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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일본의 고도성장을 견인한 전자기기 대기업 중 하나인 샤프가 대만 폭스콘(홍하이)에 넘어가게 되자 일본 사회가 적잖은 충격에 빠졌다.

일본의 전자기기 대기업 중에서 처음으로 외국 자본에 팔리게 된 것 자체도 그렇지만 창업 이후 100여년간 샤프가 내 놓은 제품들이 일본인들의 일상생활과 워낙 밀접한 관계를 맺었다는 점에서 일본인들이 받은 충격파는 커 보였다.

1912년 하야카와 도쿠지(早川德次)가 도쿄에서 창업한 샤프는 1915년 샤프펜슬을 대히트시킨 것을 시작으로 각종 독창적 제품들을 내 놓으며 일본인들의 사랑을 받았다.

전쟁때 일본인들이 전황을 듣는 수단이었던 광석(鑛石) 라디오, 전후(戰後)에는 전자 레인지, 태양전지, 전자식 탁상용 계산기, 복사기 등을 잇달아 출시하며 일본 굴지의 전자기기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올들어 폭스콘의 인수설이 줄곧 유력하게 제기돼왔지만 폭스콘과 경합한 일본 민관투자펀드 '산업혁신기구(INCJ)'의 '뒤집기' 가능성이 한가닥 남아 있었다는 점에서 일본인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5일 오전 NHK, 교도통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인터넷판 등은 샤프가 폭스콘으로 넘어가게 됐다는 소식을 긴급 뉴스로 전했다.

뉴스로 소식을 접한 49세 일본인 주부(가와사키 시 거주)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TV, 청소기, 가습기 등 집에서 쓰는 가전제품은 샤프 일색일 정도"라며 "오랫동안 일본에서 활약해온 기업인 만큼 해외 기업에 인수되는데 대해 조금 복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SNS에는 아쉬움과 우려의 목소리가 잇따라 올라왔다. 한 네티즌은 트위터 계정에 "국내 유수의 메이커가 이렇게 될 줄이야 누가 상상이나 했겠나"라고 적었다. 트위터에 글을 올린 다른 네티즌은 샤프의 액정기술이 외국으로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를 언급한 뒤 "어쩐지 아쉽다"며 "결국 경영진이 물러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양도한 것처럼 느껴진다"고 밝혔다.

샤프의 종업원, 샤프 공장을 유치한 지자체 당국자 등의 반응에서는 체념과 한가닥 기대, 불안이 교차했다.

교도통신에 의하면, 나라(奈良)현 소재 샤프 공장에서 일하는 30대 남성 직원은 "글로벌한 관점에서 보면 회사에 유익할 것"이라면서도 "폭스콘은 '40세 이하 직원의 고용을 보장하겠다'고 하지만 5년후나 10년후에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어 불안이 있다"고 말했다.

오사카(大阪)부 소재 샤프 백색가전 제품 공장에서 일하는 40대 남성은 "(폭스콘으로 결정된 만큼) 좋은 방향으로 되면 좋겠다"며 "이미 우리는 그렇게 되길 바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샤프 공장이 입지한 히로시마(廣島)현 후쿠야마(福山) 시의 산업진흥과 담당자는 "경영이 안정됨으로써 고용의 유지로 연결되면 좋겠다"며 "고용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주무부처 장관인 하야시 모토오(林幹雄) 일본 경제산업상은 "샤프가 다양한 각도에서 검토해 결정했다고 생각한다"며 "고용(유지)과 지역 경제발전, 샤프의 성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취재보조: 이와이 리나 통신원)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태그:#샤프, #폭스콘, #샤프펜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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