가 홍 위원장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으로 일한 경력 등으로 인해 불공정 시비를 불러일으킨 바 있다. 더민주는 계속되는 청년비례대표 선출 과정의 잡음으로 인해 제도 자체를 재검토 중이다. 그런 와중에 홍 위원장의 '안하무인'과도 같은 발언들이 멈추지 않고 있다.

과연 더민주는 공천을 확정한 후보들을 '각자도생'의 길로 내몰 것인가. 당 역시도 '야권연대' 없이 제1야당 프리미엄으로 승부할 것인가. '손혜원 카드' 정도의 미봉책만으로 '집토끼'들의 원성을 잠재울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인가.

유시민 작가의 비관적 전망이 현실이 되지 않기 위해 김종인 대표의 '정치력'이 요구되는 시점이 아닐 수 없다. 단언컨대, 정치공학이나 개헌선 저지만으로 유권자의, 특히나 야권 지지층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는 걸 김종인 대표가 깨달아야 할 때다.


태그:#유시민, #김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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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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