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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창에 '여론조사 전화'라고만 쳐도 수많은 불만 사례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 여론조사 전화에 불만을 사진 사례들 검색창에 '여론조사 전화'라고만 쳐도 수많은 불만 사례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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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여론조사기관 000리서치입니다."

강서구에 사는 정아무개씨(25)는 요즘 따라 더욱 자주 오는 여론조사 전화에 짜증이 난다. 몸이 안 좋아 쉬려고 집에 갔는데도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연달아 다섯 번이나 오는 여론조사 전화를 받으러 몸을 일으켜야 했다. 정씨는 "아무리 해도 자려고 눕는 시간인 오후 10시에도 (여론조사 전화가)오는 건 너무하다"고 화를 냈다.

여론조사 전화 착신을 금지하고 싶지만 금지하는 방법을 모른다. 정씨의 선거구가 아닌 곳의 여론조사 전화가 걸려올 땐 잘못 걸었다는 의사표시를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하는지 모른다. 대부분이 ARS(자동응답시스템)여서 그렇다. 정씨와 같은 사례는 인터넷에 '여론조사 전화'라는 키워드만 쳐봐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선거철마다 시민들의 집전화나 핸드폰에 불이 난다. 여론조사 때문이다. 최근에 시작된 대표적인 여론조사로는 당내 경선 여론조사가 있다. 새누리당은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3일부터 당내 경선을 위한 전화 여론조사를 시작했다. 보통 이런 식으로 질문이 온다.

① 거주지 ② 지지하는 정당 ③ 경선투표 참여 여부 ④ 선택하고자 하는 후보

당원들에게만 전화가 가는 건 아니다. 중앙선관위에서 지역구별로 성별, 연령별 비율을 맞춰 불특정한 시민들의 안심번호를 받아 진행된다고 한다. 일정 샘플을 채울 때까지 조사는 계속된다. 그래서 국회의원 예비후보들은 시민들을 향해 전화를 끊지 말고 받아달라고 부탁한다. 문자메시지로 여론조사에 응답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 여론조사 결과가 공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예비후보들이 길거리에 나서서 조사에 응답해달라고 호소하거나, 언론에서 조사 응답을 독려하기도 한다. 하지만 호소하고 독려한다고 풀릴 일이 아니다. 지금의 여론조사 방식은 시민들을 불편하고 불쾌하게 해 전화를 바로 내려놓게 만든다.

시민들이 휴식을 취할 시간인 밤 10시, 그리고 쉬는 날인 주말에도 여론조사 전화가 걸려온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은 공천심사용 여론조사를 응답률이 가장 높은 주말에 더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그 외에도 집전화가 아니라 사무실이나 식당 번호로도 여론조사 전화가 걸려오기도 한다. 바쁜 식당 영업에 지장을 주기도 하고, 혹시 모를 고객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던 주인에게 짜증을 안겨주기도 한다.

여론조사 전화가 영업에 방해를 주기도 한다. (왼쪽) 해당 지역구를 잘못 알고 오는 전화도 있다. (오른쪽)
▲ 여론조사 전화로 불쾌한 시민들 여론조사 전화가 영업에 방해를 주기도 한다. (왼쪽) 해당 지역구를 잘못 알고 오는 전화도 있다. (오른쪽)
ⓒ 네이버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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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시도 때도 없이 자주 걸려오는 전화도 문제지만, 내용도 문제다. 온라인에서 '여론조사 전화'를 검색해보니 전화가 30분 간격으로 오기에 받았더니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자신에게 '경기도 광주에 살고 있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얼마 전 팟캐스트 <김어준의 파파이스> 84화에서도 "후보 선정 엿장수 맘대로"라며, 그 지역에 출마하지도 않는 강용석 후보를 뽑을 생각이 있느냐고 묻는 여론조사의 부실한 행태에 대해 고발했다. 이렇게 되면 조사 결과가 정확할 리도 없다.

더욱더 시민들의 분노를 자아내는 것은 이러한 여론조사 방식에 항의를 하기도 어렵다는 점이다. 지금 실시되는 여론조사 방식은 일방적이다. 대다수가 ARS로 이뤄진다. 조사원이 직접 전화를 거는 경우에도 이 번호로 전화하지 말라고 부탁할 수도 없다. 당장에 걸려온 번호를 차단해도 다른 번호로 전화가 오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조사에 응해도 또 전화가 온다고 한다. 심지어 잘 받으라고 02번이 아닌 010번로도 온다.

안심번호 활용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정해진 기간 내에 해당 통신사에 명확하게 알려야 한다.
▲ 안심번호에 관련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보도자료 안심번호 활용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정해진 기간 내에 해당 통신사에 명확하게 알려야 한다.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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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본인의 이동전화번호가 안심번호로 제공되는 것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지난 1월26일부터 30일까지 해당 이동통신사에 거부의사를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인천에 사는 김모씨(24)는 "몰랐던 사실"이라며, "지나치게 짧은 기간일뿐더러, 이때에 맞춰 거부의사를 밝히는 것은 매우 번거로운 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방식이 지속되면 응답률은 계속해서 저조할 것이고, 저조한 응답률을 가진 조사결과가 공정할 리도 없다. 중앙선거여론조사 공정심의위원회에 올라온 '여론조사결과 등록 현황'을 보면, 응답률 5% 미만이 대부분이고, 그나마 한국갤럽조사연구소에서 실시한 정당지지도 정례조사가 23%를 웃도는 정도였다.

시민들이 불쾌해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정확할 수도 없는 여론조사. 방법의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일각에서는 e-mail을 발송해 시민들이 능동적으로 설문에 참여하도록 하거나, SNS에 광고처럼 올려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방법을 제시하기도 한다. 시민의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는 방식이면서도, 참여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태그:#여론조사, #선거, #전화, #경선, #안심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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