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본선 조별리그 대진표가 모두 확정됐다. 오는 23일부터 열리는 본선 조별리그에서 K리그는 전북과 서울, 수원, 포항 등 4팀이 출전한다.

2016 ACL의 화두는 최근 아시아 축구시장을 휩쓸고 있는 '황사 머니'의 영향력과 K리그의 명예 회복 여부다.

ACL은 동아시아(E~H조)와 서아시아(A~D조)로 구분해 진행된다. 동아시아에 속한 K리그가 ACL 정상까지 가는 데 최대 난제는 역시 중국을 넘어서는 것이다.

'황사 머니'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천문학적인 자금력을 앞세워 세계 정상급 스타 선수와 감독들을 영입하며 단기간에 급성장한 중국축구는 이제 부정할 수 없는 아시아 축구의 강호다. 최근 3년간 2번이나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한 광저우 헝다 외에도 장쑤 세인티, 상하이 상강, 산둥 루넝 등 4팀이 중국 슈퍼리그를 대표하여 이번 ACL에 출전한다.

중국 클럽들은 지난 이적시장에서도 공격적인 투자를 지속하며 전력을 더욱 끌어올렸다. 잭슨 마르티네즈(광저우), 지우(산둥) 하미레스-알렉스 테세이라(이상 장쑤) 등 불과 얼마전까지 유럽 빅리그에서 활약하거나 빅클럽들의 러브콜을 받던 선수들의 이름이 눈길을 끈다. 광저우의 황금시대를 이끌었던 엘케손과 다리오 콘카는 상하이로 이동하는 등 이미 자국 리그 내에서 자리 잡은 거물급 선수들의 이동도 활발하다.

겨울 이적 시장에서 중국축구가 투자한 이적료만 한화로 환산하면 약 35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이는 유럽축구 시장에서 가장 규모가 큰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의 올 겨울 이적 시장 규모를 넘어서는 금액이다. 중국축구가 단순히 이름값 있는 선수를 사오는 차원을 넘어서 유럽 빅클럽과 선수 영입 경쟁에서도 밀리지 않을 만큼 그 위상이 커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감독들의 지명도도 이에 못지않다. 지난해 광저우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끈 브라질 출신의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은 브라질 국가대표팀과 첼시의 감독을 역임했고, 상하이를 이끌고 있는 스웨덴 출신의 스벤 고란 에릭손 감독은 잉글랜드 국가대표팀 사령탑 출신의 명장이다.

이러한 중국축구의 빠른 성장과 ACL에서의 호성적은 이제 '클래스도 돈으로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경지에 이르렀다. K리그는 이처럼 엄청난 자금력과 외국인 선수 파워로 무장한 중국과 경쟁해야 한다.

중국 클럽들의 무한 투자, K리그 명예회복 할까

K리그는 지난해 ACL에서 2008년 이후 처음으로 단 한 팀의 4강 진출팀도 배출하지 못하는 수모를 겪었다. 전통적으로 아시아축구의 강자로 군림해오며 꾸준히 우승팀과 결승진출팀을 배출해오던 K리그로서는 위기 의식을 느낄만한 순간이었다. 몇 년간 계속된 인기하락과 각 구단들의 재정 위축으로 인한 투자 감소, 스타 선수들의 해외 유출 등이 가속화하면서 빚어진 현상이다.

다수의 K리그 스타급 선수들이 중국 무대로 건너가며 K리그 역시 황사 머니의 간접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생력을 키우지 못한다면 프로 리그로서 변명의 여지는 없다. 

올해 K리그 구단들은 명예 회복을 벼르고 있다. 조별리그부터 K리그 팀들은 모두 중국 클럽들과 같은 조에 편성되며 어차피 초반부터 진검 승부가 불가피하다.

선두 주자는 단연 전북이다. 2014~15시즌 K리그를 2연패한 전북은 이번에야 말로 10년 만에 아시아 정상을 탈환하겠다는 의욕에 차 있다. 위축된 K리그에서 유일하게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는 구단으로 평가받고 있는 전북은 중국의 황사 머니에 대적하는 'K리그판 갈락티코'를 구축했다.

지난 시즌 우승의 주역인 이동국과 레오나르도, 이재성, 권순태 등을 중심으로, 김신욱, 김보경, 김창수, 최재수, 로페즈, 이종호, 고무열 등의 즉시 전력감들이 대거 가세했다. 하나같이 국가대표 출신이거나 K리그 올스타급 선수들이다. 사실상 주전과 비주전의 경계가 없는 완벽한 더블 스쿼드가 가능해졌다. 몸값에서는 중국 클럽들에 미치지 못하지만 선수 구성의 양과 질에 있어서 K리그에서 가능한 최상의 조합을 완성했다고 할만하다.

전북은 장쑤 세인티(중국), FC도쿄(일본), 빈즈엉(베트남)과 함께 E조에 속했다. 장쑤는 지난해 중국 FA컵 우승팀으로 최근 중국에서 가장 떠오르고 있는 클럽이다. 중국도 중국이지만 전북은 최근 몇 년간 ACL에서 J리그 팀들에게 약했던 징크스를 극복하는 것도 중요하다.

F조의 서울도 주목할만하다. K리그에서 전북의 유일한 대항마로 꼽히는 서울은 K리그 역대 최고의 외국인 공격수로 꼽히는 데얀을 재영입했고, 주세종-정인환 등을 보강하며 각 포지션에서 걸쳐 전력 보강에 성공했다. 서울은 F조에서 산둥 루넝(중국), 산프레체 히로시마(일본), 부리람 유나이티드(태국)와 일전을 치른다.

G조의 수원과 H조의 포항은 다소 고전이 예상된다. 두 팀 모두 예전에 비하여 두드러지는 전력 보강 요소가 없는 가운데 대진 일정 역시 '죽음의 조'라 불릴만하다. G조에는 상하이 상강(중국), 감바 오사카(일본), 멜버른 빅토리(호주) 등이 포진해 있고, H조에는 디펜딩챔피언 광저우을 필두로, 우라와 레즈(일본), 시드니FC(호주)가 있다. 한편으로 '돈의 힘'을 앞세운 중국 팀들을 꺾는다면 K리그의 위상과 경쟁력을 다시 드높이는 계기가 될수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중국의 황사머니를 통한 투자가 ACL에 대한 관심과 화제성을 높이고 아시아축구 시장을 중흥시키는 데 일정 부분 기여하고 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K리그도 이럴 때일수록 ACL에 눈을 돌려 새로운 발전의 계기로 삼아야할 필요가 있다. 올해 ACL에서 K리그의 도전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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