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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날은 여성 인권을 돌아보는 날이다. 그래서 여성만의 날은 아니다. 저마다 각자의 방식으로 여성 인권에 대해 생각한다. 그중에는 '남자 페미니스트'라며 여성 인권에 대해 소리 높이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페미니스트보다는 '남자'에 방점이 찍히는 경우도 있다. '남자 페미니스트'라고 자처하면서도 아래의 세 가지 중에 하나라도 해당하는 사람이라면, 여성의 날을 맞이하여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1. 오빠가 지켜줄게! 라는 말을 쓴다.

대구 경찰은 현재 관련 게시물을 모두 내린 상태다.
▲ 내가 지켜줄게 대구 경찰은 현재 관련 게시물을 모두 내린 상태다.
ⓒ 대구 경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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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켜줄게'라고 말하는 사람은 일단 남녀 간 권력이나 힘이 공평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지켜준다는 말은 불공평한 관계를 고치기보다는 유지한다. 지난달 20일 대구 남부경찰서는 데이트 폭력을 근절을 목적으로 이벤트를 열었다. 하지만 이벤트 참가자를 모집하는 과정에내서 "오빠가 지켜줄게"라는 문구를 사용하여 데이트 폭력의 본질을 흐린다는 강한 비판을 받았다.

"오빠"라는 단어와 "지켜줄게"라는 단어에는 여성은 보호받아야 하는 약한 존재라는 인식이 깔렸다. 지켜준다는 말을 하기보다는 지킬 일이 없게 만들자.

2. 남자 페미니스트라는 말을 '중립'의 의미로 사용한다.

중립
 중립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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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라고 해서 모든 말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이성애자 남성'이라면 경험은 한정적이다. 여성 정책과 관련해선 내 목소리를 높이기보다는 여성의 경험에 귀를 기울이는 게 먼저다. 말이 필요하다면 그다음이다. 이때 남자 페미니스트라는 단어는 내 위치를 끊임없이 상기시켜 내가 말할 수 있는 한계를 결정하는 데 사용된다.

반면에 남자 페미니스트라는 말이 모든 말을 할 수 있는 자유이용권처럼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 이때 남자는 자기가 남자라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여자'라는 당사자가 아니므로 해당 사안에 대해서 더 중립적으로 말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남자'는 중립적이지 않다. 자기 경험 안에서 살고 있는 사람에게 중립은 불가능하다.

3.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페미니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관련 기사: <한국일보> "#나는 남자 페미니스트다"

페미니즘의 결과는 출산율 상승이 아니다. 페미니즘은 사람들이 여성에게 부여한 의무를 의심하고 깨는 활동이다. 여성이 자유로워진다면 출산율이 상승할 거란 생각엔 여성의 의무가 출산이라는 생각이 전제되어 있다. 여성의 인권이 지금보다 높아져도, 출산율은 높아질 수도 있고 낮아질 수도 있고 똑같을 수도 있다.

출산은 남자 마음대로 되어서도 안 되고, 되지도 않는다. 중요한 건 여자는 애 낳는 기계가 아니라는 것과 페미니즘은 인권 평등을 지향하는 활동이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활동은 아니라는 점이다.


태그:#여성의날, #남자 페미니스트, #페미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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