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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그'는 1980년대 오락실에서 흔하게 볼 수 있던 게임으로,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 드라마 <응답하라 1998>에서 갤러그를 하는 최택(박보검 분) '갤러그'는 1980년대 오락실에서 흔하게 볼 수 있던 게임으로,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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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당신이 30~40대라면 만화방과 함께 어른들의 눈을 피해 한 번쯤은 가봤을 추억의 장소 오락실. 50원, 100원 동전을 넣어서 몇 분간 재미를 즐기다가 부모님에게 들켜 혼쭐이 난 기억이 있는 사람들도 있을 법하다. 과거 오락실은 마치 지금의 PC방과 같은 존재였다. PC방처럼 흔했던 오락실이었기에 오락실을 찾아가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렇게 1980~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상당히 활성화돼있던 오락실 시장이었지만 1990년대 후반 '스타크래프트'의 인기와 함께 폭발적으로 늘어난 PC방, 온라인게임의 수요 증가로 인해 오락실 시장은 말라죽어갔다.

한국첨단게임산업협회의 '2002 게임산업연차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에 2만5341개에 달하던 오락실이 1년만에 1만3540개로 거의 반토막이 나버렸다.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은 더 나빠졌다. PC게임의 대중화에 이어 XBOX, 플레이스테이션 등 콘솔게임의 보급은 안 그래도 죽어가던 오락실에 다시 한 번 타격을 줬다. '펌프 잇 업 시리즈'(아래 펌프)를 선두로 리듬게임 붐도 저물고 있었으며, 2000년대 중반에는 정치권까지 논란의 도가니로 넣어버린 '바다이야기 사태'로 인해 대한민국의 오락실 시장은 그야말로 암흑기 그 자체였다.

다행히 오락실은 그대로 사양산업이 되진 않았다. 쓰러져가던 오락실 시장은 2000년대 후반~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이야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청소년 게임장이 너무 많이 망해버리다보니 얼마 되지도 않는 오락실 게이머들의 수요보다도 오락실의 공급이 더 부족해지는 일이 일어났다.

이에 따라 변화의 필요성을 느낀 점주들은 저마다 새로운 게임들을 들여오면서 새로운 고객 유치에 성공했다. 2008년에 발매된 네오위즈의 'DJ MAX TECHNIKA'나 KONAMI사의 '유비트'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이러한 게임들은 기존의 게임들과는 색다른 플레이 방식으로 새로운 고객들을 끌어오고, 고정 고객층을 형성하는 데 성공해 대한민국 오락실 시장의 재편기를 이끌었다.

2016년 오락실의 생존 비법... '질을 높여라'

'유비트' 외에도 '사운드 볼텍스', '리플렉 비트'등의 게임은 새로운 플레이어들을 불러모으는데에 한몪했다.
▲ KONAMI사에서 2008년에 출시한 리듬게임 '유비트' '유비트' 외에도 '사운드 볼텍스', '리플렉 비트'등의 게임은 새로운 플레이어들을 불러모으는데에 한몪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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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맨 오른쪽이 김 군이다. 2016년 1월 열린 제5회 KAC의 유비트 부문에서 김 군이 우승을 차지함으로써 유비트 부문은 세 대회 연속으로 한국인이 우승을 차지했다.
▲ 제5회 KAC 유비트부문 우승자 김범준(18)군 사진 맨 오른쪽이 김 군이다. 2016년 1월 열린 제5회 KAC의 유비트 부문에서 김 군이 우승을 차지함으로써 유비트 부문은 세 대회 연속으로 한국인이 우승을 차지했다.
ⓒ 김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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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게임 강국이었던가. 2000년대 후반 오락실 시장이 재편기에 들어선 이후, 대한민국 아케이드 시장은 예전 1980~1990년대정도의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제2의 전성기에 들어선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2012년부터 열린 일본 KONAMI사의 오락실 게임 대회 'KONAMI Arcade Championship(코나미 아케이드 챔피언십, 아래 KAC)'에서 한국인 우승자들이 여러 부문에서 나오고, 이에 따라 PC게임이나 콘솔 게임만 하던 게이머들의 오락실 시장에 대한 관심은 점점 커지고 있다.

2000년대 후반 이후 오락실의 특징은 뚜렷하다. 현재의 PC방처럼 점포수가 많았던 과거 1980년대와는 달리 수가 엄청나게 줄어든 대신 각각의 점포의 규모와 질을 높였다. 오락실을 주로 드나드는 고객층도 가볍게 잠깐 게임을 즐기는 '라이트 유저'들과 비용을 좀 더 지불하더라도 제대로 즐기고자 하는 '마니아'들을 중심으로 어느 정도 고정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다. '펀잇 바이 세가'나 '엔터'등의 전국구 규모의 대형 체인점 위주로 돌아가는 오락실도 찾아볼 수 있다.

이렇게 재편기를 맞아 다시 과거의 명성을 되찾는가 싶기도 하지만, 최근의 오락실 게임들을 살펴보면 과거에는 없던 여러 문제점을 찾아볼 수가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점은 오락실 게임이 점점 '마니악화'돼가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오락실의 주 수입원은 체감형 게임이나 격투게임인데, 높아질 대로 높아진 진입 장벽과 난이도로 인해 신규 유저들의 유입이 잘 되지 않고 있고, 점점 '하는 사람만 하는' 게임이 돼가고 있다.

극강의 난이도, 하는 사람만 하는 게임

난이도와 진입장벽은 높아져만 가고, 당연히 신규 유저의 유입은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 된다.
▲ '비트매니아 IIDX'에서 가장 어려운 곡인 '명(冥)'의 Another난이도 플레이 화면 난이도와 진입장벽은 높아져만 가고, 당연히 신규 유저의 유입은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 된다.
ⓒ 김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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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감형 게임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펌프' '댄스 댄스 레볼루션(아래 DDR)', 'EZ2AC 시리즈'(이하 EZ2AC) 등의 '리듬게임'이다. 이러한 리듬게임은 직관적인 게임 플레이 방식, 낮은 진입장벽으로 인해 초기에는 많은 플레이어들을 끌어모으는 데 성공했다.

특히 'DDR'이나 '펌프'는 '게임도 하고, 동시에 운동도 된다'는 점이 주목받아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대부분 리듬게임들이 가지고 있는 특징인 '눈에 보이는 노트를 타이밍에 맞게 누른다'라는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해 리듬게임의 장르의 발전속도는 크게 더뎌졌다. 이러한 플레이 방식이 지겨워진 플레이어들은 자연스럽게 리듬게임을 잘 하지 않게 됐다. 말 그대로 '하는 사람만 하는' 게임이 된 것이다.

신규 유저의 유입이 점점 줄어들게 된 리듬게임은 기존의 계속 해오던 유저들의 취향을 중점적으로 공략하게 되고, 이는 게임의 '마니악화'로 이어졌다. 기존의 콘텐츠를 전부 소비하고 만족하지 못한 플레이어들은 지속적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원하게 되고, 게임 회사는 자신들의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소비해주는 '마니아'들에게만 통할 법한 콘텐츠를 계속 제공한다. 엄청난 고난이도의 곡 등이 대표적인 예시라고 할 수 있다. 당연히 이런 상황에서는 신규 유저의 유입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일반인에게도 쉽게 어필할 수 있었단 '펌프 잇 업 시리즈'도 이젠 점점 매니악화의 길을 걷고 있다.
▲ '펌프 잇 업'에서 가장 어려운 곡 중 하나인 '1950'의 더블 27레벨 플레이 사진 일반인에게도 쉽게 어필할 수 있었단 '펌프 잇 업 시리즈'도 이젠 점점 매니악화의 길을 걷고 있다.
ⓒ 윤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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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문제는 오락실 게임 대부분이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당장 지금 돌아가는 오락실 게임들을 둘러봐도 국산 게임은 각각 일본의 '댄스 댄스 레볼루션'과 '비트매니아 시리즈'의 아류작인 '펌프'와 'EZ2AC 시리즈' 정도 뿐이다. 가끔씩 '비트크래프트 사이클론(BEATCRAFT CYCLON)'이라는 국산 게임이 가동되고 있는 걸 볼 수 있는데, 이 게임은 회사 측의 국내 시장에 대한 소홀한 대응으로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완전히 실패한 게임으로 평가받는다. 성공한 국산 오락실 게임은 현재로는 사실상 단 두 가지뿐이다.

지나치게 비싼 기계 가격도 문제다. 여러 체감형 게임 등으로 수익을 낼 수는 있다지만 대부분의 게임을 일본 등지에서 수입을 해오기 때문에 구매 가격과 유지비가 상당히 많이 들게 된다.

현재 대부분 오락실에서 가장 인기있는 게임은 남코(namco)사의 '철권 시리즈' 등의 격투게임과 KONAMI사의 '유비트' '사운드 볼텍스' '비트매니아IIDX' '팝픈 뮤직'등의 리듬게임으로, 전부 일본산 게임이다.

이러한 게임들은 하나같이 어마어마한 가격을 자랑하는데, '유비트'나 '사운드 볼텍스' 등의 게임을 하나만 들이려고 해도 한 대당 가격이 1000만 원 가까이 되고, 지속적인 콘텐츠 업데이트를 위한 네트워크에 연결하면, 매달 일정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게다가 기계에 문제가 생겼을때 수리에 필요한 부품값도 필요하다. 이렇듯 지금 오락실을 하나 운영하려 하면 과거 1980년대에 오락실 장사나 지금의 PC방 장사와는 차원을 달리하는 규모의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큰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오락실 사장님들, 돌파구는...

새로운 게임들로 무장한 오락실은 새로운 유저를 불러들이기에 충분했다.
▲ 많은 사람들이 다시 찾는 오락실 새로운 게임들로 무장한 오락실은 새로운 유저를 불러들이기에 충분했다.
ⓒ 김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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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PC게임과 모바일 게임, 콘솔 게임 등이 게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 쓰러져가던 대한민국의 오락실 시장은 최근 재편기를 맞아 꿈틀거리고 있다. 2010년대 이후 과거에 수입이 되지 않았던 게임들의 정식발매가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는것만 봐도 대한민국 오락실 시장은 분명 되살아나고 있는 중이다.

오락실 게임을 생산하는 기업들도 대한민국의 오락실 시장을 다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것도 틀림없다. 다시 침체기에 빠지지 않으려면 상기한 문제점들을 지속적으로 개선해나가려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마니아들만 하는, '그들만의 리그'가 지속된다면 최근 일어나기 시작한 오락실 시장의 부활도 다시 시들해질 수가 있다.

덧붙이는 글 | 이전에 보냈던<재편기를 맞은 대한민국 오락실 시장의 역사와 전망>의 수정본입니다.



태그:#오락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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