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무수단>에서 생화학 주특기 장교 신유화 중위 역의 배우 이지아가 29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지아는 영화 <무수단>에서 신유화 중위 역을 맡았다. 비무장지대 내에서 출몰하는 괴 생명체의 비밀을 밝히고 제거하는 임무를 지닌 인물이다. ⓒ 이정민


3일 개봉한 영화 <무수단>에 출연한 이지아(38)는 스스로 깨야할 벽이 몇 개 있었다. 우선 대중의 선입견이다. 그간 그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이슈로 만들어진 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지아는 배우이기 보단, 한 명의 유명인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여기에 대외 노출을 자제해왔던 터이기에 소통하기 어려운 사람이란 이미지도 덧씌워져 있다.

모처럼 그가 이런 시선을 정면으로 응시했다. 공식적인 영화 첫 주연작이기도 했고, 자신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 "잘 지내고 있었다"며 소통하기 위해서기도 하다. 이를 증명하듯 지난 2월 29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지아가 처음 내뱉은 말도 "숨었던 것도 아니고 상황 자체가 그럴 수밖에 없었음을 이해해 달라"였다.

주체적 여성에 대해

 영화 <무수단>의 한장면

<무수단>에 등장장하는 전투 장면은 강원도 양구 등지에서 촬영했다. 무더운 여름 촬영이라 배우들이 더위에 고생하기도 했다. 이지아는 다른 남자배우에게 뒤쳐지지 않으려 힘든 내색을 하지 않다가 탈수증상으로 병원신세를 지기도 했다. ⓒ 골든타이드픽쳐스

이번 영화에서 이지아는 신유화 중위를 맡았다. 부하에겐 인정받는 상사이면서 동시에 주어진 상황을 스스로 헤쳐가려는 주체적인 인물이다. 비무장지대에 출몰하는 괴 생명체 '무수단'을 찾고 제거하는 게 주요 임무다. 이 설정이 이지아의 장기와 연결된다. 드라마 데뷔작 <태왕사신기>(2007)를 비롯해 <아테나: 전쟁의 여신>(2010) 등에서 거친 액션을 잘 소화했으니 말이다.

강원도 양구 등지를 뛰어다니며 촬영하는 동안 이지아는 자신의 연기가 "가짜로 보일까봐 가장 두려워 했"다. "평소 군대 이야기나 문화에 큰 관심이 없었"지만 "누구보다 군인다워야" 했기에 함께 출연한 김민준 이하 여러 남자 배우들과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말로는 쉽다. 하지만 이지아는 "아무래도 경험하지 못한 생활이기에 이해하는 데 한계는 있었다"고 전했다.

"뭔가 세상에 알려지면 안되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여자 장교로서 파헤친다는 게 흥미로웠어요. 시나리오를 읽고 하루 만에 결정했죠. 친한 제작사 대표님이 추천하기도 했고, 솔직히 계속 미루다간 작품을 계속 못하고 쉬기만 할 거 같아서기도 하고요(웃음).

남자들이 군대 이야기를 하면 거짓말 같고 그랬는데, 이번에 몸소 겪으면서 정말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 빼고 다른 남자 배우들이 서로 군대 경험담을 내놓는데 매일 새로운 이야기들이 나오더라고요. 자기들끼리 담배 피러 우르르 가기도 했고요. 그럴 땐 좀 외로웠어요. 군복 때문인가? 희안한 게 군복은 추울 땐 춥고 더울 땐 더 덥게 하더라고요. 모기들은 또 얼마나 독한지요. 군복을 뚫고 막 물던데요(웃음)."

"미련하게 현장서 힘든 티를 안 내려하다가 더위를 먹고 쓰러졌"던 사연을 덧붙이며 이지아는 "영화를 끝내고 나니 지나다니는 군인 분들을 보면 숙연해졌다"며 군인에 남다른 마음을 표현했다.

작품에 대한 열망

 영화 <무수단>에서 생화학 주특기 장교 신유화 중위 역의 배우 이지아가 29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여가 시간에 이지아는 다른 배우들이 출연한 작품 보면서 부러워하고 여행도 다닌다. 또한 친구들과 맛집을 섭렵하는 게 취미 아닌 취미다. ⓒ 이정민

서태지와의 만남과 이혼, 디자인을 전공한 엘리트, 시나리오 작가. 이지아를 둘러싼 사건과 수식어들이다. 데뷔 초엔 함께 출연한 배우 배용준과 열애설이 돌기도 했다. 신인으로서 감당하기 힘들 법한 사건과 시선을 이지아는 묵묵히 지나왔다. 당시 이지아의 소속사는 여러 이슈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거나 잘못된 정보를 흘리는 등으로 일부 관계자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지아는 "제가 하나 둘 풀어갈 숙제"라고 말했다.

"아마 그 직후에 바로 작품을 하면서 소통했다면 좋았을 텐데 그렇지 못했죠. 사람들이 배우로서의 절 궁금해 하셔야 하는데 그건 아니었잖아요. 알려진 사람으로서 겪게되는 여러 일이 있고 그래서 분명 힘든 점이 있는데, 그렇다고 마냥 앉아있을 수만은 없었죠. 만약 제가 배우가 아니라 그냥 유명인 정도였다면 회의감이 더 컸을 거예요. 하지만 전 하고 싶은 게 분명히 있어요. 연기하는 순간은 더할 나위 없이 즐겁거든요.

그래서 시나리오를 쓴다든가 디자인을 한다든가 같은 말은 잘 안하려고요. 이해해주세요. 시나리오 쓰는 거? 지금 없기도 해요(웃음). 많은 작품을 하면서 온전히 배우로 갖춰가야지 다른 면만 너무 부각되면 안 될 거 같아요. 신비주의도 아니고 지금 보이는 제 모습이 원래의 저예요. 말 수가 많진 않아도 드러내는 걸 꺼리진 않아요. 다만 작품으로 보다 많이 뵀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2003년도까지 미국에서 공부하며 디자이너를 지망했던 이지아는 연기자가 된 것에 "운명적 만남"이라고 표현했다. 꿈을 치열하게 찾다가 투신하는 사람이 있고, 다가온 운명을 묵묵히 받아들이며 하나씩 증명해내는 사람이 있다. 이지아는 후자에 가깝다.

"연기하는 게 행복해요. 마치 운명처럼 시작한 거고, 조금씩 빠지게 됐죠. 성격 자체가 주목받는 걸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 카메라 앞에선 욕심이 나더라고요. 사실 뭔가 돼야지! 하고 생각한 건 없었어요. 제가 좀 계획적이지 못해요(웃음). 그냥 오늘 하루 충실하게 즐기며 살자 주의에요. 뭔가를 좋아하면서 하다 보면 뭔가가 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오늘도 그렇고요!"

일련의 시련이 이지아의 승부욕을 깨웠다. 본래 "자신에 대한 믿음이 없는 편은 아니었지만 그간 겪은 일들로 인해 마음 속에 단단한 뭔가가 생겼다"고 그가 말미에 고백했다. 시작이 절반이다. 데뷔 10년 차를 맞이한 지금 이지아가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영화 <무수단>에서 생화학 주특기 장교 신유화 중위 역의 배우 이지아가 29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현재에 충실하자"는 게 이지아의 평소 인생관이다. 그래서일까. 건망증도 심하다고 한다. 주변에선 그를 두고 '블랙홀'이라 부를 정도. 그만큼 무언가를 쌓아두는 게 익숙하지 않은 성격이다. ⓒ 이정민



이지아 무수단 김민준 군인 강원도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