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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는 오픈소스로 공개됐다.
▲ 구글 딥마인드 화면 알파고는 오픈소스로 공개됐다.
ⓒ 구글 딥마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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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은 끝났지만 그 여파가 만만치 않다. 정부는 인공지능(AI) 개발에 5년간 1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능정보산업 발전전략'을 발표하며, 민간이 주도하는 연구소를 설립하겠다고 한다. 굴지의 대기업들이 연구소에 참여한다. 어디서 많이 보아온 흐름이다.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는 큰 사건이나 이벤트가 끝나고 나면 정부는 앞다퉈 로드맵을 제시한다. 그렇다. 인공지능과 인간의 바둑은 결국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주었다. 이세돌 한 개인의 역량은 빛났는지 모르지만 한국이라는 나라가 갖춘 창의적 연구의 시스템은 부족하다는 게 중론이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가 지난 2014년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젊은 인재들이 소프트웨어 학과나 기업을 기피하는 이유가 낮은 개발자 처우(23%), 소프트웨어에 대한 낮은 인식(17%) 때문이었다. 이외에도 SI문제(System Integration. 하도급 등), 개발자 수명 등이 뒤를 이었다. 한 마디로 소프트웨어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 대한 처우가 열악하다는 뜻이다.

이번 알파고와 이세국의 대국을 바라본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의 시선은 어떨까. 구글 혹은 구글 딥마인드의 개발 문화를 부러워하지 않을까. 연구 결과가 <네이처>에 공개되고, 오픈소스 개발 방식으로 꾸준히 업그레이드되는 인공지능. 알파고가 탄생하기까지 모든 과정이 인터넷에 공개된다. 이세돌이 졌지만 상금은 유니세프와 과학기술 교육에 기부된다. 

알파고가 탄생 자체가 승리다

국내에선 몇 년 전 개발자가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왜냐하면 야근 수당을 제대로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IT업계의 고질적인 병폐다. 개발자가 소송까지 걸어야 한다니. 그 개발자는 과로로 인해 폐의 일부를 절단해야 했다. 이러한 개발문화에서 알파고가 탄생할 수 있을까. 법원은 적정 수레리 페이지준의 수당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젊은 개발자들이 점점 이탈하고 전문가로 성장하지 못한다. 대기업들은 강소 전문기업들의 기술을 베끼고, 훔치기에 급급하다. 소송을 시작해도 대기업들은 꿈쩍하지 않는다. 한편에선 좋은 기술을 선보이려고 해도 대기업이 무서워 공개하지 못하겠다는 한탄도 흘러나온다. 소프트웨어는 창조 경제의 비타민이자 국가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바로미터다. IT산업은 O차 산업이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산업 생태계가 약한 상황이다.

MBC <무한도전>에서 한 고등학교를 기습 방문한 적이 있다. 그때 학생들에게 누구를 가장 닮고 싶냐고 물었다. 1위는 마크 주커버그, 2위는 스티브 잡스였다. 이젠 1위가 래리 페이지나 에릭 슈미트 혹은 데미스 하사비스가 될 것 같다.

개발 문화가 변해야 창의성 발현

좋은 기업들, 창의적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할까? 미국에서 일하는 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박상민 연구원)는 "창의력이란 문제를 발견하는 눈"이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구글은 '알고 싶다', 아마존은 '사고 싶다', 페이스북은 '친해지고 싶다', 트위터는 '말하고 싶다'는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구글 딥마인드는 '기계도 사유할까'라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다.

그는 놀이처럼 일하면서 보상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게 바로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산업이 성공할 수 있는 키워드라는 뜻이다. 박상민 연구원은 "스스로 조물주가 되어 창조하는 즐거움은 소프트웨어 개발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고 말했다.

우리 기업들에게 과연 창의력이 존재하는지, 그 말은 우리의 교육이 창의적인 인재를 길러내는 데 얼마만큼 유효한지 되물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선 창의성이 발현될 수 있는 개발문화와 소통과 집단 지성까지 필요하다.

앞으로 모든 직업은 컴퓨터화 하여 기존 일자리의 약 47%가 20년 내에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옥스퍼드대 오스본 교수는 지난 2013년 "가치를 창조하고 희소하며, 모방이 어려운 일이 앞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기술로 인해 사회가 소프트웨어적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생활코딩'을 운영하고 있는 개발자이자 코딩 무료교육 강사인 '이고잉'은 "언젠가 개발자들의 사고방식이 사회 전반적으로 흘러들어 가게 될 것"이라며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쓰는 도구가 일상화되고 당연하게 여기게 되면 그게 바로 혁신"이라고 밝혔다.

개방과 혁신이 일상으로 파고드는 지금, 우리는 어디에 있는지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덧붙이는 글 | 필자의 저서 <대한민국 소프트웨어 성공 방정식>(제이펍, 2014) 내용을 일부 참조했습니다.



태그:#딥마인드, #알파고, #개발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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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문화, 과학 및 예술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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