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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생산이나 서비스를 지속해야만 하는 사업장이 있다고 하자. 둘러보면 그런 사업장은 주변에 많다. 전기·가스·수도·통신 사업장이나 병원은 24시간 국민에게 공공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생산 기술이나 업무의 특성상 24시간 가동을 해야 하는 사업장도 있다. 철강·석유화학 사업장에서는 기계와 설비의 특성상 사업장을 24시간 가동해야 한다. 이런 사업장의 노동자들은 교대제 근무를 피할 수 없다.

일하는 사람의 몸과 삶 위한 '교대제'가 상식

꼭 24시간 운영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교대제를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미 설치된 설비를 많이 가동할수록 더 많은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고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믿을 경우, 사업주와 경영진은 24시간 조업을 지향한다. 꼭 24시간 연속이 아니더라도 조업시간을 최대한 늘리고자 한다. 자동차 산업이나 유통 서비스업이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이 경우에도 노동자들은 교대제 근무를 하게 된다.

이러한 곳의 교대제도는 어떻게 짜야 할까? 노동자들의 건강과 생활상 해악이 최소화돼야 할 것이다. 그것이 상식적인 판단일 것이다. '교대제 분류표'에서 볼 수 있듯, 교대제 근무는 심야근무·순환근무·전일근무 등의 특성으로 인해 노동자들의 건강과 생활에 수많은 해악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경우 교대제도 설계에서 노동자들의 건강과 삶의 질은 1순위 고려대상이 되지 않는다. 노동자들의 건강과 삶의 질을 조금이라도 더 배려하려면 휴식과 휴일을 충분히 제공하는 근무시간표를 짜야 하는데, 그러자면 근무조를 추가 편성하고 인원을 늘려야 한다. 그러나 기업은 이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의 증대를 원치 않는다. 결국 교대조와 인력은 최소화되고, 노동자들은 '공익'과 '기업의 이익'을 위해 교대제 근무의 고충을 맨몸으로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던져진다.

교대근무가 불러일으키는 착각

교대제와 관련된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국내의 몇몇 제철공장에 방문하여 노동자들을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다. 제철소. 생산기술의 특성상 24시간 365일 조업을 이어가야 하는 사업장이다. 제철소의 교대제는 '교대제 분류표'에 따르면 순환형-심야교대-전일교대-연속조업교대에 해당한다. 방문한 제철소들은 4조3교대제를 실시하고 있었다. 하루 24시간을 3개 조가 8시간씩 나눠 일하고 한 조는 휴무를 하는 것이다.

인터뷰를 하면서 두 가지에 놀랐다. 하나는 인터뷰한 공장들에 4조3교대제가 도입된 것이 1990년대 후반 이후였다는 것. 이것은 이전까지 노동자들이 연속조업 사업장에서 이론상 휴무조가 없는 3조3교대제로 근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1년 365일 달력에 빨간 날이 하루도 없는 셈이다. 끔찍한 일이다.

예컨대 현대제철 인천공장의 경우, 1997년 말에 4조3교대제가 도입됐다. 그 이전에는 3조3교대제가 유지됐다. 1989년 이후 1987년의 효과로 그나마 월 3~4회의 휴무가 보장되었으나, 3조3교대제가 유지되고 인원이 부족한 현실 속에서 노동자들은 흔히 근무하고 휴일근무수당을 지급받는 것을 선택했다. 내가 출근을 하지 않으면 그 노동 부담이 동료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수밖에 없는 근무 환경 때문이다.

"한보철강 처음 시작할 때는 2조2교대 맞교대로 계속 일하던 시절도 있었어요. 하루에 열두 시간씩. 교대 바뀌려면 토요일은 24시간 일해야 하고. 그렇다고 달에 쉬는 날이 있느냐. 그것도 없어요. 그냥 계속 그렇게 가는 거예요. 그때 어떻게 근무를 했는지, 참. 지금 생각해보면 끔찍해요. 그러다가 3조3교대로 넘어오니까, 시간이 많이 남는 것 같더라고요. 맞교대를 하다 보니까. (웃음) 주말에도 막 쉬는 것 같고. 사실 달에 두 번밖에 안 쉬는 건데. 4조3교대가 이제 7~8년 정도 됐나 그런 것 같은데, 아직도 사실 쉬는데도 적응이 잘 안 되는 게 있어요. 이게 한국사람 근성인지도 모르겠는데." - 현대제철 당진공장 근무 노동자 인터뷰 (금속노조, 2014) 중

 교대제 분류표 '철강업종 교대제 개선을 위한 쟁점과 과제 연구' (금속노조, 2014) 중
 교대제 분류표 '철강업종 교대제 개선을 위한 쟁점과 과제 연구' (금속노조, 2014) 중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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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인간적 교대제, 자본의 욕심만 채운다

위의 현대제철 당진공장 노동자 인터뷰에도 비슷한 상황이 그려진다. 365일 2조2교대제로 근무하다 3조3교대제로 바뀌니 '시간이 많이 남는 것 같더'란다. 하긴 1년 365일 휴일 없이 일하는 건 똑같아도 하루 노동시간이 12시간인 거랑 8시간인 건 차이가 크다. 그렇게 평생을 일하다 보니 4조3교대제가 도입되어 휴무조가 생기자 '적응이 잘 안 되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

또 한 가지 놀란 건, 비인간적인 노동환경의 대표격인 3조3교대제가 지금까지도 많은 제철소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 여전히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인터뷰한 모든 공장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는 예외 없이 3조3교대제가 적용되고 있었다. 4조3교대제로의 전환은 제철 대기업의 정규직 노동자들에게만 해당한 변화였다.

정규직 노동자들은 노조를 조직해 교대제 전환을 요구하며 싸웠고 그래서 결국 4조3교대제를 쟁취했지만,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여전히 그 바깥에서 휴무조 없는 교대노동을 하고 있다. 여전히 많은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3조3교대제 하에서 정규직보다 턱없이 적은 월급을 받으며 더 어렵고 위험한 일을 하는 것이다.

이런 비인간적 노동환경은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얼마 전 귀가하는 길에 아파트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벽에 붙어있는 광고전단들을 멍하니 보고 있을 때였다. 맞교대근무를 하는 경비노동자들의 근무시간 조정 건에 관련된 공고문에 눈이 꽂혔다. 공고문의 요지는 '2016년도 최저시급 인상으로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의 근무·휴게 시간을 조정한다'는 것이었다. 퉁명스러운 공고였지만, 내막은 금세 읽혔다.

최저시급이 인상되어 경비 노동자의 급여를 인상해야 하겠지만 입주민들의 반대 등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르니, 동결되는 급여폭만큼 경비노동자의 휴게시간을 늘린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내가 사는 아파트의 경비 노동자들은 '아파트 단지 안에서' 작년보다 '더 긴 휴식시간'을 갖게 됐다. '2016년에 6030원으로 인상된 최저시급 적용도 놓치지 않고 받으며' 말이다. 그리고 '그 덕분에' 나는 관리비를 조금 덜 부담하게 되려나 보다.

우리는 왜 이런 시간을 두고 보고 있는가

제철공장 노동자 교대근무실태를 조사하면서 느꼈던 화와 모욕감이 되살아남을 느꼈다. 이놈의 사회는 도무지 노동자를 사람으로 대우해 줄 생각이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노동자의 시간과 급여 따위는 비용절감과 이익창출을 위해서라면 아무렇게나 주물러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1년 365일 휴일도 없이 일해야 하는 근무환경에서 휴무조도 없이 교대근무를 하게 하고, 최저시급 인상분을 휴게시간 연장이라는 장난질로 때워 먹는 현실. 일터에선 야근에 주말근무에 시달리면서도 집에선 또 다른 노동자의 시간을 쥐어짜고 유린하여 얻는 편리와 이익을 취하게 만드는 현실. 나도 당하면서 또다시 그런 현실을 직조하는데 공모자가 되게 하는 잔인한 현실.

우리는 왜 이런 시간을 견디고 있는가? 우리는 왜 이런 현실을 두고 보고 있는가! 노동자를 일하는 기계쯤으로나 여기는, 그래서 쓰다 보면 망가지고 망가지면 갈아치우면 된다는 생각, 그리고 그 생각에 기반해 만들어진 제도와 관행을 물어뜯듯 파헤치고 바꿔내야 한다. 일하는 우리는 모두 인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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