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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이 끝났다. 아르바이트(아래 알바)를 해보고 싶었다. 나에게 알바란 갓 성인이 된 어린 대학생이 스스로 돈도 벌고, 처음으로 사회생활을 경험하는 일로 여겨졌다. 아마 '커피 프린스' 같은 드라마에서의 모습을 생각해서 환상이 있었나보다. 수능을 끝난 후 한 달이 지났을 때쯤, 내 생애 첫 알바를 구했다.

1. 패밀리 레스토랑

면접을 보고 합격을 한 후, 근로계약서를 썼다. 5인 이상 사업장으로 일주일에 4일 근무하고 휴일은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었다. 4대 보험이 적용된다는 점과 자유로운 시스템이 마음에 들었다.

일은 홀과 주방으로 구분돼 있었다. 주방에서 만들어진 음식을 홀의 손님에게 제공한다.
내 업무는 주방일 중에서도 가장 기본이 되는 설거지 등의 일이었다. 하루에 9시간 정도 근무를 하고, 쉬는 시간은 1시간 주어졌다.

두 달 정도 중노동에 가까운 알바를 하면서 "시급이 센 이유가 있지, 괜히 돈을 많이 주는 게 아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그 당시 최저 시급보다 천 원 더 받았다). 이런 생각과 동시에 학교 개강이 겹치게 되면서 자연스레 첫 번째 알바를 그만두게 되었다.

2. 호두과자 전문점

호두 가맹점 중 한 곳이었다. 면접을 보고 다음 날 바로 출근을 했다. 5인 이하 사업장으로, 최저 시급을 받았다. 쉬는 시간은 한 시간으로, 8시간 근무했다. 근로계약서는 쓰지 않았고, 4대 보험 역시 들지 않았다.

가게를 가득 채운 호두 냄새를 맡고, "이번 알바는 재미있겠지" 싶었다. 주로 하는 일은 포장인데, 포장 방법이 따로 정해져 있어서 정성을 들여 싸야 했다.

하지만 일주일 후 스스로 그만뒀다. 아직도 이유를 모르겠는데, 사장님께서 나에게 꼭 시간을 지켜야 한다며 출근 시간을 8시라고 알려주었고, 본인은 9시에 출근했다. 3일간 매일 1시간씩 가게 밖에서 기다리며 이건 아니다 싶었다.

3. 카페

1) 개인 카페

5인 이하 사업장이고, 최저시급을 받았다. 9시간 근무에 쉬는 시간은 따로 없었다. 근로계약서는 쓰지 않았고, 4대 보험도 들지 않았다. 오후 3시부터 자정까지 일했지만, 야근 수당 역시 받지 못했다.

사장은 내가 일한 지 4개월 정도 지나자 자연스럽게 언어적 성희롱을 시작했다. 처음 그런 말을 들었을 때 충격을 받았다. 내가 예민한가 싶어 같이 일하는 친구에게 물어봤다. 친구도 나와 비슷하게 불쾌감을 느끼고 싶었다. 더 이상은 못 참겠다 싶어서 관뒀다.

2) 프랜차이즈 카페

최저 시급보다 천 원 더 받았다. 근로계약서를 썼다. 여태 경험한 알바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다. 사장님께서는 처음부터 해야 할 일의 목록을 적은 종이를 보여주셨다. 알바가 해야 하는 최소한의 일들이 적혀있었다. 그걸 보니 심적으로 편안했다.

주말 알바였는데 주말이 오는 게 싫지 않았다. 7개월 정도 근무했다. 여러 가지 일이 겹쳐 어쩔 수 없이 그만뒀는데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바를 그만두면서 아쉬운 마음이 든 건 처음이었다.

4. 단기 알바

1) 와인 판매

와인 판매를 했다. 하루 9시간 근무를 했고 쉬는 시간은 30분, 식사시간은 1시간이었다.근로계약서는 쓰지 않았다. 설 연휴를 끼고 있었기 때문에 일당은 8만 원을 받았다. 다른 알바에 비하면 시급이 높은 편이다. 마트 내 식품판매장 와인 코너에서 온종일 서서 근무를 했다.

서 있는 시간이 길어 휴게공간이 중요지만, 정작 마트 내 휴게 공간은 부족해 보이기만 했다. 마트 내 푸드코트를 휴게 공간으로 삼았다. 일한 기간은 9일이었는데, 18일처럼 느껴진 건 기분 탓일 수도 있다.

2) 의류업체 외국계 스파 브랜드

의류 업체는 세일 기간 동안 일손이 부족하다. 그래서 3일간의 단기알바에 투입됐다. 1일 7시간 근무하고 쉬는 시간은 1시간이었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했고, 최저 시급보다 천 원 더 받았다, 3일 동안 일하면서 느낀 것은 '이런 곳도 있구나'였다.

고작, 3일동안 일하는데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 무엇보다, 휴게 공간은 감동적이었다. 이전까지 일했던 곳의 휴게공간은 쉬어도 불편하다는 느낌이었다면 이곳에선 정말 푹 쉬고 싶었다.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알바 노동자

내 알바 경험담은 여기까지다. 써놓고 보니, 더 와 닿는다. 내가 해본 알바들만 보더라도, 알바노동자들은 근로자로서 기본적인 권리조차 보호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근로기준법 제17조에 따르면, 근로자는 주요 노동 조건을 문서로 작성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받을 권리가 있으며 사업자는 근로 계약서를 배부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근로계약서를 쓴 곳은 내가 일한 여섯 군데 중 3곳뿐이었다.

근로기준법 제56조의 규정에 따르면 밤 10시에서 오전 6시 사이에 근무 시 가산 지급되는 통상임금의 100분의 50 이상의 금액인 야근 수당을 받을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내가 일했던 개인 카페에서는 야근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 이유는 5인 이하 사업장이라 법적으로 '야근 수당'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항상 바쁘며 일손이 부족한 탓에 아는 사람이 와서 일을 도와주곤 했다. 법적으로는 4인 근로자가 근무하지만, 실상은 5인 이상이 있는 일터에서 일하며, 불합리하다고 느꼈다. 

근로기준법 제4장 54조에 따르면 근로시간이 4시간인 경우 30분 이상, 8시간인 경우에는 1시간 이상의 휴식시간을 가질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이 기준을 만족한 곳은 여섯 군데 중 두 군데밖에 없었다.

사용자의 지시를 받는 노동자들은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상대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있다. 이러한 이유로, 근로기준법은 노동자들의 실질적 지위를 보호, 개선하기 위하여 근로조건의 최저 기준을 정한 법이다. 그런데 정작 가장 약자 중 하나인 알바노동자들은 여전히 법의 사각지대 속을 헤매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태그:#아르바이트, #근로기준법, #노동자, #근로자, #알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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