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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레이 서클'은 칼 폴라니가 청년 시절 대학의 후진성을 비판하기 위해 만든 비밀 모임의 이름입니다. 정치의 계절, 겨울입니다. 4월 총선을 앞두고 무슨 기준으로 정치인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 됐습니다. 우리는 알고 싶습니다. 그래서 '모비딕 프로젝트'를 연재합니다. 거대한 고래, 모비딕을 쫓는 마음으로 후보자를 추적하는 '갈릴레이 서클'의 총선 기획입니다. [편집자말]
 고양덕양갑 노동당 신지혜 후보
 고양덕양갑 노동당 신지혜 후보
ⓒ 조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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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정: 9일 오후 2시 8분]

제법 찬 바람이 불었던 이른 아침, 지하철역 앞에서 한 예비후보가 시민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있다. 빨간 패딩 점퍼를 입고 단발머리를 한 젊은 여자 후보. 새누리당 조은비 예비후보가 아니냐고?

이 장면의 배경은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에 위치한 삼송역 앞이다. 그리고 빨간 점퍼를 입은 예비후보는 경기 고양덕양갑에 출마한 노동당 신지혜다.

진보정당 표 갉아먹는 진보정당 후보?

고양덕양갑은 19대 총선 최대 격전지였다. 당시 통합진보당 심상정 후보가 현역이었던 새누리당 손범규 후보를 단 170표로 따돌리고 당선됐다. 이는 야권단일화로 이뤄낸 승리이다. 그리고 20대 총선에서 고양덕양갑은 일여다야의 현실에서 '야권' 격전지로 또다시 부상하고 있다. 19대 때 야권단일화 경선 상대였던 더불어민주당 박준 후보와 함께 노동당의 신지혜 후보도 예비후보자로 등록했다. 현역인 정의당 심상정 의원, 더민주 박준 후보, 노동당 신지혜 후보 그리고 국민의당 이균철 후보까지 야권 후보만 4명이다.

야권 격전지에 출사표를 던진 신 후보는 같은 야권인 심상정 의원의 표를 갉아먹는다는 비판을 종종 받는다. 그에게 이러한 시선에 부담을 느끼지 않는지 물었다. 그는 "당선이 아닌 내가 원하는 세상을 위해 투표함으로 만족하는 유권자가 있을 것"이라 답했다. 그에게 이번 총선은 노동당과 자신이 꿈꾸는 세상을 유권자에게 알리기 위한 장이다. 그렇기에 신 후보는 "야권 후보 당선을 위한 연대는 없을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신 후보가 심상정 의원와의 단일화를 거부하는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그는 정의당을 '기성정치'라 표현했다. 정의당에 몸 담고 있는 사람들의 역사 때문이다.

"정의당은 국민참여당 출신 인물과 함께해요. 열린우리당 출신이 모여 만든 국민참여당은 비정규직 양산을 용인한 정당입니다."

열린우리당은 참여정부 시절인 2006년  이른바 '비정규직 보호법'을 통과시켰다. 이랜드 사태 등 비정규직 대량 해고 사태를 불러온 바로 그 법이다. 신지혜 후보는 이 지점을 노동당과 정의당의 주요한 차별점로 꼽았다. "정의당은 비정규직 차별 완화를 말하지만 노동당은 비정규직 철폐를 외친다는 것"이다.

그는 노동당이라는 소수정당의 후보자로서 국회 밖에서 시민의 힘을 모으는 게 자신의 역할이라고 했다. 단일화가 아닌 "다양한 정당이 국회 안에서 목소리를 내기 위한 시스템을 형성하겠다"는 것이다. 신 후보가 말하는 시스템이란 전면적 비례대표제이다. 전면적 비례대표제는 노동당의 당론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원외에서 시민들의 힘을 모으는 것"이 소수정당의 '정치'라 신 후보는 말했다.

진보 정치 활동가의 생활고, '세금 0원'의 진실

2014년 3월 박은지 전 노동당 부대표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박 전 부대표의 죽음이 무엇 때문인지 정확히 알지는 못한다. 다만 그가 살아 생전 했던 말을 통해 생활고가 그 이유 중 하나였을 것이라 추정할 뿐이다.

이처럼 오롯한 진보 정치 활동가로서의 생계 유지는 어려운 일이다. 신지혜 후보 역시 정당 활동 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활동을 병행하면서 생활을 지속하고 있다. 현재 평화캠프 고양지부 담당자로 근무하고 있는 신 후보에게 시민단체는 유일한 소득원이다.

신 후보가 몸담고 있는 평화캠프는 사회빈곤층과 소외 계층들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도록 돕는 활동을 하는 단체다.

"2011년에 대학을 졸업하고 평화캠프에서 일하게 됐는데 그때는 우리 단체가 별로 돈이 없었어요. 그래서 사실 최저임금보다 적은 돈을 받았죠."

그렇게 월 60만원을 벌었다. 세금 '0원'은 그래서 가능했다. 지난해 연합뉴스는 신 후보를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은 후보자'로 보도했다. 그러나 세금을 낼 만한 소득이 없는 상황에서 신 후보에게 연합뉴스의 보도는 억울한 측면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월 급여 114만 원(2014년 기준) 미만은 소득세 등 어떤 세금도 징수하지 않는다. 게다가 신 후보는 가지고 있는 집도 없었기 때문에 재산세도 낼 수 없었다.

"우리는 10년 후의 상식을 위해서 싸우는 정당이다."

신지혜 후보는 고 박은지 전 노동당 부대표의 이 말을 잊을 수 없다. 그는 무상급식의 예를 들며 이상일 것 같은 이야기가 현실이 될 수 있음을 말했다.

"무상급식을 민주노동당에서 처음에 제시했을 때는 '이게 되겠냐'고 했었죠. 그러다가 어느 순간 제도화 됐잖아요."

신 후보는 그래서 작은 목소리가 커다란 움직임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믿는다.

"소수정당인 데다 의석을 갖지 못하더라도 바깥에서 우리는 이야기할 거예요. 그러다 보면 몇몇 국민들의 지지를 얻을 거고요. 그래서 다른 당이 우리 목소리를 입법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우리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덧붙이는 글 | "후보자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습니까?" 소수 정당의 후보가 단 한 명의 국민을 대변한다더라도 그 후보는 조명 받아야 합니다. '갈릴레이 서클'이 기획한 <모비딕 프로젝트>는 기성언론이 비추지 않은 구석 정치를 비춥니다. 우리의 발칙하고 빛나는 생각들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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