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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에서 바라본 퀸스타운과 와카티푸 호수의 모습
 산에서 바라본 퀸스타운과 와카티푸 호수의 모습
ⓒ 이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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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를 떠난 지 12년 만에 아내와 함께 다시 찾았다. 2003년에서 2004년까지 남섬에 있는 크라이스트처치(Christchurch)에서 1년 동안 살면서 주말과 방학을 이용해 거의 전국을 돌아다녔다.

그러나 가고는 싶었지만 정보 부재로 못 가본 곳이 있었는데 뉴질랜드의 환경보존청(Department of Conservation)에서 관리하는 여섯 개의 탐방로(great walks) 중 가장 유명한 밀포드 트랙(Milford Track)이다. 이곳은 전 세계에서 관광객이 오고 하루 40명까지 입산을 허용하므로 적어도 6개월 전에 예약을 해야 원하는 날에 맞추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3월이 아내 회갑이라 제2의 신혼여행을 겸하여 지난해 6월, 그것도 이르다고 생각하며 환경보존청 홈페이지(booking.doc.govt.nz)에서 예약했는데 이것도 좀 늦어 설 지난 지금에야 출발이 가능해 이제 떠난 것이다. 세 번째 예약 만에 성사되었는데 과거 두 번에 걸친 예약은 그때마다 집에 일이 생겨 취소해 취소수수료만 물었다.

'땅콩회항' 덕에 대한항공을 타다

버스를 타고 대전을 11시에 출발해 2시간 반 만에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기계에서 탑승권을 바로 출력했다. 근데 이게 웬일! 짐을 부치러 가는데 창구가 너무나 한산하다. 전혀 기다림 없이 바로 짐을 보냈고 또한 출국수속도 별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비행기는 5시 출발인데 모든 수속을 마치고도 세 시간이나 남았다.

어휴! 이 긴 시간을 뭘 하며 보내나? 두리번거리며 돌아다니다 환승객을 위한 장소가 있어 가보니 로비에 누워 잘 수 있도록 시설이 잘 되어 있지 않은가? 인터넷은 물론 아이들 전용방에 샤워실, 게다가 전신마사지 기계까지. 이 모든 게 무료다. 손님을 잘 대접하려는 인심 좋은 대한민국인가 아니면 무료를 너무 남발하는 호구인가!

나에겐 신용카드를 신청하면서 생긴 공항라운지 이용카드(priority pass)가 있어 그 라운지를 찾아 갔다. 음식만 취할 수 있다 뿐 쉴 수 있는 공간은 환승라운지가 훨씬 좋아 보인다. 그것도 나 혼자만 무료일 뿐 동반자가 낼 입장료까지 생각하면 아니 들어간만 못 한 것 같았다. 거기서 근 두 시간 반을 보내고 탑승장으로 갔다. 400여 석이나 되는 비행기 좌석은 꽉 찼다.

인천에서 오클랜드까지 바로 가는 대한항공은 근 11시간 가까이 돼서야 도착했다. 그 긴 시간동안 고속버스 우등석만도 못한 좁은 의자에서 영화 두 편을 보고 약간의 선잠을 자며 꼼짝하지 않았다. 웬만하면 대한항공은 타지 않지만 소유주의 딸이 일명 '땅콩회항' 사건을 일으킨 덕분에 타게 되었다. 그 사건이 일어나고 불매운동이 번지면서 예약하려 했을 당시 가격이 편의성을 살펴보면 다른 항공사에 비해 저렴했기 때문이다.

비행기는 제시간인 오전 8시 조금 넘어 오클랜드에 도착했다. 퀸스타운으로 가기 위해서 국제선 공항에서 짐을 찾아 다시 국내선 공항으로 이동했다. 국내선 공항까지는 무료인 셔틀버스를 타고 갈 수도 있고 아니면 걸어갈 수도 있다. 시간도 충분해 인도에 그려진 녹색을 따라 천천히 가니 15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국내선 공항에서 기계에 예약번호를 넣으니 탑승권과 짐에 부치는 표까지 모두 나왔다. 이 표를 배낭에 붙이고 운반하는 벨트에 넣으면 된다.

시설에 비해 너무도 비싼 호텔

뉴질랜드 항공의 승무원 복장은 세련된 한국승무원의 복장과는 사뭇 다르다. 마오리족 전통문양이 새겨진 이색적인 원피스를 입고 있다. 비행기에 새겨진 문양도 마오리족들의 전통 문양이었다. 우리와 다른 점 또 하나는 승무원들의 나이가 대체로 많다는 점이다. 12시에 떠난 비행기는 두 시간도 채 걸리지 않아 퀸스타운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은 멋진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사진을 찍으려 하니 공항 내에선 안 된다고 누군가 막아선다. 짐을 바로 찾고 호텔에서 알려준 대로 슈퍼셔틀(Super Shuttle)이라 적힌 승합차를 탔다. 곧 승객이 모두 차자 출발한다. 호숫가를 따라 시내로 들어서며 각자 손님들이 거처하는 호텔에 내려준다. 우리는 두 번째로 내렸다. 가격은 1인당 13달러이다. 한 15분 정도 왔는데 우리 돈으로 만 원을 넘게 받는다. 첫날부터 물가가 심상치 않구나 하는 인상을 받은 것이 여행하는 내내 현실로 나타났다.

호텔은 부티끄 호텔(boutique hotel)이란 이름에 걸맞게 자그마했다. 난생 처음 지불해 보는 31만 원이란 하룻밤 숙박비에 멋진 방을 기대했지만 그 정돈 아니었다. 방은 전망도 좋고 아늑하긴 했으나 그 1/3 가격이면 충분히 만족했을 것이다. 지금이 성수기라 숙소마다 모두 다 빈방 없음(No Vacancy)이라고 보여주고 있으니 그렇게 받는 것을 자본주의 사회에선 나무랄 수 없다. 2주전 예약할 때 더 싼 호텔을 찾을 수 없기도 했지만, 그래도 첫날 밤인데 하는 내 호기도 작용해 예약을 했다.

이틀 동안 못한 샤워를 하고 시내 탐방에 나섰다. 와카티푸(Wakatipu) 호숫가를 따라 산책했다. 숲의 오래되고 울창한 나무에선 초록이 풍겨 나오고 호수에는 맑은 파란색의 빛이 잔잔하다. 그 위로 제트보트가 요란하게 달리고 배가 떠다닌다. 시내 중심부와 연결된 모래사장에는 많은 남녀가 벗고 누워있다. 오랜만에 보는 진풍경이다.

 1800년대 다니던 증기선. 지금은 관광선이다.
 1800년대 다니던 증기선. 지금은 관광선이다.
ⓒ 이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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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를 벗어나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한 15분쯤 걸어 올라갔다. 1인당 32달러하는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사람들로 이미 긴 줄이 만들어져 있다. 산에서 오직 내려오기 위해 만들어진 다운힐 산악자전거를 케이블카에 매달고 올라가는 젊은이도 많았다. 한 대에 자전거 두 개까지 실을 수 있게 만들었다.

매우 급한 경사를 타고 잠시 올라가니 퀸스타운 시내와 호수를 내려다 볼 수 있는 라운지가 있다. 그 산 위에서 산악자전거를 타고 아래까지 내달리는 사람들도 있고, 스노우드 보드 타듯이 루보(Lubo)라고 하는 바퀴 달린 작은 차에 한둘이 타고 주어진 트랙을 내려오기도 한다. 더 올라가면 패러글라이딩 하는 곳이 나온다.

아내가 즐거우니 나 또한 즐겁다

저녁때가 되었다. 식당을 찾아 이곳저곳 다니다 양고기를 전문으로 하는 근사한 식당을 찾았다. 아내는 배고프지 않다 하여 나만 시켰다. 그녀는 배가 고프지 않으면 때가 돼도 잘 안 먹는다. 양고기 요리 하나와 오랜만에 뉴질랜드산 맥주 두 병을 주문했다.

평소에 거의 먹지 않는 양고기를 뉴질랜드이니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주문했다. 그런데 그 맛은 기대 이상이었다. 이래서 성경에서도 희생 제물로 자주 양을 언급했나 보다. 아내는 끝내 손도 대지 않았다. 맥주만 마셨다. 후식으로 커피가 나왔는데 두 잔이 나왔다. 분명 서비스 하는 사람의 말로는 서비스(free of charges)라 했는데 계산서엔 포함되어 있었다. 모두 해서 60달러로 5만 원 남짓이다. 첫 날이라 기분을 좀 냈다.

썸머타임제를 실시하고 있어서인지 9시가 되어서야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다. 숙소 밖 산 위에 눈썹 같은 달이 걸려 있다. 방은 참으로 아늑했다. 비록 내 생각보단 3배나 비싼 값을 치루긴 했지만. 3월에 환갑을 맞는 아내와 함께 다음날 늦잠까지 한 번도 깨지 않고 잤다. 아내가 즐거워 하니 나 역시 즐거운 마음이다.

 양고기 요리와 맥주 두 잔의 저녁 식사
 양고기 요리와 맥주 두 잔의 저녁 식사
ⓒ 이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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