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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병은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말이 있죠. 마음이 우리 몸을 움직이는 센서 기능을 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센서가 고장 나면 아무리 육중하고 고도로 잘 만들어진 기계도 무용지물이 돼 버리고 말거예요. 같은 원리로 마음이 병 들면 육신 또한 못 쓰게 되어 있죠.

육체의 병도 무섭지만 가장 무서운 게 마음병이지요. 마음이 악하거나 약하면 마음에 병이 오고, 마음이 병 들면 육체의 약한 부분도 병 들게 되고요. 현대 질병의 모든 원인은 공해와 스트레스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진짜 이유를 한 가지만 들라면 스트레스예요. 그건 또한 마음병이고요.

기술문명이 고도로 발달한, 발달하고 있는 현대에 가장 심각한 질병은 암이나 에이즈 등 고질병이 아니라 마음의 병일 거예요. 마음이 병 들면 치유한다는 게 그리 쉽지가 않거든요. 명상이나 종교가 마음의 병을 다루는 최상의 무기가 된 지도 오랜 역사를 가지지요.

지구별과의 분리가 질병의 원인

<깨어 있는 마음으로 깊이 듣기>(틱낫한 지음 / 진우기 옮김 / 시공사 펴냄 / 2016. 1 / 178쪽 / 1만2000 원)
 <깨어 있는 마음으로 깊이 듣기>(틱낫한 지음 / 진우기 옮김 / 시공사 펴냄 / 2016. 1 / 178쪽 / 1만2000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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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질병에 힘겨워 하는 현대들을 향하여 틱낫한 승려가 '지구별 사랑하기'라는 독특한 치유법을 제시하고 있네요. <깨어 있는 마음으로 깊이 듣기>는 틱낫한 스타일의 마음 챙기기 치유법이죠. 현대병의 원인인 마음병은 분리에서 오며 그 분리의 원형이 지구별과의 분리라고 보아요.

우리는 사람과 다른 존재들이 지구에서 산다고 생각하죠. 틱낫한의 생각은 좀 다르군요. 지구별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 아니고 '지구별이 나 자신이며 내 안에 지구별이 있다'고 말하네요. 실은 우리가 주의 깊게 생각하지 않아서 그렇지 이 말은 진리죠.

생물이 살다 죽으면 지구별에 묻히죠. 그렇게 지구와 생물은 하나인 거예요. 우리도 살다가 죽고 죽으면 묻히고 그게 지구고. 그러나 우리는 나를 중심으로 모든 사물이나 생물을 객체로 보아요. 지구는 지구고 나는 나라고 생각하는 거죠. 하지만 그게 틀린 생각임을 저자는 지적해요.

저자는 지구를 객체가 아닌 주체로 다루죠. 지구별과 내가 한 덩어리가 될 때 비로소 진정한 치유가 일어난다고 보아요. 우리의 몸은 지구별의 물질과 에너지로 이뤄진 존재라는 걸 깨닫고 지구별과 하나가 될 때 비로소 치유가 나타난다는 거예요.

"병이 드는 이유는 대부분 우리가 내 몸에서 분리되어 있거나 지구별의 몸에서 멀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지구 어머니에게 돌아가서 꼭 필요한 치유와 영양분을 얻는 수행을 해야 합니다. 지구 어머니는 언제나 두 팔 벌려 우리를 받아주고, 치유해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지구 어머니에게 안겨 쉬는 법을 안다면 그저 앉고 걷고 숨 쉬는 것만으로도 치유를 경험하게 됩니다." - <깨어 있는 마음으로 깊이 듣기> 58, 59쪽

병으로 인한 고통이야말로 자신 뿐 아니라 남을 이해하는 통로가 되어요. 저자는 "내 안에 고통을 알아보지 못한 사람은 남을 도울 수가 없다"고 잘라 말해요. 자신의 고통에 귀를 기울이면 비로소 상대의 고통도 완화해 줄 수 있지요. 병이 들면 사람들은 무엇을 해야 병이 나을까 고민하죠. 하지만 저자는 마음을 챙기는데 집중하고 앉아있는 것 자체가 무엇을 하는 것이라고 말해요.

"마음을 챙기고 지구별을 깊이 자각하면 우리의 아픔, 어려운 감정, 정서 문제를 다룰 수 있게 됩니다. 나의 고통을 치유할 뿐 아니라 남의 고통도 더 잘 알아차릴 수 있게 됩니다. (중략) 지구별과 연결되었을 때 심적 고통, 우울, 질병은 치유됩니다." - <깨어 있는 마음으로 깊이 듣기> 46, 47쪽

지구별이 내 안에, 내가 지구별 안에

저자는 우리가 걷는 게 그냥 걷는 게 아님을 알아차리라고 주문해요. 지구별과의 교감을 염두에 둔 말이죠. '알아차림'에 집중하며 걸을 때 '우리는 발밑의 땅에도 존재하는 사람'이 되고, 풀이나 구름, 주변 사람에게도 그곳에 존재하는 사람이 된다는 거예요. 내가 별개의 존재가 아니란 뜻이죠.

나와 지구별, 나와 다른 사람, 나와 사물, 나와 동식물 등 모두 다 연결된 존재임을 인정할 때 진정한 행복이 가능하다고 해요. 지구별을 살아있는 생명체로 이해하고, 사물 또한 그렇게 인식할 때 참된 치유의 역사가 있고요. 내 몸이 '세상이 이루어놓은 경이'라면 지구별 역시 '세상이 이루어놓은 경이'라는 거지요.

"그 날에는 내가 아버지 안에, 너희가 내 안에, 내가 너희 안에 있는 것을 너희가 알리라"(요한복음 14장 20절)

저자는 위와 같은 성경도 인용해요. 예수만이 아니라 부처도 서로 연결되었음을 말하고 모두가 서로의 일부라고 한다는 거지요. 성경에서 아버지(하나님), 나(예수님), 너희(인간)가 같이 함을 말하듯 지구별과 사람, 해, 달, 개, 고양이, 소나무, 풀 등이 모두 불성(佛性)을 가지고 있으며 하나라고 해요.

그러기에 단순히 걸으면서도 "이 걸음으로 나는 내 집 지구별로 돌아간다. 생명의 원천으로 돌아간다. 지구 어머니 품에 안겨 쉰다"고 생각하라는 거예요. 지구별 사랑이 곧 나를 사랑하는 거고 그게 바로 환경 보호라는 거지요.

'지구별 어머니'라는 표현은 마치 기독교의 '하나님 아버지'라는 개념의 다른 표현 같아요. 또한 "천국은 밖이 아니라 마음속에 존재합니다. 마음이 고요하고 평화롭다면 지금 걷고 있는 이 땅이 천국입니다"라는 표현은 기독교의 진리와 다르지 않아요.

저자는 지구별 보호(환경보호)를 거론할 때 신기술을 논하는 것을 거부해요. 자신의 마음속 환경과 지구별 환경을 구분하지 않는 거죠. 마음 챙김으로 지구별과 소통하고 자신과 소통함으로 다른 이들과도 소통할 수 있다고 봐요.

'사랑하는 지구 어머니'로 시작하는 지구별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저자의 지구를 향한 특별한 애정은 절정에 달하죠.

"당신이 항상 제 안에 계시고 제가 당신 안에 있다는 자각을 늘 새로이 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당신의 건강과 행복이 곧 저의 건강과 행복임을 잊지 않을 것을 약속드립니다. 당신과 제가 함께 평화롭고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이런 자각이 늘 생생하게 함께해야 한다는 것을 압니다." - <깨어 있는 마음으로 깊이 듣기> 131쪽

책의 주장 중 약점이라면 지구와 나를 동일시하는 함정에 빠져 주체와 객체의 구별을 모호하게 한다는 거예요. 인격체와 사물체의 구별 또한 혼돈하고 있고요. 자칫하면 생물과 무생물의 창조질서를 헤칠 수 있고, 사물에 대한 물신숭배의 논거로 제시될 수 있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죠.

하지만 지구에 대한 그의 심오한 고찰은 지구의 안정성과 창조성, 차별하지 않는 성품을 덕으로 꼽으면서 심층적으로 지구별과 인류를 연결함으로 사랑과 경탄을 느끼지 않을 수 없어요. 결국 환경을 보호한다는 개념으로의 접근이 아니라 나를 가꾼다는 개념이 지구별의 생명을 보존하게 될 것이라는 거지요. 그게 또한 인류가 살고 행복해지는 비결이고요.

덧붙이는 글 | ※뒤안길은 뒤쪽으로 나 있는 오롯한 오솔길입니다. 책을 읽으며 떠오르는 생각의 오솔길을 걷고 싶습니다. 함께 걸어 보지 않으시겠어요.



깨어 있는 마음으로 깊이 듣기 - 틱낫한 스님이 말하는 지구, 평화, 행복

틱낫한 지음, 진우기 옮김, 시공사(2016)


태그:#깨어 있는 마음으로 깊이 듣기, #틱낫한, #진우기, #지구별,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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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행복이라 믿는 하루가 또 찾아왔습니다. 하루하루를 행복으로 엮으며 짓는 삶을 그분과 함께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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