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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버이날인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노인들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14.5.8
 탑골공원에서 노인들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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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도 우리나라 남성의 기대수명은 78.5세, 여성의 기대수명은 85.1세다. 한국인의 기대수명(81.8세)은 OECD 회원국들 중 11번째로 높다. 일본(83.4세)이 1위, 스페인(83.2세)이 2위고 미국은 78.8세, 중국이 75.4세다. 한국인의 퇴직 연령은 어떨까.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평균 퇴직연령(2014년)은 52.6세다. 법으로 정한 정년(60세)보다 7년 이상 빠르다.

직장에서 퇴직한 후 평균 28.5년을 더 살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기대수명이 늘어나는 것은 기정사실이므로 은퇴 후 기간은 이보다 훨씬 더 늘어나게 될 것이다. 운 좋게 60세에 은퇴를 한다 해도, 30년 동안 번 돈으로 남은 30년을 먹고 살아야 한다는 뜻이다. 삶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으려면 은퇴자금은 얼마나 필요할까.

2015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2인 가족 최저생계비는 105만 1048원이다. 자녀들을 독립시키고 두 부부가 죽을 때까지 필요한 자금은 얼마일까. 약 3억 6천만 원 정도가 필요하다. 최저생계비는 국가가 기초생활보장수급자 등 복지 지원대상자들에게 급여를 지급해주는 기준을 말한다.

서울에 거주하는 2인 가구의 월 평균 생활비(2013년)는 230만 원 정도다. 다시 계산을 해보자. 총 7억 8660만 원이 있어야 한다. 평균수명이 더 늘어나면 어떻게 될까. 이 부부의 평균수명이 5살 더 늘어났다고 가정하고 계산하면 9억 2460만 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2016년 현재, 52.6세에 은퇴하는 이들 가운데 이 정도 금액을 준비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마도 많지 않을 것이다. 보험회사들은 이 숫자를 가지고 장사를 한다. 필요한 자금과 준비할 수 있는 돈의 차액이 클수록 허리띠를 졸라매고 더 많은 돈을 연금에 부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 말이 틀린 게 아니다.

문제는 계산법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차액을 메우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데 있다. 월 평균 230만 원의 생활비를 마련하려면 국민연금 납부금액을 포함해서 매월 2백만 원 이상을 30년 동안 저축해야 한다. 정상적인 가정을 꾸린다는 전제 하에, 은퇴 전에 이 정도 돈을 모으려면 평균적인 삶의 질을 포기해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모자라는 생활비를 충당하려면, 은퇴 후에도 계속해서 일하는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 은퇴란 사실상 경력단절 현상에 불과할 뿐, 실질적인 은퇴가 아닌 것이다. 이는 단순한 가정이 아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국민들은 세계에서 가장 늦은 나이까지 일한다.

아래 그림은 2009∼2014년에 40세 이상 연령층을 대상으로 조사된 OECD 국가들의 실질 은퇴연령(effective retirement age)이다.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 남성들의 실질적인 은퇴나이는 72.9세, 여성의 실질 은퇴나이는 70.6세다. 남녀 모두 조사 대상국가 중 1위다.

은퇴나이 72.9세... OECD 국가 중 1위

OECD 주요국가 실질 은퇴연령 OECD, 2016. “the Average effective age of retirement in 1970-2014 in OECD countries”.
▲ OECD 주요국가 실질 은퇴연령 OECD, 2016. “the Average effective age of retirement in 1970-2014 in OECD countries”.
ⓒ 문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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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의 경우 10년 이상 차이가 나는 곳은 프랑스(13.5년)를 포함 11개, 여성의 경우도 벨기에(11.3년)를 포함해 7개 국가나 된다. 대다수 국가들이 전년과 비슷하거나 소폭 증가했고 줄어든 곳(남성 11개, 여성 10개)도 많다. 우리의 경우, 2013년에 71.5세(남성), 69.4세(여성)였던 은퇴연령이 1년 사이에 남녀 각각 1.4세, 1.2세씩 늘어났다.

실질 은퇴연령이란 노동시장에서 완전히 떨어져 나와 더 이상 경제활동을 하지 않게 되는 나이를 말한다. 우리나라 남성들의 실질 은퇴나이가 72.9세, 여성이 70.6세라는 말은 평균 퇴직연령(52.6세)과 비교해도, 퇴직 후 남성은 20년, 여성은 18년을 더 일하고 있다는 뜻이다.

은퇴 후에도 계속 노동시장에 머물고 있는 고령층은 얼마나 될까. 2014년 기준, 60∼64세 연령의 고용률은 58.3%다. 10명 중 약 6명이 일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65세 이상의 고용률도 31.4%에 달한다. OECD국가 중 아이슬란드(35.3%)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노인 10명 중 3명 이상이 노구를 이끌고 노동시장에 머물고 있다는 말이다.

놀라운 사실은, 2013년부터 60∼64세 연령의 고용률이 20대 고용률을 뛰어넘었다는 것이다. 2013년의 60∼64세 연령의 고용률은 57.2%, 20대 고용률은 56.8%였다. 2014년은 차이가 더 벌어져서 60∼64세와 20대 고용률이 각각 58.3%와 57.4%로 집계되었다. 경제활동인구 중 은퇴한 아버지 세대가 청년 세대보다 많다는 이야기다.

연령대별 고용율 현황 2014 고령자 통계
▲ 연령대별 고용율 현황 2014 고령자 통계
ⓒ 통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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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은퇴자들의 취업 열망은 매우 높다. 2015년에 은퇴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55∼79세 연령자 중 일자리를 얻길 원하는 사람은 61.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응답자의 57%가 "생활비에 보탬이 되기 위해서"가 구직 이유라고 말했다.

자격증 시험장에도 은퇴자들이 몰리고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2013년도에 60대 이상 자격증 시험 응시자는 총 1만 5939명으로, 전년도 응시인원(1만 2291명)에 비해 30%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50대 응시자들의 상승률(20%)보다 높은 수치다. 이런 추세라면 은퇴자들 사이에도 "스펙 쌓기"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생각된다.

먹고살려고 어쩔 수 없이... 은퇴자 구직은 강요된 선택

현대경제연구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14년 현재 우리나라의 가난한 노인(푸피족)은 총 200만 가구로 전체의 54.0%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부유한 노인(우피족)은 23만 가구로 6.2%에 불과하다. 두 그룹 간 소득격차도 커지고 있어서 2006년 약 8.8배에서 2014년 약 9.2배로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 나타나고 있는 은퇴자들의 구직 열풍은 빚을 갚거나 먹고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수행하는 일이라는 점에서 "강요된 선택"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결과가 좋지 못하다는 것이다. 시니어들 중 다수가 준비 없이 은퇴를 맞고 있고, 그 결과 기존 경력을 살리지 못하고 "허드렛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세대가 빠지면 다른 세대가 뒤를 잇는 것은 당연한 일.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시작되면서 그 자리를 에코 베이비붐 세대(1979∼1987)가 메워야 하는데, 세대 간 인수인계에도 문제가 생겼다. 정년이 연장되면서 베이비붐 세대의 퇴장 속도는 늦춰진 반면, 경기부진과 취업한파로 에코 세대의 유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2016년 1월 현재 청년실업률은 9.5%로, 2000년(11.0%)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하루에 1시간만 일을 해도 실업률에서 제외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체감실업률은 30%가 넘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청년 10명 중 3명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놀고 있다는 말이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세대를 뜻하는 "3포"는 이미 옛말이 되었고, 5포(대인관계, 내 집 마련)를 넘어 7포(희망과 꿈)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지금으로선 "N포 세대"의 끝이 어디까지일지 가늠조차 안 된다. 청년들이 이 땅을 희망 없는 전근대 사회라는 뜻인 "헬(hell) 조선"으로 명명하는 것이 결코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

사정이 이러다보니, 독립을 포기하고 부모에 얹혀사는 에코 세대(연어족, 캥거루족)도 늘고 있다. 취업이 힘들어 독립할 여력이 안 되므로 결국 부모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고 그 결과 베이비부머들의 어깨는 더 무거워지고 있다. 최근에는 자식들과 함께 살기 위해 넓은 평수의 아파트를 그대로 유지하는 베이비부머들도 생기고 있다.

은퇴자 대책, '단군 이래 최대 국책사업' 돼야

그렇다면 장년층의 정년을 줄이면 청년 고용이 늘어날까. 일각에서는 베이비부머들의 은퇴가 늦어지면 청년 실업이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노동문제 전문가들은 장년층과 청년층 고용 사이에는 부정적 상관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장년층의 고용이 줄어도 청년 고용은 늘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대규모 고용조정이 이루어졌지만, 청년 실업률이 줄어들지 않았다는 것이 대표적인 증거다. 세대별 직무를 실증 분석한 연구도 같은 결론을 내리고 있다. 장년층과 청년층이 종사하는 직무는 대체 관계가 아니라 보완 관계에 가깝다는 것이다.

장년층의 조기 퇴직이 청년 실업을 해소해줄 것이라는 판단은 잘못된 것이거나 과장된 생각임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마치 정년 연장이 청년 실업을 가중하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들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이는 세대 간 갈등을 부추기는 그릇된 담론이다. 정년 연장과 청년 실업은 별개의 사안이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큰일 났다는 소리만 들릴 뿐, 누구도 이 문제에 대한 시원한 해결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제 은퇴 문제를 과거의 틀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 60세에 은퇴해 마련해 둔 자금을 밑천으로 수명이 다할 때까지 살아간다는 공식은 지금 시대에는 맞지 않는다.

은퇴자들이 일을 통해 근로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육체적, 정신적 노화 때문이 아니라면, 시니어들에게 일할 수 있는 자유를 주어야 한다. 수명 100세 시대에 60세에 은퇴해 40년을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산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이 긴 세월을 무위도식하며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문제는 개인이 "각자 알아서" 해결해야 할 사안이 아니라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할 과제다. 과거 경력을 토대로 새로운 직업과 일을 찾을 수 있는 맞춤형 지원 시스템을 도입하고, 공적연금 체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은퇴자들이 빈곤층의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그러나 이 정책들만으로는 은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할 것이다. 근본적인 문제란 "늘어난 수명⒳과 일할 수 있는 기간⒴ 사이의 부조화"를 말한다. 어떻게 할 것인가. 문제 해결을 위한 접근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국가가 은퇴절벽 이후의 공백을 재정을 통해 메워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범 국가 차원의 인생 이모작 프로젝트를 실행하는 것이다.

전자가 일정 연령 이상의 고령층에게 최소한의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기본소득(basic income)을 제공해주는 것이라면, 후자는 모든 은퇴자들이 두 번째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지원 시스템을 재구축하는 것을 말한다. 어떤 사업을 추진하건, 사회경제에 미치게 될 영향력은 "단군 이래 최대의 국책사업"이 될 것이다.

개인의 삶은 개인이 책임질 수밖에 없다는 신념체계가 만연되어 있는 지금, 실업과 빈곤의 이유를 본인 탓으로 돌리며 수많은 시니어들이 은퇴라는 낭떠러지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은퇴를 한 후에도 생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밥벌이에 나서야 하는 사회는 비정상이며, 말할 나위 없이 "비정상의 정상화"가 필요한 첫 번째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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