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사방에서 떨어지는 폭포와 급류
 사방에서 떨어지는 폭포와 급류
ⓒ 이규봉

관련사진보기


밤새 비가 퍼부었다. 내일도 이렇게 내리면 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으로 밤을 지새웠다. 계곡 건널 일이 있다면 그건 불가할 것이다. 다음 날 오전 7시 20분까지 아침을 먹고 떠날 준비를 모두 마쳤다.

그러나 대기하고 있어야 한다. 7시 50분쯤 폭우에 대한 잠깐의 설명이 있었고 8시에 대부분 함께 출발했다. 비는 조금씩 오고 있다. 양쪽 높은 산 위에서 내려오는 폭포들이 절경이다. 이런 모습은 비가 오기 때문에 더 잘 볼 수 있는 것 아닌가? 세상일에 무조건 나쁘고 무조건 좋은 일은 없지 않은가?

2미터 폭의 급류를 넘지 못하다

12시 무렵 넓은 평지에 지붕 있는 대피소 같은 것이 보였다. 프레이리(Prairie) 쉼터이다. 잠시 쉬던 중 장대비가 쏟아진다. 멈출 것 같지 않아 그 비를 맞으며 계속 걸었다. 조금 걸으니 버스 스톱(Bus Stop)이라고 적힌 쉼터가 또 나온다. 아니! 왜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 또 쉼터를 지었지? 하는 의문이 곧 풀렸다.

버스 스톱을 지나고 5분 후 산에서 흘러내린 물로 형성된 폭 2미터 정도의 급류가 나왔다. 그 물길이 하도 세어 건너가지 못하고 다들 서 있다. 조금 전 폭우가 내리기 전에 일찍 도착한 일부 젊은이들은 건너갔는지 보이지 않았고 나이 많은 사람들만 있었다. 주변을 돌아봐도 도무지 건널 방법이 없자 다시 버스 스톱으로 와서 대기하였다. 그래서 이름도 재미있게 버스 정류장이라고 붙였나 보다.

 2미터 폭의 이 급류를 못 건너 헬기를 타다.
 2미터 폭의 이 급류를 못 건너 헬기를 타다.
ⓒ 이규봉

관련사진보기


건너에 있는 산장 관리원이 연락이 되어 오기로 했다고 한다. 1시간이나 지난 후 거의 모든 사람들이 버스 스톱에 모였다. 이 급류를 혼자서 건너온 그녀는 모두 안전하게 건너기는 힘들다고 생각했나 보다. 무전기로 연락을 주고받더니 헬리콥터로 다음 숙소까지 이동하자고 말하며 헬기를 탈 수 있는 프레이리 쉼터로 다시 내려가자고 한다.

헬기는 우리보다 하루 먼저 온 등반객을 먼저 다음 숙소로 날라주고 오는 바람에 우리는 쉼터에서 근 1시간을 또 기다린 후에야 헬기에 나누어 타고 오늘의 숙소인 민타로 산장(Mintaro Hut)에 도착했다. 한 번에 여섯 명씩 타고 짐은 따로 보내왔다. 이런 일이 자주 있는지 각 산장마다 헬기가 내릴 수 있는 곳이 있다.

 우리를 실어 나른 소형 헬리콥터
 우리를 실어 나른 소형 헬리콥터
ⓒ 이규봉

관련사진보기


민타로 산장은 해발고도 600미터 정도에 있다. 오늘의 예정 거리는 16.5킬로미터이지만 헬리콥터로 이동하는 바람에 14킬로미터 정도 걸은 것 같다. 비록 2킬로미터 정도의 길을 걷지는 못 했지만 생전 처음 헬리콥터를 타는 행운도 누렸다.

반가운 화로 주변에 모이다

마침 화로가 피워져 있어 젖은 신 등을 말릴 수 있었다. 일찍 나와 물이 불기 전에 그 산에서 내려온 사람들이 피운 것 같다. 여기 숙소는 2층이며 2층은 좀 어두웠다. 채광이 침대 위가 아닌 앞에 있기 때문이다. 1층엔 두 개의 방이 있어 이층 침대가 각 3개씩 배열되어 있고 2층엔 1층 침대와 2층 침대가 섞여 있다. 조금도 쉬지 않고 비는 계속 온다.

점심과 저녁을 겸하여 4시쯤 컵라면과 비빔밥 그리고 빵을 먹었다. 몇 시간째 똑같은 굵기로 비는 힘껏 쏟아붓는다. 폭우(heavy rain)라는 기상예보를 실감나게 한다. 10시쯤 모두 잠에 들었는지 조용하다. 그야말로 눈앞조차 아무것도 안 보인다. 정말이지 새까만 밤을 맛보는 것 같다. 아파트에선 주위가 훤해 한 번도 그야말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밤을 지낸 적이 없기 때문이다.

 화로 주변에 모여든 신발들
 화로 주변에 모여든 신발들
ⓒ 이규봉

관련사진보기


지난밤에도 밤새껏 장대비가 왔다. 다음 날이 되었음에도 쉬지 않고 굵은 비가 계속 내린다. 오늘은 제대로 갈 수 있을까 걱정된다. 우리 한국인들 빼고 모두 출발했다. 우리도 7시 반쯤 출발했다. 굵은 비는 아니지만 비는 계속 내린다. 그나마 다행이거니 하고 걷는다. 오늘 해발고도 600미터 지점에서 1000미터 지점에 있는 맥키논 고개(Mackinnon Pass)까지 올라가고 다시 내려와야 한다. 나흘 중 가장 힘든 구간이고 어제 헬기로 탐방객을 나른 구간이라 또 헬기를 타야 되나 하는 걱정도 앞선다.

계속 올라가기만 하는데 사방이 다 절경이다. 사진보다는 동영상이 더 어울린다. 수 백 미터씩 가늘게 떨어지는 수 십 개의 폭포들, 빙하가 만들어낸 분지, 각종 식물들, 구름! 가히 세계 제일의 트랙 중 하나라고 말할 만하다. 저 풍광을 눈으로만 보아 기억하기에는 우리기억력은 너무나 부실하고 그렇다고 카메라에 담기에는 그 용량이 너무나 부족하니 어찌하면 저 풍광을 오래오래 기억할 수 있을지!

지금 세계에서 가장 장엄한 곳 중의 한 곳에 내 발자국을 남기고 있다. 참으로 생애 최고의 멋진 귀하고 귀한 경험을 하고 있다. 더구나 비가 와서 더욱 절경이다. 산이 높아 지그재그로 길을 따라 올라갔다. 높은 지대라 바람은 불고 추워 손이 시렸다. 1시간 반쯤 지나니 웬 십자가가 있다. 맥키논 기념비이다. 바로 뒤 고갯마루가 오늘 오를 최고의 높이이며 맥키논 고개의 정상으로 해발고도 1154미터이다. 오직 올라왔듯이 이제는 오직 내려가기만 하면 된다. 바로 아래에 쉼터가 있어 들렸다. 고맙게도 가스레인지가 있어 뜨거운 차 한 잔을 마시며 시린 손과 속을 풀 수 있었다. 이곳의 화장실은 최고의 전망을 자랑하는데 아쉽게 이용할 필요가 없었다.

뉴질랜드 정부의 후원으로 테 아나우 호수에서 밀포드 사운드에 이르는 일명 밀포드 트랙을 1888년 10월 16일 맥키논(Quintin Mackinnon)과 미첼(Earnest Mitchell)이 탐험하여 처음으로 발견했다. 맥키논은 자신이 발견한 이 길의 첫 번째 안내자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1892년 맥키논은 탐험 중 테 아나우 호수에 빠져 실종되었다. 이 고개 이름은 그의 이름을 따 맥키논 고개로 부르고 100주년 되는 1988년 10월 16일 그 두 사람의 업적을 기념하기 위해 기념비를 세웠다.

 테 아나우에서 밀포드 사운드에 이르는 길을 발견한 맥키논과 미첼의 업적을 기념하기 위해 1988년 세운 기념비
 테 아나우에서 밀포드 사운드에 이르는 길을 발견한 맥키논과 미첼의 업적을 기념하기 위해 1988년 세운 기념비
ⓒ 이규봉

관련사진보기


사방이 모두 폭포 천지

다시 내려가는데 곳곳에 있는 여러 개의 폭포 물을 건너야 했다. 심하게 비가 오면 건너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다행히 우리가 건너가는 데 위험한 곳은 없었다. 한참 내려오는데 물이 범람해 건너기 위험하니 인근에 있는 퀸틴 쉼터(Quintin Shelter)로 오라는 말이 쓰여 있다.

그곳엔 이미 몇 사람이 대기하고 있었다. 쉼터 앞에는 방금 전 내려오면서 보았던 580미터 높이의 써더랜드 폭포 아래로 가는 길이 조성되어 있다. 이곳 역시 안내인과 함께 등산하는 사람들이 묵는 곳이다. 좋은 이층집으로 잘 지어졌다. 많은 비용을 내고 패키지로 온 그들은 우리처럼 음식을 갖고 다닐 필요도 없이 해주는 음식과 좋은 잠자리를 제공받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잠시 후 젊은 청년이 오더니 이제 건너갈 수 있다며 가라 하기에 출입을 경고하는 줄을 넘어 내려갔다.

잠시 후 덤플링 산장(Dumpling Hut)이 모습을 나타냈다. 해발고도 120미터쯤 된다. 이때가 1시 반이니 이곳까지 14킬로미터를 6시간 동안 비를 맞으며 걸은 셈이다. 우리는 중간 앞으로 먼저 도착한 셈이다. 빈 침대가 많이 있어 마음에 드는 침대를 선점하고 짐을 풀었다. 옷을 갈아입고 점심을 먹고 나니 두시 반이다. 식당은 방과 떨어져 있고 미리 온 사람들이 불을 때고 있었다.

 사방이 이와 같은 폭포를 이루고 있다.
 사방이 이와 같은 폭포를 이루고 있다.
ⓒ 이규봉

관련사진보기


 덤플링 산장에서 올려다 본 모습
 덤플링 산장에서 올려다 본 모습
ⓒ 이규봉

관련사진보기


비는 계속 온다. 내일은 폭우가 아니고 산발적인 비(rain shower)가 온다고 예보하니 기대된다. 오늘 밤만 지나면 따뜻한 잠자리와 샤워가 기다리는 곳으로 갈 수 있다. 한 호주 할머니가 아내에게 천천히 또박또박 상황을 말해주는 배려를 한다.

3시 반쯤 되니 일행이 모두 다 도착한 것 같다. 이곳 탐방객들을 살펴보니 대체로 20대와 40대에서 70대이다. 그러니까 방학이 있는 학생들이나 장년 그리고 은퇴한 노년층이 대부분이다. 그들은 우리보다 체격이 커서인지 모르나 우리 배낭보다 훨씬 더 무거워 보이는 짐들을 가뿐히 짊어지고 다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걸음은 또 어찌나 빠른지. 우리도 빨리 걷는 편에 속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우리를 훨씬 능가한다.

비가 또다시 쏟아 붓는다. 여긴 천둥만 치고 번개는 안 치나 보다. 한 번도 번개를 본 적이 없다. 마지막 기승을 부리는 것 같다. 내일만 좀 봐다오. 7시에 저녁을 끝냈다. 하루에 두 끼 먹기도 해 낼 아침 먹고도 세 개나 남는다. 비가 억수로 온다. 도시에 이와 같이 비가 내렸으면 분명 홍수가 났을 것이다. 낼 아침도 출발할 때는 폭우라는 기상예보가 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