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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빌 공동채 중앙에 있는 둥근 건물로서 이곳 공동체 사람들과 이곳에 머물면서 관광하는 사람들은 들어가서 요가, 명상에 참여할 수 있다 한다.
▲ 명상룸인 마티르만디르 오로빌 공동채 중앙에 있는 둥근 건물로서 이곳 공동체 사람들과 이곳에 머물면서 관광하는 사람들은 들어가서 요가, 명상에 참여할 수 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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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시바신을 모시는 사원인데, 시바 신은 물론이고 힌두교에서 숭배하는 온갖 동무 신 등의 신상들을 대할 수 있었다.
▲ 오로빌 인근의 힌두교 사원 이곳은 시바신을 모시는 사원인데, 시바 신은 물론이고 힌두교에서 숭배하는 온갖 동무 신 등의 신상들을 대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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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1일 우리 일행은 퐁디셰리의 세계적인 공동체 마을인 오로빌 공동체로 가기 위하여 퐁디셰리 간디 동상 인근에 있는 관광안내소로 갔다. 정상적으로 운행을 한다면 오전에는 차가 이미 떠나서 없고 오후에나 버스가 있다. 그런데 우리 외에도 오로빌을 가려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예정에 없던 버스가 투입되었다. 우리 일행은 그 사람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오로빌로 향했다.

그런데 우리가 탄 차가 곧장 오로빌 공동체로 간 것이 아니다. 오로빌 인근에 있는 한 힌두교 사원에 내린 것이다. 관광코스에 있나보다 하고 우리 일행은 내려서 여느 사원에서와 마찬가지로 신발을 벗어 맡기고 사원 안으로 들어섰다.

이미 북인도 여행을 다녀온 은하선생님의 말씀를 빌리면, 이곳 남인도의 힌두교 사원들이 북인도의 사원들보다 더 규모가 있고, 정갈하며 더 많은 신상들로 장식이 되어 있어 보기에도 좋다고 하였다. 코친에서는 흰두교 신자가 아니면 들어오지 말라고 하였는데, 이곳은 그러질 않고 누구나 들어가서 관광도 하고 힌두신들에게 참배를 할 수도 있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신들을 섬기고 있는 힌두교

파괴의 신인 시바 신으로부터 저주를 받지 않기 위하여 그의 아들인 캬네샤 신한데 자신의 소원을 빌어주면 해결된다는 소망을 갖고 있는 인도인들
▲ 캬네샤 신을 모시고 있는 호텔에서 파괴의 신인 시바 신으로부터 저주를 받지 않기 위하여 그의 아들인 캬네샤 신한데 자신의 소원을 빌어주면 해결된다는 소망을 갖고 있는 인도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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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서 보았더니 인도인 참배객들은 다들 화환이나 꽃잎들이 담긴 바구니를 들고 들어오고 있었다. 그렇게 해서 들고 온 꽃다발을 사원에서 참배객들을 안내하거나 인도하는 사람에게 건네면 이곳에서는 원숭이 신에게 매달아 주는 것이다. 우리 일행 중 한 사람인 정선생님이 이곳 인도로 여행을 오기 전에 찾아본 자료라며 아래와 같은 얘기를 해주었다.

"힌두교의 시바신이 혼인을 하여 아들을 두었는데, 시바신은 바람기도 많았지만 하도 오라는 데가 많아서 오래만에 집에 들어가게 되었답니다. 그 시간에 시바신의 부인은 목욕을 하면서 아들에게 '아무도 집에 들이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였답니다. 그런데 그 시간에 시바신이 마침 집에 들어와서 아들에게 문을 열라고 했는데, 아들은 끝까지 버티며 문을 열질 않자, 화가 난 시바신은 아들의 목을 쳤다고 합니다.

목욕을 하고 나온 시바신의 부인이 아들이 죽어있는 것을 보고 너무 화가 나서 시바신에게 '당장 나가서 첫 번째 만나는 생명체의 목을 쳐서 가져와서 붙이라'고 하였답니다. 시바신이 문밖을 나가자 처음 만난 것이 코끼리인데, 코끼리의 목을 쳐서 아들의 목 위에 얹어서 생긴 아들이 가네샤 신이라는 겁니다. 사람들이 집집마다 가네샤 신을 모시는 것은 파괴의 신인 시바신이 무섭기 때문에 가네샤 신에게 잘 말해 달라는 의미라고 합니다."

이곳을 찾은 인도인들은 뜰에 마련되어 있는 원숭이 신상을 향해 꽃을 바치고 참배를 하고 있기도 하였다.
▲ 원숭이 신에 대한 참배 이곳을 찾은 인도인들은 뜰에 마련되어 있는 원숭이 신상을 향해 꽃을 바치고 참배를 하고 있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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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두교에서는 수많은 신을 두고 있는데, 그 수가 330만이나 된다고 한다. 그러니 지역마다, 집집마다, 사람마다 믿는 신이 굉장히 다양하고 다르다는 것이다. 힌두교는 주로 삼주신을 섬기는데, 천지 창조의 신이며 인간의 조상을 만들었다는 브라흐마와 악을 제거하고 정의의 회복을 유지하는 비슈누와  우주 소멸과 파괴의 신인 시바를 모신다고 한다.

특히 시바 신은 우주 소멸의 신으로서 세 개의 눈과 열 개의 팔, 네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으며 목은 검푸르게 묘사되었다고 한다. 시바 신은 히말라야의 깊은 산 속에 산다고 하는데, 힌두교도들은 갠지스강이 그의 머리카락이 흘러서 나온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원래 시바는 부와 행복, 길조를 의미하는 신이었으나, 나중에 창조와 파괴의 신이 되었다고 한다.

대부분의 힌두교 사원에서는 이들 삼주신 중에서 시바 신과 비슈누 신을 주신으로 모신다고 한다. 우리가 간 사원에서도 시바 신을 주신으로 모시고 있지만 바깥 뜰에는 원숭이 신도 모시고 있었다. 참배객들은 화환이나 꽃바구니를 들고 와서 원숭이 신에게 바치려고 하며 그 앞에서 집사 역할을 하는 사람이 그걸 받아 제단에 올려주고, 그런 다음 참배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우리 일행 중 안 선생 부부와 일부 일행들이 시바 신이 모셔져 있는 신전으로 들어갔다. 동굴과 같이 어두컴컴한 곳인데, 그 속에는 작은 촛불이 켜져 있고, 조그만 신상이 세워져 있는 것이 어슴푸레하게 눈에 들어왔다.

그곳에도 참배객들을 위하여 집사 역할을 하는 여인이 참배객들의 얼굴에 우리네의 연지, 곤지 같은 분가루를 발라주면서 참배를 하게 하였다. 나는 인도인들이 참배하는 모습을 곁눈질하면서 그들과 같이 합장을 하고 예를 올리고 나왔다.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한 것보다는 절에 가면 절의 예법을 따르고, 성당에 가면 성호를 그리는 것처럼 이곳 힌두교 사원에서는 힌두교식 예를 갖춘 것이다. 특별히 주문을 하거나 마음을 담은 기도를 한 것은 아니다.

밖으로 나와 여러 신상들 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기도 하고, 사원에 참배를 온 인도인들의 행동과 모습, 태도를 살폈다. 그들의 종교를 대하는 방식을 보고 느끼면서 인도의 힌두교 사원 탐방의 의미를 새겨 보았다.  

세계인들이 모여 이루어진 오로빌 아쉬람 공동체

오로빌을 찾는 사람들을 위하여 '오로빌 공동체'가 어떤 곳인지에 대한 안내판들이 영문과 인도어로 나 붙어 있었다.
▲ 영문 안내판 오로빌을 찾는 사람들을 위하여 '오로빌 공동체'가 어떤 곳인지에 대한 안내판들이 영문과 인도어로 나 붙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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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도시'라는 뜻의 오로빌은 인도의 독립운동가이자 사상가이며 철학자인 스리 오로빈도(Sri Aurobindo)의 이상향과 사상을 구현하기 위해 세워진 아쉬람 공동체이다. 1968년에 건설된 오로빌은 유네스코 후원을 받고 있다고 한다. 오로빈도는 인류 최대의 적은 인간의 내부에 있으며, 자기 성찰에 정진하면 인간의 의식도 신성을 향해 진화될 수 있다고 가르쳤다고 한다.

벵골보리수 한 그루밖에 없던 척박한 땅에 착공식을 하면서 세계 124개국에서 온 사절들이 인류의 일체성을 상징하는 하나의 몸짓으로 각자 한 줌의 흙을 가져왔다. 그리고 마을 부지 한가운데 위치한 연꽃봉오리 모양 항아리 속에 흙을 다 담았다. 물론 한국에서 가져온 흙도 있다고 한다. 착공식이 끝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 돌아가고 남은 7명의 사람들이 열사병, 굶주림과 싸우면서 오로빌 공동체는 일구어지기 시작했다 한다.

오로빌 공동체에는 외국인들 뿐만 아니라 학생들, 인도 현지인 등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었다.
▲ 건학을 온 인도 학생들 오로빌 공동체에는 외국인들 뿐만 아니라 학생들, 인도 현지인 등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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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화원의 꽃들 중에는 한국에서 볼 수 있는 것들도 많았고, 마당에 있는 작은 연못에는 이렇게 아름답게 수련들이 피어 우리의 눈길을 끌었다.
▲ 오로빌 가는 길에 있는 화원에서 이곳 화원의 꽃들 중에는 한국에서 볼 수 있는 것들도 많았고, 마당에 있는 작은 연못에는 이렇게 아름답게 수련들이 피어 우리의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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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빌에는 유치원에서 초, 중, 고등학교까지의 과정들이 있는데, 완전 무상교육이고 급식이며 모든 것들 역시 무상으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학교 공부에서는 경쟁이 없고, 성적도 석차를 매기지 않고 서술식으로 적어준다고 한다. 교사들은 학생 2명당 한 명씩 배치되어 있을 정도라고 한다. 요즘 우리 나라의 잘 나가는 혁신학교나 대안학교를 연상케 하는 것이다. 이곳 공동체의 중심에 있는 프랑스나 독일 교육의 영향을 크게 받았으니 그곳 나라들의 교육 공동체성을 이곳에 접목했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힌두교 사원 견학을 마친 우리 일행은 가이드를 따라서 오로빌 공동체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오로빌 공동체 안내소로 향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오로빌 공동체 입구에 있는 작은 식물원이 우리를 끌었다. 그곳에는 각종 수련들이 화사하게 피어 탐방객들을 반기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나라의 화원에서 많이 볼 수 있는 하와이나팔꽃과 같은 식물에서부터 우리나라에서는 전혀 보지 못한 식물들까지 환하게 그리고 향기롭게 꽃을 피우고 있었다. 그 향기를 맡으면서 거기에 취해 있는데, 우리 일행 인솔 팀장이 재촉을 하여 아쉽지만 다시 오로빌 공동체 안내 센터로 이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로빌 안내 센터로 향하는 길 주변은 나무들이 울창하게 덮여있었다. 황무지에 공동체를 조성하면서부터 200만 그루의 나무들을 심어서 지금은 울창한 숲으로 바뀐 것이다. 인도와 같이 상하의 나라에서는 나무들을 심어 베지 않고 10년만 잘 보존해주면 저절로 큰 숲을 이루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로빌 공동체 안내소로 향하는데, 좁은 숲길이 뚫려있고, 그 길로 가끔 승용차들과 자전거 등이 지나갔지만 다 걸어서 가는 것이 원칙이란다. 차는 오로빌 공동체 주민들이나 직원들의 것이란다. 공동체 소속 택시와 자동차, 그 마을 주민들의 차만 몇 대 다니는 정도이다. 다만 탐방객은 60루피를 내면 온종일 스쿠터를 빌릴 수 있는데, 이걸 타고 숲 속을 누빌 수 있다고 한다.

한 나무에서 많은 줄기들이 마치 다른 나무인 것처럼 땅을 향해 뿌리를 내려 있다.
▲ 반얀트리 한 나무에서 많은 줄기들이 마치 다른 나무인 것처럼 땅을 향해 뿌리를 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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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빌 안내소로 들어가는데 '반얀트리'라는 큰 나무를 만나서 너무 놀랐다. 그 나무 한 그루가 몇 백 평이나 됨직한 땅을 차지하고 있지 아니한가? 처음에는 따로따로인 나무들이 각자 자라서 숲을 이루는 줄 알았다. 하지만 곧게 서 있는 나무들을 자세히 보면 가운데 굵은 원줄기가 있고, 거기에서 사방으로 뻗어나간 가지에서 땅을 향해 내린 줄기들이 땅속에 뿌리를 내리고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큰 나무 한 그루가 이렇게 넓은 땅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때부터 인도 여행을 하면서 눈여겨 보았더니 이와 같은 나무들을 제법 볼 수 있었다. 그 나무 한 그루가 주변을 다 점령하여 그늘을 드리우면 그 밑에서는 다른 식물들은 제대로 자랄 수 없는 것이다. 이미 열대지방 여행을 많이 한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나무라는데, 난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그런 신기한 나무 밑에서 우리 일행들은 열심히 사진을 찍은 다음 오로빌 안내 센터로 다시 발걸음을 재촉했다. 들어가는 입구 곳곳에는 약초라든가 꽃의 이로움 등을 안내하는 안내판들이 내걸려 있는가 하면 태양광발전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한 설명을 해놓은 안내판, 유기농에 대한 안내 등, 이곳이 인간과 자연이 함께 공생하는 생명 공동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게 했다.

'환영합닏3ㅏ'라는 한국어 인사말이 여섯 번째 있어, 한국인들이 많이 찾고 있음 실감하였다.
▲ 한국어 인사말 '환영합닏3ㅏ'라는 한국어 인사말이 여섯 번째 있어, 한국인들이 많이 찾고 있음 실감하였다.
ⓒ 김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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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 센터가 있는 곳에 거의 다라랐더니 세계 여러 나라 글자로 '환영한다'는 글귀가 내걸려 있었다. 물론 한글로 되어 있는 팻말도 있었다. 한국어로 되어 팻말이 위에서 6번째로 걸려있는 것으로 보아 이곳 공동체를 찾는 손님들 중 한국인의 비중이 상당히 높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안내 센터에 도착하였더니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누구나 오로빌에 대한 안내 영상을 시청하로록 되어 있었다. 그걸 보아야 더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영어로 되어 있는 공동체의 정신을 담은 안내판이 탐방객들을 반기고 있었다.

세계 모든 나라 사람들을 신념과 종교, 민족을 넘어서서 다 모일 수 있는 평화 공동체라는 안내판
▲ 오로빌 안내 센터의 안내문구 세계 모든 나라 사람들을 신념과 종교, 민족을 넘어서서 다 모일 수 있는 평화 공동체라는 안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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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rovile wants to be a universal town where men and women of all contries are able to live in peace and progressive harrmony, above all creeds all politics and all nationalitices, the purpose of auroville is to relise human unity"
(오로빌은 세계 모든 나라 사람들이 신념과 정치, 민족을 넘어서서 평화와 진보적 조화를 이루며 사는 공동체로서 사람들의 협력과 통합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10여 분 정도의 오로빌 공동체를 안내하는 영상물을 시청하고 나서 우리 일행은 오로빌 공동체 중앙에 있는 커다란 금색 원형 명상룸인 마트리만디르가 있는 곳까지 갈 수 있었다. 가는 도중에 인도의 어린이들 몇 백여 명이 이곳으로 견학을 왔다 가는 모습도 볼 수가 있었다. 교사인 나는 그 모습도 신기하여 그들을 다정하고 신기한 눈으로 한참을 쳐다보면서 사진기에 마구 담았다.

막상 마트리만디르가 있는 원형 건물 가까운 곳에 도착을 하였는데, 한 100m 밖에서나 볼 수 있도록 울타리를 쳐서 방문객들의 접근은 막고 있어서 더 이상은 갈 수가 없다는 것에 실망을 하였다. 그곳에서 오로빌 공동체를 둘러보았다는 것은 너무 형식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00만 평도 더 되는 드넓은 오로빌 공동체에는 약 2000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는데, 이들이 사는 주거 현장에서 그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살펴볼 수가 없어서 많이 안타까웠다.

그렇다고 돔 앞에서 공동체 마을 쪽을 바라본다고 하여도 나무 숲 속이라 건물이라고는 거의 불 수가 없었다.  우리 일행은 인원수가 많아서 오로빌 공동체의 게스트하우스를 빌려서 묵으면서 마을을 둘러볼 형편이 되질 못했다. 공동체 안으로 들어가서 그곳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도 보고 이야기도 나누어 보았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 안에서 살고 있는 한국인들도 만나보고 그들의 이야기도 직접 들어보았다면...... 그렇질 못한 진한 아쉬움을 안고 사진만 열심히 찍다가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오로빌의 모습을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는 영역 지도의 모습
▲ 오로빌 영역 지도 오로빌의 모습을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는 영역 지도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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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 공동체를 직접 방문하여 거기 사람들과 함께 생활했던 사람들의 후기를 빌리면, 그 안에는 한국인들도 20여 명 살고 있다고 하고, 오로빌 주민들은 주변에 살고 있는 인도 현지인들과도 교류를 하면서 어울려 지내고 있다고 한다. 오로빌 공동체에는 세계 40여 개 나라 사람들이 모여와서 생활하고 있는데, 공동체 운영비로 한 달 3000루피(9만 원) 정도를 내야 한다고 한다.

한국인들 중에는 이곳 공동체에서 살다가 돈이 부족하여 한국으로 돌아가서 돈을 벌어가지고 다시 들어와 사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물론 공동체 안에서 취업을 하거나 노동을 하여서 돈을 벌 수도 있는데, 기껏해야 한 달 3000루피 정도 버는 것이 고작이어서 기본적인 자기 자산이 없는 사람들이 들어와서 생활하기는 쉽지 않다고 한다. 4인 가족이 들어와서 생활하려면 한 달 약 90만 원 정도는 있어야 한다니 말이다.

한국에서와 같이 경쟁으로 하루 24시간 바쁘게 내몰리는 세상살이에 지친 사람들, 그렇게 살지 않으면 경쟁에서 밀려 나락으로 떨어져 살아갈 수 없는 세상에서 이곳 오르빌 공동체는 하나의 이상향인지 모른다.

2012년 독일로 탈핵 도시 탐방을 다녀온 적이 있다. 그때 옛날 동독 지역에 자리잡고 있는 재그공동체 마을을 방문했다. 옛날 동독시절 비밀경찰이 주둔했다는 땅을 공동체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나서서 수십 만 평의 땅을 사들이고 공동체 마을을 만들었다고 한다. 약 400명의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는데, 그들 중 100명 정도는 공동체 마을과 관련된 일을 하고, 나머지 3/4의 사람들은 공동체 밖에서 일자리를 갖고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그들은 한 달에 한 번 식사 준비 활동과 마을 공동 농장을 경작하는 일에는 의무적으로 참여하여야 하지만 나머지는 다들 각자 자유로운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하였다. 매월 일정한 금액의 운영비만 내면 주거며, 식비 등 모든 것이 해결된다. 자녀들은 공동체 내에 학교가 있어서 거기에 다니는 것은 아니고, 공동체 밖의 학교를 마음대로 선택하여 다니는데, 방과후에는 공동체 내의 방과후 돌봄교실에서 돌봐 준다고 한다.

공동체이기 때문에 에너지도 공동으로 해결하고 있었다. 태양광 발전이 기본이고 그 외에 바이오 연료를 사용하고, 겨울에 난방이 많이 필요한 시기에는 자연에너지로 난방이라든가 열공급이 다 해결이 안 되어 일부는 가스를 때어서 해결하고 있었다. 건물은 새로 지은 것은 아니고, 기존에 있던 건물들을 리모델링하여 공동 목욕탕이라든가 공연장, 전시실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재미있는 것은 이 공동체 내에는 독신 남여들이 많이 살고 있고, 자유 연애가 가능하여 얼마간 같이 살다가 헤어지기도 하고, 또 파트너를 바꾸어 살기도 하는 등 이런 것들이 남 눈치 볼 것 없이 자유롭게 열려있다는 점이었다. 특히 이 마을에는 미술 분야라든가 음악 등 예술인들이 많이 들어와 살고 있다고 들었다.

오로빌 공동체를 생각하며 시 한 수를 써 보았다.

오로빌에서/김광철

아메리카 인디언 추장의 편지를 생각한다
저 하늘이나 땅의 온기를 어떻게 사고 팔 수 있는가?
공기의 신선함과 반짝이는 물을 우리가 소유하고 있지도 않은데
어떻게 그것들을 팔 수가 있는가
나무 속에 흐르는 수액은 우리 홍인의 수액을 실어 나른다

인간이 돈을 만들고
돈을 모아 자본을 만들어 권력이 되고
권력은 끊임없는 착취를 통하여 더욱 거대해지더라
끝없는 경쟁을 통하여 승리하는 자는 살아남고
패퇴하는 자는 소멸해 가야하는 이 무한경쟁의 세상 속에
숨이 턱밑까지 치밀어 올라온다
질식할 것 같다
그러다 죽을 것 같다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는 기계 부속으로 전락한 자본의 메카니즘 속에서
내가 누구이며
나는 왜 살아야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우리 몸 속에 면면히 흐르는 공동체의 디엔에이는
이 목마름에 대하여 오로빌로 답을 한다
더불어 함께 살고자 하는 세상사람들이여
그대들 신념이 무엇이든 어느 나라에서 태어났든 상관없나니
다 모여라
끊임없는 명상과 요가를 통하여
내 자신을 깨닫고 업을 끊고 자유로울 수 있나니
신성을 깨우쳐 자유와 평화가 넘쳐나는 세상
자연과 내가 하나가 되고
우주와 내가 하나가 되고자 하는
해방의 욕구가 넘쳐나는 이상향

타밀족이 그랬고
라다크 사람들이 그랬고
아메리카 인디언들도 그랬나니

우주와 자연과 우리와 내가 모두 하나가 되는 세상을 만들어 보자구나
내 아름답고 평화로운 영혼의 숨결이 온 숲에 넘쳐나서
풀벌레 한 마리에도 스쳐가는 바람결에도 살랑거리는
작은 우주가 여기에서 열리나니

우리 일행은 오로빌 공동체를 주마간산격으로 보고 퐁디셰리를 향하여 돌아오면서 가이드가 인도하는 인도식당으로 이끌려 가서 점심식사를 할 수 있었다. 우리가 선택한 것이 아니라 가이드에 이끌려 오로빌 공동체 관광을 온 인도인들과 함께 대중식당으로 간 것이다. 거기서 점심식사를 하는데, 인도인들은 수저를 사용하지 않고 다들 맨손으로 밥을 먹고 있었다. 우리는 식당 종업원에게 수저를 달라고 해서 식사를 하였다. 이게 다 문화의 차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면서 말이다.

퐁디셰리 인근 과학관에서 체험학습을 온 인도 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다.
▲ 과학관의 학생들 퐁디셰리 인근 과학관에서 체험학습을 온 인도 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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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네와 별반 다르지 않은 학생들의 체험학습

오로빌 관광 가이드는 자신들의 일정에 우리를 꿰맞추었다. 가자고 하지도 않은 과학관으로 우리를 데리고 갔다. 가서 보니 인도의 중학생들이 체험학습을 많이 와 있었다. 우리 연수단이 대부분 교사들이기 때문에 이런 풍경도 낯설지 않았다.

이 학생들 틈에 끼어 다양한 과학체험을 하는데, 체험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교사인 나는 이곳 과학관의 시설과 체험내용들에 대하여 더 흥미와 관심이 있었다. 서울의 창경궁 옆에 있는 중앙과학관을 찾은 느낌이 들었다. 다만 중앙과학관보다 체험 시설들이 낙후되고 약간 정비가 덜 되어 있었으나 나름대로 물리 체험과 해양, 동식물, 천체체험 등 다양하게 갖추어 있었다.

교사들이 그중 몇 가지 체험을 하는 사이 나는 과학관 앞의 식물원으로 나가 보았다. 다양한 식물들이 많이 심어져 있는가 하여 가보았더니 식물들은 몇 종 없고 태양광과 풍력 발전의 원리 등을 관찰할 수 있는 시설들이 되어 있는 모습이 우리나라의 여느 과학관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퐁디섀리 거리에서 만난 현 주지사의 집권당을 지지하는 시위대들
▲ 친자치정부 시위대 퐁디섀리 거리에서 만난 현 주지사의 집권당을 지지하는 시위대들
ⓒ 김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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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다시 타고왔던 관광버스를 이용하여 퐁디세리의 시내를 통과하는데, 재미있는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몇 백명 되는 사람들이 도로 한가운데를 점령하고 트럭에는 대형 사진과 손가락 숫자로 5번을 표시하는 간판을 내걸고 그 뒤를 수많은 오토바이를 동원한 젊은이들이 경적을 울리며 지나가고 있는 것이다.

운전기사에게 저게 뭐하는 것이냐고 물었더니, 시위대가 시위를 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보통 시위라고 하면 떠오르는 것은 반정부 시위일 텐데, 이날 벌어진 퐁디셰리 시내 거리에서의 시위는 반정부 시위가 아니라, 이곳 퐁디셰리 자치주의 주지사가 속해있는 정당을 지지하는, 말하자면 친지방정부 시위인 것이다. 그 모습을 보면서 우리 일행들은 약간 의아한 표정들을 지었다. 우리나라에서도 과거 1~5공 시절 가끔 볼 수 있었던 친정부 시위라는 것을 보면서 아련했던 우리의 과거를 떠올리게 하였기 때문이다. 

아쉬움이 많은 오로빌 공동체 탐방은 이렇게 생각지도 않았던 체험들을 하면서 끝을 맺었다.


태그:#오로빌 공동체, #힌두교 전통, #친지방정부 시위, #과학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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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초등위원장, 환경과생명을지키는전국교사모임 회장을 거쳐 현재 초록교육연대 공돋대표를 9년째 해 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서울의 혁신학교인 서울신은초등학교에서 교사, 어린이, 학부모 초록동아리를 조직하여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미래, 초록세상을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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