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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탑 박에서 바라 본 타지마할
 메탑 박에서 바라 본 타지마할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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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지마할을 본 우리는 버스를 타고 야무나강을 건넌다. 강 건너 메탑 박에서 타지마할을 보기 위해서다. 메탑 박은 달빛 정원(Moonlihgt Garden)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보름달이 비치는 음력 보름에 가장 아름다울 것이다. 우리가 이곳을 찾았을 때는 오후 5시가 넘어 해가 서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그래서 달빛 비치는 타지마할을 볼 수 없었다.

버스에서 내리면 야무나 강변으로 길이 나 있고, 그 입구에 안내판이 하나 서 있다. 그 내용에 따르면, 메탑 박 역시 타지마할이 지어지기 시작한 1631년부터 1635년까지 만들어졌다고 한다. 달빛 비치는 밤에 이곳 궁전에 앉아서 타지마할을 보기 위해.

메탑 박은 기본적으로 가로 300m, 세로 300m의 정사각형이고, 강쪽으로 8각형의 연못과 분수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한다. 정원의 가운데로 폭 2m의 십자형 수로가 있고, 수로에서는 분수가 솟아오르게 만들었다. 그리고 수로의 북쪽에 아케이드 형태의 건물을 지어, 이곳에 앉아 메탑 박과 타지마할을 즐기도록 했다.

그 옛날 아름다웠을 메탑 박 이야기

보름날 메탑 박에서 바라 본 타지마할
 보름날 메탑 박에서 바라 본 타지마할
ⓒ 다큐멘터리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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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만들어진 다큐멘터리를 보니 보름날 메탑 박에서 바라본 타지마할을 재현했다. 오른쪽으로 보름달이 두둥실 떠올라 있고, 푸른 하늘에 별이 총총하다. 건물 앞 연못에 분수가 있고, 그 사이로 타지마할이 멋진 반영을 보여준다. 왕족들은 정자나 왕궁에 앉아서 이 모습을 즐긴다. 그러나 이것은 가상공간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메탑 박이 폐허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현재 메탑 박에는 오렌지 나무가 심어져 있어, 더운 여름철 햇볕을 피할 수가 있다.

메탑 박이 버려지기 시작한 것은 샤자한 말년에 이르러서다. 후대의 기록을 보면 1652년 홍수로 인해 정원과 건물의 일부가 붕괴되기 시작한다. 아우랑제브 이후 황제들은 이곳을 돌보지 않았고, 그로 인해 아름다운 정원은 모래밭으로 변해 갔다. 그리고 300년 동안 메탑 박은 야무나 강변에서 잊혀진 존재가 되었다. 이곳에 대한 연구와 복원이 이루어진 것은 1990년대 인도 고고학연구소에 의해서다.

유물이 산재한 메탑 박
 유물이 산재한 메탑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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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무나강 건너 타지마할
 야무나강 건너 타지마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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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로 정원에 나무를 심고, 건물지를 그대로 보존했다. 일부 지역에는 초본류를 심어 꽃을 피울 수 있도록 했다. 그것은 이들 꽃이 달빛과 어울려 자태를 드러내야 하기 때문이다. 1994년 발굴에서는 25개의 분수가 있는 8각형 연못을 확인할 수 있었고, 정원이 크게 4부분으로 나누어짐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그 후 더 이상의 발굴과 보존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우리는 이제 야무나 강변으로 간다. 타지마할을 좀 더 가까이서 건너다보기 위해. 강변에는 철조망이 처져 있어 강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아 놓았다. 강둑에 서니 야무나 강바닥이 내려다보인다. 강폭의 1/3 정도만 물이 흘러간다. 지금이 건기라 수량이 적은 편이다. 강에는 배를 타는 사람들이 보이질 않는다. 야무나강은 갠지스강의 지류로는 가장 길다. 우타라칸드주(Uttarakhand) 야무노트리(Yamunotri)에서 발원해 알라하바드(Allahabad)에서 갠지스에 합류하는 길이 1367㎞의 긴 강이다.

중간에 중요 도시로 델리, 마투라, 아그라가 있다. 힌두교에서 야무나 여신은 강가신과 마찬가지로 존경받고 있다. 힌두 신화에 따르면, 야무나는 태양신 수리야의 딸이고, 죽음의 신 야마의 누나다. 그래서 일명 야미라고도 불린다. 그러므로 야무나의 성스러운 물에서 목욕을 하면 죽음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전설이 있다. 그 때문인지 강변의 가트에서 야무나신을 향한 아르티(Aarti: 종교적 경배 의식)가 진행된다고 한다. 

타지마할 건너다보기

타지마할
 타지마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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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무나강 건너 보이는 타지마할은 북쪽 방향이다. 강둑을 따라 붉은색 사암으로 외벽을 쌓았다. 그 위로 사각형의 유백색 대리석 기단을 쌓고, 가운데 타지마할을 안치시키고 사방에 네 개 첨탑을 배치했다. 첨탑 중 두 개는 비계를 설치해 수리중이다. 기단 위에는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이들이 모두 남문으로 들어가 샤자한과 뭄타즈의 대리석관을 보고 북문으로 나온 사람들이다.

타지마할 왼쪽으로 행궁이 보이고, 오른쪽으로 이슬람 사원이 보인다. 이들은 완전 대칭을 이루고 있다. 이들 건물은 1643년에 완성되었다고 한다. 이슬람 사원에도 세 개의 돔이 보이는데, 이것은 가운데 미흐랍을 중심으로 두 개의 지성소가 더 있음을 말해준다. 이곳에서는 한꺼번에 600명 정도의 신도가 기도할 수 있다고 한다. 이곳 메탑 박에서 바라보는 타지마할은, 강 때문인지 차르박에서 바라보는 타지마할보다 훨씬 평화롭고 여유로워 보인다. 

메탑 박 유적
 메탑 박 유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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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에서 타지마할을 보고난 우리는 이제 메탑 박 유적을 살펴본다. 건물지 가장자리를 붉은색 벽돌이 감싸고 있다. 높이가 높은 곳은 1m, 낮은 곳은 50㎝ 정도로 보인다. 안쪽에는 건물지가 있다. 일부에는 벽장식도 나타난다. 마름모꼴도 있고, 이중 아치 형식도 보인다. 그리고 그 아래로 평평한 공간을 만들고 가장자리를 장식했다. 정면으로 타지마할이 보이는 곳이기 때문에 중요한 장소였을 것 같다. 방의 용도를 정확히 알 수 없는 게 유감이다.

이곳은 보호지역이어선지 줄이 처져 있다. 주변에는 건물의 주춧돌이나 벽으로 쓰였을 유물들이 버려져 있다. 이들 역시 붉은 사암으로 만들어졌다. 주변에는 벽돌로 쌓았으나 세월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진 것들도 있다. 그러나 이곳은 건물을 복원할 수도 정원으로 가꿀 수도 없어 그대로 내버려둔 것 같다. 메탑 박은 당국의 관심 밖에 있어 제대로 복원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메탑 박에서 만난 가족과 신혼부부 이야기

메탑 박 유적
 메탑 박 유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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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탑 박의 신혼 부부
 메탑 박의 신혼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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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탑 박은 현재 아그라 시민들의 소풍 장소 정도로 이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나는 이곳에서 저녁의 여유를 보내는 가족을 만날 수 있었다. 그것은 삭막한 도시 지역에서 강물과 자연이 어우러진 휴식처로 이만한 장소도 없기 때문이다. 나무를 심고 정원을 가꾸고 해서 그나마 가족이 함께 놀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또 이곳에는 자연을 찾아온 새들도 있다. 야무나강을 거점을 살아가는 새들이 이곳에 둥지를 틀고 있다.

이곳에는 또 신혼부부들이 찾는 것 같다. 샤자한과 뭄타즈의 사랑 때문일까? 우리가 만난 신혼부부도 얼굴과 의상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여성은 빨간색 옷에 꽃무늬 장식을 한 민소매 드레스를 입었고, 남성은 흰색 와이셔츠에 검은색 조끼를 입었다. 인도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보면 크게 두 부류하다. 근사하게 차려 입은 부유층과 가난에 찌들어 보이는 빈곤층이다. 메탑 박 정도에 와서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은 아마 부유층에 해당할 것이다. 그래선지 얼굴 표정도 여유 있고 자신만만해 보인다. 이들 부부는 사진 찍히는 걸 부담스러워하지 않는다.

아그라 시내의 타지마할 네온사인
 아그라 시내의 타지마할 네온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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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6시가 되니 해가 진다. 호텔로 돌아가기 전 잠시 쇼핑을 하러 간다. 인도에 와서 처음 하는 쇼핑이다. 가죽 가방도 있고, 장신구도 있고, 스카프도 있다. 아무래도 스카프 장사가 가장 적극적이다. 우리는 의류 매장 가장자리 의자에 둘러앉아 주인의 설명을 듣는다. 실크로 만든 것, 캐시미어로 만든 것, 파시미나로 만든 것 등 다양한 스카프를 소개한다. 그리고는 한 번 만져보고 걸쳐보도록 한다. 그런데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사실 적정한 가격을 모르는 우리로서는 그게 그거 같다. 그렇지만 국내에 비해서 많이 싼 듯 이야기한다. 기본적으로 100달러 내외인 것 같다. 사실 국내에서 가격을 생각하면 100달러가 비싼 건 아니지만, 인도라는 생각에 다들 망설인다. 스페셜 프라이스니, 가이드 추천이니 해서 절반을 할인하고, 거기다 10% 정도를 깎아주는 것으로 한다. 그래서 가격이 처음 제시한 것의 40%쯤 된다. 이쯤에서 선물로 스카프가 꼭 필요한 사람이 두 명쯤 산다.

스카프 판매
 스카프 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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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물건값이라는 것이 정말 오묘하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생산자가 가격을 결정한다. 소위 정가라는 게 있고, 정찰제가 정의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번 인도 여행을 통해 꼭 그래야만 하는 것 아니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사실 물건값을 결정하는 주체가 수요자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수요자가 필요하면 비싸게 살 수 있고, 필요 없으면 안 사면 된다. 자신이 산 가격 이상으로 활용하면 되는 것이지, 우리처럼 지나치게 가격을 따질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비싸게 산 것에 대해 후회하고 아쉬워하는 경우를 보아왔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 인도 여행에서 나와 아내는 세 가지 정도 물건을 샀다. 4개의 잔과 공작 세트로 이루어진 은제 기념품을 10달러에 샀다. 현재 주방에 있는데, 식사 때 보며 아주 만족스러워한다. 그리고 바라나시에서 공작과 꽃이 수놓아진 벽걸이를 100달러 주고 샀다. 그런데 아내는 이걸 너무 비싸게 산 것 같다고 지금도 아쉬워한다.

또 다른 전시 판매실
 또 다른 전시 판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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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서 나는 넥타이를 세 종류 샀다. 인도의 상징인 코끼리 문양이 들어간 것을 하나 샀다. 코끼리는 부와 명예를 상징한다고 하는데, 그냥 무난한 편이다. 두 번째는 분홍색 격자무늬 염색이 잘 되어 보이는 폭이 좁은 넥타이를 하나 샀다. 이것도 괜찮다. 마지막으로 보라색 단색으로 이루어진 넥타이를 샀다. 그런데 염색이 시원찮아 매기가 좀 그렇다. 나는 넥타이 구입에 30달러를 썼고, 그 중 두 개는 제값을 하고 하나는 제값을 못하는 셈이다.

이처럼 물건의 가격은 소비자 중심으로 평가하는 게 맞는 거 같다. 우리처럼 생산자 중심으로 가격이 매겨지면 장사가 활성화되기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고객지향, 소비자 중심, 이것은 상업의 제1원칙이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인도와 중앙아시아 사람들이 장사를 잘 해왔는데, 그것은 그들이 이런 마인드를 가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옆집에서 백 원에 파는 물건을 내가 천원에 팔았다면, 부도덕한 일이 아니고 장사 수완이 대단한 것이다. 이번 인도여행을 통해 다시 생각하게 된 상도(商道)다. 도라는 것이 도덕이 될 수도 있지만, 방법론이 될 수도 있다.


태그:#메탑 박, #달빛 정원, #야무나강, #발굴과 보존, #쇼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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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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