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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바다, 모래, 소나무, 흙까지 5색이 한 폭에 사이좋게 함께하니 참 아름답다.
▲ 바우길5코스(바다호숫길) 중 경포해변 북쪽 하늘, 바다, 모래, 소나무, 흙까지 5색이 한 폭에 사이좋게 함께하니 참 아름답다.
ⓒ 김영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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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고 있던 과거의 기억을 꺼내어 새로운 감정을 더해주는 이런 순간은 여행이 주는 최고의 매력 중 하나다.
▲ 자전거 여행 최고의 순간 잊고 있던 과거의 기억을 꺼내어 새로운 감정을 더해주는 이런 순간은 여행이 주는 최고의 매력 중 하나다.
ⓒ 김영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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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포 중앙광장을 지나면서부터는 관광객이 거의 없다. 덕분에 길 위에서 나의 질주는 더욱 신나게 이어진다. 하늘, 바다, 모래, 소나무, 흙까지 다섯 가지 색이 한 폭에 사이좋게 함께하니 참으로 아름답다.

차를 타고 왔더라면 순식간에 지나갔을 텐데 자전거와 함께 하니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들을 선명하게 두 눈에 담을 수 있어 기쁘다. 내 옆을 든든히 지켜주는 소나무들에게 인사하며 상쾌하게 달리다가 자전거 여행 최고의 순간을 만났다.

이 풍경을 마주하자 갑자기 흥분된다. 영화 <노킹 온 헤븐스도어>(1997년작)의 마지막 장면! 바로 그 장면이 내 눈앞에 펼쳐져 있는 것이다.

영화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두 남자, 마틴과 루디가 바다를 보기 위해 떠나는 이야기다. 코믹하고 유쾌하게 진행되는 여정 속에서도 두 사람에게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는 피할 수 없지만 그들은 천국과도 같은, 바다를 향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90년대 최고의 명작과 20세기 최고의 음악"이라는 평가가 아깝지 않은 이 영화에서 독일그룹 젤리크(Selig)가 부른 밥 딜런의 명곡 "Knockin' On Heaven'S Door"와 어우러지는 마지막 장면은 가슴에 새겨진다. '내가 이 영화를 잊고 있었다니!' 하는 탄식과 함께 지금 이 풍경은 다시 내 가슴을 뛰게 한다. 마틴과 루디가 모든 위기를 이겨내고 마침내 바다를 향해 걸어갈 때의 장면과 지금 이곳의 풍경이 너무나 흡사하게 느껴진다.

내가 잊고 있던 과거의 기억을 꺼내어 새로운 감정을 더해주는 이런 순간은 여행이 주는 최고의 매력 중 하나다. 나는 이 자리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나만의 시간을 한참 보낸다. 이 영화를 모른다 할지라도 이 자리에서 바라보는 바다와 소나무, 그리고 이 길목의 느낌은 누구나가 아름답게 느낄 만하다. 이 풍경이 강릉을 찾는 여행자들에게 두루 사랑받길 바라본다.

포스터 하단의 사진이 이곳의 풍경과 닮아있다
▲ 영화 Knockin' On Heaven's Door, 1997 포스터 하단의 사진이 이곳의 풍경과 닮아있다
ⓒ 노킹온헤븐스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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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카펫? NO~ 강릉은 그린카펫!

내 자전거는 다시 힘차게 달린다. 사근진을 지나 사천에 다다른다. 경포를 지나면 차도 사람도 많지 않기 때문에 내 마음은 더 여유로워지고 새소리와 파도소리는 더욱 크게 울려퍼진다.

사천해변 옆에서 이번엔 소나무 터널을 만난다. 소나무들 사이를 지나는 오솔길 같은 이 길은 영화배우들만을 위한 레드카펫처럼 오로지 나만을 위한 자연의 선물 같은 길, 그린카펫이다. 이렇게 2km 가량 나홀로 솔숲 사이를 달려본다.

영화배우들만을 위한 레드카펫처럼 오로지 나만을 위한 자연의 선물 같은 길, 그린카펫이다.
▲ 바우길5코스(바다호숫길) 중 사천해변 영화배우들만을 위한 레드카펫처럼 오로지 나만을 위한 자연의 선물 같은 길, 그린카펫이다.
ⓒ 김영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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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소리를 들으며 소나무 숲 사이로 난 길을 달려본다
▲ 바우길5코스(바다호숫길) 중 사천해변 파도소리를 들으며 소나무 숲 사이로 난 길을 달려본다
ⓒ 김영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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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봄눈이 다 녹지도 않았지만, 마음 급한 캠퍼는 벌써 명당에 자리잡았다.
▲ 강릉 사천해변캠핑장 아직 봄눈이 다 녹지도 않았지만, 마음 급한 캠퍼는 벌써 명당에 자리잡았다.
ⓒ 김영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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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물회마을로 들어가면서 바라본 사천항 풍경
▲ 사천항 사천물회마을로 들어가면서 바라본 사천항 풍경
ⓒ 김영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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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민들의 창고로 사용되는 건물에 그려진 벽화가 물회마을로 들어서는 이들을 미소짓게 한다.
▲ 사천항구벽화 어민들의 창고로 사용되는 건물에 그려진 벽화가 물회마을로 들어서는 이들을 미소짓게 한다.
ⓒ 김영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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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항 주변은 이미 사천물회마을이라는 이름으로 유명하다. 전복, 우럭미역국 등과 함께 나오는 물회는 가자미, 광어, 오징어, 잡어 등으로 종류도 다양하다. 외지에서 손님이 오면 꼭 이곳에서 물회를 대접하곤 한다.

사실 나에게는 사천이라 하면 물회마을보다 사천하평답교놀이가 먼저 떠오른다. 1년 농사일을 점치는 날인 좀생이날(음력 2월6일) 사천에서 하는 공동체 민속놀이다. 10년 전쯤 좀생이날 이 마을에 갔더니 마을사람들로 구성된 풍악대가 온동네를 돌아다니고 사천항에서 한 해 풍어를 기원하는 의식도 지켜볼 수 있었다. 온 마을 사람들이 함께 참여하고 한데 어울려 즐기는 모습의 사천하평답교놀이는 아주 인상적이었다. 어느 마을이든 전통을 지키고 존중하는 마을은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사천의 추억들을 떠올리며 해변을 향해 달려가는데 이번엔 어느 집 벽면이 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 대형 거울을 여기에 부착하는 것도 쉽지 않았을 텐데, 사천을 찾는 여행자를 배려한 집주인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진다.

여행자를 위한 집주인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진다.(강릉 사천진해변)
▲ 어느 집 벽면에 걸린 거울 여행자를 위한 집주인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진다.(강릉 사천진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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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이에게도 마음을 열게하는 강릉 바다와 커피

사천항을 지나 사천진에서 하평해변을 따라 쭉 늘어선 커피가게들이 예뻐 사진에 담고 있는데 누군가 반가운 말을 건네온다.

"커피한잔 하실래요?"

새로운 친구를 만난다는 건 나홀로여행의 또다른 매력이다.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는 그는 카페에 붙어있는 게스트하우스 손님들에게도 커피를 공짜로 제공한다며 마음 편히 마시라고 한다. 마음이 여유로운 사람이구나 싶어 그가 더 친근하게 느껴진다. 강릉사람이라는 그에게서 시원한 아이스커피를 선물받고 바다를 보며 잠시 이야기를 나눈다. 다 쓰러져가는 집을 어렵게 리모델링해 까페와 게스트하우스를 차린 이야기와 바다를 향한 그의 꿈을 듣는다.

여행하면서 낯선 이의 꿈을 듣는 건 행운 중의 하나다. 사실 주변 사람들과는 서로의 꿈에 대한 이야기 보다는 그저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게 되는데 여행하다 만난 친구와는 신기하게 꿈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장기배낭여행을 하던 때에, 짧은 영어실력으로 꿈에 대한 속깊은 이야기를 나누던 친구들이 떠올랐다. 한 러시아 친구는 시스템 디자인을 하는 친구였는데 다큐사진작가를 꿈꾸고 있었다. 라오스 방비엥의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처음 만나 서로의 꿈을 이야기 한 뒤, 우리는 며칠내내 붙어다녔다. 축구선수였던 한 일본인 친구는 자신만의 공예품점을 만드는 게 꿈이라고 했다. 겉보기와는 전혀 다른 꿈을 이야기했던 그 친구와 20여 일 함께 여행하며 그의 섬세함을 느끼고 그의 꿈을 적극 응원해줬다.

아름다운 자연은 사람을 보듬어주며 마음을 열게 한다. 그런 곳으로 사람들은 여행을 떠나고 그 여행지에서 만난 낯선 친구와 속깊은 이야기도 나누게 된다. 나는 오늘따라 더 멋진 강릉바다를 바라보며 맛있는 커피와 함께 그와 친구가 된다.

나는 오늘따라 더 멋진 강릉바다를 바라보며 맛있는 커피와 함께 그와 친구가 된다.
▲ 바다를 담은 커피 나는 오늘따라 더 멋진 강릉바다를 바라보며 맛있는 커피와 함께 그와 친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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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의 해변을 따라가며 다양한 매력의 까페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 오래된 집을 개조한 까페 강릉의 해변을 따라가며 다양한 매력의 까페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 김영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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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사장에서 갈매기떼와 어우러진 커플의 뒷모습이 아름답다.(강릉 하평해변)
▲ 바다와 어우러진 풍경 백사장에서 갈매기떼와 어우러진 커플의 뒷모습이 아름답다.(강릉 하평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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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로 강릉 해변을 따라가는 사람 여행

강릉의 안목에서부터 영진해변까지 해안도로를 따라 드라이브하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일주일에 한두 번 해안드라이브를 즐기지만 자전거로 이 길을 지나는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자전거로 이 길을 만나니 자동차 안에서 바다를 느낄 때와는 다른 즐거움과 새로운 풍경을 가슴에 담을 수 있다.

짧게 스치기만 하던 그 풍경들을 더 진하게 가슴에 담을 수 있게 되고, 지나며 만나는 사람들과도 눈인사를 나누거나 이야기를 나눌 수가 있다. 그렇게 영진해변으로 들어서면서 낚시를 마치고 오던 마을 어르신들을 만났다.

숭어를 낚고 기분 좋게 포즈를 취하는 영진리 어르신
▲ 바다의 선물 숭어를 낚고 기분 좋게 포즈를 취하는 영진리 어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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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어를 2~3마리씩 손에 들고 걸어오시는 어르신들의 표정은 한껏 흥분돼 있었다. 자전거의 속도를 줄이고 조심스레 어르신들을 바라보자 먼저 반겨주신다.

"허허, 이거 사진 한 장 찍어줘!"

동네친구 다섯 분이 나들이 겸 가볍게 낚시를 하셨는데 이렇게 싱싱한 숭어가 잡혀 주니 기분 좋아, 집으로 돌아가 한 잔 하신단다. 다섯 분이 함께 계셨는데 2분이 5마리를 얻었으니 이제 됐다며 이리 행복해하신다. 제철 맞은 숭어는 지금 한창이라 맛이 아주 좋단다.

이런 만남은 자전거여행의 묘미다. 걸을 때보다 더 넓은 범위를 한달음에 둘러볼 수 있고, 바람을 온몸에 그대로 느끼며 질주의 쾌감도 느낄 수 있고, 자전거의 속도를 줄이기만 하면 이렇게 길 가는 사람과도 쉽게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고. 어르신들에게서 좋은 기운을 얻은 나는 다시 자전거에 올라타 페달을 더 힘주어 밟는다. 이제 영진해변이다!

소금강에서 내려오는 민물이 바닷물과 만나는 이 해안사구 앞은 수온이 높은 편이라 숭어떼가 잘 올라와, 숭어의 비늘이 빛에 반짝일 때를 기다리고 있다가 그물을 던져 잡는단다.
▲ 영진 해안사구 앞에서 숭어떼를 기다리는 사람들 소금강에서 내려오는 민물이 바닷물과 만나는 이 해안사구 앞은 수온이 높은 편이라 숭어떼가 잘 올라와, 숭어의 비늘이 빛에 반짝일 때를 기다리고 있다가 그물을 던져 잡는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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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강에서 내려오는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기수구역은 따뜻한 수온과 먹거리가 있는 곳으로 갈매기떼들의 휴식처가 되기도 한다.
▲ 영진교에서 본 해안사구 소금강에서 내려오는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기수구역은 따뜻한 수온과 먹거리가 있는 곳으로 갈매기떼들의 휴식처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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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예쁘기로 소문난 강릉의 작은 해변, 영진. 저 너머로 주문진이 보인다.
▲ 강릉 영진해변 바다가 예쁘기로 소문난 강릉의 작은 해변, 영진. 저 너머로 주문진이 보인다.
ⓒ 김영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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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자전거여행 코스추천 및 안내


강릉시 자전거여행 정보
 강릉시 자전거여행 정보
ⓒ 파랑달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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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비경을 담은 '동해안 자전거길'
바다를 병풍삼아 달리는 매력적인 7번 국도는 자전거 여행자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고성 통일전망대에서부터 부산 을숙도까지 12개의 도시를 지나는 '동해안 자전거길' 720km가 조성 중이다.
그 중 고성에서 삼척으로 이어지는 강원도 구간 229km는 지난해 5월에 완공되어 자전거 여행자들의 순례길이 되고 있다. (단, 옥계~망상구간은 국도확장공사로 자전거도로가 미개설)

강원도구간 229km 표고지도
▲ 동해안 자전거길 강원도구간 229km 표고지도
ⓒ 행정자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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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사이트 http://www.bike.go.kr/nation/75_2_1

여행자를 지켜주는 '강릉시 자전거 안심보험'
강릉시에 주소를 두고 거주하는 시민과 강릉 '동해안 자전거길'에서 자전거를 타는 이들은 누구라도
별도 가입절차 없이 자동으로 피보험자가 된다.
- 강릉시민이 전국 어디에서든 자전거를 타다가 사고발생 시 진단 4주 이후부터 보험 혜택
- 강릉시 관내 '동해안자전거길(57.2km)'에서 사고발생 시 누구나 보험 혜택
- 강릉시청 도로과에 접수 033)640-5513

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강릉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기획하고 파랑달협동조합이 제작한 여행 책자 <다섯가지 테마로 즐기는 강릉여행, 2015>에 중복 게재되었습니다.



태그:#강릉여행, #바우길여행, #자전거여행, #파랑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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