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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숫자로 프랑스 상황을 살펴보자. 일간지 '르파리지엥'에 따르면, 2012년 프랑스 가정 중에 TV를 소유하지 않은 가정은 2%, 휴대폰을 소유하지 않은 프랑스인들은 15%에 해당했다. TV를 소유하지 않은 가정은 대부분 교육 수준이 높은 인텔리 계층으로, 정부 선전 기구로 이용되고 있는 TV를 거부하기 위해 혹은 아이들의 교육에 지장이 되어서 등이 그 주요 이유였다.

그로부터 3년여가 지난 2015년 11월 말 현재, 프랑스의 휴대폰 소유 인구비율은 92%로, 처음으로 집 전화 소유율 89%를 웃돌고 있다(허핑턴 포스트).

휴대폰의 출현으로 집 안에서 이루어지던 커뮤니케이션이 집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버스나 지하철, 기차 등 모든 공공 장소에서 휴대폰을 통해 개인 생활이 마구 노출되고 있다. 카페에서 친구들을 만나도 서로 대화 하기보다는 각자가 자신의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광경이 수시로 연출되기도 한다.

어쩌면 이들은 더이상 할 얘기가 없는지도 모른다. 이미 전화로 할 얘기를 다 했기 때문에. 한 번은 아이 둘을 가진 한 가족이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각자가 자신의 휴대폰만 열심히 쳐다보고 있는 광경을 목격하기도 했다. 커뮤니케이션을 자랑하는 휴대폰이 가정의 대화를 추방한 격이 되었다.

지하철 내에서나 캬페에서도 휴대폰에 머리 박고 있는 자들이 대다수이다. 파리 지하철의 명물이었던 책 읽는 자들의 수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또한 길거리에서도 이들은 위험 대상이다. 앞은 보지 않고 스마트폰에 눈을 박으며 걸어오는 자들을 피하기 위해서는 이쪽에서 노선을 바꾸어야 한다. 아니면 정면 충돌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휴대폰을 거부하는 일부 프랑스인들

 휴대폰을 거부하는 일부 프랑스인들이 나오고 있다. 프랑스 인구의 8%에 해당하는 이들은 왜 휴대폰을 거부하는 것일까 ?
 휴대폰을 거부하는 일부 프랑스인들이 나오고 있다. 프랑스 인구의 8%에 해당하는 이들은 왜 휴대폰을 거부하는 것일까 ?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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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휴대폰을 거부하는 일부 프랑스인들이 나오고 있다. 프랑스 인구의 8%에 해당하는 이들은 왜 휴대폰을 거부하는 것일까?

42세의 기자인 셀레스틴은 아이 셋의 워킹맘으로, 휴대폰을 소유하고 있지 않다.

"어디선가 항상 전화가 올 수 있다는 생각만 해도 마음이 편하지가 않다. 내게 용건이 있는 사람은 내 사무실에 들르면 된다. 13살 내 딸 아이도 휴대폰이 없는데 자기 반에서 유일하게 휴대폰이 없는 학생이다. 그러나 딸도 휴대폰을 사달라고 하지 않고 나도 아이들을 독립적으로 키우게 할 목적으로 휴대폰을 금지하고 있다."

37세 교사인 다비드도 휴대폰이 없다. 그는 소셜 네트워크도 하지 않는다.

"난 모든 사람에게 내가 무엇을 하는지, 누구와 저녁을 같이 하는지, 오늘 저녁에 어느 장소에 있었는지 알리고 싶지 않다. 모든 사생활이 노출되는 페이스북을 나는 경계한다.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이런 것들과 거리를 두지 않을 수 없다."

47세의 서점 상인 파스칼은 휴대폰이 없는 것은 물론, 인터넷 사용도 하지 않는다. 파리 시내에 위치한 그의 서점에도 또 그의 집에도 컴퓨터가 없다. 그는 집 전화 혹은 편지를 통해 친구들과 연락을 취한다. 또 전화보다는 캬페에서 직접 친구를 만나 대화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프랑스 베스트셀러 작가 아멜리 노통브
 프랑스 베스트셀러 작가 아멜리 노통브
ⓒ 한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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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작가 아멜리 노통브도 휴대폰이 없고 인터넷을 이용하지 않는다. 독자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이 작가는 독자들의 편지에 일일이 답 편지를 쓰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매년 8월에 어김없이 소설 한 권을 출판하는 이 소설가는 아직도 노트에 손으로 소설을 쓰고 있다. 이제는 아무도 자필 원고를 출판사에 보내지 않는 상황에서 자필 원고가 가능한 것은 출판사에서 자신의 원고를 타이핑해주기 때문이라고.

기자는 현재 휴대폰을 거부하는 사람들을 인터뷰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고 있는 중이다. 인터뷰 대상 4명 중에 위의 파스칼과 아멜리 노통브가 포함되어 있다. 몇 년 전에 전화 인터뷰를 한 적이 있는 노통브 작가에게 내 다큐에 출연해 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더니 응하겠다는 답을 받은 적이 있다.

이 분과의 연락은 이렇게 전부 편지로 이어졌다. 이 분은 같은 소설가 동료 대부분이 컴퓨터에 소설을 쓰고 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소설이 날라간 동료도 꽤 된다며, 공책에 소설을 쓰고 있는 자신은 한번도 소설을 날려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자연요법을 널리 알리는 일에 힘쓰고 있는 장-마크 뒤피는 2011년 7월 말에 TGV에서 휴대폰을 잃어버렸다. 마침 여름 휴가를 떠나는 중이어서 휴가가 끝나고 사겠다고 생각하고 휴대폰 없이 휴가를 보내게 된다.

처음에는 휴대폰이 없어 불안하고 가족들과도 연락이 안 돼서 불편했다. 그런데 차츰 시일이 지나고 외부와의 연락이 끊기게 되자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고 뭔가를 기다리게 되고 심지어는 무료함까지 느끼게 되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그 무료함 속에서 오히려 자신을 되찾기 시작했다. 가족들과 지인들이 휴대폰 언제 사냐고 성화여도 그는 지금까지 휴대폰 없이 살고있다. 많은 대중을 상대하는 직업이 휴대폰 없이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한 시간 반 동안 휴대폰 들여다보지 않은 대기업 경영주

17일 오전, '프랑스 퀼튀르' 라디오 방송에서 한 방송 관계자가 대기업 경영주를 만난 얘기를 했다. 굉장히 중요한 사람과 한 시간 반 동안 대화를 하고 나오면서 뭔가 다르다는 점을 느꼈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 분이 대화 내내 한번도 휴대폰을 들여다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기업 경영주는 휴대폰 자체를 아예 갖고 있지도 않았는데 그렇게 중요하고 바쁜 인물이 한 시간 반 동안 휴대폰에 방해받지 않고 오로지 자기와 대화를 나눴다는 것이 이제는 특별하게 느껴지는 세상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스마트폰은 인간의 집중력을 분산시킨다. 공항 대기실에 가보면 모두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면서 북적거리는 분위기인데 1등석 대기실에 가보면 아무도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지 않고 신문이나 잡지를 보면서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가 연출된다고 이 방송관계자는 말한다.

1등석 이용자들은 부하 직원에게 정보 수집 등의 일을 맡기고 자신들은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고차원의 업무를 담당하기 때문이란다. 애플의 창시자 스티브 잡스와 실리콘 밸리의 간부들이 자신의 아이들에게 컴퓨터나 휴대폰 사용을 자제시켰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그만큼 컴퓨터의 중독성 등 여러 위험성을 간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 통신회사의 광고
 한 통신회사의 광고
ⓒ 한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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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10년 넘는 구형 휴대폰을 아직도 들고 다닌다. 카메라도 안 되는 이 휴대폰은 워낙 튼튼해서 몇 번을 떨어트려도 고장도 나지 않는다. 한국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은 왜 스마트폰으로 바꾸지 않느냐고 성화지만 난 당분간은 이 구형 휴대폰을 이용할 예정이다.

한글 문자를 받지 못하는 단점이 있어도 필요할 때 켜서 전화와 문자만 주고받는 기본 용도로만 이용하고 있다. 이렇게 나처럼 최소로 휴대폰을 이용하는 프랑스인들도 상당수다.

IT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지만 기술 첨단화가 모두 좋은 것은 아니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인간형은 현대기술을 무조건 따라가는 현대형 인간이 아니라 자기에게 필요한 기술을 적절히 취해서 살아가는 자유로운 인간형이다.

인터넷과 휴대폰은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게 아니라 광활한 정보와 커뮤니케이션 시장에 우리를 묶어 놓는다. 거미처럼 엮어진 이 거대한 시장에서 벗어나려는 일부 프랑스인들의 시도는 용기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런 면에서 일종의 저항행동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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