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6 프로농구 최강자를 가리는 마지막 대전은 전주 KCC와 고양 오리온의 대결로 압축됐다. 두 팀이 챔피언 결정전서 맞붙는 것은 사상 처음이다.

정규시즌 우승팀 KCC는 4위 안양 KGC 인삼공사를 3승 1패로 제압했다. 이에 앞서 정규리그 3위 오리온은 2위 모비스를 3전 전승으로 제압했다. 6강플레이오프까지 포함하면 파죽의 6연승 무패 행진이다.

KCC는 전신인 현대 시절을 포함하여 5번이나 프로농구 정상에 오른(최다는 모비스의 6회) 전통의 명가다. 오리온은 대구 오리온 시절이던 01/02시즌 통합 우승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이후 한동안 부침을 겪었던 두 팀은 KCC가 10//11시즌 이후 5년 만에, 오리온은 02/03시즌 이후 무려 13년 만에 챔프전에 복귀했다.

두 팀은 유독 플레이오프에서는 만날 기회가 없었다. 프로 출범 2년차이던 1997/1998시즌 양 팀의 전신 현대와 동양이 4강 플레이오프서 맞붙은 것이 유일하다. 당시 현대가 3승으로 동양을 누르고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고 그해 통합 우승까지 차지했다.

'스타 출신' 추승균 vs. '잡초' 추일승

두 팀 모두 흔하지 않은 추씨 성을 지닌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있다는 묘한 공통점이 있다. 추승균 KCC 감독은 설명이 필요없는 KCC와 KBL의 전설이다. 현역 시절 KCC가 기록한 5회의 우승을 모두 함께한 인물은 추 감독이 유일하다.

선수시절부터 코치-감독까지 오로지 KCC에서만 프로 인생을 함께한 '원클럽맨'인 추감독은 올 시즌 정식 감독으로 부임한 첫해 만에 팀을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끌며 '복장'으로 거듭났다. 내친김에 추 감독은 한 팀에서만 선수와 감독으로 모두 우승을 차지하는 프로농구 최초의 기록에 도전장을 던진다.

엘리트코스를 거쳐온 스타플레이어 출신 추승균 감독에 비하여, 추일승 오리온 감독은 잡초다. 추 감독은 국내 프로농구 감독 가운데 가장 이색적인 경력을 지닌 인물 중 하나다. 고교 2학년 때 뒤늦게 농구를 시작했고 농구 명문이라고 할 수 없는 홍익대를 졸업했고 실업 기아에 입단했으나 주로 벤치멤버를 전전하다가 일찍 은퇴했다. 유재학 울산 모비스 감독이 그의 입단 동기다. 은퇴 후에는 일반 사원으로 일하다 농구단으로 돌아와 선수단을 뒷바라지하는 주무로 재직한 경력도 있다.

이후 상무 사령탑을 거쳐 2003년 당시 코리아덴터(현 kt)의 감독으로 부임하며 프로 지도자의 길에 접어들었고, KTF로 팀명을 바꾼 2006/2007시즌에는 사상 첫 챔프전 진출을 이끌었지만 유감독의 모비스에 막혀 첫 우승에는 실패했다. 추 감독은 암흑기를 보내던 2011년부터 오리온의 지휘봉을 잡으며 올해까지 팀을 4년 연속 플레이오프로 이끌며 성공적으로 재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프로농구의 대표적인 '학구파' 감독으로 분류되지만 우승과는 거리가 있는 이미지였던 추 감독으로서는 지도자 인생의 전환점이 될만한 도전이다.

두 팀은 정규시즌서 4승2패로 KCC가 우세했다. 객관적인 전력 면에서도 KCC의 우위가 예상된다. KCC는 4강플레이오프에서 국가대표급 선수들로 구성된 KGC를 공수에서 압도하는 전력을 보이며 평균 94.5점을 쏟아붓는 막강 화력을 발휘했다.

KCC의 에이스로 꼽히는 외국인 선수 안드레 에밋은 4강 플레이오프에서 무려 33.7점을 쏟아부었다. 에밋은 KBL 현역 선수 중 가장 완벽에 가까운 일대 일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승부처에서 더욱 강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내외곽이 모두 가능하고 동료를 활용하는 플레이에도 능하여 상대 입장에서는 막기가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여기에 국내 최장신센터 하승진은 플레이오프 4경기에서 전 경기 더블-더블(득점-리바운드)을 기록하며 골밑을 장악했다. 에밋도 에밋이지만 오리온에는 하승진과 매치업시킬만한 정통 빅맨이 전무하다. 장재석과 이승현만으로 과연 하승진을 감당할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골밑과 외곽에서 각각 동 포지션 최강의 선수들이 포진하고 있는 KCC는 상대 입장에서는 수비의 중심을 어디에 놓아야할지 고민스럽다.

우승 맛을 아는 KCC, 우승의 한을 아는 오리온

또한 KCC의 가장 무서운 부분 중 하나는 경험이다. 에밋과 하승진 외에도 김태술-전태풍-허버트 힐-신명호-김효범 등 '우승의 맛을 아는' 선수들이 넘쳐난다. 선수들의 우승 반지만 모두 합쳐도 10개가 넘는다. 주축 선수들 대부분이 우승 경험이 없는 오리온과 다른 강점이다.

이에 맞서는 오리온은 '우승의 한'을 아는 남자들이 많다. 추일승 감독은 오랜 경력에 비하여 우승 경험이 전무하다. 9년만에 복귀한 챔프전에서 첫 우승에 도전한다.  최고령 선수인 노장 문태종도 LG 시절 2013/14시즌 준우승 이후 두 번째 챔프전 진출이다. 

KBL 역대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꼽히는 헤인즈는 2010년 모비스에서 우승을 경험해본 적이 있지만 당시는 브라이언 던스턴을 받치는 벤치멤버였다. 공교롭게도 이들 모두 그동안 번번이 앞으로 가로막던 유재학 감독의 모비스를 넘어서는데 성공하며 챔피언전에 진출했기에 우승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오리온도 플레이오프를 거치는 동안 정규시즌보다 전력이 한단계 업그레이드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서 만만치 않을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정규시즌동안 최대의 고민거리였던 애런 헤인즈와 조 잭슨의 연계 플레이가 안정궤도에 접어들었다.

확실한 정통센터는 없지만 이를 상쇄하는 장신 포워드진의 물량공세가 가능하다. 문태종-이승현-김동욱-최진수 등으로 이어지는 오리온의 포워드진은 내외곽 플레이가 모두 가능하여 무한 스위칭과 로테이션을 펼칠 수 있다는 점에서 3-4번 라인이 취약한 KCC의 약점을 공략할 수 있다. 무엇보다 추일승 감독이 풍부한 선수층을 적극 활용하며 정규시즌과는 다른 변화무쌍한 수비전술을 구사하고 있다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전주와 고양을 오가며 벌어질 7전4선승제의 챔피언 결정전은 19일부터 그 막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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