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아래 두 개의 태양은 없다.'

지난해 9월부터 장장 6개월의 대장정을 펼쳐온 2015~2016 KCC 프로농구의 마지막 대미를 장식할 챔피언결정전이 19일부터 시작된다.

최근 몇 년간 전통의 농구명가 답지않게 하위권을 전전하던 KCC와 그 동안 다크호스 그 이상의 무엇을 보여주지 못하고 6강 언저리에서만 만족해야했던 오리온이 모처럼 챔피언 트로피를 놓고 맞대결을 벌이게 되었다.

이번 챔피언 결정전을 앞두고 가장 관심있게 지켜봐야 할 관전 포인트에 대해 살펴보자.

기술자들의 맞대결, 에밋(KCC)과 조 잭슨(오리온)

이번 시즌 혜성처럼 등장해 KBL을 발칵 뒤집어 놓은 두 선수가 챔피언 결정전에서 진검승부를 펼친다. KCC의 안드레 에밋과 오리온의 조 잭슨이 그 주인공이다. 두 선수 중 팀에서 더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선수는 단연 에밋이라고 할 수 있다. 거의 에밋의 원맨팀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KCC의 공격은 에밋의 손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KGC와 4강 플레이오프 4경기에서 33.7득점 7.8리바운드를 기록하며 팀을 챔피언 결정전으로 이끈 에밋은 특히, 챔피언전 진출을 결정 짓는 4차전에서는 무려 41득점을 집중시키며 KGC의 혼을 쏙 빼놓았다.

내외곽을 가리지 않는 득점 루트와 현란한 크로스오버로 수비를 제치는 모습은 그가 왜 기술자로 불리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승부처에서 아이솔레이션(1대1 공격)을 맡길 수 있는 선수라는 점은 팀원들에게 엄청난 심리적 안정감을 안겨 주는데 에밋의 경우는 아이솔레이션은 물론이고 동시에 이타적인 플레이도 펼친다. 그에게 수비수가 몰릴 때 다른 팀원들에게 공격찬스를 만들어줄 수 있는 크나큰 장점이 있다.

당연히 이번 챔피언 결정전에서도 오리온에서는 에밋을 어떻게든 막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CC가 자신있어하는 이유는 바로 에밋의 기술과 이타적인 플레이가 아닐까 싶다.

오리온의 잭슨은 말 그대로 화려한 플레이를 펼치는 선수다. 물 흐르듯 부드러운 드리블과 가공할 만한 스피드, 점프력을 앞세워 180cm의 작은 키에도 불구하고 골밑 돌파를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으로 이번 시즌 내내 오리온의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시즌 전 우려됐던 한국농구의 적응도 시즌이 진행될수록 오리온에 잘 녹아들면서 연착륙에 성공했다..

공교롭게도 이 두 선수는 KBL 김영기 총재가 야심차게 추진한 제도인 단신 외국인선수 제도의 표본인 테크니션형 선수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미 팬들의 눈을 호강시키는 멋진 플레이를 수 차례 선보이며 많은 팬들을 확보한 '기술자들' 에밋과 잭슨이 이번 챔피언 결정전에서도 볼거리와 성적 두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잘하는 것을 잘 하자, KCC의 골밑 vs. 오리온의 외곽

팀이 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잘할 수 있는 플레이외에도 단점으로 지적되는 플레이를 보완해야 한다는 것은 농구뿐만 아니라 모든 스포츠에 해당되는 정설이다.

그러나 농구의 경우 단기전인 챔피언 결정전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잘하는 것만 준비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 더군다나 강한 압박감과 긴장감이 흐르는 챔피언 결정전에서는 잘하는 것 조차 잘 안될 확률이 높다.

사실 KCC와 오리온의 주 공격루트는 정반대라고 할 수 있다. 하승진의 가공할 만한 높이와 에밋의 돌파가 주 공격루트인 KCC는 외곽보다는 골밑에 강점이 있다. 반면 애런 헤인즈의 미들레인지 공격과 문태종, 허일영, 최진수 등 국내 최강의 외곽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오리온은 반대로 골밑보다 외곽 공격에 강점이 있다.

4강 플레이오프에서 양 팀은 앞서 언급한 강점에 주력해 승리를 가져오는 모습을 보여줬다. KCC는 정규시즌 팀의 외곽을 이끌었던 김효범이 4강 플레이오프들어 심각한 부진에 빠지면서 추승균 감독의 골머리를 앓게 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안드레 에밋과 전태풍의 3점슛으로 외곽슛 부진을 최소화 했지만 KCC가 승리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정규시즌부터 주력으로 삼았던 하승진의 스크린을 이용한 에밋의 골밑 돌파, 하승진의 공격 리바운드에 이은 풋백 득점들이 위력을 떨친 데에 있다.

오리온도 그들이 가장 잘할수 있는 플레이인 외곽슛으로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했다고 할 수 있다. 전체 시리즈의 향방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1차전에서 4쿼터 종료 2분 38초전 터진 이승현의 3점슛과 35초 전 터진 문태종의 3점슛으로 모비스에 1점차 짜릿한 승리를 거두면서 사실상 챔피언전 진출의 7부 능선을 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1차전 승리 후 자신감을 얻은 오리온은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4년 연속 챔프전 승리를 노리던 모비스를 3-0으로 셧아웃 시켰다.

이처럼 두 팀이 가장 잘할 수 있는 플레이를 어느 팀이 챔피언 결정전에서도 잘 할 수 있는지 여부가 챔프전 승부에 향방을 가를 수 있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승부는 이미 시작됐다

이 외에도 헤인즈와 에밋의 스코어러 대결,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추일승 감독과 감독 부임 첫해 통합 우승을 노리는 추승균 감독의 지략 대결 등 우리가 이번 챔피언 결정전을 주목해야하는 요소는 다양하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정규시즌에서도 3승3패의 팽팽한 승부를 펼쳤던 KCC와 오리온. 추락한 농구명가의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한 KCC의 도전과 무려 14년 만의 챔프전 진출과 함께 전성기를 새로 구가하기 위한 오리온의 도전.

8팀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마지막 관문에서 만난 KCC와 오리온 중 끝까지 살아 남아서 하나의 태양으로 우뚝 솟아오를 한 팀은 과연 어느팀이 될까? 7전 4선승제의 챔피언 결정전 1차전은 19일 오후 전주실내체육관에서 막이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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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블로그(blog.naver.com/kti0303)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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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를 좋아하는 대학생입니다. 부족하겠지만 노력해서 좋은 내용 쓸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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