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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오후 개성공단내 '좋은사람들' 공장에서 북측 여성노동자들이 남녀 속옷을 만들고 있다.
 개성공단에서 북측 여성노동자들이 남녀 속옷을 만들고 있다(2007년 3월 29일).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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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16일 국회 연설에서 홍용표 통일부 장관에 이어 개성공단 노동자들의 임금이 북한의 핵개발에 사용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다시 펼쳤다. 홍 장관이 전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확증은 없다, 진의가 잘못 알려져 오해와 논란을 불러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라고 사과했지만 박 대통령이 재차 주장하면서 논란이 재점화 됐다.

박 대통령은 연설에서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한 것도 북한 핵과 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막기 위해 북한으로의 외화유입을 차단해야 한다는 엄중한 상황 인식에 따른 것"이라며 "우리가 지급한 달러 대부분이 북한 주민들의 생활 향상에 쓰이지 않고 핵과 미사일 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노동당 지도부에 전달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앞서 홍 장관의 발언과 맥락을 같이 한다. 홍 장관은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개성공단에 투입된 자금이 북한 핵과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사용됐다는 의혹과 관련해 "여러 관련 자료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료를 공개할 수 있느냐'라는 질문에 "공개할 수 있는 자료였다면 벌써 공개했을 것"이라며 "필요한 범위 내에서 나중에 검토, 조치하겠다"라고 답했다.

홍 장관은 지난 14일 KBS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서도 같은 취지의 말을 반복했지만, 국회 외통위 전체회의에 출석해서는 "증거 자료를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와전된 부분이 있다"라며 스스로 발언을 뒤집었다. 그는 "근거 자료를 공개하기 힘들다고 한 적은 없고 증거가 아니라 우려를 뒷받침할 만한 것을 염두에 두고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박 대통령의 연설은 이 같은 주무 장관의 발언을 다시 단 하루 만에 뒤집은 것이다. 애초 "개성공단에 투입된 자금이 핵개발에 사용됐다"는 것에서 "핵 개발을 책임지는 노동당 지도부에 전달됐다"고 달리 표현했지만, 전달하려는 취지는 같았다.

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을 위반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안보리는 지난 2013년 '회원국에 핵이나 미사일 개발에 기여할 가능성이 있는 다액의 현금을 포함한 금융자산의 이동이나 금융서비스 제공 금지를 의무화 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박 대통령과 홍 장관의 주장 대로라면 정부는 그동안 북한의 핵개발에 기여하는 자금을 제공한 것이다.

2006년 개성 사업자가 증언한 개성공단 임금 체계

▲ 홍용표 "와전됐다"... 이해찬 "무능하면 그만둬라" 외교통일위원회는 15일 오후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 등으로부터 개성공단 전면 중단 관련 긴급 현안보고를 받았다.
ⓒ 정교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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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주장은 이미 지난 국회 외통위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 과정에서 신빙성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우리 기업이 북한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총국)에 노동자들의 임금을 주면 총국은 이를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에 준다. 민경련은 여기에서 사회보장비(보험료), (사회)문화시책비를 떼고, 월급의 70% 정도를 교환권 형태의 '물표'로 노동자들에게 준다"라고 말했다.

개성공단 노동자 임금의 70%가 당 서기실 및 39호실에 상납되고, 그 돈이 핵이나 미사일개발, 김정은 치적사업, 사치품 구입에 쓰인다는 정부 주장과는 완전히 대치된다. 정부가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 할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반면, 이 의원의 주장은 실제 북한에서 노동자들에게 생필품을 판매하고 있는 사업자의 증언으로 뒷받침 된다.

지난 2006년 <한겨레>는 호주에서 무역회사인 '로바나무역'을 운영하는 송용등 회장의 말을 빌려 개성공단 노동자들의 임금 지급 형태를 보도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송 회장은 2005년 1월 정식으로 개성시 산하의 송악산무역회사와 51대 49의 비율로 합영회사인 '고려상업합영회사'를 세웠다. 이곳이 북한 노동자들이 생필품을 구입하는 마트(PX)에 물건을 납품하는 업체다.

당시 송 회장의 증언을 정리한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개성공단 노동자의 임금이 100달러인 경우 우리 기업은 15%에 해당하는 사회보험료 15달러를 포함해 총 115달러를 북한 총국에 지급한다. 국내 기업들이 노동자들의 산재보험비의 일부를 부담하는 것과 같은 개념이다. 북한이 2003년 9월 공표한 '개성공업지구 노동규정'에도 명시돼 있으며 15% 비율은 남북이 협상해 정한 것이다.


이어 북측은 사회보험료를 징수하고 남은 임금 100달러에서 사회문화시책비로 30%를 거둔다. 사회문화시책비는 개성공단의 교육 및 의료, 사회간접자본시설 등 공공서비스를 구축하기 위한 비용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북한의 개성공단 노동자들이 받는 임금은 70달러가 된다. 북한은 이 가운데 대부분을 '물표'로 지급하고 5%가량은 북한 원화로 지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북한의 노동자들이 결국 달러를 거의 받지 못했다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북한 당국에 들어간 달러는 고려상업합영회사가 생필품을 수입하는데 들어간다. 2006년 3월 고려상업합영회사가 수입한 생필품의 총액은 23만3400달러이고, 같은 시기 개성공단 노동자들의 실질 임금은 26만4000달러이다. 크게 차이가 나지 않고, 원화로 지급한 5%를 감안하면 거의 비슷하다.

고려합영회사는 이 돈을 인출해 중국·말레이시아 등으로부터 쌀·설탕가루·밀가루·맛내기(조미료) 등의 주요 품목을 비롯해 120여 품목을 사들여, 개성 시내 개성백화점 및 보급소 10여 곳에서 근로자들에게 물품을 배급하고 있다는 게 송 회장의 주장이다.

당시에도 개성공단 노동자들의 임금 지금 방법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지만 이러한 보도가 나오자 논란은 수그러들었다. 통일부도 송 회장과 면담을 통해 이 같은 임금 지급 체계를 공식적으로 파악했다. 결과적으로 세금에 해당하는 일부 금액을 북한 당국이 가져가고 대부분은 노동자들에게 지급되는 체계다(관련기사 :"개성공단 임금, 대부분 생필품으로 지급")

"30%도 중앙당 아닌 개성시인민위원회가 가져간다"

 28일 개성공단내 패밀리마트에서 북측 여직원 김은심씨(22세)씨가 검정 치마저고리를 입고 근무하고 있다.
 개성공단내 패밀리마트에서 북측 여직원 김은심씨(22세)씨가 검정 치마저고리를 입고 근무하고 있다(2007년 3월 28일).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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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형태의 임금지급 체제는 최근까지도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8년부터 2011년까지 개성공단관리위원회 기업지원부장을 맡았던 김진향 박사는 17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2006년보다는 간소화됐지만, 현재 임금지급 체계도 큰 틀에서 변화가 없다"라며 "지금은 총국 내에 경영국이라는 곳에서 임금을 지급한다, 사회문화시책기금으로 걷는 30%도 중앙당으로 가는 게 아니라 개성시인민위원회가 가져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모든 회사에는 통계원이 있고, 그 통계원이 노동자들의 근무일수, 잔업, 특근 상황을 일일이 파악해 게시를 하면 노동자들이 확인하고 잘못된 게 있으면 바로 잡아 직접 사인을 한다"라며 "자기 월급이 얼마가 나오는지 다 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성공단은 북한의 외화벌이 사업 대상이 아니다, 그렇게 말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고 말했다.

김연철 인제대학교 통일학부 교수도 지난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개성공단 근로자가 받는 현물임금은 상풍권으로 받고, 전용상점에서 식량, 식료품, 생활 용품을 산다"라며 "이 물건 중에는 북한 국내에서 조달하는 것도 있고, 외국에서 사오는 것도 있다. 일부 식량은 중국에서 구입한 것이 확인됐다, 전용상점의 운영실태에 대해서는 통일부가 실태조사를 한 적이 있다"라고 밝혔다.

또 임금이 노동자들에게 직접 지급되지 않는 이유와 관련해 "(북한의) 외환집중관리제를 이해하지 못한 결과"라며 "예를 들어 1970년대 중동에 건설노동자로 간 우리 노동자들은 임금을 달러로 받고, 국내에 송금하면 그것이 한국은행으로 간다. 그러면 한국은행에서는 공식환율로 환전해서 개별노동자 통장에 입금"시키는 것과 같은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외환집중관리제와 고정환율제는 한국을 비롯한 개발도상국들이 일정 시간 모두 채택한 제도"라며 "외환집중관리제를 채택하는 국가에서 외환 소득과 외환 지출 사이를 직접적으로 연결할 수 없다. 개성공단에서 받은 달러를 핵개발 자금으로 썼다는 증거 자체가 존재할 수 없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핵 개발 전용' 주장하는 2002년 탈북자

이와 반대로 정부의 주장을 뒷받침 하는 증언은 일부 탈북자 단체를 통해 나오고 있다. 김태산 전 조선체코합작회사 사장은 15일 국회에서 열린 '개성공단 관련 탈북민단체 긴급 세미나'에서 개성공단 근로자들의 노임 명목으로 준 돈은 거의 모두 북한 김정은 정권의 통치자금 또는 대량 살상 무기로 변화해 남한 사람들의 위협으로 되돌아온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결론적으로 개성공단은 북한 국민을 살려주는 곳이 아니라 5만4000여 명의 북한 노동자들의 노예노동 현장"이라며 "북한의 개성공단 관리부서가 그 어디든 그 부서는 오직 중앙당의 지시만을 받으며 개성공단에서 벌어들인 돈 역시 김정은 개인금고로 들어간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임금과 관련한 정부의 태도와 일치하는 주장이다.

그러나 김씨는 지난 2002년 탈북했고, 개성공단은 그로부터 3년 뒤 본격적으로 가동됐다는 점에서 그의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김씨는 앞서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에 북한군이 투입됐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한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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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장. 차이가 차별을 만들지 않는 세상.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출판 담당 기자로 '다다와 함께 읽은 그림책'을 연재하며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를 펴냈습니다. ohmybook201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