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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공장에서 생산한 초도품이 국내에 들어왔을 때 다들 기뻐했지만 우리팀만은 웃을수가 없었다
▲ 초도품 중국공장에서 생산한 초도품이 국내에 들어왔을 때 다들 기뻐했지만 우리팀만은 웃을수가 없었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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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남경에 새로 만든 공장이 가동되기 시작하면서 한국 공장의 생산 물량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남경에 공장을 만든 이유는 우리 회사의 큰 거래처인 대기업의 중국 공장이 남경에 있기 때문이었는데, 정작 그 대기업에 납품하는 제품은 대기업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해외생산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되지 않았다.

대기업과의 거래에는 장단점이 있다. 안정적인 결재와 더불어 많은량의 제품 생산 오더를 받을 수 있었기에 자금 회전 타이밍이 중요한 중소기업에서는 아주 좋은 거래처다. 하지만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니다. 대기업 제품의 마진율은 다른 중소기업 거래처들에 들어가는 제품보다 훨씬 낮았다.

안 그래도 마진율이 낮은 제품이었는데 매년 재계약을 할때마다 그 대기업은 단가를 더 깎았다. 나중에는 제품 한 대를 팔아도 몇백 원 남지 않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상황이 그렇게 좋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 회사는 그 제품의 생산 공장을 중국으로 이전해서 원가를 더 낮춰야만 했다.

대기업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생산지 변경 승인이 필요하지 않는 중소기업 제품들을 우선적으로 중국공장에서 생산하기 시작했다. 중국 로컬 부품으로 만들어진 첫 제품이 한국에 도착했을 때 구매팀과 생산관리팀원들은 아주 기뻐했지만 우리 팀은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었다.

불량품과 함께 마음의 거리도 점점 멀어졌다

재작업을 하는 날이 계속 될수록 중국공장 근무자들이 점점 미워졌다
 재작업을 하는 날이 계속 될수록 중국공장 근무자들이 점점 미워졌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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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입고된 제품의 샘플링 검사 결과 불량 발생율이 아주 높았다. 국내 외주 업체에서 만들어 납품한 제품이었으면 해당 제품을 임가공 납품한 업체의 관리자를 불러 재작업을 시키거나 반품 처리를 했을 텐데, 우리 회사의 중국공장에서 만든 제품이었기에 반품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 제품이 출하돼 바이어에 납품되면 모니터 완제품을 생산하는 바이어 공장의 생산라인에서 많은 불량품이 발생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그렇게 되면 어차피 우리 품질보증팀 담당자는 바이어 공장에 불려가서 재작업을 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불량율이 높은 중국 생산 제품을 그냥 출하할 수는 없었다.

목 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했던가. 우리 팀원들은 다 함께 모여 중국에서 들어온 제품을 전량 재검사하기로 결정했다.  바이어 납품 일정은 정해져 있었고 그 일정에 맞추기 위해서는 함께 모여 밤을 세워 작업해야 할 정도였다. 우리 팀원들이 그렇게 밤샘 재작업을 하는데도 다른 부서 사람들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모두 퇴근했다.

어찌 보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아닌 일. 우리 회사 모두의 일일 수도 있는 이 재작업을 품질부서라는 이유만으로, 오롯이 우리가 모두 감내해야 했다. 직원수 50명이 채 안 되는 조그만 중소기업에서도 이런 부서간 갈등은 존재했다. 게다가 중국 공장 안정화에 필요한 인력들 중에 우리 부서 팀장님이 직접 중국 공장에 나가 작업지도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품질이 좋지 않은 제품이 들어왔다는 사실을 다른 부서에 대놓고 이야기 하는 것도 곤란했다.

중국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의 선별 작업을 밤새 진행하다보니 로컬 부품 업체를 찾기 위해 몇 달간 새로운 부품들의 인증시험을 하며 고생했던 날들과 2주간 동고동락하며 함께 지냈던 중국공장 신입사원들이 미워졌다. 그리고 엄청 품질관리가 깐깐한 대기업 제품을 중국 공장에서 생산했을 때 생길 후폭풍을 생각하니 끔직해졌다.

중국공장에서 입고된 제품에서 계속적으로 불량이 발생하고, 한국에서 우리가 재작업을 하는 날이 늘어갈수록 중국에 나가 있는 우리 한국 직원들이 미워졌다. 그중 가장 미운 건 우리 팀장님이었다. 품질보증팀장이 직접 중국공장에 나가서 품질관리를 하고 보낸 제품의 퀄리티가 이 정도 수준이라는 게 실망 스럽기도 했지만 더 화가 나는 건 중국에 있는 사람들의 태도였다.

불량 발생 내용에 대해 중국으로 피드백을 하고 개선 요청을 하면서 한국 공장에서 계속 되는 재작업 때문에 너무 힘들다고 상황을 전하면 '그럼 니가 와서 해봐'라는 식의 반응이 돌아왔다. 이렇게 점점 시간이 흐르면서 한국과 중국의 직원들의 심적 거리는 더 멀어지게 됐다.


태그:#재작업, #중국공장, #불량품, #태도,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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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콘텐츠 대표 문화기획과 콘텐츠 제작을 주로 하고 있는 롯데자이언츠의 팬이자 히어로 영화 매니아, 자유로운 여행자입니다. <언제나 너일께> <보태준거 있어?> '힙합' 싱글앨범 발매 <오늘 창업했습니다> <나는 고졸사원이다> <갑상선암 투병일기> 저서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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