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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출산 자락 기찬랜드에 세워진 하춘화의 '영암아리랑' 노래비. 영암아리랑은 하춘화가 17살 때인 1972년에 불렀던 불후의 명곡이다.
 월출산 자락 기찬랜드에 세워진 하춘화의 '영암아리랑' 노래비. 영암아리랑은 하춘화가 17살 때인 1972년에 불렀던 불후의 명곡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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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급 가수' 하춘화의 나눔과 사랑 리사이틀이 있었다. 하춘화의 노래인생 55주년 기념 리사이틀은 지난 1월 15일과 16일 이틀 동안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렸다. '물새 한 마리'로 시작된 공연은 '날 버린 남자' '사랑이 야속하더라' '영암아리랑'으로 이어졌단다.

그녀는 이번 공연의 수익금을 모두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기탁했다. 하춘화의 기부가 새삼스럽지는 않다. 오래 전부터 계속된 일이어서다. 1970년대엔 영암 낭주고등학교 설립기금으로 200만 원을 내놨다.

그동안 가수로 활동하면서 수십, 수백만 원씩 기부한 게 모두 200억 원이나 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동안 소리 소문없이 돕다가 최근에야 알려진 사실이다. 마음속까지 따뜻하게 해주는 얘기다.

전라남도 영암군 학산면 계천마을. 하춘화의 부모가 오랫동안 살았던, 고향마을이다.
 전라남도 영암군 학산면 계천마을. 하춘화의 부모가 오랫동안 살았던, 고향마을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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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천마을 회관에 모인 주민들. 가수 하춘화의 고향마을이라는데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계천마을 회관에 모인 주민들. 가수 하춘화의 고향마을이라는데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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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춘화는 1961년 7살 때 가수의 길로 나섰다. 지금까지 2500여 곡을 발표했다. 예술철학박사 학위를 받아 우리나라의 첫 박사가수가 됐다. 8500차례 콘서트로, 개인 최다 콘서트 기네스 기록을 갖고 있다. '리사이틀의 여왕'이다. 이번 공연에서도 지치지 않는 에너지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하춘화의 고향 전남 영암에는 '영암아리랑' 노래비 3기가 세워져 있다. 영암아리랑은 1972년, 그녀의 나이 18살 때 불렀던 불후의 명곡이다. 영암과 월출산을 배경으로 이환의가 노랫말을 쓰고, 고봉산이 민요풍의 흥겨운 선율을 입혔다. 노래비는 월출산 천황사 입구와 기찬랜드, 왕인박사유적지에 있다.

'달이 뜬다 달이 뜬다/ 영암 고을에 둥근달이 뜬다/ 달이 뜬다 달이 뜬다/ 둥근둥근 달이 뜬다/ 월출산 천황봉에 보름달이 뜬다/ 아리랑 동동 쓰리랑 동동/ 에헤야 데헤야 어서와 데야/ 달을 보는 아리랑 임 보는 아리랑∼♬'

월출산 천황사 가는 길목에 세워진 영암아리랑 노래비. 사각 받침돌에 노랫말을 적은 비를 올렸다.
 월출산 천황사 가는 길목에 세워진 영암아리랑 노래비. 사각 받침돌에 노랫말을 적은 비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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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인박사유적지에 세워진 영암아리랑 노래비. 사람의 몸을 형상화하고, 월출산 정상에 보름달이 떠오르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왕인박사유적지에 세워진 영암아리랑 노래비. 사람의 몸을 형상화하고, 월출산 정상에 보름달이 떠오르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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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출산 천황사로 가는 길목에서 만난 노래비는 오래 됐다. 30년 전인 1986년 영암군산악회에서 세웠다. 사각 받침돌에 노랫말을 적은 비를 올린, 전형적인 기념비다. 오래도록 사랑 받은 노래비다.

왕인박사유적지에 세워진 노래비는 2002년에 영암군과 영암군산악회가 세웠다. 사람의 몸을 형상화하고, 월출산 정상에 보름달이 떠오르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기찬랜드의 노래비는 2010년 영암노래비기념사업추진위원회에서 세웠다.

모두 월출산 자락에 자리하고 있다. 기찬묏길을 따라 노래비를 하나씩 만날 수 있다. 기찬묏길은 월출산이 내뿜는 기(氣)를 호흡하며 걷는 길이다. 천황사에서 기찬랜드까지 6㎞, 기찬랜드에서 왕인박사유적지까지 9.5㎞에 이른다.

국립공원 월출산 풍경. 원적외선을 방출하는 맥반석의 바위산이다.
 국립공원 월출산 풍경. 원적외선을 방출하는 맥반석의 바위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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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쌓인 기찬묏길. 월출산의 허리춤을 따라 걸으며 산이 내뿜는 기(氣)를 호흡하는 길이다.
 눈 쌓인 기찬묏길. 월출산의 허리춤을 따라 걸으며 산이 내뿜는 기(氣)를 호흡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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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출산의 허리춤을 따라가는 길도 비교적 평탄하다. 존재만으로도 든든한 월출산이 내내 보듬어준다. 월출산은 원적외선을 방출하는 맥반석의 산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몸에 보약과도 같은 존재다.

영조 때(1751년) 실학자 이중환은 지리서 <택리지>를 통해 '아침 하늘에 불꽃처럼 기를 내뿜는 기상을 지녔다'고 월출산을 소개했다. 풍수지리의 대가인 도선국사와 오경박사에 등용됐던 왕인도 그 기를 받았다.

기찬묏길은 천황사 주차장에서 탑동 약수터를 거쳐 기찬랜드로 이어진다. 구불구불한 숲길이 한적하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걷기에 좋다. 기찬랜드는 월출산의 계곡물을 모아서 만든 풀장이다.

기찬랜드의 데크 산책로 옆 계곡에 깨금바위도 있다. 100년 전, 가야금 산조를 창시한 김창조 선생이 가야금을 즐겨 연주했다는 너럭바위다. 바위를 품은 숲에는 곰솔과 노간주나무, 졸참나무, 아까시나무 많다. 노각나무, 산벚나무도 보인다.

월출산을 보며 걷는 기찬묏길. 바위산이 내뿜는 기(氣)를 호흡하며 걷는 길이다.
 월출산을 보며 걷는 기찬묏길. 바위산이 내뿜는 기(氣)를 호흡하며 걷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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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출산 자락의 대동저수지와 나무데크. 저수지 물이 월출산의 기암괴석을 반영하고 있다.
 월출산 자락의 대동저수지와 나무데크. 저수지 물이 월출산의 기암괴석을 반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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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찬묏길은 기찬랜드에서 대동제를 거쳐 도선국사의 출가 성지인 월암사 터를 지난다. 대동제는 월출산이 품은 저수지다. 다소곳한 둔치를 따라 놓인 데크 길이 예쁘다. 사철 언제라도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하는 저수지다.

대동제의 물이 월출산의 기암괴석을 반영하고 있다. 저수지가 그려낸 대칭과 반영의 아름다움이 한 폭의 그림이다. 물위를 유영하는 청둥오리 떼도 반갑다. 청둥오리들이 힘차게 날갯짓을 하며 날아오르는 모습도 멋스럽다.

대동제를 지난 길은 숲속 오솔길과 임도, 마을길을 차례로 만난다. 월출산이 포근하게 감싸고 있는 마을 풍경이 다소곳하다. 논두렁과 밭두렁도 영암사람들의 마음처럼 넉넉하다. 길의 끄트머리에서 만나는 왕인박사유적지에선 왕인박사의 삶을 더듬어볼 수 있다.

월출산 기찬묏길. 산의 허리춤을 따라 싸목싸목 거닐며 산이 내뿜는 기를 호흡할 수 있다.
 월출산 기찬묏길. 산의 허리춤을 따라 싸목싸목 거닐며 산이 내뿜는 기를 호흡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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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인박사유적지의 왕인 동상. 왕인 박사는 일본 응신천황의 초청으로 일본으로 건너가 아스카문화를 꽃피우는데 큰 역할을 했다.
 왕인박사유적지의 왕인 동상. 왕인 박사는 일본 응신천황의 초청으로 일본으로 건너가 아스카문화를 꽃피우는데 큰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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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인박사는 백제 근초고왕 때 이 마을에서 태어났다. 주역, 시경, 서경, 예기, 춘추 등 경서(經書)에 능통해 오경박사에 등용됐다. 일본 응신천황의 초청으로 논어 10권과 천자문을 갖고 일본으로 건너갔다. 일본에서 태자의 스승이 돼 아스카문화를 꽃피웠다.

왕인박사유적지에 박사의 탄생지와 박사가 마셨다는 성천(聖泉)이 있다. 뒤편 산중턱에 박사가 공부했던 문산재와 책굴도 있다. 구림마을에 있는 상대포는 왕인박사가 일본으로 가는 배를 탔던 곳이다.

구림마을의 돌담과 골목길. 옛집과 돌담에서 세월의 더께가 묻어난다.
 구림마을의 돌담과 골목길. 옛집과 돌담에서 세월의 더께가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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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림마을의 역사도 깊다. 선사시대부터 이어져 온 역사가 2200년이나 된다. 마을에 돌담으로 둘러싸인 옛집이 즐비하다. 오래 된 나무와 정자에서도 세월의 더께가 묻어난다. 도선국사의 전설이 서린 국사암도 마을에 있다. 전통사회의 흔적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다.

영암도기박물관도 구림마을에 있다. 오랜 전통을 지닌 구림도기의 역사와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숙종 7년(1681년)에 창건된 죽정서원도 있다. 월출산이 품은 유서 깊은 절집 도갑사도 지척이다.

월출산 기찬묏길에서 바라본 영암읍 시가지. 국립공원 월출산을 품은 영암은 기의 고장으로 알려져 있다.
 월출산 기찬묏길에서 바라본 영암읍 시가지. 국립공원 월출산을 품은 영암은 기의 고장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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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영암아리랑, #하춘화, #월출산, #왕인박사유적지, #기찬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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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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