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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5의거기념사업회(아래 사업회) 새 회장 선출을 두고 회원과 시민들 사이에서는 회장 선출 방식을 두고 '전근대적'이라거나 '가장 비민주적'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새 회장의 과거 이력을 두고도 시비가 일고 있다.

사업회는 지난 16일 저녁 창원 마산오동동 '웨딩그랜덤'에서 제23차 정기총회를 열어 임기 2년의 새 회장으로 안승옥(71) 부회장을 선출했다. 그리고 사업회는 김태호·노치웅 등 12명의 부회장을 선임했고, 주임환·변종민 감사를 선출했다.

(사)3.15의거기념사업회 새 회장을 뽑는 정기총회가 16일 저녁 창원시 마산오동동 웨딩그랜덤에서 열렸다.
 (사)3.15의거기념사업회 새 회장을 뽑는 정기총회가 16일 저녁 창원시 마산오동동 웨딩그랜덤에서 열렸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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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5의거는 1960년 3월 15일, 옛 마산(현 창원시)에서 자유당 정권의 부정선거에 항거해 일어난 시위를 말한다. 3·15의거에 나섰던 김주열 열사가 눈에 최루탄이 박힌 채 그해 4월 11일 마산 앞바다에 떠올랐고, 이것이 기폭제가 되어 4·19로 이어졌으며, 결국 이승만 독재정권이 무너졌다.

3·15의거기념사업회는 3·15의거 30주년이던 1990년 3월 창립되었다. 3·15의거는 '경남도 기념일'로 있다가 2010년 국가기념일로 지정되었다.  창원 마산회원구 3·15아트센터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사업회는 해마다 백일장, 웅변대회, 마라톤 등 다양한 행사를 벌이고, 여기에 들어가는 제정은 거의 대부분 국가 지원 예산이다.

20년 넘게 직선제 안돼 ... 특정 학교 출신이 회장 독차지

김주열 열사.
 김주열 열사.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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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회 회장 선출 방식을 두고 말이 많다. 전체 회원들의 직접 투표도 아니고, 회원들의 뜻이 반영되지 않는 방식으로 회장을 선출해 왔다. 2년마다 열리는 정기총회 때 역대 회장(현재까지 4명)과 3·15의거학생회·상의자회·유족회·유공자회 회장으로 구성된 '전형위원회'에서 새 회장을 선출해 왔고, 일부 연임하기도 했다.

13대 회장을 선출하는 이번 정기총회 때 회장 선출 방식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일부 회원들이 '회원 직선제'를 요구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날 총회에서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전형위원회'를 통한 선출 방식이 채택되면서, 한때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회의 도중 발언 신청자한테 "회원이냐 아니냐"를 두고 시비가 일기도 했다. 직선제를 요구했던 박성원(67) 회원은 "요즘은 신협이고 초등학교 반장도 직선제를 한다"며 "민주적 운영의 모범이 되어야 할 3·15의거기념사업회가 창립 이후 계속해서 비민주적 방식으로 회장을 선출해 왔는데, 이제는 제대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업회 사무국은 현재 회원이 700여 명이라 밝혔다. 회원들은 월 1000원의 회비를 내고, 이사들은 월 1만 원의 회비를 낸다. 박성원 회원은 "회원 자격이 있니 없니 하는 말이 나왔지만, 그동안 회원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던 것"이라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총회 때 직선제를 요구하는 회원들이 많았지만, 발언 기회가 제대로 주어지지도 않았다"며 "사전에 후보 신청을 받고, 소견 발표를 해서 회원들의 뜻이 반영되는 회장을 선출하는 게 민주적이고, 3·15의거 정신을 계승하는 길 아니냐"고 말했다.

사업회가 처음 만들어질 때 발기인이었던 한 회원은 "전제군주국가도 아니고 뭐하는 건지 모르겠다. 특히나 3·15의거 정신을 계승한다는 회원들이 가장 비민주적인 방식으로 회장을 선출하고 있다"며 "형식적인 전형위원제를 할 게 아니라 모든 회원들이 참여해서 회장을 선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 말했다.

또 다른 회원은 "전체 회원들의 뜻이 반영되지 않는 회장 선출을 하다 보니, 3․15의거 당시 시위학생을 잡으러 다녔던 경찰관 출신이 부회장에 선출되었던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논란 끝에 전형위원 8명이 모여 회장을 결정하기로 했다. 그 결과 전형위원 7명은 안승옥 부회장, 1명은 홍중조 전 경남도민일보 논설주간을 새 회장으로 선출하자 했고, 나머지 1명은 기권했다. 안승욱 부회장이 제23대 회장이 된 것이다.

또 사업회 회장은 특정 학교 출신이 독차지 해왔다는 지적도 있다. 새 회장과 역대 회장(4명)은 모두 옛 마산상고(현 용마고) 출신이다. 3·15의거 당시에는 마산고, 마산여고, 마산공고, 성지여고, 마산제일여고 등 다른 고등학교 학생들도 가담했다.

한 회원은 "회장들을 보면 마산상고만 3·15의거를 한 것처럼 보인다. 회장을 특정 학교 출신만 해온 것은 전체 회원들이 선출하기보다 전형위원들이 뽑다보니 벌어진 것이라 할 수 있다"며 "다른 학교 출신한테도 기회를 주는 것이 민주적이고, 3·15의거 정신에 맞다"고 말했다.

안승옥 회장의 자격 시비

마산문학관 전경.
 마산문학관 전경.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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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승옥 회장의 과거 행적을 두고 논란이다. 옛 마산상고를 나온 안 회장은 옛 마산시청 기획실장과 총무국장, 마산시의회 사무국장 등을 지냈고, 제11대와 제12대 사업회 부회장을 지냈다.

옛 마산시는 마산 출신 문인 이은상(노산, 1903~1982) 기념사업을 추진해 시끄러웠다. 1999년 마산시가 '노비산' 일원에 '이은상(노산) 문학관'을 건립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시민단체는 '친독재' 전력을 거론하며 그의 문학관 반대운동을 벌였다. 이은상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3․15의거를 폄훼했던 것이다.

안승옥 회장은 마산시가 이은상문학관 건립 계획을 세울 당시 기획실장이었고, 주로 '이은상 문학관' 찬성 인사들로 구성되었던 '노비산 일원 문학관 건립 추진위'에 위원으로 참여했다.

논란이 일자 마산시의회는 2005년 5월 표결을 통해 '이은상문학관'을 버리고 '마산문학관'으로 하기로 결정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당시 마산시의원들이 노산문학관 명칭을 버린 이유는 그가 마산의 자랑인 3·15의거를 폄훼했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노산문학관을 만들려고 했던 사람을 사업회 회장으로 선출했다는 것은, 자격 결여인 사람을 회장으로 한 것과 마찬가지"라 말했다.

"정관 개정해 다음부터 직선제할 수도"

이같은 지적에 대해 안승욱 회장과 사업회 사무국은 입장이 다르다. 회장 선출 방식에 대해 안승욱 회장은 "관례적으로 전형위원회에서 선출하고 총회 동의를 받는 절차를 밟아 왔다"며 "직선제를 하려면 사전 준비가 되어야 하는데, 이번에는 회원 명부 작성 등 준비가 부족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총회 때 직선제를 요구하는 회원들이 있었는데, 다음 총회 때부터 개선하자는 취지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사업회 사무국 남기문 사무차장은 "정관을 개정해야 하는데, 임원 선출이 없는 내년 총회 때 정관 개정해서 다음부터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자격 시비와 관련해, 안승옥 회장은 "실장이든 과장이든 공무원은 자기 주장보다 시장(당시 황철곤 시장)의 뜻에 따라 움직이게 된다"며 "그 때는 마산시의 방침에 따라 움직인 것"이라 말했다.

3․15의거 가담 여부에 대해, 그는 "김주열 열사와 같은 마산상고 학년이었다. 3월 15일 시위 때는 참여하지 않았고, 김주열 열사의 시신이 발견된 뒤부터인 4월 12일 때는 시위대를 따라다니는 정도였고 앞에 나서서 주도하는 세력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태그:#3.15의거, #김주열열사, #3.15의거기념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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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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