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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개 청년단체 대표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16개 청년단체 대표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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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얼굴을 보세요. 한국사회 고통의 중심에 있기에 그 아픔을 잘 아는 우리 청년들입니다. 이 단체들이 대거 모여 '변화에 투표할 것이다'라고 선언합니다. 삶의 밑바닥에서 올라오는 근본적인 절규입니다."

'우리는 변화에 투표할 것입니다'

'총선을 친구신청 하면 우리의 담벼락을 나아질 것입니다', '우리는 변화에 투표할 것입니다' 등의 문구가 쓰인 피켓을 들고 있는 청년들의 표정에는 결의가 담긴 자신감이 비쳤다.

23일 아침 11시 경복궁역 근처 참여연대 건물에서 16개의 청년단체가 <총선청년네트워크>의 시작을 알렸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당사자로서 수많은 토론과 고민을 제시해 온 청년 단체들이 단체로 뭉쳐서 행동하는 것은 굉장히 의미있다"라며 연대발언을 했다.

총선청년네트워크는 총선을 50일 남겨둔 시점, 청년의 목소리를 모으고 알리기 위해 모였다. '청년 정치'에 대한 냉소는 가득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의 가능성'을 포기할 수 없다는 게 이들의 목소리다. 총선 청년네트워크는 서로의 연결망이자 공동사업을 위한 연대 기구로써 일종의 허브 역할을 하게 된다.

청년 말하지만, 현 정치에 청년 정책 보이지 않아

청년은 좋은 '정치 상품'이다. 공익광고에는 미생의 장그래가 등장했고 지하철 광고판마다 청년 정책 성과를 알리는 홍보가 가득하다. 극장에서도 '청년이 미래다'라는 카피를 들어야만 영화를 볼 수 있을 정도이다.

지난 해에 이어 올해도 '청년'은 여전히 사회의 화두다. 정부가 말하는 청년은 귀에 익숙해져 특별할 게 없을 정도이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청년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총선청년네트워크는 20대 국회를 향해 청년을 위한 10가지 우선정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노동·주거·구직·일자리·소득·실업·부채·교육·선거참여·제도로 분야를 나눠 정책 대상을 분류했다. 예를 들면 부채 분야에서는 '청년신용회복기금'을 제시한다. 장기 연체 채권을 매입하거나 채무를 조정해 청년 채무자와 학자금 대출자들의 빚을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청년정책 공동요구안으로 10가지 우선정책을 제시했다.
 청년정책 공동요구안으로 10가지 우선정책을 제시했다.
ⓒ 총선청년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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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왕 뽑을 거 우리 위해 싸우는 300명 뽑자"

민달팽이유니온 임경지 위원장은 "어떤 청년은 선거는 이제 그냥 빨간 날이 아니냐고 묻는다"라며 무기력의 대상이 돼버린 선거를 지적했다. 또 "어떤 청년은 선거란 싸움닭을 뽑는 게 아니냐고 이야기하지만 기왕 뽑을 거 우리를 위해 잘 싸우는 300명을 뽑아보자"라고 덧붙였다.

청년의 이야기는 청년이 가장 정확하게 알고 느낄 수 있다. 고려대 박세훈 총학생회장은 청년을 잘 모르면서 잘 아는 것처럼 기만하는 정치인을 비판했다. 이어 대학생의 진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반값등록금이 실현됐다는 정부의 광고에 대해 "대학생들은 이것은 반값등록금이 아니라고, 우리가 원하는 것은 그것이 아니다"라고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교내장학금과 한국장학재단의 국가장학금의 규모가 7조원이므로 전체 등록금 규모인 14조의 50%라며 반값등록금 달성을 홍보했다.

‘변화’에 투표하자
 ‘변화’에 투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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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총선, 이런 사람들은 안 된다고 전해라~!"

청년을 볼모로 노동개혁을 강행하는 의원과 최저임금에 반대하는 의원 중 누가 더 <공천불가>일까. 총선청년네트워크가 만18~39세 306명을 대상으로 '공천 부적격자' 기준을 설문조사했다. 그 결과 '청년을 볼모로 쉬운 해고 노동개악을 강행한 사람(20.5%, 124명)'이 제1의 공천 불가 기준으로 선정됐다.

인사청탁과 채용비리에 연루된 사람(13.7%), 청년을 폄훼하고 청년정책을 비하하는 사람(11.1%)이 뒤를 이었다.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는 사람은 7.2%(22명)로 비교적 후순위를 차지했다. 이 밖에 국회인턴을 하대하거나 성추문, 전과가 있는 부정부패 정치인의 공천에 반대하는 의견도 있었다.

총선청년네트워크는 6주 전부터 총선을 대비한 활동을 시작해왔다. 지난 15~19일에는 국회 앞에서 낙천 운동을 했다. '공천 부적격자'로 선정된 전/현직 국회의원 및 예비후보의 공천을 막겠다는 취지다.

이름과 얼굴을 지명한 낙천운동을 할 수 없게 되자 '이름을 부를 수 없는' 해리포터의 악당 ‘볼드모트’로 풍자했다.
 이름과 얼굴을 지명한 낙천운동을 할 수 없게 되자 '이름을 부를 수 없는' 해리포터의 악당 ‘볼드모트’로 풍자했다.
ⓒ 총선청년네트워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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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시위로 진행된 이 활동은 17일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중재요청을 받았다. 이유는 '선거법위반'의 소지가 있으니 후보자의 이름과 얼굴을 밝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임경지 위원장은 "선관위의 연락을 받은 후 다른 활동도 혹시 선거법 위반인지가 고민돼 위축되더라"며 "이는 토론 자체를 차단하는 행위"라고 호소했다. 임 위원장은 총선시민네트워크의 조언을 받아서 선거법 관련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서울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시민들의 정치 참여는 문자나 홈페이지, SNS, 전자 우편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했다. 선관위는 "국회 앞 1인시위의 낙선·낙천 운동은 다른 예비후보자의 선거를 방해하는 행위"라며 중재의 이유를 설명했다.

온라인이나 문자로만 시민 선거 참여를 한정한 데에 대해서는 "무제한으로 선거운동을 허용하면 정당이 이를 악용해서 시민들을 오프라인 홍보에 남용할 수 있다"며 근거를 밝혔다. 임경지 위원장도 "SNS로 활동을 늘려가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앞으로의 계획을 알렸다.

청년들, 정치 태풍 눈 돼야

미국 대선의 풍향계라 불리우는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민주당의 전체 1681표 가운데 힐러리는 701표를 받아 697표를 받은 샌더스를 단 4표 차이로 겨우 따돌렸다. 샌더스 바람이 분 데에는 청년의 역할이 크다는 게 NYT의 분석이다.

안진걸 사무처장은 이러한 현상을 한국과 비교했다. 미국 청년들 사이에 분 정치 참여 열풍이 총선청년네트워크의 등장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는 "청년이 태풍의 눈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샌더스 인기몰이에는 트럼프에 대한 반감도 있다"고 분석했다. 또 "국내에 샌더스는 없지만 트럼프는 많다"라며 "박근혜 정권이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막말이 그렇다"고 지적했다. 청년이 기성 정치에 갖는 반감이 정치 참여 열풍으로 이어졌다는 의미다.

* <총선청년네트워크>에는 고려대학교 총학생회, 동네형들, 뜨거운청춘들(준), 민달팽이유니온, 민주주의 디자이너, 매니페스토청년협동조합, 반값등록금국민본부,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빚쟁이유니온(준), 정치외교연합동아리 여정, 청년광장, 청년당당, 청년유니온, 청년참여연대, 청소년유니온, KYC(한국청년연합)의 16개 단체가 참가한다(2/23일 기준).

덧붙이는 글 | "후보자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습니까?" 소수 정당의 후보가 단 한 명의 국민을 대변한다더라도 그 후보는 조명 받아야 합니다. '갈릴레이 서클'이 기획한 <모비딕 프로젝트>는 기성언론이 비추지 않은 구석 정치를 비춥니다. 우리의 발칙하고 빛나는 생각들을 기대해주세요.



태그:#총선청년네트워크, #모비딕프로젝트, #갈릴레이서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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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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