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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파로 얼어버린 감귤이 땅에 떨어져 있다.
 한파로 얼어버린 감귤이 땅에 떨어져 있다.
ⓒ 임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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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을 앞두고 제주 농민의 이야기를 듣고자 감귤농장을 방문했습니다. 감귤을 재배하는 김성훈씨의 발밑에는 감귤이 나뒹굴고 있었습니다. 1500평 하우스 곳곳에는 썩어있는 감귤 무더기가 있었습니다. 도대체 왜 감귤을 땅바닥에 버렸을까요?

지난 1월 제주에는 32년 만의 최고 한파가 찾아온 데다가 대폭설까지 내렸습니다. 말할 것도 없이 노지감귤 농가는 엄청난 피해를 봤습니다. 영하 2도까지 견딜 수 있는 하우스도 영하 8도의 기온에는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얼어버린 감귤은 판매는커녕 코팅 장갑을 끼지 않고는 딸 수 없을 정도로 물러버렸습니다.

보상이 아니라 오히려 손해를 보게 하는 지원대책

노지 2500평, 비가림(하우스) 1500평 등 총 4000평의 감귤 농사를 지었던 김성훈씨가 감귤로 벌어들인 수입은 0원이었습니다. 아니 오히려 마이너스였습니다. 제주에서 폭설로 피해를 입은 농가에 지원을 해주지 않았느냐고요? 해주기는 해줬습니다.

제주도는 kg당 노지감귤 160원, 노지만감류(한라봉,레드향,천혜향 등) 650원, 월동온주 350원, 하우스 만감류는 980원을 지원합니다. 그런데 보상을 받으려면 피해 감귤을 컨테이너에 담아 물량을 확인하고 농민이 스스로 버려야 합니다. 뭐가 문제냐고요?

 한파로 입은 피해를 일부라도 보상 받기 위해서는 감귤을 따서 컨테이너에 담아 수량을 확인해야 한다.
 한파로 입은 피해를 일부라도 보상 받기 위해서는 감귤을 따서 컨테이너에 담아 수량을 확인해야 한다.
ⓒ 임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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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의 인부가 감귤 4000kg을 따서 컨테이너에 담아 확인을 하면 1kg당 160원이니, 총 64만 원을 받습니다. 그러나 10명의 인부를 고용하는 비용만 한 사람당 7만 원입니다. 64만 원의 보상을 받아도 농민은 6만 원을 자기 돈으로 메꿔야 합니다.

어차피 땅에 버릴 것 바로 따서 버리면 그나마 인건비를 절약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감귤을 따서 컨테이너에 담고 한 군데로 모으려면 반드시 인부를 고용해야 합니다. 보상이 아니라 손해를 보게 하는 지원책인 셈입니다.

피해 규모를 조사하기 위해서는 꼭 컨테이너에 담을 필요는 없습니다. 대략 감귤 한 그루당 몇 관씩 나오는지 농민이나 전문가들은 알고 있습니다. 전체 평수와 감귤나무의 숫자를 계산하고 오차 범위를 산정하면 피해 물량을 알 수 있습니다. 컨테이너에 감귤을 담는 것은 행정편의를 위한 시스템으로 느껴져 농민의 마음을 또 아프게 만듭니다.

"땅값이 올랐는데 무슨 걱정이야?"

제주는 지금 부동산 광풍이 불고 있습니다. 엄청난 속도로 땅값이 상승하고 있습니다. 4000평 감귤밭을 보유하고 있는 김성훈씨의 땅도 가격이 올랐습니다. 그런데 김성훈씨는 이 땅을 팔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하우스 시설물까지 담보로 대출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땅값이 오르니 대출을 받을 수 있는 한도가 늘어났습니다. 하우스를 늘리고 시설을 보강하고 비료 등을 구입하는 자금이 필요하니 늘어난 한도만큼 대출을 더 받습니다. 감귤 농장을 팔아봤자 대출금을 갚고 나면 남는 돈이 별로 없으니 결국 제주에서 땅을 구입해 농사를 지을 수밖에 없습니다.

제주에서 감귤을 재배하는 농민에게 땅값이 올랐다는 의미는 그저 대출 한도가 늘어난 것이지 큰 의미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땅값이 올랐으니 부자가 된 거 아니냐는 육지 사람들의 비아냥만 듣습니다.

 제주의 하우스는 보통 3미터 높이로 설치하는데 바람이 많이 부는 제주에서는 오히려 낮아야 태풍 등의 피해에 견딜 수 있다.
 제주의 하우스는 보통 3미터 높이로 설치하는데 바람이 많이 부는 제주에서는 오히려 낮아야 태풍 등의 피해에 견딜 수 있다.
ⓒ 임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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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하우스 등의 시설물을 설치하려면 육지보다 더 많은 자재비용을 부담해야 합니다. 운송비 때문입니다. 그래서 하우스를 설치하면 국가에서 보조합니다.

하우스 업자들은 바람이 많이 부는 제주에 3m 높이의 파이프로 시공을 합니다. 감귤나무는 높이가 낮아 굳이 3m까지 높을 필요가 없다고, 2m로 낮춰도 되지만 3m로 설치해주니 설치 비용이 더 든다고 농민들은 말합니다.

땅값만 오른 것이 아니라 자재비, 퇴비, 각종 농기구, 장비 등의 가격도 오르니 수익은 점점 떨어지고 있습니다. 4000평 감귤농사를 짓는 김성훈씨의 재작년 수입은 대략 2400만 원 정도입니다. 여기서 시설비, 부자재, 비료, 인건비 등을 제외하면 남는 돈은 1700여 만원입니다. 부모님과 함께 사는 김성훈씨는 최소 월 200은 필요합니다. 감귤을 재배했지만 마이너스로 대출을 더 받아야 했습니다.

'밭떼기 상인들의 횡포, 왜 막지 못하나?'

감귤재배 농가는 흔히 밭떼기(포전 매매)로 상인에게 감귤을 넘깁니다. 왜냐하면 일손이 부족한 상황에서 감귤을 수확하는 일이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밭떼기로 넘기면 상인이 감귤을 수확해주니 농민으로서는 수익이 적어도 계약을 합니다.

밭떼기 상인들은 감귤 단가가 좋을 때는 인부들을 고용해 감귤을 수확합니다. 그러나 기상이변 등으로 작황이 좋지 않거나 가격이 나쁘면 감귤을 수확하지 않습니다. 감귤을 수확하지 않으면 나무가 죽거나 다음 해 농사에 큰 지장을 줄 수 있습니다. 밭떼기 상인들은 이점을 악용해 처음 예약한 가격보다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하며 배짱을 부립니다. 농민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계약한 금액보다 훨씬 적은 돈만 받고 감귤을 넘깁니다.

사업자등록증조차 없는 밭떼기 상인들이 종이에 끄적댔던 계약서는 감귤 가격이 좋으면 효력이 생기고, 감귤가격이 나쁘면 무용지물이 됩니다. <제주의 소리>에 따르면 제주 서귀포 지역 노지감귤 농가의 10%이상이 밭떼기 문제로 고통받고 있다고 합니다.

밭떼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3년 3월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이 개정됐습니다. 그러나 양파와 양배추만 해당합니다(서면계약 미이행 시 매수인 500만 원이하, 매도인 1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무는 내용). 표준계약서가 있지만, 거의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농민들의 문제는 점점 더 늘어가고 있습니다.



감귤농사 4000평을 포함해 총 8000평의 농사를 짓는 김성훈씨는 이번 한파에 자신이 직접 제작한 열풍기를 가동시켰습니다. 밤새 장작을 태워 하우스의 온도를 높이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 노력도 허무하게 감귤은 모두 얼어버렸습니다.

"아버지, 제가 노는 거 아니지 않습니까?"
"어, 놀지 않지."
"이렇게 놀지 않고 열심히 하면 그래도 먹고 살 수 있는 세상은 돼야 하지 않겠어요?"


열심히 일해도 먹고 살 수 없는 세상입니다. 왜 열심히 일하는데도 우리의 삶은 나아지지 않을까요? 열심히 일하는 사람만 바보가 되는 세상, 무엇으로 바꿀 수 있을까요?

파업이라도 하고 싶지만, 자신이 일하지 않으면 생명인 감귤나무가 죽기 때문에 파업조차 할 수 없다는 아들 농부의 모습을 늙은 아버지 농부가 애타는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정치미디어 The 아이엠피터 (theimpeter.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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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미디어 '아이엠피터TV'를 운영하는 정치블로거, 진보나 좌파보다는 상식적인 사회를 꿈꾸며 제주도에서 에순양과 요돌군의 아빠로 살아가고 있다.

안녕하세요. 오마이뉴스 박정훈 기자입니다. stargazer@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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