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축구장의 드라마가 또 한 편 만들어졌다. 전통의 강호 바이에른 뮌헨이 그것도 안방에서 망신을 당하는 줄 알았다. 이번 시즌이 끝나면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시티로 떠나는 과르디올라 감독의 신의 한 수가 통했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이끌고 있는 FC 바이에른 뮌헨(독일)이 한국 시각으로 17일 오전 4시 45분 독일 뮌헨에 있는 푸스발 아레나에서 벌어진 2015-2016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유벤투스(이탈리아)와의 홈 경기에서 연장전까지 이어진 접전 끝에 4-2로 대역전승을 거두고 8강행 막차를 탔다.

유벤투스의 황홀했던 70분

지난 달 24일 토리노에서 열린 경기도 그랬다. 원정 팀이 먼저 2골을 터뜨리며 한치 앞을 분간하기 힘들게 만든 것이다. 그리고 후반전에 홈팀이 2골을 따라붙는 흐름도 똑같았다.

1차전에서 놀라운 뒷심을 발휘하며 2골을 따라붙은 유벤투스는 이번 2차전에 핵심 선수들(DF 키엘리니, MF 마르키시오, FW 디발라)이 무더기로 부상자 명단에 올라 매우 힘겨운 원정 길이 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2차전의 분위기는 금세 뜨거워졌다. 경기 시작 후 5분 만에 유벤투스의 선취골이 터진 것이다. 바이에른 뮌헨의 수비수 알라바가 첫 번째 볼 터치를 잘못하여 공을 리히트슈타이너에게 빼앗겼고 곧바로 이어진 공이 폴 포그바의 오른발에 걸렸다. 골키퍼 노이어까지 튀어나온 상태라 빈 골문이나 다름 없었다.

그리고 28분에 유벤투스의 역습이 반짝반짝 빛났다. 골잡이 알바로 모라타가 50미터 가량을 빠르게 드리블하여 바이에른 뮌헨 수비수 3명(알라바-베나티아-조슈아 키미히)을 차례로 따돌리는 장면이 압권이었다. 모라타의 오른발 패스를 받은 콰드라도는 몸을 날리며 커버 플레이에 나선 뮌헨의 주장 필립 람까지 따돌리고 오른발 슛으로 추가골을 터뜨렸다.

두 경기 합산 점수 4-2가 되었으니 유벤투스의 기적같은 8강 희망가가 울려퍼지는 듯 보였다. 이 흐름이 후반전 중반까지 이어졌으니 토리노에서 날아온 원정 팬들은 황홀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축구는 거기가 끝이 아니었다. 바이에른 뮌헨이 포기할 리 없었다.

과르디올라 감독 신의 한 수, '킹슬레 코망'

흔들리는 팀을 재정비하기 위해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60분에 중대 결단을 내렸다. 수비형 미드필더 사비 알론소를 빼고 날개공격수 킹슬레 코망을 들여보낸 것이다. 이것이 결과적으로 '신의 한 수'가 되었다.

73분에 오른쪽 측면 공격을 통해 더글라스 코스타가 왼발 크로스를 올려주었고 이 궤적을 향해 뮌헨 골잡이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가 빠져들어가며 헤더 골을 터뜨렸다. 그래도 뮌헨은 갈 길이 바빴다.

후반전 추가 시간 3분이 표시된 직후에 기적같은 동점골이 만들어졌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야심차게 들여보낸 킹슬레 코망이 오른쪽 측면에서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려 토마스 뮐러를 빛나게 만든 것이다.

감독의 촉은 옳았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연장전이 시작되고 11분 만에 마지막 남은 교체 카드를 내밀었다. 리베리를 빼고 티아고 알칸타라를 들여보낸 것이다. 바로 그 티아고 알칸타라가 단 7분 만에 대역전 결승골을 터뜨렸다. 귀중한 동점골의 주인공 토마스 뮐러가 부드럽게 밀어준 게 결정적이었다.

그리고 2분 뒤에 킹슬레 코망이 유연한 드리블 실력을 자랑하며 유벤투스 수비라인을 뒤흔들고 왼발 감아차기로 쐐기골까지 터뜨렸다. 교체 선수 두 명(킹슬레 코망, 티아고 알칸타라)이 대역전 드라마의 주역이 된 셈이다.

마지막 20분을 버티지 못하고 주저앉은 유벤투스로서는 2-0으로 앞서고 있던 전반전 끝 무렵 또 하나의 역습 기회에서 콰드라도가 오른발로 찬 슛이 뮌헨 골키퍼 노이어의 슈퍼 세이브에 걸린 순간이 끝내 마음 속에 남았다. 축구장의 드라마는 다 그렇게 이유가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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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2015-2016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결과(17일 오전 4시 45분, 푸스발 아레나-뮌헨)

★ 바이에른 뮌헨 4-2 유벤투스 [득점 :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73분,도움-더글라스 코스타), 토마스 뮐러(90+1분,도움-킹슬레 코망), 티아고 알칸타라(108분,도움-토마스 뮐러), 킹슬레 코망(110분) / 폴 포그바(5분,도움-리히트슈타이너), 후안 콰드라도(28분,도움-알바로 모라타)]
- 1, 2차전 합산 점수 6-4로 바이에른 뮌헨 8강 진출!

◇ 8강 진출 팀 일람
FC 바르셀로나(디펜딩 챔피언), 레알 마드리드 CF,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이상 스페인)
바이에른 뮌헨, 볼프스부르크(이상 독일)
파리 생 제르맹(프랑스)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
SL 벤피카(포르투갈)
축구 챔피언스리그 유벤투스 바이에른 뮌헨 알바로 모라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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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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