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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서 쓰는 1회용 물티슈(물휴지)는 유통기한이 없다? 지난 18일 오후 서울 상암동 한 음식점에서 동료들과 식사를 하던 최아무개(42)씨는 무심코 1회용 물휴지에 쓰인 문구를 보고 깜짝 놀랐다.

1회용 물티슈 원조라는 이 제품에 제조일은 '2016년 2월 11일'로 표시돼 있었지만 정작 유통기한은 없었다. 대신 제품 뒷면에 '공중위생법 시행규칙 제38조'에 따라 "기타위생용품인 물종이는 유통기한이 없다"고 명시하고 있었다. 과연 진실일까?

'1회용 물티슈' 규제 17년 넘게 방치, 제조업체 "3개월 지나면 교환"

시중 음식점에서 유통되는 1회용 물티슈(물휴지)엔 제조년월일 표시는 있지만 유통기한 표시는 따로 없다. 한 물휴지 업체는 제품에 "기타위생용품인 물종이는 유통기한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시중 음식점에서 유통되는 1회용 물티슈(물휴지)엔 제조년월일 표시는 있지만 유통기한 표시는 따로 없다. 한 물휴지 업체는 제품에 "기타위생용품인 물종이는 유통기한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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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실제 그런 법규가 있는지부터 찾아봤다. 그런데 '공중위생법'은 이미 지난 1999년 폐기됐다. 대신 공중위생관리법을 새로 만들었지만 위생용품 관리와 관련된 시행규칙은 새로 만들지 않고 17년 전 것을 그대로 따르고 있었다.

당시 공중위생법 시행규칙에 '물종이류'는 냅킨과 함께 '위생종이'로 분류돼 있었다. 위생종이는 다시 1회용 물컵(종이컵)·숟가락·젓가락, 이쑤시개 등과 함께 '기타위생용품'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세척제 같은 위생용품은 유통기한을 표시해야 하는 반면, 이들 기타위생용품은 유통기한 표시 의무가 없었다. 규칙을 만들 당시 대부분 변질 우려가 없는 종이나 플라스틱, 나무 등으로 만든 제품이어서 유통기한이 필요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해당 규칙에 '식품접객업소 등에서 물수건 대용으로 손 세척에 사용하는'이라고 정의한 '물종이류'는 다른 제품과 사정이 다르다. 순수한 물과 종이가 아니라, 부직포 같은 합성 섬유에 세척제 같은 각종 화학물질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세균 번식으로 변질 우려가 있는 것이다.

실제 앞서 물휴지 제품에도 "일반 세균이 발육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냉장 보관 사용하라"고 경고하고 있었다.

1회용 물티슈 제조업체인 유한그린텍 구기승 대표는 19일 <오마이뉴스> 전화 통화에서 "1회용 물티슈는 식당을 중심으로 1주~3개월 정도면 소모돼 방부제도 넣지 않고 있다"면서 "완전 밀봉 포장 상태가 아니라 3개월 정도 지나면 제품이 건조돼 사용할 수 없어 회수해 새 제품으로 교환하고 있다"고 밝혔다.

위생용품 관리를 담당하는 보건복지부 구강생활건강과 관계자는 22일 "1회용 젓가락이나 종이컵과 같은 기타 위생용품은 변질돼도 겉으로 바로 드러나 유효기한 표시를 규정하지 않았을 뿐"이라면서 "유통기한 표시 의무가 없다는 게 유통기한이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영유아용 물티슈는 화장품 수준 관리, 1회용 물티슈는 방치? 

반면 영유아용이나 화장용으로 많이 쓰는 이른바 '인체 청결용' 물티슈의 유통기한은 최대 3년이다. 개별 포장되는 1회용 물티슈와 달리 수십 장을 한꺼번에 포장한 뒤 필요할 때마다 뽑아 쓰기 때문에 한번 개봉하면 사용기한이 1~3개월로 줄어든다. 일부 제품은 아예 유통기한 자체를 6개월에서 1년, 2년 단위로 줄여 표시한 업체도 있다.

인체 청결용 물티슈도 애초 세제와 같이 '공산품'으로 분류돼 유통기한 표시나 성분 표시 의무가 없었다. 지난 2013년 국내 시판중인 물티슈 안전성을 평가한 소비자시민모임은 "유통 기한이 3년인 물티슈는 개봉 후 상온에서 세균 번식을 제어하기 어렵고 제품의 유통이나 사용 중에 변질되기 쉬운 제품이므로 소비자의 주의가 필요하다"면서 물티슈 안전 기준을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지난해 7월부터 인체 청결용 물티슈를 '화장품'으로 분류해, 성분과 유통기한 의무 표시 등 관리 기준을 크게 강화했다.

다만 보건복지부에서 관할하는 '기타위생용품'으로 분류된 1회용 물티슈는 여전히 성분이나 유통기한 표시 의무가 없다.

이에 국회에서도 1회용 물티슈 등 위생용품도 식약처에서 관리하도록 하는 법안을 내놨다.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2014년 2월 보건복지부에서 맡던 위생용품 관리 업무를 식약처로 넘기는 '위생용품관리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계류 중인 이 법안이 통과되면 1회용 물티슈를 포함한 위생용품 관리 기준도 현실에 맞게 조정될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당시 법안심사소위에 참석한 손문기 식약처 차장은 "(공중위생법이) 공중위생관리법으로 이관되는 과정에서, 위생용품 관련 내용이 15년 동안 입법 사각지대에 있었다"고 털어놨다. 앞서 보건복지부 관계자도 "(물종이류 유통기한 표시 문제는) 지난 1999년 모법(공중위생법)이 폐지되고 시행규칙만 남아있어 손대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온세현 국회 보건복지위 입법조사관은 "음식점에서 사용하는 1회용 물티슈에 아이들이 사용하는 인체 청결용 물티슈와 같은 엄격한 관리 기준을 적용할 순 없다"면서도 "이 법이 통과하면 그동안 입법 미비로 1회용 물티슈 등에 유통기한 표시 등 관리 기준을 따로 만들 수 없었던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식당용 1회용 물티슈는 '입법 사각지대' 탓에 법적인 유통기한과 표시 의무가 없을 뿐, 유통기한 자체가 없다고 볼 순 없다. 더구나 1회용 물티슈는 방부제도 사용하지 않고 포장 상태도 상대적으로 허술하기 때문에 법적 유통기한이 3년인 인체 청결용 물티슈보다 유통기한은 훨씬 짧다. 이에 <오마이팩트>는 1회용 물티슈에 유통기한이 없다는 건 '대체로 거짓'이라고 판단했다.


태그:#1회용 물티슈, #물티슈, #물휴지, #물종이, #보건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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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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