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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3월 11일 진행되는 KT 우리사주조합장 선거에 '황창규 KT 회장 신임 투표'를 공약으로 걸고 출마한 손일곤 KT 새노조 사무국장
 오는 3월 11일 진행되는 KT 우리사주조합장 선거에 '황창규 KT 회장 신임 투표'를 공약으로 걸고 출마한 손일곤 KT 새노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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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우리사주조합장에 당선하면 전체 임직원에게 황창규 회장 신임을 묻겠다."

임기 1년을 남긴 황창규 KT 회장이 스스로 역풍을 불렀다. 대법원 해고 무효 판결로 3년 만에 복직한 공익 제보자 이해관 전 KT 새노조 위원장에게 지난 4일 또 다시 '감봉 1개월' 중징계를 내려 시민단체와 노조의 반발을 사고 있는 것이다.(관련기사: KT, 3년 만에 복직한 이해관씨 징계 다시 추진)

"이해관 재징계는 나머지 임직원들 입 막으려는 것"

때마침 오는 11일 KT 전 임직원 대상으로 진행되는 우리사주조합장 선거에 출마한 손일곤(45) KT 새노조 사무국장은 '황 회장 신임 투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손일곤 사무국장은 7일 "대법원 판결로 복직한 공익제보자를 다시 중징계한 건 이석채 전 회장 때부터 이어진 잘못된 기업 문화를 바꿀 생각이 없을 뿐더러, 나머지 직원들에게 앞으로 이해관처럼 회사의 잘못된 문제를 제기하면 끝까지 괴롭히겠다는 경고"라면서 "회사 경영을 잘 해야 우리사주조합에도 이익인데, 창의적인 기업 문화를 후퇴시키고 미래 비전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밖에서 KT를 가장 많이 비판하는 문제가 인공위성 불법 매각과 제주 7대 자연경관 국제 전화 투표 사기 사건, 2가지예요. 우린 이 사건이 KT 책임 경영과 투명 경영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보고 선거 홍보지에도 알리고 우리사주조합 차원에서도 회사에 재발 방지를 요구할 겁니다."

KT 우리사주조합은 황 회장과 등기 임원을 제외한 2만 3천여 전 직원이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고 회사 지분 0.5% 정도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사주조합은 주주총회 등에서 경영진을 견제하는 '내부 감시자' 역할도 할 수 있지만, KT의 경우 지금까지 회사 추천 인사가 우리사주조합장을 맡아 유명무실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KT 새노조에서 직원들 편에서 조합장 후보를 낸 것이다. 조합장 임기는 3년이지만 지난 2011년 이후 5년 만에 열리는 선거다.

하지만 지난 3일 오후 경기도 안양시 인덕원역 주변에서 만난 손일곤 사무국장은 안절부절못했다. 이날 오후 5시 성남에 있는 KT 본사에서 열리는 조합장 후보 기호 추첨식에 참석하려고 회사에 휴가를 신청했지만 반려된 것이다. 2년 전 이른바 '문제 직원 퇴출 조직' 논란을 부른 KT 업무지원팀(CFT) 소속인 손 후보는 근무 시간에 인덕원역 반경 5km를 벗어날 수 없다.(관련기사: "퇴출 조직 아니라더니..." KT '직원 감시 문건' 들통)

이해관 전 KT새노조 위원장이 7일 오전 서울 광화문 KT 사옥 앞에서 '보복 징계'에 항의하는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 2012년 제주 7대 자연경관 선정 국제전화 투표 사기 사건을 고발한 뒤 해고를 당했지만 대법원에서 해고 무효 판결을 받고 지난 2월 3년 만에 복직했다.
 이해관 전 KT새노조 위원장이 7일 오전 서울 광화문 KT 사옥 앞에서 '보복 징계'에 항의하는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 2012년 제주 7대 자연경관 선정 국제전화 투표 사기 사건을 고발한 뒤 해고를 당했지만 대법원에서 해고 무효 판결을 받고 지난 2월 3년 만에 복직했다.
ⓒ KT새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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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 선관위에서 황창규 회장 신임 투표 공약 제동

조합 선관위원들은 선거 기간 회사에 '복무 협조'를 요청해 근무에서 빠질 수 있지만 정작 조합장 후보는 이같은 배려가 없다. 회사에서 추천한 상대방 후보는 사회 복지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 운신의 폭이 넓은 반면, CFT 소속인 손 후보는 따로 휴가를 내지 않는 한 정상적인 선거 운동이 어려운 구조다.

거의 유일하게 2만 3천여 직원들을 만날 수 있는 통로는 후보당 3종으로 제한된 선거홍보물이지만 이마저 제동이 걸렸다. 조합 선관위에서 'CEO 신임 투표' 공약이 우리사주조합 규정상 목적 외 활동에 해당한다며 제동을 건 것이다.

이에 손 후보쪽은 "선관위는 선거요령 위반을 앞세워 직원 편에서 회사 경영을 견제해야 할 우리사주조합장의 역할과 권한을 스스로 축소하고 있다"면서 "CEO 신임 투표 공약을 직원들에게 알릴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손 후보는 사내 방송을 통한 후보자 토론회를 상대방 후보와 회사쪽에 제안하기도 했다.

- 왜 우리사주조합장 후보로 나서게 됐나.
"우리사주조합은 원론적으로 직원들의 경제적 복리를 향상시키고 경영에도 참여할 수 있다. 회사에 우리사주 배분 요구를 열심히 해야 조합이 잘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단순히 주식 몇 주 더 받는 것보다 회사가 장기적 비전을 갖고 제대로 굴러가는 게 우리사주조합에도 더 좋은 것이다. 우리사주조합이 회사에 강제할 수 있는 직접적 권한은 없지만 의제 설정 과정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노조에서도 회사를 견제할 수 있지 않나.
"현재 노조에게는 경영 참여 권한이 없다. 또 노조 조합원은 1만 7천 명뿐이지만 우리사주조합에는 전체 임직원이 가입돼 있다. 모든 임직원의 의견을 듣는 통로가 필요하다. 지금 회사는 이게 막혀있다. 노사를 떠나 우리사주조합에서 논쟁을 촉발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

- CEO 신임 투표를 공약으로 내걸었는데 우리사주조합 차원에서 가능한가?
"KT가 사기업인데도 주주 이외 '위쪽' 의견이 많이 반영되고 있다. CEO가 정치권이나 유력자만 보고 회사를 운영하면 비전이 없다. 아래를 보고 실제 직원들을 보고 경영하는 한다. 그렇게 만드는 최고의 방법이 CEO 신임 투표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KT를 가장 잘 알고 봐왔던 사람들의 의견이어서 회장 임기 만료가 되면 회장추천위원회에 자료를 주고 반영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황 회장에게 좋은 의견이 많으면 황 회장이 계속 하면 되고, 안 좋았다고 하면 다음 선임시 이를 고려해서 회장 추천을 해야 한다."

KT는 최근 이석채 전 회장 시절 만든 '올레 KT'라는 C.I(회사 이미지)를 'KT'로 단일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황 회장이 연임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KT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 황창규 회장을 어떻게 평가하나.
"이석채 전 회장이 불도저식으로 강압적으로 밀어붙이니 불만이 있었는데 상대적으로 황 회장은 너무 새로운 일을 안 벌인다는 인식이 강하다. '마른 수건 쥐어짜기' 식으로 너무 비용 절감에만 매달려 신규 사업 투자를 망설이고 있다는 것이다. 처음에 삼성에서 와서 우려하면서도 한편으론 뭔가 다를 거라는 기대감도 있었는데, 그동안 사람만 쫓아냈지 달라진 건 없다."

황 회장은 지난 2014년 3월 취임 직후 8000여 명의 임직원들을 명예퇴직시켰다. 이 때문에 그해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매출은 오히려 줄어든 탓에 이번 흑자도 KT렌탈 등 자회사 매각이나 비용 절감 결과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황 회장이 밖에선 KT가 최첨단 IT 회사라고 얘기하고 다니면서 정작 기업 문화는 거의 전근대적인 제조업 공장보다 더한데 창조적 혁신이 나온다는 건 어불성설이에요. 꽉 막힌 기업 문화에 대해 회사 내부에 책임있는 단위에서 목소리를 내야 해요. 1만 7천여 조합원을 확보한 제1노조가 그 역할을 못하고 있어 우리사주조합을 그런 문제제기를 하는 공간으로 활용해보자는 거예요. 조합장 선거 과정에서 이런 논의가 되면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현장 직원들 아이디어 넘쳐, 위만 봐서는 KT 비전 없어"

오는 3월 11일 진행되는 KT 우리사주조합장 선거에 '황창규 KT 회장 신임 투표'를 공약으로 걸고 출마한 손일곤 KT 새노조 사무국장
 오는 3월 11일 진행되는 KT 우리사주조합장 선거에 '황창규 KT 회장 신임 투표'를 공약으로 걸고 출마한 손일곤 KT 새노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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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사무국장은 지난 1999년 1월 KT에 입사했다. 당시 060 전화정보서비스, PC통신 인포샵 서비스 같은 당시로선 최첨단업무를 담당했다. 하지만 2000년 12월 파업 당시 노조 활동으로 중징계를 받은 뒤 회사에선 '문제 사원'으로 낙인이 찍혔다.

"지금까지 KT 발전에 밑거름이 된 게 24만 원 정도 하는 전화 설비비였어요. 그런데 2000년 초반에 회사에서 설비비 가입자들에게 14만 원만 돌려주고 나머지 10만 원은 가입비로 받는 가입형 전환을 유도했어요. 그래서 사내 게시판에 회사가 '국민의 돈을 게 눈 감추듯 한다'고 비판하는 글을 올렸더니 징계하더라고요."

그때만해도 손 사무국장은 지금의 700 국번 전화 관련 새로운 사업 모델을 구상하는 등 나름 아이디어가 넘쳤다. 하지만 이미 회사 눈밖에 난 그는 자신의 뜻을 펼칠 기회도 없었다.

"저뿐만 아니라 현장 직원들에게 사업 아이디어가 많아요. 현장이 최고의 '테스트베드'(사업 아이디어 시험대)이기 때문이죠. 또 KT의 오랜 역사와 인프라, 소비자들도 모두 회사의 큰 자산이에요. 아래는 안 보고 위만 봐서는 KT가 발전할 수 없죠."  


태그:#KT, #황창규, #손일곤, #우리사주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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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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