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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대생들.
 여대생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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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대의 구성원 대다수는 여자다. 여성혐오의 역사가 오래됐듯, 여자만 모인 여대를 향한 공격도 오래됐다. 포털 검색창에 여대 이름을 치면 나오는 연관 검색어는 '된장녀', '김치녀'고 '그런' 여자들이 정말 많냐는 질문은 게시판에 흔하다 못해 흘러넘친다.

하지만 여대에 다니는 사람들이 그런 편견에 대해 말하는 것을 거의 들어본 적은 없다. 우리가 들어 보려 하지도 않고 여대의 이미지를 확정 지었기 때문에 그들이 말할 기회조차 갖지 못한 것이 아닐까.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4명의 여대 재학생을 인터뷰했다. 여대에서의 경험을 묻고 사회가 여대에 대해 갖는 대표적인 혐오 발언을 정리해 그 생각을 질문했다. 4명의 신상정보를 드러낼 수 있는 것들은 각색했으며 C, D는 이메일로 인터뷰했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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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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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수들이 여학생을 성희롱하거나, 성차별적 언행을 던지지는 않나.

A: "여대는 오히려 교수들이 더 조심스러운 것 같다. 우리 학교는 (교수들이) 성교육 수업을 한 학기에 한 번씩 의무적으로 들어야 한다. 말하는 것을 조심스러워 한다. 페미니즘에 관심 있어서 공부하는 교수도 많다. 교수가 학생들한테 술 마시러 가자고 했었는데 본인은 남자고 나머지는 여자라서 이상할 수도 있었는지 꼭 여자 교수와 같이 갔다. 되게 조심스러운 거 같다."

B : "공감한다. 페미니즘까지 아니더라도 되게 조심스러워 한다. 성차별적인 언사가 수업 시간에 문제가 됐던 적이 한 번도 없었고 관련 기사들도 우리 학교를 비롯한 다른 여대 교수들이 그랬다는 걸 거의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남자 교수와 술자리를 가진 적이 있다. 술이 들어가니까 교수님이 갑자기 "성희롱 아니다, 너희 나랑 술 먹는 거 다른데 말하면 안 된다"는 식의 이야기를 했다. 이상한 짓을 하지도 않았는데도 그러기에 취해서 그런 줄 알았다. 불쾌감을 느끼고 있지도 않았다. 이후에도 같이 술을 먹을 기회가 있었는데 또 그 소리를 했다. 왜 저렇게 강박적으로 저 말을 하는 걸까 그럴 정도로."

- 여대 안 캠퍼스는 밤 길거리에서 느껴지는 무서움이 없나?

A: "캠퍼스 안에서는 후미진 곳을 갈 때는 무섭긴 하다. 그런데 그쪽에 갈 일이 거의 없고. 캠퍼스 안에서는 전혀 못 느끼고 밖에서 걸을 때는 항상 무섭다. 여대에는 여자밖에 없으니까. 그런데 학교 밖 어두운 골목길을 걸을 때는 무섭다. 학교 안에서는 그 무서움이 없다."

B: "우리 학교는 여자들밖에 없으니까 (캠퍼스 안에서) 밤길이 무서울 일이 없다. 일베에 친구네 학교에 관련된 글이 올라왔는데 "여대생 강간할 파티원 구함"이라는 글이었다. 한동안 (게시글에 언급된) 미대 애들이 공포에 떨었다고 들었다. 학교 안에서는 길을 걸어도 아무런 두려움이 없지만 길거리나 어두운 길거리는 항상 무섭다. 공학은 캠퍼스 안에서도 걸어 다닐 때 무섭나?"

여성에 대한 위협과 혐오는 여성이 모인 집단으로 확장된다.
 여성에 대한 위협과 혐오는 여성이 모인 집단으로 확장된다.
ⓒ 해당 학교 대나무숲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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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대를 다닌다고 말하면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어떤가?

C : "크게 달라지진 않지만 (여대를 다닌다고 하면) 흥미로워한다. 여자만 있으면 어떤지, 된장녀가 많은지, 여자만 있어서 군기가 세다거나 등을 묻는다. 잠재적 여자친구(?), 연애할 수 있는 대상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예를 들면 '내가 이대 누구랑 연애를 했는데-'식의 이야기. 연령대를 가리지 않는다. 거꾸로 생각해보면 이상하지 않나. 서울대생을 만났다고 해서 4~5년씩 연애한 이야기라면 모를까 갑자기 나 서울대생이랑 소개팅 했다로 시작하는 대화는 자연스럽지 않다. 초면인데."

D : "어른들은 '시집 잘 가겠네' 한다. 또래 대학생들은 '재미없겠다'고 이야기한다. 얼마 전에는 남녀공학 대학생들과 함께 모인 공간에서 '남자가 많이 없어서 아쉽겠다'는 소리를 들었다. 여자 대학교는 '시집'을 준비하는 공간도 아니고, 구성원 모두가 여성이라고 '재미없지'도 않다. 또, 남성이 없다고 '아쉬워'하지 않는다. 여대에 다니는 학생들이 마치 모두 남성을 원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이 웃긴다. 이성애 중심적인 사고다.

또 '기 싸움 심하지 않냐', '기 빨리지 않냐'는 말들을 한다. 나는 남성들이랑 있을 때 더 기가 빨린다. 남성들이 더 기가 세다. 그런데 그들은 '기가 세다'고 표현하나. '권력 싸움'이라고 말한다."

- "솔직히, 여대엔 된장녀, 김치녀들 많잖아. 안 그래?" 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B : "대화 상대방의 성별이 남자면 (같은 이야기를 해도) 자기 검열이 들어가는 것 같다. 이 말을 하면 김치녀인가 이런 것들. 여대생인 나조차도 '김치녀' 편견이 있었다. 옛날에는 소위 '개념녀'로 자기 검열을 많이 한 편이다. 남자친구가 밥을 사줄 때도 '내가 이거 잘못하고 있는 건가'라고. 저학년 때는, 언급된 여대 이미지를 강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자기 검열을 많이 했다."

D : "'여대에는 그런 사람들이 없다'고 이야기하기 전에, 김치녀, 된장녀라고 불리는 표현에 의문을 제기하고 싶다. 하나의 프레임이다. 애초에 된장녀, 김치녀는 존재하지 않는다. 값비싼 가방을 들고 5천 원 하는 커피를 마시는 것이 비판받을 일인가? 남성들은 술자리에서 수십, 수백만 원을 쓴다. 하지만 남성이 범주화되어 비판받지 않는다. 애초에 된장녀, 김치녀는 없다. 가부장 사회가 여성에게 프레임을 덧씌울 뿐."

여자는 늘 네이밍의 대상이 된다.
 여자는 늘 네이밍의 대상이 된다.
ⓒ 페이스북 페이지 '김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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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대에는 매사에 예민하고 시비를 거는 '프로불편러'가 많다고들 한다.

C :"'프로불편러'도 즐거워서 시비를 걸까. 공학을 2년 다니다가 수능을 다시 보고 여대에 입학했다. 남녀가 같이 있는 공동체와 여자만 있는 공동체 모두를 겪어봤다. 분명히 많은 것을 느낀다. 공학에선 무의식적으로 동의하고 있었던 군대문화 혹은 여성에게 기대되는 특별한 성적 규범들이 있었다. 피곤하다고 생각하는 건 자유지만, 그 기회에 내가 지금 하는 행동, 발언이 누군가를 불편하게 해서 저 사람이 저러는 건 아닐까'를 고민했으면 좋겠다.

여대 재학생에게는 자기가 할 수 있는 만큼만 말하면 된다고 말하고 싶다. 불편한 것이 많고, 그게 끝도 없지만 어디까지 내가 말할 수 있는지 등이 고민된다면 할 수 있는 만큼 하면 된다. 천천히 조금씩 해도 상관없으니까."

D : "어떤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는 걸까. 여성은 비난과 혐오의 대상이다. 된장녀, 김치녀를 비롯한 캣맘, 김여사, 등 여성을 네이밍해서 조롱과 혐오를 보이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한국 사회에서 '여대생'들에 대한 평가와 비난은 수없이 이어진다. 가장 공격받기 쉬운 위치에 있는 어린 나이의 여성에 대한 혐오로 보인다. 그래서 특히 여성들만 모여 있는 '여대'는 범주화되고, 공격받기 쉽다."

- 누군가는 "성평등을 위해선 여대를 없애는 게 맞다"고 주장한다.

D: "절대 그렇지 않다. 여대는 단순히 '여성 대학생만 모아놓은 공간'이 아니다. 우리 사회는 가부장제였고, 여성차별이 있다. 남녀가 섞인 조직에서는 성별에 의한 권력관계가 발생한다. 남성은 가부장제에서 오랫동안 '권력자'였기 때문이다. 남성적인 시선 하에서 여성은 자신도 모르게 검열을 하게 되고, 비주체적이 된다.

그러나 여대는 '여성'들만 존재하는 공간이다. (남성 교수를 제외한다면) 남성권력에 의해 타자화, 객체화되는 일이 없다. 아무도 내 옷차림에 대해 '치마가 너무 짧다'거나, '너무 파인 옷을 입었다'고 지적하지 않는다. MT를 가도 특정한 성에 의해 역할을 정하지 않는다. 구성원 모두가 일을 분담한다. 학생회 대표는 모두 여성이다. 여대는 여성 스스로가 '주체'로서 존재할 수 있다. 그 구성원 모두가 여성이기 때문이다. 여성이 주체가 되는 공간을 왜 '성평등을 위해 없애야' 한다고 말하나?"


태그:#세계 여성의 날, #여대, 혐오, #된장녀, #김치녀, #프로불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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